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이 확실한 악역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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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0-12-03 18:19:50
뉴욕 닉스의 홈 구장인 메디슨 스퀘어 가든, 전 메디슨 스퀘어 가든 하면, 딱 두 선수가 떠오릅니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의 영원한 영웅, 패트릭 유잉..
메디슨 스퀘어 가든의 영원한 악당, 레지 밀러..
당시 저는 닉스팬이 아니었습니다. 전ㅡ혀 상관없는 소닉스 팬이었죠. 그 경기도 어쩌다 우연히 보게 된 경기였습니다. 그랬는데도 마지막 그 퍼포먼스를 보고는, 어린 마음에 주먹을 불끈 쥐고 '아니, 저런 녀석이!' 라고 분개했던 기억이 납니다.
레지 밀러는 그렇게 제 머릿속에 처음으로 뇌리에 새겨졌던 것 같습니다.
시소 게임이 되었다 싶으면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터지고, 보란듯이 얄미운 제스쳐를 취하면서 경기장을 찾은 온 닉스팬을 조롱하던 그 악당은, 제가 닉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열렬히 닉스를 응원하게 만들었습니다. 레지가 이긴 날이면 하루종일 기분이 나빴고, 하루빨리 저 악당이 쓰러지기만을 바랬습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04-05 시즌 개막 전에, 레지가 은퇴한다는 소리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시즌이 되고 나서야, 저는 처음으로 레지 밀러를 열렬히 응원했습니다.
이 선수가 처음 드래프트 되었을때, 인디애나 팀 팬들로 부터도 비난을 받았다는 것. 'Reggie Who?' 라는 조롱을 받았었다는 것. 그의 누나 셰릴 밀러의 그늘에 가려져 항상 비교를 받아왔다는 것. 슛팅이라는 자신의 무기를 갈고 닦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슛을 연습해왔다는 것.
그 모든 것을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았던 그의 삶은 항상 원정경기였고, 그랬기에 남들보다 더한 배짱을 지녔다는 것도 그 때 알았습니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의 열렬한 야유 속에서도 홀로 자기의 클래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라는 걸 그때서야 이해했구요.
수많은 NBA 팬들이 Beat, L.A! 를 외쳤던 00-01 시즌을 기억합니다.
NBA 선수들이 몇명이 달라붙어도 퉁퉁 튕겨내버리던 샤킬 오닐의 얄미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가 목 터져라 아이버슨을 응원했던 것은 그 시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밀레니엄 킹스를, 가넷의 늑대들을, L.A. 를 잡을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모든 팀을 응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가장 박진감 있고 흥미롭게 보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당포가 결성되고, 던컨마저 어부샷에 무너지며 마침내 모든 희망을 포기했던 시점에, 드디어 디트가 해냈을때, 그때가 가장 희열을 느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샼의 약한 모습은 결코 보고 싶지 않습니다.
대놓고, '저 녀석 때문에 NBA가 망하고 있어' 라고 말하고 다녔는데도, 저 녀석이 부진하기를 그토록 바랬는데, 이제야 이 녀석이 사람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결코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 시절에 그 악마같던 녀석이 누군가의 백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습니다.
르브론도 그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뭐든 할 수 있어보였고, 또 모두에게 주목을 받아왔거든요.
그래서인지 이 녀석이 시무룩해져서 'What should I do?' 라고 되묻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르브론에게 듣고 싶은 말은, "So what?" 이었습니다.
클블이고 뭐고 다 이겨버리고, 저런 악당이ㅡ 라고, 신나게 미워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이 녀석이 커리어를 끝내고 NBA 마지막 경기를 뛸 때, 누구보다 아쉬워 하면서, 이 녀석은 정말 대단했었다. 누가 이 녀석을 깰지 정말 궁금했었다ㅡ. 라고 회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p.s -
이 게시물은 운영진에 의해 2010-12-03 21:30:49에 'NBA-Talk'란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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