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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여러분 상상만큼 대단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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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3-13 05:15:34

 저도 이세돌 사범님이 졌을때 댓글로 '진심으로 죽기전에 스카이넷을 볼 수 있을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충격적이였죠. 이론상 연산으로 바둑을 정복하는게 가능하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하드웨어적으로나 최적화 부분에서 극복할 부분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그걸 직접 보게 된 순간 까맣게 잊어버리긴 했습니다. 무엇보다 5개월 전 알파고가 뒀던 기력을 들었는데 확률이 보정되는 속도가 가장 충격이였습니다.
  물론 스카이넷에 대한 생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인공지능이나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이 데이터화되고 통제당할 수 있다는거요. 다만 스카이넷 스스로 사람들을 억업하는게 아니라 몇몇 지배층의 '사람'이 스카이넷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억압하겠죠.

 지금 알파고가 사람의 사고를 모방해서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건 sf 판타지입니다.

 알파고 바둑은 결국은 기본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토대로 한 연산입니다.
 연산을 통해 바둑이 정복될 수 있다는건 모두가 다 알고 있었죠. 시간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을뿐,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이 충격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알파고의 학습은 바둑에서 배운점을 스스로 다른 부분에도 적용시키고 확장시키는게 불가능합니다. 바둑만 잘두는 프로그램이죠. 이 알파고에게 그걸 시키는것과 확장 보완시키는건 사람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분야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바둑을 배움으로써 본인들의 연산 능력뿐 아니라 감각을 학습하고 응용하며, 창작할 수 있습니다. 딥마인드가 하는 학습이라는 개념은 결국 인간이 집어준 부분에 대해서 빠르고 방대하게 연산(시뮬레이션)하는 겁니다. 알파고의 경우 바둑판 모양을 연산하는거죠. 여짓것은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적인 한계가 가로막았습니다. 바둑이 그만큼 연산 기법만으로 정복하기 힘든 게임이였습니다. 바둑판에서 펼쳐지는 많은 모양을 기계에 개념화하기 어려웠고, 전부 계산하는건 하드웨어적으로 불가능했죠. 지금 알파고 또한 그걸 다 계산하진 못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두었던 데이터들을 기본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만들어서 누적시킨 뒤 입력된 임의의 모양에 승률이 높은 자리를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산하는거죠. 모양의 개념화를 알고리즘을 토대로 성공했다고 보면 됩니다.

자 그러면...
알파고가 물리적으로 사람이 1000년은 둬야되는양의 바둑 데이터로 cpu1200개 gpu170개의 연산을 통해 확률을 뽑아 30년 바둑을 둔 이세돌 9단을 이겼습니다.

 이세돌 9단과 같은 사람들이 두었던 기보, 사람이 만들었던 수들은 알파고 데이터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양질의 데이터를 누적시킬 시간을 굉장히 좁혀줬죠.
 이세돌 9단은 그간 사람과의 대국을 통해 바둑을 보여주고 설명하고 그와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들의 귀납 능력을 확장시켰습니다. 알파고 수준의 연산을 사용하지 않아도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념화 했죠. 알파고 개발진 중 이세돌의 바둑기보와 그 수를 보며 감탄하거나 배웠던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죠. 그가 두었던 수는 물리적 데이터로 확률화 시키지 않아도 사람은 이해해서 적용할 수 있고, 연산이 불가능한 불확실성에서도 뛰어난 효과를 자랑합니다.
 더불어 서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끼리 대면했을때 그들의 심리상태나 감정적인 요소까지 탐구하고 판단에 활용합니다. 그게 사람끼리 바둑을 둘때 말하는 기세와 맛이겠죠. 우리는 nba를 보면서 선수들의 심리, 기세, 스토리를 측량화 하지 않아도 가치를 느끼고, 부여합니다. 기계가 그 가치들을 판단하고 환산하는게 연산으로 가능할까요?
 그게 가능하다면 알파고는 분명 인류를 지배할지 모르죠.

 기계는 도구이고 사람이 사용합니다.

 기계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으로 아직 사람을 이기지 못했던 바둑을 목표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기계와 기계를 만든 사람들의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글에서 그 기계를 홍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죠. 몇몇 격한 반응을 보면 기능의 맹신을 만들어내기 충분한 쇼크를 받으신 것 같습니다.

 알파고는 바둑을 잘 둡니다.
 컴퓨터의 연산은 우리 생활에서도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죠. 사칙연산을 통해 스스로 답을 낼 수 있는 컴퓨터의 탄생이 그랬습니다. 튜닝과 관련된 영화에서 튜닝은 컴퓨터를 인격체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 계산기나 컴퓨터, 시리를 접했을때 그랬을지 모릅니다. 그(녀)를 다루는 방법이나 그(녀)의 한계를 명확히 알게 되는 시점부터 우리는 그것을 다시 기계로 강등시켰습니다. 토테미즘과 비슷한 부분이 있네요.
 그런 발전을 통해 우리는 지금 작은 컴퓨터를 스마트폰이라 부르며 달고 삽니다. 0과 1로 계산된 결과를 컴퓨터가 알려주거나 많은 부분 도움을 받으면서 인류는 더욱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사무직분들 일하실때 엑셀 수식 쓰시잖아요. 만약 알파고가 상용화 되면 그 연장선입니다. 더 복잡한 수식들과 사람이 숫자를 쳐야만 했던 입력의 일부분이 수식화 된거죠.
 물론 처음 엑셀같은 계산기가 보급되면서 주판을 쓰시는 분들은 일자리를 잃었을지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계산능력을 잃었나요? 수학을 컴퓨터에게 뺏겼나요? 알파고에게 압도적인 연산 능력이 있으니 사람은 필요없거나 알파고가 더 뛰어나다고만 생각하는건 굉장한 모순입니다. 우리는 도구의 힘으로 연산력을 얻었고 그걸 응용하는 과정에 있는것 뿐입니다.
 베일리님의 이야기를 빌려오면 '알파고는 그 수를 왜 뒀는지 말해줄 수 없다.' 는 의미가 이와 비슷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의 추론을 연산화 시키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명확한 데이터화가 가능한 부분은 이론적으로 구현가능한 추론을 이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최적화를 통해 이제 바둑이라는 명확한 데이터화가 가능한 부분에서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연산과 저장능력을 바탕으로 사람의 효율을 넘어섰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지금 컴퓨터만큼의 연산력이 있거나 저장능력을 스스로 갖추지 않는 한 여짓것 내려온 바둑 격언이나 바둑을 통해 사람들이 얻은 가치는 앞으로 우리가 도구를 만들거나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파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바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알고리즘이나 기술또한 마찬가지구요. 단지 그것이 알파고 스스로의 가치가 될 순 없습니다. 알파고의 능력을 바둑의 승패로 봤을때 사람보다 뛰어난가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나왔습니다. 계산기가 사람보다 연산이 뛰어난가와 같이 말이죠. 지금 인공지능은 사람의 연산력이 아닌 사고능력을 모방 구현하기 위한 과정에 있는것이고 정보처리기술의 발달과 함께 룰이 제한된 상황에서 컴퓨터와 같이 더 높은 효율을 보여주는 것일 뿐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상상조차 놀라웠던 스카이넷의 인공지능이 떠오르네요.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스카이넷이 별건가요. 지금처럼 cctv와 손에 든 휴대폰으로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며, 내가 쓴 글들과 소비 패턴을 통해서 나에 대해서 데이터화가 가능합니다. 이게 모든 사람의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는게 가능해지고, 그걸 어떤 한 사람 혹은 기관 기계가 통제하는거죠. 마음만 먹으면 모두를 죽일 수 있는 화력과 기술력은 이미 갖추고 있는거 아닌가요?
 우리가 기록을 시작하고 경험된 역사를 바탕으로 보면 도구의 능력이 올라가게 된다면 도구를 걱정할게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의 도덕성과 윤리, 사상이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올라갑니다. 바퀴와 철의 제련을 이용해서 정복전쟁을 시작했고, 증기기관으로 제국주의를 만들었습니다. 원자폭탄과 살상무기들은 말할것도 없죠.
 제가 지금 무서운건 알파고가 아니라, '알파고보다 발전된 도구를 손에 쥔 인간이 충분한 도덕적 성숙을 이룩했는가?' 라는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가장 핫한 재미있는 이야기라 시간가는지 모르고 적었습니다. 이 글은 쓰다보니 좀 멀리왔지만... 알파고와 관련해서 상실감이나 무기력감 그리고 충격이나 공포를 느끼시는 분들이나, 인공지능의 진일보가 눈앞에 펼쳐질 것 처럼 느끼시는 분들에게 생각을 나눴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사람의 연산 외 능력의 향상이나 도덕적 성숙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하는 엉뚱한 사람이 됬네요.

 P.S 사실 제 부족한 지식이나 모자란 필력으로 적힌 문외한의 글 보다는... 아직 안읽어보셨다면 베일리님의 글이 훨씬 양질에 명확한 글이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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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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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3 04:43:39

새벽에 작업하다 들어와서 차분히 읽어봤습니다. 

문외한이시고 필력도 모자르시다 하셨지만 작성하신 글은 충분히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알파고가 이긴 걸 비통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도리어 인간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처음엔 진짜 인간 수준에 다달아서 스스로 생각하고 깨우치는 괴물인가 싶어 신기하게 생각한 알파고도 정보를 파고들고 원리를 배워갈수록 경외심 보단 그걸 만든 사람들이 정말 천재다 싶습니다.
다시 한 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R
2016-03-13 05:01:34

구글측에서 했던 어느쪽이 이겨도 인류의 승리라는 이야기가 딱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알파고에 대해서 이렇게 파고들어 그 개념이나 작동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학습한다는것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므로 생각이 많아지는 사건이라 즐겁네요.

바둑에 대해 애정이 많으셨던 분이나
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던 분이나
즐겁거나 무서운 상상을 해보셨던 분이나
알파고의 탁월함을 높이 생각하시는 분이나
인간의 사고능력을 높이 생각하시 분이나
읽으시기에 크게 불편함이 없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다보니 중구난방이 되버린것 같은데...
아무쪼록 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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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3 05:46:48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에서 제 닉네임이 언급되었기에 제가 다시 알파고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알파고는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다른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몬테카를로 방법을 사용합니다. 몬테카를로 방법은 어느 국면부터는 눈앞의 반상을 평가하는 방법이 그곳에서 아주 여러번 랜덤하게 계속 수를 두어 매번 승부를 결정해서 승리의 확률을 얻습니다. 탐색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수들에 대해 이런 식으로 승리의 확률을 계산해서 가장 높은 확률은 얻은 수를 실전에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샘플이 완전히 랜덤인 경우에는 이런 방식으로 좋은 수를 찾기 위해서는 정말로 많은 표본이 필요합니다. 어느정도 많은 표본이 필요하냐하면 컴퓨터의 연산 능력 밖으로 많은 표본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알파고와 다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랜덤 샘플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유용한 샘플을 선택하는 자체 방법을 상요합니다. 여기서 알파고는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우월합니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인풋의 선형조합인 가치함수를 사용하는데 반해, 알파고는 훨씬 진보된 딥 cnn의 정책망과 가치망을 사용합니다. 이에 따라 알파고의 몬테카를로 서치는 기존 프로그램들보다 효율적으로 선택된 표본 위에서 이뤄집니다.


제가 '알파고는 그 수를 왜 뒀는지 말해줄 수 없다.'고 한 것은 알파고의 그 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뮬레이션 대국들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효율적으로 선택된 표본이긴 하지만 세세한 수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 랜덤에 가깝고, 실제 대국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수학에서 큰수의 법칙이 적용되듯이 크거나 효율적인 표본에서 최적화 된 답은 실제 답과 매우 유사합니다. 결국 알파고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답(그런게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과 유사한 수를 매번 찾아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파고의 몬테카를로 방법은 포석 단계부터 사용되기는 어렵습니다. 탐색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사람이 포석 단계에서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세돌 9단의 어제 대국은 초반부터 근접바둑으로 공격을 택한 게 컴퓨터를 도와준 거 같습니다. 근접전이 벌어지면 탐색 범위가 좁아져 몬테카를로 서치에서 얻어진 수가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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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3 06:16:27

제가 로그인은 잘 안하지만 베일리님 글은 늘 챙겨보고 있습니다.
사실 알파고의 이론에 대해서는 베일리님 글을 링크로 올리고 싶었는데 링크 올리는 법을 몰라서 시도하다가 실패해서 아쉬웠습니다. (유튜브는 알겠는데...)

어제 알파고 글에 옛날에 적어주신 인과관계 글 링크를 걸어주셨는데 제가 남긴 댓글을 보게 됬습니다. 완벽한 금융상품 이론이 나오기 힘든 이유를 그 글을 통해서 어느정도 이해했던것 같은데 그 내용을 제가 더 확실하게 숙지하고 있다면 이보다 더 보시기 좋은 글로 전달할 수 있었을것 같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가 가르쳐주신 배움의 지속성과 활용이 부족하네요...

 저도 알파고 프로그램의 기본방식을 설명해 주신 뒤에 초반에 돌을 흩어두어 중반에 동시다발적인 전투를 유도하는게 유리한 방법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적어주신 글들 덕분에 제가 인공지능에 대한 무조건적인 경외나 맹신에 빠지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써 해야되는 일들과 그간 기술의 발전들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적응해왔는지 떠올리게 되는 단초가 됬습니다.

1
2016-03-13 05:51:46
먼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 글에서 쓸 내용인가 싶기는 하지만, 아래쪽에서 의견을 쓰신 두분의 의견도 같이 읽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일종의 양비론 같긴 하지만, 전 두분의 주장이 다 맞다고 생각합니다. 상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좀 더 나아가면 픽님의 글에 가장 공감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계산하는 과정은 기계와 똑같지 않나 싶습니다. 계산기라는 도구 자체가 복잡한 수식을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 발명한 것이니까요. 결과를 빠르고 쉽게 알기 위해 만든 도구라는 겁니다. 결과를 위한 도구에서 과정을 찾으면 안되겠죠. 다른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체스도, 스타크래프트도 게임은 결국 경우의 수이고, 확률이죠. 확률계산에서 기계를 이길 수 는 없습니다. 

따라서 기계는 편리 합니다. 결국 기계때문에 인간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둘 수도 있죠.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있더라도 충분히 사유할 수 있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기계가 대신 해 주는 생각은 계산이지, 사유가 아니니까요. 물론 사람들이 귀찮기 때문에 사유하는 것을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음은 인정합니다만, 문제는 인간이지, 기계는 아닙니다. 오히려 사유하지 않는 인간을 원하는 사회, 사유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를 비판해야지, 단순히 계산만 해주는 기계를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죠.

시속 1200km로 날아다니는 비행기는 이/착륙을 제외한 항로의 대부분을 자동항법장치를 통해 이동합니다. 온/습도, 풍속, 풍향, 타 비행기의 위치 등등의 정보를 종합하여 최적의 방법과 속도로 이동하게 되죠. 자동항법장치가 없었을 때는 사람이 직접 해당 계기판을 보고, 관제탑과 송/수신을 하고, 기존의 경험에 미루어 최적항로를 찾았습니다. 자동항법장치 덕분에 사람의 수고가 줄었죠. 
물론 자동항법장치는 '왜 비상상황시 기장 및 승무원이 승객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주지 않죠. 하지만 최적항로라는 결과를 위한 자동항법장치에 해당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러려고 만든 기계가 아니니까요. 현재로는 불가능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래에도 가능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비상상황시 자동항법장치에게 기체 파손이 최소화되는 최적 루트를 찾도록 할 수 있는 정도는 시켜도 잘 해낼겁니다. 왜 승객을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승객을 많이 살리는 방향으로 운전시킬 수는 있다는 거죠. 자동항법장치에게 맡길 수 있는 부분을 맡기고, 승무원들과 부기장들이 동요하는 승객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말이죠. 

여기서 기장이 그릇된 마음을 먹고 자기만 살고 모두가 죽도록 항로를 수정한다면 엄청난 비극이 일어나겠지만, 여기서의 문제는 자기장의 인성과 윤리의식이지, 자동항법장치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기장 선발에 있어서 그러한 인성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선발방식과, 윤리의식이 부족하더라도 기장이 될 수 있도록 방관한 사회의 책임이라는 생각입니다.

Updated at 2016-03-13 05:56:34

적고나니 글이 너무 길어서 4줄 요약정리를 하겠습니다.


1. 인간의 계산 = 기계의 계산. 단, 기계 계산이 더 빠름
2. 인간의 사유 =/= 기계의 계산. 기계는 사유할 수 없음.
3. 사회에서 사유를 필요로 하는 부분은 인간이 맡아서 하고, 단순한 계산은 기계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요?
4. 사회에서 사유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없거나 부족하거나 모자라다면, 그것은 기계의 탓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같네요. 
2016-03-13 06:00:53

제가 비슷한 내용을 바로 아래에 적었습니다. 계산만 말도 안되게 빠를 뿐이지 컴퓨터의 문제해결 방식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보다 너무 까마득히 뒤쳐져 있어 영원히 따라잡히지 않을 수준입니다.

WR
Updated at 2016-03-13 06:57:40

아래 정리하신 내용보다 글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논리와 들어가는 항법장치에 대한 예시가 이해를 쏙쏙 돕게 만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부러운 필력이자 사고력을 가지고 계시네요.
 아마.. 사유와 관련된 부분은 산업혁명 이후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공산주의 사상이 시험대에 올라간 것 처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람의 생존이나 욕망을 위한 윤리 사상적 이데올로기나 판단이 마찬가지로 시험대에 올라갈 것 같습니다. 그 시험대에서 우리가 연산이 아닌 사고적으로 충분히 성숙했는지가 성공적인 기술정착을 만들지 위기에 봉착하게될지를 결정하겠죠.
 말씀해주신 것 처럼 그건 기계나 인공지능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와 사람에 대한 문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9
2016-03-13 05:56:37

그리고 컴퓨터보다 연산능력이 수억배 떨어지는 인간이 알파고나 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대등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사고패턴이 컴퓨터보다 수억배 이상 유연하기 때문입니다. 매 수마다 수백만의 샘플대국을 종료시키는 시뮬레이션은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 쓸데없는 낭비일 수 있습니다. 단순 연산능력이 수억배 뒤질 뿐이지 다른 모든 측면에서 우리는 컴퓨터를 압도하고 있고, 그것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2016-03-13 06:02:43

햐...이거 좋은 시선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망각하고 있었던 사실이네요.

써먹어야겠습니다. 
WR
1
2016-03-13 06:26:27

 지금의 기술이 진보해서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보다 연산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부분은 많을 수 있으나 모방하거나 대채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게 핵심같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히 모방될거라고 겁먹는거죠.
 언젠가 모두 대채되거나 모방된다는건 아직은 상상의 영역이죠.

그건 전에 말씀해주신 연산의 과정에서 왜?라는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없고, 연산의 목표를 처음부터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 해결된다면 가능하겠지만... 말씀하신 것 처럼 영원히 바뀌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1
2016-03-13 09:12:33

지금까지의 인류의 역사가 정상을 위해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를 외치며 
쉼없이 올라왔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이 올라온 길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앞으로 어디로 갈 지를 고민한 지점에 온 것 같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는 가던 행로를 그만두고 뒤돌아가는 것일 수도 있지요.

WR
1
Updated at 2016-03-13 13:34:30

사고에는 구분하기에 따라서 많은 영역이 존재하지만 한 방면의 가치만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한쪽이 높아서 벨런스가 맞지 않는다면 한쪽을 뺀다기보다 다른 부분들을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벨런스를 잡아야된다고 봅니다. 기술의 진보가 멈추거나 억지로 막을 수 있는것은 아니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통제나 퇴보가 아닌 자유를 바탕으로한 성숙이라고 생각합니다.

2016-03-13 13:52:08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두려운 것은 그것과 비례하여 계급이 공고해 진다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되면 기술은 사람을 해방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통제하는 도구로 쓰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더욱이 원전사고에서도 볼 수있듯이 단순히 누군가가 누군가를 착취하는 것 이상으로
공멸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샌더스와 트럼프의 예로 볼 수 있듯이 세상은 점점 양극화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지요.
더 이상 부분적인 조정으로는 힘들고 빅뱅의 시기가 가까워 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퇴보라는 것은 시간이 직선으로 흐른다는 관점에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문명이나 삶을 하나의 여행으로 본다면 여행자는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런 삶은 원을 그리게 되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존재는 경험을 하였으므로 같은 지점에 있더라도 다른 존재가 됩니다.

단순히 말해서 
내가 편리하게도 살아봤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게도 살아도 봤는데
그거 별거 아니더라구.
가까운 거리에 친구도 있고 불편하더라도 조금 쉬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지금이 더 좋아.
라고 선택할 수도 있는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WR
Updated at 2016-03-13 15:40:44

인류의 생존을 봤을때 사람 판단의 다양성은 표준분포곡선을 그리는게 도움이 됩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판단을 하는 사람도 있고 미래를 상상하며 꿈꾸는 사람도 있고... 선택도 마찬가지 였을때 무언가 결정을 이 후에 판단하게 되죠.

말씀해주신 격차가 심해질때 나는 상황들을 우리는 많이 겪었습니다. 왕조가 반란으로 무너질때가 그렇고 프랑스혁명이 그렇고 노예해방이 그런 것과 비슷하겠죠. 그 결과 우리는 사고와 생각의 발전을 이루기도 하고 대량학살과 같이 되풀이하면 안될 역사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중요한건 모두의 생각은 독립적으로 의미를 지니고 이렇게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겠죠. 말씀하신 생명체로써 삶의 여유를 갖는 것이 인류에게 더 바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좀 벗어난 이야기 같지만 삶의 의미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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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3-13 09:25:13

컴 전공자로는 저 정도 하드웨어에 새로운 알고리즘 적용해야 바둑을 이기는구나 생각했네요. 바둑기사의 위대함이라 생각이 들더군요.

WR
Updated at 2016-03-13 13:13:02

저도 하드웨어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저런 연산자와 유한한 상황에서 수를 맞둘 수 있는 사람의 지능에 대해서 다시한번 감탄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3국을 거쳐가면서 방식이나 방법을 바꿔가고 점점 새로운 수단을 찾아가는 모습에 감동하기도 했구요.
 사실 알파고를 만든것도 사람의 지능이고 그 바둑능력을 진일보시킨 근간도 기보에 담겨있는 바둑에 관한 사람들의 노하우긴 하죠.

2016-03-13 09:47:05

저는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TV에서 빅데이터 떠들때도 '저게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나?' 싶었는데
충분한 양의 데이터와 그걸 샘플링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천재 몇 명이 있으면
엔간한 사람보다 훨씬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시대가 금방 온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페이스북에 우리가 올린 글이나 친구들 명단, 친구들이 쓴 글 같은 걸 분석하여
이번 선거에 누구한테 투표할지 아주 정확하게 알아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중국에서는 이미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페이스북 자료를 이용하여 어떤 사람이 보험 상품을 구매하는지 패턴을 알아내면
많은 보험 설계사들을 해고해 버리고, 정말로 보험을 살 확률이 높은 사람들만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보험을 팔 수도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왜 저 사람은 보험을 살 것인가?'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저 사람이 보험을 살 확률이 높다'가 중요하죠.

기존 보험 설계사들이 자신의 직관에 의해 영업을 해 왔다면
수많은 자료와 그것을 분석한 천재 몇명이 더 위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WR
Updated at 2016-03-13 15:31:22

중국에서 그런것을 한다는 글을 프리톡에서 본적이 있는것 같습니다. 심지어 점수제로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하죠.
바둑과 달리 보험을 판매한다는 가정을 해보면 보험을 살 확률이 높은 사람들을 뽑아서 영업을 하는건 지금 사람들이 판단하고 사고하는걸 줄여주거나 활용할만한 정보의 근간이 되긴 할 것입니다. 다만 회사와 판매하시는 분이 그렇듯... 보험을 사려는 사람들의 현실은 데이터와 달리 확률이 아닌 인과에 따라 변화하고 정보와 실제의 불일치가 일어날 확률이 높으며, 지금의 기술로 컴퓨터가 뽑아준 대상은 우리가 구글 광고창을 보는것과 똑같은 수준일뿐 우리가 진짜 필요하거나 원하는 상대에 대한 탐색과 그 근간을 생각하는건 사람이죠.
 더불어 데이터화 시키는 과정에서도 판매원이 필요하거나, 보험연구원이 필요할 것 입니다. 우리가 통계프로그램이 굉장히 단순화 되면 도구로써 다방면으로 활용화 되듯 인간의 직관적인 질문을 수치화하는데 도움을 주는것 입니다.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그들이 이뤄놓은 노하우를 없애버리는게 아니라는거죠. 오히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하지만 중요한건 도구가 스스로 노하우를 쌓거나 변수를 찾아낼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사람지능의 역량과 도움이 계속 필요할 것입니다.

 그게 바둑에서 왜 그 수를 두었는지 알파고가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과 같습니다. 효과는 뛰어나고 정확한 계산이겠지만 새로운 상황이나 결과값에 대해서 가치를 부여하고 판단하는건 사람이기 때문이죠.

 말씀하신것 처럼 천재들이 더 위력적인 결과값을 보여주는 이유는 그들의 직관을 조금이라도 빌릴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직관을 이해하거나 발전시키는 부분은 불가능하죠.

2016-03-13 10:50:39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알파고를 손에 쥔 인간의 도덕성 준비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사람들은 그저..이세돌 불쌍하다 스타크래프트로 이겨보자 기계한테 질수없다 등등 그런얘기만 지배적이라 안타까웠었는데 나무보다 숲을 보시는 의견에 속이 뚤리네요

WR
Updated at 2016-03-13 12:49:00

사실 기술력에 관련된 대부분의 '사회'문제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온 인류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단순히 도구라고 보는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거나 활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고 저런 숙제들을 풀어야하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계가 그걸 대신해주는 일을 상상할 수 없죠.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03-13 11:17:11

바둑을 이기는 룰과 그 기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높은 확률을 찾는거...

언젠가 인공지능이 자신의 생존룰과 그 방법을 익히고, sns 나 인터넷의 방대한 정보를 통해 높은 확률의 선택을 하게 된다면 ...

그게 스카이넷이 되겠죠...

WR
2016-03-13 12:45:06

sns 빅데이터를 통해서 지금도 여론이나 상황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미 분석당하고 있지만 세상은 잘 굴러가는것 같습니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활용 가능할만큼 정보를 정확히 데이터화 할 수 있냐겠죠.
어찌됬건 사람의 판단을 근간으로한 빅데이터들의 페턴을 찾아내는겁니다. 그걸 도구화해서 계속 계산해주는것 뿐이구요.
컴퓨터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은 어림짐작하는거고 하나의 뇌에서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어림짐작하는 개념은 연산으로 표현 불가능한 개념입니다. 사람은 모두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게 아니지만 각자의 이유가 존재하고 서로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걸 불확실하더라도 계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손보고 데이터를 모으는거죠. 데이터화 될 수 있다는걸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가장먼저 해야될 일은 뇌를 칩으로 교체하는거겠죠. 개인적으로는 시도된 적도 있었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사고도 이해는 갑니다만...

Updated at 2016-03-13 11:58:16

https://www.youtube.com/watch?v=M8YjvHYbZ9w

구글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회사의 기계들입니다.
(사람타입도 있습니다.다만 2족 보행이라 아직 위의 개모양 로봇보단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여기에 알파고라는 소프트웨어만 넣어도 파급력이 엄청날거란 생각이 듭니다.

WR
Updated at 2016-03-13 13:35:38

여기서 말하는 파급력이라는게 어떤건지 궁금합니다.
알파고가 스스로 판단을 해줄 수 있을것 처럼 사람들이 들떠있는데 그냥 확률적으로 사람들이 선택해야하만 하는 일을 보정해주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기계를 움직이는건 우리가 옛날부터 보았던 로봇축구와 근본적으로 다를게 없습니다. 단지 그 모양이나 방식을 우리에게 익숙한것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는 거죠.

로봇이 부분적으로 사람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고 해도 인간이 쓸모없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계가 스스로 호기심 경험 판단으로 목표를 가지고 실행하고 극복하는게 사람과 같다면 기계가 인간의 손을 벗어나는게 가능하겠죠.
그게 가능한 날이 온다고 생각하시는게 아닌이상 그냥 우리가 겪는 기술의 진보일 뿐입니다.
그리고 기술의 진보를 해내는건 사람고, 그 진보를 통해서 누가 이익을 누리거나 누가 불이익을 당하는걸 결정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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