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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와의 인연 [새끼를 낳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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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9 20:27:11

어제 오늘은 날씨가 정말 요상합니다. 따뜻하다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더 춥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중부 지방에는 어제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하고, 오늘은 부산에도 눈이 조금 왔습니다. 쌓일 정도는 아니고 흩날리는 정도의 눈이었습니다.


바람이 생각보다 매섭고, 다시 두꺼운 겉옷을 입게 만드는 그런 추위가 다시 왔네요.

지난 목요일? 쯤에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여전히 부른 배로 뒤뚱뒤뚱 와서 저와 어머니를 반겨줬습니다. 그 날은 따뜻해서 먹이도 주고, 제법 오랜시간 같이 있어줬습니다. 뭔가 배를 보니 정말 이젠 출산일이 임박했구나 느낄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애교를 부리고, 어머니 무릎 위에 올라와서는 내려갈 줄을 모르고, 내려가지 않으려고 몸을 움츠리고 졸고 있었습니다. 너무 편안해하고 있으니 이제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도 고양이를 위해서 조금 더 바깥에서 안고 같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게 너무 장시간되니 조금 곤란해져서 미안하지만 억지로 이제 집에가야 한다고 내려가야지 이러면서 억지로 떼어놓고 집으로 왔습니다. 오는 길에 뒤로 돌아보니 평소보다 뭔가 짠하더라구요. 힘 없이 앉아있는 모습, 뭔가 걱정이 있는 듯한 모습, 이제 나는 다시 혼자인가 이런 모습으로 돌아가는 저와 어머니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같이 집으로 가자, 우리 집으로 가자 이렇게 말을 못해줘서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이젠 정말 임박한 것 같은 그 모습이 계속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도 먹이를 챙겨서 나가봤습니다.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나가봤는데 고양이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아 정말 이제 새끼를 낳으러 갔구나, 이젠 여기를 떠났구나, 이렇게 예고없이 이별이 찾아오는구나, 이렇게 마지막일 줄 알았으면 그 날 조금 더 오랜 시간을 보내줄걸...통조림 아끼지 말고 2개 들고와서 먹여둘걸 이런 후회가 남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저한테 찾아온 그 작은 고양이는 그렇게 갑자기 이렇게 또 떠나가는구나 이런 생각이 주말부터 오늘까지 조금 우울하다면 우울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특히나 오늘 같이 추운 날이면 이 놈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이런 걱정이 됩니다. 저녁을 먹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고양이 있는지 한 번 나가보자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없을거라고 하시면서도 음식물 쓰레기 버릴 것도 있고 같이 가보자고 하시더라구요. 없으면 산책이라도 한 번 하자는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멀리서부터 고양이를 불렀습니다. 역시 근처에 없는 것인가 싶었는데요, 몇 발짝 더 걸으니 갑자기 풀 숲에서 야옹! 하면서 고양이가 달려나왔습니다. 며칠 만에 봐서 그런지 더 반가운 목소리를 내고, 거의 개들이 하는 그런 행동을 하면서 다가왔습니다. 추운 날 그렇게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니 더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불러있던 그 배가 홀쭉 해졌습니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것 같았습니다. 어디에다 낳았는지, 몇 마리나 낳았는지, 어떻게 그 힘든 일을 혼자 겪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무사히 새끼를 잘 낳은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앞에서 배를 보이면서 뒹굴거리는데 수고했다고,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냐고 이런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마도 며칠 동안 못봐서 그런 것도 있지만 고양이 자기 삶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큰 일, 두려운 일, 힘든 일을 겪고 누군가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었을텐데 그럴 사람이 없어서 자기도 어린데 갑자기 엄마가 됐다는 그 부담감에 힘들었을텐데 잠깐이나마 그 부담감을 내려놓고, 자신을 격려해주길 바라는 그런 사람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괜히 눈물이 날 것 같더라구요. 자기 한 입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식구까지 딸려서 그 식구들을 책임져야 하는, 그렇다고 환경이라도 좋고 그런 것도 아닌데 어디 안전하고, 깨끗하고, 따뜻한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을지 이런 것들이 너무 걱정도 되고, 또 너무 궁금했습니다.

평소보다 고양이는 경계심이 많아보였습니다. 애교는 부리지만 평소보다는 날이 선 듯한, 예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혹시나 오늘은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통조림과 오늘은 간식도 하나 챙겨서 나갔는데요, 먹이를 주니 허겁지겁 먹어치우더라구요. 아마도 배가 정말 고팠던 것 같습니다. 잘먹어야 젖도 잘 나오지 하면서 많이 먹으라고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https://youtu.be/tMsR2y19l_Y

먹고 나서는 또 어머니 무릎 위에 올라가서 응석을 부리고 일어날 줄을 모르더라구요. 새끼들한테 가봐야 한다고, 이제 엄마니깐 새끼들 돌봐야하는거라고 타일러서 겨우 보냈습니다.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스럽게 아파트 안 어딘가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듯 보였습니다. 몸은 가벼워져서 편해보이던데 새끼들을 어떻게 돌볼지 걱정이네요. 더 걱정인 것은 새끼들 다 키우기도 전에 또 새끼를 가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게 제일 걱정입니다.

새끼들은 몇 마리나 낳았을지, 또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네요. 힘든 일을 혼자 감당했을 고양이를 생각하니 대견했습니다.

내일도 저녁에 밥 줄게 오라고 말은 해뒀는데 알아듣고 와줄지 모르겠네요. 미역국이라도 좀 먹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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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2-29 20:59:29

애기들 좀 크면 급식소에 같이 데려오지 않을까 싶네요
수고했다 야옹아

Updated at 2016-02-29 21:58:04

먹이 주고 있으시면

생명연장을 위해서 tnr(중성화 수술 추천)드려요

우리나라에서 길고양이 대표적인 사망원인이 무분별한 임신이에요

tnr하면 예방접종도 같이 해줍니다.

카라같은데서 표획틀 받으시고 표획되면 봉사단체에서 대리고가요

2016-03-01 07:22:36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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