슬램덩크의 스토리 오류
슬램덩크 너무나 좋아합니다. 뭐 스포츠 만화 중에 이정도 대작이 과연 앞으로 나오기나 할까 싶을정도로 느끼니까요. 스토리도 깔끔하고 캐릭터들도 정말 매력적이죠.
딱 하나 슬램덩크를 보면서 스토리상 너무 어색하다고 느낀 지점이...바로 정대만입니다. 아무 근거없이 이야기하면 안되기에 한 번 그 근거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노우에 본인이 스스로 밝혔듯이 본인은 순수 농구만화를 그리고 싶었으나 출판사쪽에서는 학원물로 그리라는 압박이 있었고 이 때문에 등장한 캐릭터가 송태섭과 정대만입니다. 특히나 송태섭은 이미 단행본 1권부터 등장이 예고 되어 있었는데 2학년들이 자기 소개 하면서 한 명은 입원 중이니 나중에 복귀할 거라는 대사가 있었죠.
정대만은 처음엔 아주 비열한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후배인 송태섭을 집단 구타 시도하다가 자기도 된통 당하며 같이 병원신세를 졌죠. 그러다가 퇴원해서 다시 송태섭을 집단구타시도합니다만 실패하고 결국 외부깡패까지 학교내로 끌어들입니다. 겁도 없이 평범한 학생들까지 학교내에서 위협하며...농구부 코트로 쳐들어가기 까지 하죠.
그리고 거기서도 만행을 저지릅니다. 죄없는 다른 부원들까지 구타하고 농구공에 침을 뱉고 봉걸로레 상대방 면상을 가격하려고 합니다. 악해도 이렇게 악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사태가 종결되려는 어느 순간 갑자기 정대만의 과거사가 공개되고...그 후부터는 정대만이라는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게끔 묘사가 됩니다. 사태가 종결된 후에는 빠르게 농구부원으로 편입이 되고 결국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중 하나로 그려집니다. 너무 급격한 반전인거죠. 반전도 반전나름인데 이 반전은 너무 어색합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1. 같은 지역 농구 선수인데 후배들이 아무도 몰랐다?
작중에서 정대만은 중학교 MVP였습니다. 이 정도 레벨이면 그 지역내에서 농구를 하는 친구들이 모를 수가 없죠. 정대만의 후배든 선배든요. 그런데 정대만의 과거사를 권준호가 공개할 때 후배들 모두가 다 농구선수였던 걸 몰랐고 깜짝 놀라죠. 반면에 마찬가지로 중학교 때 MVP가 아니었던 (훌륭한 선수였겠지만) 서태웅은 모든 고등학교에서 탐냈던 인재로 그려지고 경기중에 신라중학교 후배들이 직접 찾아와 응원하는 모습도 그려질 만큼 후배들에게도 지명도가 높은 선수였습니다. 정대만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더욱 이상하죠.
2. 농구공에 침 뱉을 뱉는 등 농구를 모멸하는 행위를 과연 전 농구선수가 할 수 있는가?
그것도 농구를 다시 하고 싶은 선수가요. 사실 정대만의 과거가 공개되기 전 상황...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양호열이 정대만을 구타하고 있을 때 권준호가 이제 그만하라는 속마음을 품는 대사가 나오기 전까지의 상황을 보면 작가의 정대만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전혀 없었습니다. 완전 악당으로 그려지죠. 그러다가 갑자기 정대만이 맞는 모습을 보며 권준호가 가슴아파하는 장면이 그려지는데...이 때부터 급격하게 정대만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그려지죠. 여기서부터 시작해 과거사가 나오고...그 전의 악행을 급격하게 덮어버리는 작가의 시선이 보입니다. 저는 이 전환점이 너무 어색하다고 봐요.(설정을 갑자기 바꾸기로 결심한 티가 난다는거죠)
3. 권준호와의 첫 만남 장면...
분명 권준호와 정대만은 친한 사이었고 오랜만의 재회였죠. 하지만 둘이 오랜만에 만난 첫 장면에서 과거의 둘 사이를 짐작하게하는 어떠한 복선도 없습니다. 오랜만의 재회인 만큼 당사자들도 놀랄만한데...
오히려 권준호는
'흙 묻은 신발 신고 코트위로 올라오면 안돼' 라며 그냥 농구장에 처음오는 외부인에게 담담하게 말하듯이 말하죠. 만일에 저 대사가 '흙 묻은 신발 신고 코트위로 올라오면 안되는거 알잖아' 였다면 차라리 복선이라도 됐을 거라고 봅니다.
4. 막장 감독 안감독
안감독은 알고보면 막장이라고 떠도는 재밌는 짤을 저도 봤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부상당해서 방황하고 깡패짓 하던 정대만을 방치하였다는 것이었죠. 근데 적어도 정대만을 방치하고 내버려둔 부분은 급작스럽게 설정이 바뀐 탓이라고 봐도 된다고 봅니다.
사실 슬램덩크란 만화를 보는데 저정도의 어색함은 전혀 큰 장애가 되지 않는데 왜 이부분에 집착하냐고 말씀하신다면...전 이 부분에서 이노우에가 갑자기 설정을 바꾸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부분을 주장하고 싶은 거 뿐입니다.
어쩌면 슬램덩크 전체에서 가장 폭력적인 장면이 그려지는 이 충격적인 에피소드에서...작가가 처음에는 어떤 식으로 종결을 시킬 지 생각한지 모르나...위에서 언급한 이유들을 봤을 때 처음에는 정대만을 농구부로 편입시킬 생각이 없다가...갑자기 정대만을 농구부원으로 편입시키고자 결심한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처음부터 정대만을 농구부원으로 편입시킬 생각이었다면...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없었을 거라 보거든요. 그리고 처음의 정대만을 너무 악하게 묘사하지도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애초에 편입시킬 의사가 있었다면 좀 덜 악하게 그리거나 악인이지만 선하게 변할 여지가 있는 악인으로 그려지는게 맞았다고 봅니다.
물론 작가의 뛰어난 능력으로 그 후 정대만을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의 하나로 그려냈기에 사실 슬램덩크 전체로 봤을 때 이 정도 오류는 쉽게 묻어도 될 정도라고 저도 생각은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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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부분에선 편집부가 하라는 대로 이노우에가 수정한 느낌이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