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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입니까? - NBA 시즌 개막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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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0-25 14:52:21

이노우에 다케히코란 이름을 농구팬들에게 각인시킨 희대의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의 초기 설정은 소년만화였다고 한다. 그러다 이노우에는 농구 만화로도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슬램덩크>를 사쿠라기 하나미치(강백호)가 농구를 통해 성장하는 스포츠 만화로 바꿔 버린 것이다. 

 

이 선택은 탁월한 것이었다. 1990년 소년 점프 42호에서 연재를 시작한 <슬램덩크>는 6년간 연재를 끝으로 누계 판매량 1억 부를  넘기며 전설의 만화가 된다. 한국에서는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과 함께 90년대를 문화를 양분했던 거대 산맥이었다.  70, 80년대 태어난 대한민국 남아 중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을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다면, 분명 그것은 그것대로 이상한 일일 것이다. 마치 그것은 일본산 AV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는 것과 등치될 수 있을 만큼의 문화적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슬램덩크>는 챔프에서 연재하던 시절부터 인기가 있었다. 더욱더 대중적 인기를 가지게 된 것은 TV에서 방영하고 난 이후부터다. 총 101화에 달하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를 나는 비디오판으로 먼저 접했다. 

 

그 후 1998년 SBS가 만화 왕국이라 자부하던 시절 저녁 황금 시간대 방영해 주면서 <슬램덩크>는 모든 남자아이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당시 농구대잔치 시절의 인기와 결합한 <슬램덩크>는 농구를 국민 스포츠로 만들어 버렸다. 야구는 아버지 세대가 향유하던 스포츠였다면, 농구는 당시 20대와 10대들에게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며 지금 우리 시대의 스포츠가 된 것이다. 


<슬램덩크>가 화제의 한몫했던 것은 단연 박상민의 OST였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지금도 근육맨의 OST인  '질풍가도'와 더불어 노래방에 가면 친구들이 꼭 빠지지 않고 부르는 곡이다. 한국어판 OST 들도 유명하나 Wands나 BAAD 등이 부른 일본어판의 OST도 그 면면이 대단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토록 <슬램덩크>에 열광한 것일까?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원년을 시작으로 야구와 농구, 배구의 열기는 80, 90년대 큰 인기를 누렸다. 농구의 경우, 농구대잔치란 이름으로 허재, 강동희, 허영만의 기아와 연세대, 고려대 등 어마어마한 팬덤을 자랑했다. 그 결과 <마지막 승부>라는 드라마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서 이런 농구대잔치의 열정에 불을 끼얹은 것이 바로 <슬램덩크>다. <슬램덩크> 이후, 도심 곳곳에 농구 골대가 생겼다.

 

'영광의 시대'를 꿈꾼 키드들이 동네 농구장으로 몰려나왔다. 물론 농구장에는 농구 키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이클 조던에게 영감은 받은 '에어 아재'들도 곳곳에 보였다. 지금도 그 당시 키드였던 이들이 '에어 아재'가 되어 올림픽 공원, 개포동, 반포동 등지에서 '커리 키드'들을 박살 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슬램덩크>가 끝날 무렵쯤 '농구대잔치'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본격적으로 프로 농구가 출범한 것이다. 프로 농구 출범 당시 맥도웰과 이상민 콤비를 위시해 '농구대잔치'의 인기를 이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인기는 금방 사그러 들었다. 밀레니엄 시대의 도래로 당시 문화를 주로 향유하는 계층인 10대, 20대의 시선은 '스타크래프트'라는 E-스포츠의 도래에 눈이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기에도 프로농구를 열렬히 시청하던 진성 농구 팬들은 여전히 있었음은 분명하다.  

 

<슬램덩크>이후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또 다른 단편 농구 만화 <버저비터>로 돌아온다. <버저비터>는 슬램덩크만큼의 화제성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내용 자체가 우주 농구리그를 다루고 있어 생경하기도 했고, <슬램덩크>의 여운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은 시기에 임팩트가 약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노우에 다케히코에게 <버저비터>란 마이클 조던에게 <스페이스 잼> 정도의 흑역사이지 않을까.


그 이후, 국내에서 농구 열기는 점차 식기 시작한다. 반면 국내 농구팬들과 NBA 농구 팬에게는 새로운 전기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에는 김승현이라는 걸출한 가드가 2001년 데뷔해 프로 농구의 재미를 더했다. NBA에는 마이클 조던의 대를 이을 새로운 '킹' 르브론 제임스가 2003년 등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디어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기에 르브론 제임스의 활약을 보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기 <슬램덩크>를 이을 농구 만화가 국내에 상륙했다. 바로 <소라의 날개>다. <소라의 날개>는 <슬램덩크>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만화다. <슬램덩크>가 당시 고등학생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신체와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NBA 급 경기를 보여준다면, <소라의 날개>는 말 그대로 진흙투성이의 인간극장에 가까운 면모를 보인다. 몇몇 농구팬들은 그래서 <슬램덩크>보다 다케시 히나타의 <소라의 날개>를 농구 만화의 정점으로 꼽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나의 경우,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장애인 농구 만화인 <리얼>을 최고로 꼽고 싶다.

 

2000년 대가 어느덧 흐르고 2010년대가 되어선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스포츠팬들에게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마치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넘어온 충격파 정도라면 비유가 적당할까. 새로운 철기 문화를 접한 이들은 국내에서 해주는 NBA 중계로 만족하지 못하고 '리그 패스'라는 신 문물을 받아들이며 NBA를 즐긴다. 

 

이 시기는 본격적으로 르브론이 빌런이 되어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한 시기이도 하다. 디트로이트를 멋있게 침공했던 르브론 제임스는 코트 곳곳에 패배의 아픔을 뿌렸다. 이내 '디시전 쇼'와 함께 '빌런'이 돌아 왔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NBA 팬덤층이 급격하게 확장하기 시작한다. 시기적으로는 미묘하게 <쿠로코의 농구>란 만화가 나오면서 <슬램덩크>에 목말라했던 이들에게 촉촉한 단비가 되기도 한다. 

 

이윽고 2010년대 중반 조던 키드도 코비 키드도, 르브론 키드도 아니었던 이들에게 새로운 '우상'이 등장한다.

 

그렇다. 바로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다. <무한도전>에도 출연할 정도로 한국에서, 혹은 전 세계에서 현재 가장 인기가 좋은 '스테판 커리'는 소년 만화에 가장 적합한 인물의 외형을 자랑한다. 기존의 '농구' 아이돌은 강력한 운동 능력과 신체를 바탕으로 강인한 매력을 뽐냈다. '커리'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화려한 드리블링을 바탕으로 '묻지마 3점슛'으로 코트를 지배한다.


"와 저거 인간이 아닌데," 라는 표현이 조던과 샤크, 코비와 르브론과 전혀 다른 의미의 탄성으로 다가오는 것도 '커리'가 보여주는 그 슛들이 정녕 인간의 그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각각의 농구팬들이 기억하는 '영광의 시대'는 '스테판 커리', 그리고 카와이 레너드와 제임스 하든, 지아니스 안테토쿰보, 조엘 엠비드 등 춘추 전국 시대를 맞으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는 <슬램덩크>와 마이클 조던 본 세대든, <소라의 날개>와 코비, 샤크, 르브론을 접한 세대를 초월한다. 농구팬으로서는 그저 흥미롭고 즐거운 축제다. 


<슬램덩크>의 마지막 산왕전에서 강백호가 안한수 감독에게 묻는다. "당신의 영광은 시대는 언제였죠?" 그리고 답한다. "난 지금입니다.". 

 

그렇다. NBA를 즐겨보는 NBA매니아로서, 농구팬으로서 언제나 영광의 시대는 '지금'이다.

 

 

- 기다리고 기다리던 NBA가 개막했습니다. 모두들 또 한 시즌을 즐겁게 보내라고 예전에 썼던 칼럼을 올려봅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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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0-25 21:16:53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019-10-27 09:25:49

 실례지만 뭐하시는 분인지 궁금하네요. 이렇게 멋진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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