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의 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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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2-01-19 00:06:33
어제까지 일곱경기 정도 봤습니다. 개개인에 대한 평가부터 해보죠.
듀란트- 가장 중요한 선수고 유례없이 꾸준한 슛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데뷔때부터 작년까지 시즌 초는 늘 좋지 못했고 특히 3점감은 시즌 중반이 지나서야 돌아오곤 했었는데 올해는 스타트가 대단하기도 했지만 메이드되는 슈팅의 형태나 범위가 거의 일정하다는 느낌입니다. 늘 보는 팬으로써 느끼기에 그간의 듀란트는 폭발적이지만 지독한 리듬슈터라 오픈이나 스크린 뒤에서 쏘는 상황에선 오히려 신뢰가 덜 가는 선수였는데 올해는 어느정도 열리면 거의 들어갑니다.
제일 중요한것은 공격형태가 바뀌면서 볼을 편하게 잡는다는 것이죠. 제프 그린이 있던 시절에 듀란트가 볼을 잡는 방식은 거의 베이스라인을 타고 나오는 컬이었습니다. 웨스트브룩이 탑에서 기다리다가 베이스라인을 타고 튀어나오는 듀란트에게 볼을 주면 듀란트가 직접 공격하거나 같은쪽 코너에 빠져 있는 제프 그린에게 패스해서 3점을 노리는 그런 방식의 공격이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듀란트는 너무 큰 선수라 그에겐 오프볼에서 수비를 떨궈내는게 굉장히 신경쓰이는 일이었고 같은 동선을 가져가는 해밀턴 타입의 선수들과 달리 제대로된 스크린을 받지도 못했죠. 스크린 없이 압박을 이겨내기엔 웨스트브룩의 컨트롤이 불안했기 때문에 크리스티치는 늘 바깥에 가 있었고 제프 그린은 애초에 코너로 빠져있었기 때문에 오펜스가 거의 올아웃이었습니다. 듀란트가 스윙해서 나오면 5명이 다같이 밖에 있고 듀란트가 수비를 떨구지 못해 막막해지면 웨스트브룩이 샷클락 조금 남기고 다시 볼 가져와서 일대일 돌파하는게 썬더의 경기에선 제일 흔한 패턴이었죠.
게다가 코너로 빠져있는 제프 그린의 3점 성공률마저 매우 좋지 못했기에 듀란트에게 몇 안되는 옵션이었던 슛동작에서의 점프패스도 거의 무산되곤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공도 어렵게 잡는데 잡고 나서도 코트가 좁아서 어떻게든 터프샷을 만들고 짜내야 되는 상황이 많았죠.
동료와 가진 기량이 달라지다 보니까 지금의 듀란트는 그때보다 볼을 편하게 잡습니다. 예전처럼 넘어와서 스윙하기보다 백코트한 자리에서 바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고 스윙하더라도 라인 바깥까지 나가지 않고 로포스트에 멈춰서 패스를 받는 경우가 많죠. 얼리 3점도 상당히 많이 던집니다.
그만큼 작년의 트레이드 이후 팀의 코트밸런스 자체가 완전히 변했습니다.
물론 듀란트의 개인적인 성장도 빼놓을수 없는 요소이겠죠. 제일 쳐주고 싶은게 패싱력입니다. 어차피 듀란트의 볼핸들링으로 수비를 완전히 제쳐내긴 힘들기에 볼소유가 길어지지 않는 선에서 점퍼 외에 다른 능력이 필요한데 원드리블 후에 골밑에 찔러주는 바운드 패스나 점프하면서 반대쪽 코너로 갈라주는 패스 등이 정말 효과만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여유가 생겼기에 가능한거지만 페이스가딩 앞에 늘 급했던 2~3년차 시절의 모습을 기억해보면 시야도 상당히 향상됐습니다.
더불어 속공피니쉬도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2번으로 뛰던 루키시절엔 2:1에서 자유투만 뽑아도 성공이라고 할 정도로 레이업까지 가질 못하고 턴오버하거나 어정쩡한 러너를 던지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혼자 뛰어도 웬만큼 마무리가 되고 빈자리 찾아들어가는 능력도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세폴로샤- 지난해에는 같은 자리에서도 들쭉날쭉했고 수비리바 가담이 너무 잦아서 속공에서마저 부진했기 때문에 한마디로 공격에선 되는게 없었습니다. 그래도 던지는 슈팅들을 보면 인앤아웃도 은근히 많은것 같고 코너에서만 쏘면 들어갈것도 같았는데 아무튼 중요할때는 구멍이었고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수비에서도 폼이 상당히 저하되어 있어서 전년도의 모습이 아니었죠.
올시즌 슛감은 시작부터 그야말로 쾌조인데 이렇게 넣어주면 완벽하지만 솔직히 내려갈거라고 보고 여기서 조금 내려가도 작년만큼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어차피 공격에서의 활용도는 별로 없는 선수고 영입 초기에 그가 보여줬던 속공피니쉬들도 이제는 다른 선수들이 있어서 크게 그립지 않네요.
이 선수에게 기대하는건 역시나 수비인데 골밑이 없던 예전에 비해 요구되는 범위가 줄어든 만큼 (예전엔 무조건 양옆으로 뛰어다니면서 스틸을 노렸었죠) 볼가진 듀얼가드들을 첫드리블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이 선수 수비가 원래 기다렸다가 슛방해에 집중하는 유형이긴 한데 레이커스 제외하면 경쟁팀중에 저런 수비로 스타퍼 붙일만한 팀이 별로없네요.
하든 - 이미 작년에도 빅3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선수였으나 플옵에서 약간의 기복을 겪었고 올 시즌 경기에선 완전히 만개했습니다. 지난해엔 어느 순간에 갑자기 드리블 돌파가 터졌고 => 속공패스가 살아났고=> 나오자마자 10점 가까히 뽑아내는 포스를 보여주면서 2쿼터를 이끌었는데 올해는 나오면 그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부문에서 활약이 대단하네요.
여러차례 썼듯이 이 선수의 장점은 여타의 듀얼가드들과 슈팅, 돌파같은 모든 플레이의 메커니즘이 반대라는 것입니다. 미드레인지가 없기에 픽앤롤이 어렵지만 세트샷을 쏘는 선수라 스크린 없이 돌파가 되고 미드레인지가 없다 보니 외려 볼소유가 짧죠. 2번이 타점낮은 세트샷을 쏜다는건 샷메이킹에 있어 분명한 약점이지만 이 선수의 경우엔 낮은 타점이 수비를 자극해서 (낚아서) 블럭을 시도하게 하고 이 선수도 점프타이밍을 기다려서 낚고 파울유도하는게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하프코트에서 돌파할때 보면 앤드원 노릴 생각도 안하고 대강 떠서 파울만 뽑는걸 볼수 있죠.
또 이 선수의 장점은 속공을 혼자서 만들고 리드할수 있다는건데 아무튼 지금처럼 식스맨으로 나오는게 활용면에서 제일 낫다고 봅니다. 나머지 벤치멤버들이 하든이 만들어내는 흐름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일대일 공격력은 제로에 수렴하는 선수들이고 무엇보다 세폴로샤가 지금 정도의 슛감이라면 시작부터 하든이 아쉽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미들라인에서의 점퍼도 많이 익혔고 그럴듯한 궤적을 그리기도 하던데 아무튼 이 선수의 장점은 자유투만으로 5~6점을 가뿐히 뽑아내는 감각이니까 그냥 지금 롤에만 신경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웨스트브룩- 시즌 초에 보고 추워지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이없게도 얘마저 기량이 늘었습니다.
예전부터 한참 썼지만 이 선수도 일반적인 돌파형 1번과는 메커니즘이 다른 선수입니다. 마인드는 공격형이지만 토니 파커나 데릭 로즈처럼 스크린 사이로 파고들어와서 센터와 자기 마크맨,헬프수비수 등 2~3명을 모아놓고 바깥의 슈터에게 킥아웃 패스를 날리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작년까지 얘가 돌파할때는 자기편 스크린이 방해가 될때가 많았습니다. 돌파로 킥아웃 패스를 만들려면 스크린을 받자마자 찔러들어가서 수비를 모아야 되는데 이 선수는 원래 1번 출신이 아닌고로 컨트롤이 불안하다 보니까 스크린 뒤에서 늘 준비동작을 길게 가져가다 돌파를 시작하곤 했었죠. 더불어 돌파의 필수요소인 스텝과 플로터,빠른 레이업 등이 갖춰지지 않아서 페인트존까지 가도 여타의 임기응변 없이 일단 뜨고 보자 식으로 수비달고 뱅크슛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러다보니 중거리가 좋은 크리스티치와도 일반적인 형태의 픽앤팝은 거의 없었고 (대신 돌파할때 따라가면서 핸드오프로 받아서 많은 슛을 성공시켰죠) 하프코트에서 나오는 어시스트의 대부분은 점프뜬 상태에서 가까운 선수에게 골밑슛 만들어주는 패스들이 많았습니다.
강한 돌파와 정확해진 중거리를 생각하면 2:2가 될것도 같지만 스크린 사이로 침투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그리고 1번으로썬 불안한 키핑 때문에 갠적으로 2옵션은 될수 있어도 킥아웃을 무기로 삼는 파커나 로즈 타입의 돌파형 가드는 될래야 될 수가 없는 선수라고 판단했구요.
그런데 이 친구가 달라졌습니다. 속공에서 수비달고 점퍼를 쏘는 등의 본헤드 플레이는 여전하지만 적어도 하프코트에서는 어거지로라도 왼손레이업을 올라가거나 (전에는 80% 이상 골밑슛 내지 뱅크샷이었습니다) 등진 상태에서 점프패스 하더라도 의식적으로 코너를 노리는 플레이를 하더군요.
이게 이 선수의 아이덴티티라고 보진 않습니다. 다 아는대로 공격적인 선수고 공만 잡으면 센터와 부딧혀도 끝까지 올려넣는 힘과 체공력이 이 선수 매력이면서 강점이니까요.
다만 팀플과 공격력을 연결하기 위해선 수비를 모을수 있어야 하고 동료들이 그의 패스가 나오는 길은 예상할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1번이라면요. 드리블 중간에 옵션을 갖고 수비를 모아서 패스하는 선수와 일단 점프하고 나서 다음을 결정하는 선수는 파생효과라는 면에서 위력이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팀에는 이제 하든이라는 또 다른 에너지원이 등장한 상태구요.
때문에 백다운에서 균형을 잃으면서도 코너의 세폴로샤를 찾고.....가까운 거리에서의 점퍼 대신 왼손레이업을 시도하는 웨스트브룩을 보면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대 그보고 정통1번이 되라는건 아닙니다. 그럴만한 시야나 마인드를 갖춘것도 아니고 그런 플레이가 맞지도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엘리스처럼 돌파가 정교하거나 하든처럼 원숙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공격이 한번 말리면 다 무시하고 힘으로 뚫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선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늘 복장을 터지게 하면서도 돌아보면 눈부시게 발전해있는 노력형 선수입니다. 더 기대하면 무리인가 싶다가도 간만에 보면 또 깜짝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니까요. 다만 한번 경기가 말리면 지독한 근성으로 패싱게임을 해치기에 앞으로도 그의 턴오버와 난사에 수없이 땅을치게 될지 모릅니다. 당장 시즌 초의 모습을 보면서도 이 페이스면 계속 공존하기 힘들겠다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저돌성과 발전속도는 하든이나 듀란트와는 또 다른 썬더의 무기임에 틀림없고 플옵에서 위력을 증명한 그가 지금처럼 예상가능한 패스들을 공급해줄수 있다면 빅3 전원이 스텝업한 썬더는 우승후보로도 손색없는 팀이 될 것입니다. 템포만 꾸준하면 가진 무기는 많은 팀이니까요.
그런점에서 기록은 하락했을지 몰라도 분명히 성장했습니다..
p/s 너무 길어져서 다른 선수들과 경기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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