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팬이 약 10년간 바라본 원칙주의자 유재학 감독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가입한 모비스 팬입니다. nba 커뮤니티로 알고 있었는데 kbl 게시판이 따로 있는 것을 알게 되어 가입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제 여러 요인들로 인해 다소 감흥은 떨어졌지만 최초 쓰리핏과 최다 우승 기록을 만끽하고 현자타임을 거쳐 뭐라도 남겨야겠다 싶어 글을 끄적여봅니다. 유재학 감독 부임과 동시에 저도 모비스 팬이 된터라 10년 넘게 즐거운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해준 감독님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네요.
일단 오늘은 원칙주의자(라 쓰고 꼰대라 읽..) 유재학 감독에 대해 써봤습니다. 글 부드럽게 쓰는 재주가 없어 생각나는 대로 가볍게 써봤어요. 후속편을 계속 쓰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첫 글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 원칙주의자 유재학의 선수단 운영
-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 이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수단과 스태프 모두가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1112시즌에 합류한 레더도 유감독의 밀당에 넘어가 생전 안하던 아침 식사에 얼굴을 비출 수 밖에 없었다고... 아침식사 문화는 SK와 동부의 반등을 이끌어낸 문경은 감독(자유투 후 아침식사)과 김영만 감독이 벤치마킹해 큰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한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제 익숙해져 잘 지킨다. 다만 사회생활 많이 못해본 신인들이나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선수,혼혈선수(한명뿐이군..)가 종종 함정에 빠지게 되는데 버스 출발 시간이 10시인데 10시 정각에 오는 경우 한동안 유감독의 집중도전을 받기도 한단다.
- 용모 관리와 몸관리에도 철저하다. 꼰대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인데 함지훈에게 콜라 금지령을 내린다거나 누군가가 겁없이 머리를 스타일리쉬하게 하고 나타나면 "너 머리가 왜그래?"라며 압박을 준다거나.. 이런 탓에 때때로 모비스 고등학교 소리를 듣는다.. 이게 다 그가 10년여를 기러기 아빠로 보낸 탓. 늘 숙소에 상주하는 까닭에 숙소에서는 기숙사 사감이 된다. 그나마 이제 와이프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그의 기러기 생활이 끝난다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다행일지도.
- 감독을 오래하는 비결은 건강하기 때문이라면서 평소 자신의 몸관리에도 철저한 분. 다만 혼자만 철저해도 되는데 작년 대표팀에서 몸관리를 위해 여자 대표팀 스태프를 포함해 대표팀 스태프들의 전원 서킷 트레이닝을 제안해 '역.시.대.다.난.분'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 원칙에 벗어나는 선수에게 자비란 없다. 레더보다 관리가 어렵다는 소리를 들었던 문태영이 훈련시간에 자주 지각을 하자 짤 없이 그가 오기 전에 버스를 출발시키기도. 물론 문태영은 그 이후에도 여러번 유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지만 누구처럼 뒷돈 요구하며 태업하다가 짤리지는 않았다는 데 위안을..
- 유재학 감독의 원칙에 대한 집착(?)은 이번 '레아 라틀리프 배냇저고리' 일화에서도 나타난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모비스 팬들에게는 나름대로 라틀리프 아내의 출산이 큰 이슈였는데, 다행히 플옵 직전에 출산을 하면서 혹시 모를 경기력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팀 훈련으로 출산을 지켜보지도 못했고 설상가상 플옵이 길어지면서 외박이 짤리는 바람에 라틀리프는 거의 10일 가까이를 딸을 보지 못했던 것. 이러한 상황에 유 감독은 매일같이 딸 자랑을 하는 라틀리프에게 배냇저고리를 사줄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고. 그 이유가 참 유재학스럽다. "여지껏 다른 선수들에게 한 번도 안 사줬는데 라틀리프에게만 사줄 수는 없었다" 참 대단한 평등주의자이자 원칙주의자시라는..
- 11년의 모비스 재직이 보여주듯 프런트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유지했는데 여기에서도 철저한 원칙과 신뢰가 기반이 되어있었다. 야구계 명장 김성근 감독님이 의도치 않게 구단 프런트와 마찰이 종종 있었던 데 반해(저 이분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오해없으시길) 유재학 감독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양보할 부분은 서로 양보하면서 오래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 위와 관련해 명확하게 얘기는 안했지만 FA영입이나 큰 돈을 쓰는 것은 자제하고(모비스는 유감독 부임 후 문태영을 제외하고 외부 FA를 데려온 적이 없다.) 선수단의 컨디셔닝이나 육성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부상에 시달리던 김동우를 독일까지 보내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은 유명한 일화. 올해는 경기에 안 나서는 D리그 선수들을 선수단 적응을 위해 비행기를 통해 이동할 수 있게 했다고도 한다. 물론 여기에는 모비스 팬들은 알겠지만 여러 번 단장이 바뀌는 가운데서도 한 번도 잡음 없이 유재학 감독을 잘 서포트해줬던 프런트들의 존재도 유감독에게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수많은 일화가 있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 써봤네요. 튀는 선수 싫어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혐오해서 가끔 선수의 개성을 죽인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래도 이러한 노력들이 장기적으로 팀 모비스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5년 재계약하셨으니 앞으로도 건강 잘 유지하셔서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재학 감독님!
덧1) 유재학 감독이 부드러운 이미지와 다르게 거침없는 독설과 수많은 짤을 양산해내는 액션으로 인해 많은 안티도 양성하셨죠. 최근에 특히 함지훈 선수 사건이나 이번 챔결 기록원 사건으로 농구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시기도 했구요. 팬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유재학 감독이 프로 최고의 감독 명성에 걸맞게 언변과 행동에 있어서 좀 더 조심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번 우승 인터뷰 처음부터 농구팬들에게 사과하신 것을 보면 감독님도 인지하고 계신 것 같은데 앞으로는 모비스팬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사랑받는 감독님이 되셨으면 합니다. 민국이 50년 후의 환상을 깨지 말아주세요.
덧2) 유재학 감독에게 불만스러운 부분이 딱 두 가지인데 한 가지가 바로 위에 쓴 내용이고 나머지 하나는 최근 심해진 주전 혹사였는데, 인터뷰에서 다음시즌부터 리빌딩과 동시에 로테이션에 대한 언급을 하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포스트 양동근 시대를 준비해야 하니 예전 0809시즌처럼 다양한 전술과 끊임없는 로테이션으로 재미있고 활기차는 농구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모비스팬은 5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주 마무리 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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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