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주의) 왼손으로 슛 연습해본 경험

저는 나름대로 슛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고 우연히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는데 아이들은 슛을 너무 어려워하더라구요.

저도 농구를 갓 시작하면서 슛연습할때 깨닫게 된 점이나 어려웠던 점 등등 그런 기억을 많이 까먹기도 했고 해서 뭔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초심자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왼손으로 (오른손잡이 입니다) 슛을 연습해보기로 했습니다.

슛 쏘는 이론적인 방법은 잘 알고있으니 그거에 따라서 연습하면 금방 잘 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일단 그립부터 안됩니다. 오른손으로 슛 쏠때는 패스를 받자마자 자연스럽게 슛이 올라갈 수 있게 공을 잡는데 왼손일때는 캐치 후 슛 그립으로 전환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그리고 릴리즈 하는 위치도 오른손일땐 이마 위에서 쐈는데 왼손으로 쏠때는 도저히 고정이 안되어서 턱 부근에서 쏘기 시작했습니다. 그립이 잘 고정이 안되니 올라와서도 흔들리고 공이 빠지고 난리도 아닙니다.

항상 코칭시 강조하던 것처럼 짧은 거리에서부터 연습 시작... 골밑이야 레이업 하듯이 가볍게 올려놓기만 하면 되니까 쉬웠는데 사이드 쪽 페인트존 라인 정도 거리부터는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손목 팔꿈치 무릎 다 신경쓰면서 스냅까지 같이 연결동작으로 하려니 볼이 자꾸 샙니다. 항상 슛은 힘 빼고 던지는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워낙 익숙하지도 않고 그립에 힘이 없으니 오히려 팔다리에 힘이 더 들어갑니다. 그래도 3미터 정도 거리까지는 어설프지만 50% 확률로 던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50개에서 100개정도씩 삼일 정도 연습하니 손목이 아파옵니다. 초심자일때 오른손으로 슛 200개씩 연습할때도 손목이 아픈적은 없었는데 주로 사용하는 손이 아닌 왼손으로 연습하니 무리가 갔나 봅니다.

하루 쉬고 또 연습하니 급격하게 볼 잡는 그립이나 손목 스냅이 좋아진게 느껴집니다. 가까운 거리지만 조금은 슛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입니다.

그 뒤엔 자유투 라인으로 가서 슛을 던졌습니다. 이것도 처음엔 힘 들어가고 슛이 엄청 짧았는데 똑같이 반복연습하니 어느정도 감이 생기더라구요. 다만 성공률은 40% 조금 넘었던것 같네요. 근데 생각처럼 슛이 가볍게 날아가지 않으니 자꾸 어깨가 나가서 비거리를 채우려고 하는 습관이 생기더라구요. 교정 또 교정.. 아 그리고 손끝 감각이 아예 다른 느낌입니다. 오른손으로 쏠땐 공이 손가락 끝까지 부드럽게 굴러가는 느낌이라면 왼손으로 쏘면 손가락으로 공을 밀어서 쏘는것같은 무딘 느낌이랄까요. 아마 연습량과 손목힘에서 차이가 있지 않나 싶었네요.

그렇게 한 10일 정도를 50-100개 정도 재미삼아 연습하니 비록 턱쪽 낮은 릴리즈 포인트지만 3점도 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상으로 촬영해서 왼손 슛 폼과 오른손 슛 폼을 비교해봤는데 엄청 다릅니다. 리듬부터 다르고 되게 엉성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밖에서 길거리농구 할때 왼손으로 슛쐈는데... 와... 연습과 시합은 아예 차원이 다르네요. 상대도 잘하는 분들은 아니었고 즐농분위기었는데도... 4-5미터 거리에서 한 10개 던져서 1개 넣었습니다. 대부분 오픈상황이었는데도요.

아무튼 그 이후론 왼손으로 슛 연습하다가 오른손 슛감 다 없어질것같아서 왼손슛 연습은 이쯤에서 그만두긴 했는데...

이렇게 연습하고 느낀건 슛은 정말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기술이구나 하는거였고. 슈팅에 대한 이론은 빠삭하게 알아도 연습으로 그 느낌을 체득하지 못하면 영영 자기것으로 만들 수 없겠구나 싶었네요. 오른손으로 쏠 땐 힘 빼고 던지는게 당연했는데 왼손은 손목힘이 너무 없으니 그립부터 고정이 안되는 느낌이라...

아마 아이들도 그런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었네요. 반복 연습을 통한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은 필요하겠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앞으로 아이들 코칭할때 슛 연습에 시간을 더 할애해서 피드백 주면서 반복연습을 많이 시킬까 합니다.

이상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