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이야기 - 왜 개미는 승리 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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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1 12:53:02
매년 심심치 않게 사회에 첫 진출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들이 꼭 질문하는 것이 "주식을 해보려 하는데 무슨 책을 보면 되냐?"는 질문글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주식에 관하여 겪은 아주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담을 하나 알려드릴까 합니다. 저도 이걸 겪으면서 개미가 하는 투자는 그냥 토토랑 다를게 하나도 없구나... 싶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한번도 주식투자를 해본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몸 담고 있던 회사가 기관으로부터 몇십억의 투자를 받았고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에 실무자로써 참여 해 봤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관은 일반 개미처럼 주가가 오르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식이 오르도록 스스로 만들고, 절대로 손해 보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 둔다"입니다. 이것이 개미와 기관의 차이이며 마치 유전자 조작을 할 수 있는 하이테크 기업과 하늘만 쳐다보며 농사짓는 영농인과의 싸움과 같습니다.
다음이 당시 기관이 행했던 일들입니다.
1. 비상장사에게 투자하여 상장시킨 다음 거액의 차익을 실현한다. (PER)
- 액면가가 1주당 500원이라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고 PER(PER가 무엇인지는 찾아보시길)가 높이 평가 되는 종목의 기업을 물색하여 투자를 합니다. 어느정도 가능성을 보인 기업이라 1주당 500원에 주권을 인정 받긴 너무 싸고 대충 5~10배정도인 2,500원에서 5,000원 정도에 주식을 취득합니다. 이후 상장시킬 때 기관이 가진 커넥션과 유착관계를 이용하여 언론 플레이 등등을 통하여 주가를 엄청 띄웁니다. 흔히 작전이라고도 하죠. 한참 작업하여 무르익은 주가는 PER가 높은 종목이라면 주당 30,000원에서 50,000원 까지도 초기에 오릅니다. 이러면 투자금이 무려 10배가 넘게 오른 거죠. 이렇게 때가 왔다고 판단하면 팔아치우는데 이걸 사는 게 대부분 이제서야 냄새를 맡고 달려온 개미들입니다. 결국 개미는 주식을 샀지만 이후 주가가 오르긴 해도 이제부터 잘 올라봤자 몇 백원 몇 천원 정도입니다. 그것도 그냥 오르락 내리락 하는 그래프 속에서 운좋게 타이밍을 잘 맞춰야 간신히 이익실현이 가능 한 상태입니다. 그것도 살 사람이 구해져야 파는 거고요. 사실 이런 흐름속에서 개미는 거대 기관과 세력을 배불리는 존재일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2. 계약서를 통한 강제사항들을 확보한다. (상환우선주)
- 투자사 기관은 자금이 급한, 그렇지만 미래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게 '갑'의 입장에서 투자를 합니다. 기업주야 당장 자본금이 딸리니 울며겨자먹기로 투자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 불리한 조항들 중에 무엇이 있냐하면, '상환우선주'입니다. 즉, 반드시 상장을 시켜야 하며 만일 몇년안에 상장을 못 시킬 만큼 기업 경영을 못 했다면 투자금을 차입금으로 전환시키는 조항입니다. 한마디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위험이 없는 안 되면 이자 받는 채권자가 될 수 있는 안전장치이죠. 여기에 추가로 상장시에 최소로 보장해야 하는 경영 성과(매출 등과 같은 지표들)를 게런티하지 못 할 경우 패널티조항까지 넣습니다.
3. 투자한 회사가 만일 최악으로 치닷을 경우는 대표이사를 고발한다. (면피)
- 전 안타깝게도 최악으로 치닷는 것 까지 다 겪어 봤습니다. 회사가 잘 사업을 하다가 뭔가 하나 뻥 터지면서 사업이 급격하게 추락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투자사는 상장은 이미 물 건너 간 상황이고,원금회수가 제일 중요하고 그동안 기관에게 돈을 맡긴 사람들의 돈을 지켜주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계약상 상환우선주를 통해 차입금으로 전환 한다고 하여도 회사가 도산하면 원금 회수고 뭐고 어렵기에 최후의 수법을 결국 동원합니다. 바로 '대표이사가 사기를 쳤다', 혹은 '대표이사가 횡령 배임등 경영을 태만하게 했다'는 식으로 엮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공할 경우 회사의 자산과 부채 처분에 관한 우선권 등을 확보할 수 있어 돈을 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기관이 자신들의 책임으로부터 펀드를 넣은 자본가들에게 어느정도 면피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치를 하기 위해 회사를 탈탈 털기 시작하는데,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 없다고 결국 털다보면 뭐라도 나오게 됩니다. 뉴스에 보면 망하는 회사들 대표들 보면 꼭 검찰 들락날락 거리면서 횡령했다느니, 사기를 쳤다느니 하잖아요? 이게 실상은 채권자들이 그렇게 엮는 것입니다.
기관들이 돈을 버는 방법을 보면서 이 땅에 갑과 을이 사라질 가능성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왜냐면 돈을 번다는 것이 세상에 유용한 것을 제공하고 창조를 해서라기 보다는 유리한 위치에서 갑질을 해야 버는 형태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약자가 돈을 쉽게 벌게 판이 짜여 있질 않습니다.
또 주식 투자를 한다면서 한번도 해당 회사를 방문해서 실사를 해본적도 없고, 그곳의 핵심인력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본 적도 없이 그저 페이퍼상으로 나온 정량적인 재무재표만 보고 투자를 하면서 돈 안벌린다고 개탄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죠. 그래서 미국의 어느 저명한 투자사 사장은 신입사원을 뽑자마자 벤처기업에 5년정도 출장을 보낸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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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삼촌도 주식 2억을 3배로 불렸습니다.
빚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