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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ert

비극 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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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9 08:43:19

안녕하세요.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캘리포니아 LA 인근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코비의 팬입니다. 비극이 일어나기 전 날 밤, 여자친구와 바에서 레이커스와 세븐티식서스의 게임을 같이 시청했습니다. 워싱턴 주 출신으로 클레이 탐슨과 대학 동문이지만 스테판 커리는 누군지 모르는 여자친구에게 그 날따라 유별나게 많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파우가 합류했던 해에 셀틱스와 치뤘던 파이널 3차전에서 코비를 보고 팬이될 수 밖에 없었던 것, 내가 왜 이 남자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지, 비단 농구만이 아닌 인생 그 자체에 대한 그의 태도에 대해서요. 저 레이커스 9번 가드는 셀틱스의 기둥이었던 선수로 코비만 만나면 으르렁거렸고, 39번 선수는 예전에 잠깐 코비와 레이커스에서 함께 뛰었고 둘 사이에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 같다라는 얘기와, 그에게 빠져 경기를 챙겨보고 기사를 읽느라 영어도 늘었고 그 덕에 너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라는 쓸데 없는 소리도 했었네요. 평소 영어로 말할 때 막히던 부분도 코비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니 잘도 나오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He is more than an athlete to me.' 라는 말을 했다는게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 때는 과거형이 아니었으니까요.


르브론이 코비의 득점 기록을 넘어선 날이었잖아요. 경기 중에 평소보다 많이 언급되는 그가 어찌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로 돌아가서 마치 제가 코비가 된 것마냥 마냥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었어요. 3위를 내준 것은 조금 배 아팠지만요. 그 날도 어김없이 바에는 레이커스 팬들이 가득했고 분위기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강하진 않지만 일상적인 열기가 있었어요. 4쿼터 중반까지만 해도 옆에서 'Let's go, Ku!' 라고 열심히 외쳤던 한 남성 팬이이 게임이 완전히 가비지로 흘러가자 잠잠한 것을 보고 혼자 속으로 실실 웃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그 곳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동안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은, '코비가 20년을 바쳤던 Lakers Nation 안에 내가 들어와 있구나' 라는 생각 때문이었을 겁니다.


다음 날 아침 6시 쯤 깨서 담배를 피러 밖으로 나갔더니 코비와 지아나를 비롯한 희생자들이 맞닥뜨렸던 그 안개가 자욱하더군요. 바로 앞에 있는 집도 형제만 보일 정도로요. 여자친구는 꼭 시애틀 날씨 같다고 했어요. 거긴 365일 이런 날씨라고요. 저는 거기에 대고 '그런 곳에서 평생 살아야 된다면 아마 난 죽어버릴거야.' 라고 별 생각없이 말했죠. 몇 시간 뒤 일어날 일을 알았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거에요.


작년 12월에 스토리텔링과 그의 가족에 대한 코비의 코멘트를 번역하다가 랩탑 바탕화면 구석에 저장해놓고 잊고 있었는데, 그게 자꾸 생각나네요. 항상 매니아에서 코비가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리워하는게 나 뿐만은 아니겠지라는 마음에서 번역 글을 올렸는데 저 글을 올리게 된다면 어떤 마음일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화요일이네요. 이번 주말엔 스테이플스 센터에 다녀올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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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0-01-29 09:36:02

코비는 하늘로 떠나갔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영원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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