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은 결코 "세련될"수가 없는 운동입니다
자유게시판에 처음으로 글을 쓰네요.
김어준이 뉴스공장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이 "세련"된거라고 말한 이후 이 단어가 널리 퍼진것 같은데요. 그건 현상의 외피만 보고 한 듣기좋은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의 불매운동은 중국의 그것과 다릅니다. 폭력이 수반되지 않으니까요. 근데 불매운동 자체로 보면 이건 결코 세련될 수 없는 겁니다.
불매운동은 상대의 이윤추구행위를 공격적으로 방해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는 운동형태입니다. 즉 상대방이 피를 흘리거나 그전에 항복해야만 되는 거죠. 처음부터 사정봐주고 "나는 너를 적대시하지만 너가 다치는건 원치 않아"이런 감상적인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근데 난 공격적이지 않고 일상에서 소소한 불매운동을 할 뿐이다라고 말하는 건, 실제 그로 인해 벌어질 결과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 거주하는데요, 외국나오면 애국자된다고 이쪽 한인들 커뮤니티에 불매운동 정말 한창입니다. 좀 격앙되신 분들은 젊은애들 정신머리가 썩었다며 이와중에 일본여행가고 일본문화 좋다고 즐기며 일본음식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가령 내가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일본음식을 포함했다고 하면 내가 아무리 평소에 선한 마음을 품어도 내 주변에 그걸로 먹고사는 소상인은 엄청난 피해를 볼수밖에 없죠. 결과가 벌어진 후에 "난 넌 피해줄 의도는 없었다"라고 말하는 건 솔직히 무책임해 보입니다. 즉 "세련됨"은 공격의 형태에서나 잠시 나오는거지 공격의 과정과 결과는 전쟁과 다를게 없어요. 차라리 "니가 일본음식으로 장사를 한건 어쩔수 없이 니 선택이니 그 댓가도 니가 감당해야 한다"고 말하는게 솔직하고 불매운동의 원리와도 맞죠. 상대방 인성/사정 봐가면서 싸우는게 아니니까요. (물론 저는 이런 입장에 반대합니다)
전 굳이 말하자면 불매운동 제한적 찬성론자입니다. 이러면 뭐 또 토착왜구니 일본편이니 말 나올것 같긴 한데, 불매운동은 상대에게 직접 타격을 가하는 운동방식이다 보니 대상과 범위가 명확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런면에서 강제징용이나 여타 일제감정기 시대 일본의 만행과 직접연관이 있는 기업체에 대한 공격은 충분히 가능하고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저마다의 정의감과 기준으로 무차별적으로 일본의 일자만 들어가면 제끼자는 식의 불매운동은 그다지 공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일본기업이 이걸로 타격을 입지 않더라도 난 내 애국심을 표한걸로 그걸로 의미있다고 하시는 분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겉으로 보이는 그런 선한 애국심에 어떤 분들은 숨죽이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게 지금의 복잡한 자본주의 구조입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불매운동은 시민사회차원에서 관리해주는 리더그룹이 있어야 할것 같습니다. 메세지 관리도 해줄 필요도 있구요. 지금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응집력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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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이지만 매니아에서는 정치글 금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