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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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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3-13 19:37:45

이세돌9단은 일반적인 프로기들이 학습하는 방식인 


'기보를 통해서 공부한다' 라는 통념이 많이 희석되있는 기사입니다. 

물론 기보를 보죠. 하지만 그게 일반적이거나 공부량이 많은 기사들에게 비교하면 상당히 적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최강이 됐을까요? 천재입니다. 아마 지금껏 바둑역사상 가장 천재적인 기사라면 이세돌이 아닐까 싶은데요. 

물론 노력도 많이 하죠. 그게 바로 실전대국과 복기입니다.

이세돌9단은 아주 어린나이에 입단한 기사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 이미 프로 초일류급에 수읽기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단하고 바로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부침이 있었는데 포석을 끌어가는 능력이 좀 부족했던 점과 경험치 부족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서서히 대국이 늘어가고 경험치가 쌓이면서 이창호 다음 세계 1인자가 되었죠.

그는 바둑을 허투루 두는일이 없습니다. 프로기사라면 전부 바둑의 집중합니다. 

다만 그 집중력의 차이겠죠. 바닥에 동전들만 떨어져있다고 가정해보죠.

일반적인 사람은 500원짜리만 줍습니다. 바둑을 좀 둔다는 사람들은 100~50원짜리 까지 줍습니다.

프로기사들은 개개인에 따라 50원짜리도 줍고 10원짜리까지 줍습니다. 1원짜리를 줍는 사람도 많지만 몇개 줍지 않습니다. 

이세돌은? 1원짜리까지 줍고 바닥에 뭐 다른게 떨어졌나 살펴봅니다. 

집중력 정도와 그 유지력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바둑이 끝나면 대국자들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데 그 과정이 가장 긴 기사가 이세돌입니다.

원래부터 조금 비관파의 기사이지만 본인의 잘못된점을 되짚어보고 상대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상대의 생각을 수용하면서 학습하려는 자세가 남다릅니다.

기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덕목이지만 그럼에도 다름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내용이 복잡하거나 의견교환이 많아지는 대국이면 1시간은 보통입니다. 

1년은 안된 이야기 같은데 조한승9단과 대국에서는 어려운 장면이 많아서인지 거의 2시간을 가깝게 복기를 하더군요. 

뭐 복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래 나와서 좀 끄적여봤습니다.


nba 선수가 개인훈련은 평균 조금 못미치는데 시즌 풀경기 뛰고 국대 경기 뛰고 비시즌이면 다른나라 경기 뛰고 경기끝나면 꼭 비디오분석 열심히 하고 집에가는 ... 뭐 그런느낌이라고 보시면 될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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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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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3 19:44:39

경기가 끝나자마자 승리의 기쁨보다 바로 복귀 모드로 돌입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 때와는 또 다른 엄청난 집중력이 느껴졌어요. 거기어 다른 프로 기사님들이 합류하며 토론이 이어지는데 와... 멋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그네들의 세계가 어떨지 참 궁금하며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WR
2
2016-03-13 19:52:13

이 세계로 한번 와보시죠.

참고로 복기라는게 꼭 해야되는건 아니라 너무 믿을수없는 바둑을 졌거나 너무 못둬서 지면 그냥 안하고 마는 기사도 있습니다.

2016-03-13 19:59:33

하하하... 바둑에는 영 소질이 없습니다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찌 그 세계를... 그저 승부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승부 따윈 안중에 없었다는 듯이 바둑(복기)에 몰입하는 그 분들의 세계가 뭔가 초월의 경지처럼 보였거든요 


ps. 초등학교 시절 학교 바둑 교실에 잠깐 가본 적이 있는데 금방 포기했던 게 기억나네요 데헷...
2016-03-13 19:50:33

바둑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하죠

WR
2016-03-13 19:53:35

어렸을때도 지금도 바둑앞에서는 당당하면서 또 겸손한것 같습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서도 항상 배우려는 자세가 있어요.

2016-03-13 19:50:33

정작 알파고랑은 복기를 못하니
참 답답할 것 같습니다

대국조건에 원하는 시점으로 되돌려
복기 몇 번 하기를 넣었어야하는데

WR
2016-03-13 19:56:01

1국끝나고 아자황에게 말건내는데 좀 웃겼어요.

젊은기사들이 거의 다 백령배를 가 있어서 대국 끝나고 의견을 나눌 사람이 다양하지 않다는게 좀 아쉬울겁니다.

복기라는건 자기성찰을 하면서 심적 안정감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패자는 안정이고 뭐고 하루종일 짜증나는게 보통입니다만...

2016-03-13 20:08:43

글 잘 봤습니다
전혀 모르는 세상이라서 흥미롭고 또 궁금합니다

짐작이지만 저는 놀라운 게
치열하고 어쩌면 자기 밥줄이 달린 승부잖아요
상대를 이겨야 벌어먹을 가능성이 커지고요

그런데 낭떠러지에서 서로 끝없이 미는 대결이 끝나고... 같은 공간에서 그 힘의 균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입니다

NBA 에서도 요새는 이런 경우가 있지만 이전에는 끝까지 적개심을 들어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뭐 제가 모르는 상황이 훨씬 많겠지만요.

바둑 TV 만 봤기 때문에 다른 해설자들이나 중계진은 모르겠는데요... 승부가 나고 다시 되돌아보는 게 정말로 흥미롭더군요. 제가 원래 예술작품이나 과학이나 한번에 이해를 못해서 여러번 보는 게 좀 많아서 그런지 그 장면이 보기 좋더군요. 컴퓨터도 감당하기 힘든 다양한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보는 건 실제 회사에서 명운을 걸고 사업을 일구는 것과 동일하다고 느껴지고요

그런데 언급하신 집중력을 가진 이세돌 선수는 몇수나 들어갈수 있을까요? 최고 집중력을 아마도 꾸준히 유지하는 건 버거워보이고요... 평균적인 집중력과 최하점의 집중력이 왔다갔다할텐데요... 궁금하네요.
이세돌 선수의 1, 2, 3국과 오늘 4국에서 집중력에 의한 수읽기가 큰 차이가 없다면 바둑이 더 오묘하게 다가올꺼 같습니다

알파고의 수읽기는 상상하기 힘드네요

1
2016-03-13 20:14:36

저희야 하수 중의 하수지만
프로들끼리는
대국 상대방의 생각이 제일 궁금할 것 같습니다
요것만 잘 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수에 대해
제일 잘 아는게 바로 앞의 상대방일테니까요

정말 기력을 갉아먹는 승부라
20대 중반 이후 꺾이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2016-03-13 21:33:32

예 그렇군요
저는 전혀 모르지만 말씀을 보니 상대방의 의중을 읽어내는 심리전도 바둑의 중요한 지점인 거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반을 차지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고 보여지며 전속력으로 직진만 해도 될테지만 상대방을 못가게 가로막고 중간으로 가도 되는 거 같고요

정말로 전략이 중요해보입니다
바둑을 두고 전쟁이 괜히 떠오르는 게 아니군요. 말과 표정은 적혀있지 않은 돌이지만 기사분들에게는 수없이 많은 말과 표정을 보여주는 거 같네요

과연 이세돌 선수가 보는 알파고의 표정은 어떨지 심히 궁금합니다

WR
2
2016-03-13 20:33:34

이세돌9단도 지금은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편이죠.


본인도 스스로 언급하기도 했구요. 나이먹으면 떨어지게 되어있어요. 

생각할것도 많고 머리회전도 예전같지 않고 체력도 그렇거든요.

원래 술담배 다 했는데 술은 잘 안하거든요. 나이먹고 어쩔수없는 체력안배인거죠.

천성이 운동하는걸 취미로 삼는것 같지는 않구요. 아주 어렸을때는 농구도 간혹 하긴 했는데...

몇수나 들어간다는게 얼마나 앞을 내다보느냐 인 걸까요?

이건 이세돌9단 본인이 아니라 모르겠네요. 뭐 기본적으로 20~30수정도 예상해보고 그 수많은 변화도 중에 하나를 고르는거죠. 길이 일방통행에 가까우면 더 읽어볼수도 있는거고 변화도야 상황에 따라 어마 어마 할수도 있고요. 

암중모색급이면 더 줄어들수도 있는거구요. 정확성의 차이 뿐이지 그게 잘못된 예측이라고 하더라도 

20수 이상은 내다보기 마련입니다. 

결국 '프로기사들은 대부분 20~30수정도의 앞길을 내다 보는데 그 변화의 종류와 정확성에 그리고 그에 따른 형세를 읽는 판단'이 중요합니다. 양과 질의 차이가 일류와 아닌기사의 차이라고 생각하구요. 

가장 중요한게 형세판단이라고 봅니다. 같은 갈림길에 들어서도 정확한 판단을 하지 않으면 옳은 길로 들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니까요. 


2016-03-13 21:28:55

오호! 형세 판단이 가장 중요하군요

저는 전혀 모르는 세상이라서 궁금했었는데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도착지점이 있는 길이라면 어쩌면 빠르게만 가도 될테지만 제가 이해한 바둑은 그게 아닌거 같네요(여러 갈래 길 같습니다)

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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