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여러분 상상만큼 대단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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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3-13 05:15:34
저도 이세돌 사범님이 졌을때 댓글로 '진심으로 죽기전에 스카이넷을 볼 수 있을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충격적이였죠. 이론상 연산으로 바둑을 정복하는게 가능하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하드웨어적으로나 최적화 부분에서 극복할 부분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그걸 직접 보게 된 순간 까맣게 잊어버리긴 했습니다. 무엇보다 5개월 전 알파고가 뒀던 기력을 들었는데 확률이 보정되는 속도가 가장 충격이였습니다.
물론 스카이넷에 대한 생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인공지능이나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이 데이터화되고 통제당할 수 있다는거요. 다만 스카이넷 스스로 사람들을 억업하는게 아니라 몇몇 지배층의 '사람'이 스카이넷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억압하겠죠.
지금 알파고가 사람의 사고를 모방해서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건 sf 판타지입니다.
알파고 바둑은 결국은 기본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토대로 한 연산입니다.
연산을 통해 바둑이 정복될 수 있다는건 모두가 다 알고 있었죠. 시간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을뿐,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이 충격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알파고의 학습은 바둑에서 배운점을 스스로 다른 부분에도 적용시키고 확장시키는게 불가능합니다. 바둑만 잘두는 프로그램이죠. 이 알파고에게 그걸 시키는것과 확장 보완시키는건 사람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분야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바둑을 배움으로써 본인들의 연산 능력뿐 아니라 감각을 학습하고 응용하며, 창작할 수 있습니다. 딥마인드가 하는 학습이라는 개념은 결국 인간이 집어준 부분에 대해서 빠르고 방대하게 연산(시뮬레이션)하는 겁니다. 알파고의 경우 바둑판 모양을 연산하는거죠. 여짓것은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적인 한계가 가로막았습니다. 바둑이 그만큼 연산 기법만으로 정복하기 힘든 게임이였습니다. 바둑판에서 펼쳐지는 많은 모양을 기계에 개념화하기 어려웠고, 전부 계산하는건 하드웨어적으로 불가능했죠. 지금 알파고 또한 그걸 다 계산하진 못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두었던 데이터들을 기본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만들어서 누적시킨 뒤 입력된 임의의 모양에 승률이 높은 자리를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산하는거죠. 모양의 개념화를 알고리즘을 토대로 성공했다고 보면 됩니다.
자 그러면...
알파고가 물리적으로 사람이 1000년은 둬야되는양의 바둑 데이터로 cpu1200개 gpu170개의 연산을 통해 확률을 뽑아 30년 바둑을 둔 이세돌 9단을 이겼습니다.
이세돌 9단과 같은 사람들이 두었던 기보, 사람이 만들었던 수들은 알파고 데이터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양질의 데이터를 누적시킬 시간을 굉장히 좁혀줬죠.
이세돌 9단은 그간 사람과의 대국을 통해 바둑을 보여주고 설명하고 그와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들의 귀납 능력을 확장시켰습니다. 알파고 수준의 연산을 사용하지 않아도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념화 했죠. 알파고 개발진 중 이세돌의 바둑기보와 그 수를 보며 감탄하거나 배웠던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죠. 그가 두었던 수는 물리적 데이터로 확률화 시키지 않아도 사람은 이해해서 적용할 수 있고, 연산이 불가능한 불확실성에서도 뛰어난 효과를 자랑합니다.
더불어 서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끼리 대면했을때 그들의 심리상태나 감정적인 요소까지 탐구하고 판단에 활용합니다. 그게 사람끼리 바둑을 둘때 말하는 기세와 맛이겠죠. 우리는 nba를 보면서 선수들의 심리, 기세, 스토리를 측량화 하지 않아도 가치를 느끼고, 부여합니다. 기계가 그 가치들을 판단하고 환산하는게 연산으로 가능할까요?
그게 가능하다면 알파고는 분명 인류를 지배할지 모르죠.
기계는 도구이고 사람이 사용합니다.
기계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으로 아직 사람을 이기지 못했던 바둑을 목표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기계와 기계를 만든 사람들의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글에서 그 기계를 홍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죠. 몇몇 격한 반응을 보면 기능의 맹신을 만들어내기 충분한 쇼크를 받으신 것 같습니다.
알파고는 바둑을 잘 둡니다.
컴퓨터의 연산은 우리 생활에서도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죠. 사칙연산을 통해 스스로 답을 낼 수 있는 컴퓨터의 탄생이 그랬습니다. 튜닝과 관련된 영화에서 튜닝은 컴퓨터를 인격체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 계산기나 컴퓨터, 시리를 접했을때 그랬을지 모릅니다. 그(녀)를 다루는 방법이나 그(녀)의 한계를 명확히 알게 되는 시점부터 우리는 그것을 다시 기계로 강등시켰습니다. 토테미즘과 비슷한 부분이 있네요.
그런 발전을 통해 우리는 지금 작은 컴퓨터를 스마트폰이라 부르며 달고 삽니다. 0과 1로 계산된 결과를 컴퓨터가 알려주거나 많은 부분 도움을 받으면서 인류는 더욱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사무직분들 일하실때 엑셀 수식 쓰시잖아요. 만약 알파고가 상용화 되면 그 연장선입니다. 더 복잡한 수식들과 사람이 숫자를 쳐야만 했던 입력의 일부분이 수식화 된거죠.
물론 처음 엑셀같은 계산기가 보급되면서 주판을 쓰시는 분들은 일자리를 잃었을지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계산능력을 잃었나요? 수학을 컴퓨터에게 뺏겼나요? 알파고에게 압도적인 연산 능력이 있으니 사람은 필요없거나 알파고가 더 뛰어나다고만 생각하는건 굉장한 모순입니다. 우리는 도구의 힘으로 연산력을 얻었고 그걸 응용하는 과정에 있는것 뿐입니다.
베일리님의 이야기를 빌려오면 '알파고는 그 수를 왜 뒀는지 말해줄 수 없다.' 는 의미가 이와 비슷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의 추론을 연산화 시키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명확한 데이터화가 가능한 부분은 이론적으로 구현가능한 추론을 이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최적화를 통해 이제 바둑이라는 명확한 데이터화가 가능한 부분에서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연산과 저장능력을 바탕으로 사람의 효율을 넘어섰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지금 컴퓨터만큼의 연산력이 있거나 저장능력을 스스로 갖추지 않는 한 여짓것 내려온 바둑 격언이나 바둑을 통해 사람들이 얻은 가치는 앞으로 우리가 도구를 만들거나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파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바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알고리즘이나 기술또한 마찬가지구요. 단지 그것이 알파고 스스로의 가치가 될 순 없습니다. 알파고의 능력을 바둑의 승패로 봤을때 사람보다 뛰어난가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나왔습니다. 계산기가 사람보다 연산이 뛰어난가와 같이 말이죠. 지금 인공지능은 사람의 연산력이 아닌 사고능력을 모방 구현하기 위한 과정에 있는것이고 정보처리기술의 발달과 함께 룰이 제한된 상황에서 컴퓨터와 같이 더 높은 효율을 보여주는 것일 뿐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상상조차 놀라웠던 스카이넷의 인공지능이 떠오르네요.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스카이넷이 별건가요. 지금처럼 cctv와 손에 든 휴대폰으로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며, 내가 쓴 글들과 소비 패턴을 통해서 나에 대해서 데이터화가 가능합니다. 이게 모든 사람의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는게 가능해지고, 그걸 어떤 한 사람 혹은 기관 기계가 통제하는거죠. 마음만 먹으면 모두를 죽일 수 있는 화력과 기술력은 이미 갖추고 있는거 아닌가요?
우리가 기록을 시작하고 경험된 역사를 바탕으로 보면 도구의 능력이 올라가게 된다면 도구를 걱정할게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의 도덕성과 윤리, 사상이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올라갑니다. 바퀴와 철의 제련을 이용해서 정복전쟁을 시작했고, 증기기관으로 제국주의를 만들었습니다. 원자폭탄과 살상무기들은 말할것도 없죠.
제가 지금 무서운건 알파고가 아니라, '알파고보다 발전된 도구를 손에 쥔 인간이 충분한 도덕적 성숙을 이룩했는가?' 라는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가장 핫한 재미있는 이야기라 시간가는지 모르고 적었습니다. 이 글은 쓰다보니 좀 멀리왔지만... 알파고와 관련해서 상실감이나 무기력감 그리고 충격이나 공포를 느끼시는 분들이나, 인공지능의 진일보가 눈앞에 펼쳐질 것 처럼 느끼시는 분들에게 생각을 나눴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사람의 연산 외 능력의 향상이나 도덕적 성숙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하는 엉뚱한 사람이 됬네요.
P.S 사실 제 부족한 지식이나 모자란 필력으로 적힌 문외한의 글 보다는... 아직 안읽어보셨다면 베일리님의 글이 훨씬 양질에 명확한 글이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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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작업하다 들어와서 차분히 읽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