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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와의 인연 [번외: 동물에게 잘 먹히는 외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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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1 17:51:14

오늘은 인연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잠깐 스쳐가는 그런 길고양이가 있어서 소개드리고자 글을 적어봅니다.


날씨가 많이 풀렸더라구요. 햇살이 제법 따스해졌고, 바람만 불지 않으면 봄 날씨다 이렇게 느껴질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가족끼리 맑은 공기도 마시고, 산책도 할겸 집에서 차로 약 15~20분 거리의 체육공원을 찾았습니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가족단위로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도 있고 애완견 데리고 산책을 나오신 분들도 보이고 엄청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지쳤던 일상 속에서 모두 무표정으로 바쁘게 걸어다니는 평일의 길거리만 보다가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여유로워졌습니다.

그런데, 그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녀석이 하나 보였습니다. 처음 보는 곳에서 처음 만나게 된 검은 고양이였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야옹~ 야옹~ 우는데 괜히 한 번 불러봤습니다. 어디가느냐, 너는 완전 까만색이네 멋있구나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냈는데요, 제 옆에 와서는 울면서 자기를 보듬어 달라는 듯한 표정으로 또 다리에 막 머리를 비비고, 헤딩을 하고 계속 주변을 스쳐지나가면서 만져달라는 듯한 행동을 했습니다. 고양이는 사람을 잘 안따른다고 생각했고, 낯도 엄청 가린다던데 얘는 진짜 난생 처음보는 고양인데 마치 아파트에 있던 그 고양이처럼 와서 친한 척을 해서 놀랐습니다.

조금 쓰다듬어주고 하다가 집에 가는 길에 아파트에 사는 고양이 주려고 가져왔던 고양이 간식 2개가 있어서 그거 하나 줘야지 싶어서 주려고 그 포장을 딱 뜯었는데요, 얘가 널리 퍼지는 참치냄새에 못참고 흉폭하게(?) 변하더군요. 빨리 달라고 손을 툭 툭 치는 것은 이해를 하는데 포장이 잘 안뜯어져서 고생하고 있으니깐 갑자기 발톱을 세우고 제 다리를 붙잡고 가슴까지 타고 올라왔습니다.

검은 고양이가 발톱을 엄청 세우고 다가오니 진짜 무섭더군요. 그것도 제 몸을 타고 올라오니 순간 진짜 놀랐습니다. 올라오는 장면은 못 찍었지만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저러고 있다가 성큼성큼 제 몸을 나무타듯이 타고 올라온 셈이죠.

먹을 것을 주니 정말 게 눈 감추듯이 다 먹어버렸습니다. 통조림이 아니라 간식이다보니 양이 엄청 적었겠죠. 포장에서 나는 냄새를 쫓으며 더 없냐는 듯이 쳐다봤습니다.

참 얘도 보면서 마음이 아팠던 것이 꼬리가 이상하더라구요. 꼬리가 짧은데 다쳤던 곳을 제대로 치료를 해주지 않아서인지 이상하게 부풀어 올라서 안쓰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긴 것은 조금 무서웠으나 하는 짓은 사랑스럽던데 우는 소리나 이런 것은 조금 거친 상남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어떻게 저 고양이는 힘겹게 이별을 하고 체육공원을 산책하는데 이번에는 다른 애완견이 가다가 저랑 눈이 마주쳤는데 저를 빤히 보더니 저를 계속 따라오는 겁니다. 애완견주분께서 당황하시며 이쪽이야 이쪽으로 와야지! 이러는데도 개가 저를 쫓아오더라구요.

오늘 만난 저 검은 고양이도 그렇고 그 개도 그렇고 처음 보는데 저를 왜 다들 쫓아오는건지... 뭔가 동물한테는 좀 먹히는 외모인 것 같습니다. 어딜가나 동물들은 저를 좋아하는 것 같았거든요.

정작 따르라는 여자는 안따르고 동물만 따르네요...하하...

집으로 돌아와서 줄려고 챙겨온 간식을 들고 아파트 뒤 놀이터로 가보니 오늘도 어김없이 팔자 좋은 녀석이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란 것이 하수구 물을 목이 말라서 마시고 있더군요.

급하게 종이컵 어디서 주워와서 맑은 물 좀 떠서 먹이고, 새우맛 간식도 하나 줬더니 다 먹고는 이렇게 벌렁 누워서 또 졸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오늘 얘를 만나고 하시는 말씀이, 

아이고 얘야 아까 까만놈 보다가 너를 보니깐 넌 참 예쁘구나.
하루에 두 마리의 고양이를 만나게 됐네요. 둘 다 길 위의 생명이고, 안쓰러운 친구들인데, 그래도 제법 많은 사람이 사랑으로 보살펴주고, 먹이를 정기적으로 먹을 수 있는 아파트 고양이보다 오늘은 그 검은 고양이가 괜히 마음이 쓰였습니다.

언제 다시 체육공원을 갈 지 모르겠지만 저 고양이는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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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16-02-21 17:58:33

아 고양이들 너무 귀엽죠 아스카님은 고양이들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글에서 좋은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는 아파트에서 고양이들 볼 때마다 인사만하고 다가가진 않는대 앞으론 아스카님처럼 좀 친해져 봐야겠어요. 근데 왠지 도망갈듯한 느낌이 ...

2016-02-21 18:18:37

전생에 고양이셨나봅니다
고양이나 강아지나 언젠가 키워보고 싶은데 한몸 건사하기도 힘들어서 언제 키워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2016-02-21 18:19:58

저도 동물을 좋아해서 동네 고양이들 보면 이리온하면서 불러보는데도 절대 안오더군요 여자는 물론이거니와 동물들도 기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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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1 18:43:31

이쯤되면 거의 피리부는 사나이의 환생이 아니련지요. 

2016-02-21 19:00:04

인간형 카피바라

WR
2016-02-21 20:07:32

카피바라가 뭔지 검색해보고 빵터졌네요. 친화력 쩌는 동물

2016-02-21 19:01:18

혹시 향수향이 개다래나무향 아니신가요?

아님 방향제가 개다래나무향?
것도 아니면 집에 기르는 나무가 혹시 개다래나무? 
WR
2016-02-21 20:07:08
그런 것도 아닌데 왜 저한테만 이럴까요 흐흐
1
2016-02-21 19:52:42

저도 개들이 저만 보면 와서 머리나 엉덩이를 디밀더군요. 쓰다듬어 달라고요. 쓰다듬어주면 꼬리만 살랑살랑 하다가 손 떼면 바로 쫓아와서 또 디밉니다.

전에 길고양이도 한 마리가 와서 제 다리에 몸을 비비다가 제 무릎 쯤 오는 난간에 올라와서 앉더군요. 고양이는 사람 무서워한다는 얘기를 들은지라 머뭇머뭇하다가 쓰다듬어줬는데 또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뭔가 동물들이 보기에 만만한 닝겐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2016-02-21 20:21:53

제 생각에는 깜냥이도 그 공원에서 보살펴주는 분이 계신 거 같아요. 천성이 개냥이인 녀석도 보기는 했는데(새끼 때부터 무릎에 올라온 녀석) 사람을 잘 따른다 싶으면 이미 사람 손을 탄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나중에 다시 그 공원에 가셨는데 깜냥이가 안 보였다면 그사이 좋은 집사 만나서 따뜻한 집에서 잘먹고 잘살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어쩌면 아파트에 사는 삼색이는 새끼를 낳을 때 즈음이면 보기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를 수도 있지만 (←아파트의 길냥이들 담당하는 캣맘들이 근처에 집을 만들어줬을 경우) 배가 많이 부풀어 오를 때 즈음부터 새끼 키울 보금자리 찾아다니느라 멀리 떠나버리고 안 돌아오는 녀석도 제 경험상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두 달쯤 안 보이다가 새끼들 데리고 다시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니까 갑자기 사라졌다고 해서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사실 걱정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게 현실이에요.)

WR
2016-02-21 22:11:50

늘 이별은 마음에 두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면 집에 사둔 주인없는 고양이 밥이랑 이런 것들 보고 허전할 것 같아요.

2016-02-21 20:28:40

고양이가 "너를 내 집사로 임명하노라~" 하는겁니다 업어가세요 ㅎ

2016-02-21 21:29:18

제가 제일 부러워 하는 타입의 닝겐이시군요.

개와 고양이들이 따르는 타입의..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워낙에 강아지와 냥이를 좋아해서 둘 중 한마리라도 키우고 싶은데
철없던 10대 시절 강아지를 키웠을때 똥,오줌,청소를 주로 어머니께서 하셨던 기억 때문인지
20살 후반이 된 지금도 집에서 키우는건 절대 허락을 안하시네요... 

독립해서 키울까 생각은 해도 독립 자금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

뭐가 됐든 쉬운게 없는게 요즘 세상인거 같습니다.
2016-02-21 21:44:20

집사 1402호로 당첨되셨군요

2016-02-21 21:55:47

전생에 나코루루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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