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정규시즌 첫 경기 감상평
정규시즌 개막전을 4쿼터 역전패로 마무리 한 시카고의 발목을 잡은 건 지난 시즌부터 문제점들이던 수비와 클러치 경기력이었습니다. 써머리그부터 시작해서 프리시즌까지 달리는 농구를 천명한 보일런 감독은 본인의 말대로 첫 경기부터 빠른 템포의 농구를 가져갔는데요. 수비에서 쉬운 득점을 만들 수 있도록 상대의 턴오버를 유도하는 장면들이 적었던 것은 물론이고, 시카고가 공격 실패하면 곧바로 치고 들어오는 샬럿의 페이스를 수비에서 대처하지 못하며 트랜지션 득점을 엄청나게 내주었습니다.
▼ 기본적으로 마크맨을 헷갈려서 공짜 득점을 주는 것은 물론 경기 초반부터 4쿼터까지 안일한 컨테스트로 인해서 3점을 넘겨주는 등 상당히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트랜지션 수비를 먼저 거론했지만 하프코트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부진했는데, 앞선이 쉽게 뚫리고 오프볼 상황에서 마크맨을 놓친다거나 로테이션 수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쉬운 득점을 많이 헌납했고요.
▼ 물론 상대 샬럿의 오펜스가 리빌딩 팀임에도 상당히 깔끔하게 이루어진 부분도 있습니다.
▲ 첫 번째 장면에서는 코너와 윙에 있는 선수들끼리 자리를 교체하면서 한번 더 혼돈을 주면서도 돌파한 선수가 패스를 좀 더 수월하게 빼줄 수 있는 각도를 마련하면서 3점 슈터간의 간격을 넓혔고요. 두 번째 장면은 윙에 있는 선수가 림컷하는 척하면서 스크린을 걸어주어 코너에 있던 슈터의 3점 찬스를 만들어준 것처럼 공이 없는 선수들이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이에 맞추어 핸들러들 또한 찬스가 나면 자기 득점 욕심 부리지 않고 패스를 잘 빼주었고요. 샬럿이 젊은 선수들을 잘 활용한 것만큼 이나 전반적인 시카고의 수비 접근이 상당히 안일했다고 생각합니다.
수비가 발목을 잡으며 트랜지션 득점과 3점을 얻어맞는 가운데 속공 득점이나 인사이드 공략을 통해 슬슬 따라잡았고, 4쿼터 초중반에는 던의 에너지 넘치는 수비로 10점의 리드를 가져갔으나 결국 클러치에서 넘어졌습니다.
이 부분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아직 로테이션 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클러치 타임에 던 대신에 사토란스키 투입이 살짝 늦었던 것도 그렇고, 아직 경험이 부족한 화이트도 좀 더 일찍 뺐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지금으로서는 시즌 초반이니만큼 실험을 해보고 그날 좋은 선수들을 밀어줄 생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클러치만큼은 확실히 라인업을 정해놓고 팀 패턴을 엄청 빡세게 숙지해야 본 경기의 정신없는 승부처에서 살짝이나마 맛보기라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클러치에는 수비가 빡빡해지고 선수들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만큼 연습에서의 퍼포먼스를 진짜 경기로 이어가기가 힘들거니깐요).
팀의 클러치 공격은 (앞으로 마카넨이 계속 잘해줘서 포스트업/아이솔 빈도를 늘린다면 모를까) 핸들러를 중심으로 짤 거기에 라빈의 공격 비중이 높을 텐데요. 기본적으로 개인 공격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클러치 때는 물론이고, 경기 전반에 걸쳐 라빈에게 기대할 부분은 플레이메이킹보다는 본인 득점이라고 봅니다. 라빈은 페인트존 부근에서 미드레인지 점퍼를 쏘기를 꺼려하고, 플로터 옵션이 없는 만큼 일단 3점 라인 안쪽으로 들어가면 공격 옵션이 림어택 밖에 안 남게 됩니다. 그렇기에 풀업 3점 위협을 각인시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오늘처럼 돌파하면서 디시젼이 꼬이는 일을 없게 하기 위해서도 3점 찬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성공률이 떨어지고 공이 멀리 튀어서 속공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롱3라도 컨테스트 영향이 적고 라빈이 선호하는 지점이라면 팀 차원에서 (클러치처럼 중요한 순간에도) 쏘기를 장려해야 한다고 보고요.
글이나 댓글로 꾸준히 써온 것처럼 라빈은 플레이메이커로서 가동하기 힘든 특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이 많이 발전한 거지만 아직도) 핸들링 볼킵이 안정적이지 않고 기본적으로 시야도 넓지 않다는 것이 1차적인 요인이고요. 여기에 더해 돌파 패턴 자체가 가속 붙이고 쭉 직선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라빈이 그 과정에서 패스 빼주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상대 수비수의 타이밍을 뺏는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동료들 또한 라빈의 돌파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 라빈이 온볼 핸들러로서 매끄러운 패서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것은 아래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 처음에 코너에 있던 사토란스키나 윙에 있던 오포쥬 모두 컷인 기회를 노리면서도 라빈의 돌파 타이밍에 맞추어 오포쥬는 림컷하고 사토란스키는 코너에서 윙으로 리프트하며 오픈 3점 찬스를 만드는데요. 라빈은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본인 공격을 이어갑니다. 이렇게 공이 없는 선수들끼리 오프볼 무브를 가져가더라도 핸들러가 패스를 주지 못한다면 큰 의미가 없을 텐데요. 이 부분은 계속 연습하고 코칭스태프진이 지적을 해주리라 생각하면서도 타고난 부분에다 습관까지 더해진 거라 큰 발전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새로 영입한 오포쥬, 테디어스 영, 사토란스키 모두 영리한 선수들이자 각자가 동포지션에서 패스 능력이 상급인 선수들은 맞지만 여전히 메인 핸들러이자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할 선수가 없습니다. 이는 사실 라빈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팀 시카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가령 마카넨과 이번에 뽑은 코비 화이트 모두 동료의 득점 기회를 만드는 플레이메이커라기보다는 자기 공격 마무리에 더 능숙한 샷테이커라는 뜻인데요.
마카넨은 오늘 3점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상당히 적극적인 공격을 이어나갔는데, 이는 지난 시즌(과 프리시즌)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돌파 들어가는 과정에서 좀 더 림 근처까지 파고들었으면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상체로 밀고 가면서 슛을 마무리한 몇몇 장면들은 좋았습니다. 기존의 약점이었던 오른쪽으로 돌파들어가는 모습도 제법 괜찮았던 만큼 공격은 외곽 빼고 다 괜찮았으나 수비에서는 많이 아쉬웠는데, 후진 스텝이나 예측력 그리고 시선 처리 등 1빅으로 쓰기에 함량 미달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루키 화이트는 박스스코어상으로도 7어시에 본인 슈팅도 꽤나 잘 마무리했지만, (오늘이 데뷔전이라 떨었을 것을 감안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패스 기회보다는 자기 슈팅을 노리는 타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첫 경기 치른 선수이고 응원팀 선수이니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길 기대하겠으나, 리그에서 온볼 플레이메이커 혹은 주전 포인트 가드라고 불릴 정도의 패스 능력을 갖추기는 좀 힘들지 않나 라는 성급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온볼 플레이메이커에 대한 갈증은 계속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결국은 한 선수에 의존하기 보다는 팀 패턴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빠른 템포 가져가면서 공격 찬스 노리는 것은 좋지만 생각 없이 무작정 달리는 농구를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고요. 빅맨이지만 어느 정도 경기 조립에 참여할 수 있는 소포모어 웬카쥬가 시즌 거치면서 발전하여 쓰임새를 늘리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오늘은 좋은 모습도 있었지만 마무리 터치가 아쉬웠고 수비에서도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 나옴과 동시에 헛웃음이 나오는 파울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심판콜에 불만이 있어도 침착하게 대처를 하는 법을 더 배워야 할 것 같고요.
지금 막 첫 경기 치른 시점에서 평소 소감에 더해 첫 경기 감상평을 적어봤습니다. 당연히 앞으로의 경기도 계속 지켜봐야겠고, 이왕이면 이기는 농구를 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루크 코넷이 조금 더 중용받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그리고 말씀해주신 메인 핸들러 문제는 참 골치가 아픈게, 코비 화이트도 사실 선패스 마인드의 핸들러는 아니고, 사토란스키와 알치디아코노는 세컨더리 핸들러로써 활약할때 더욱더 빛을 발하는 타입이라고 보는데, 이부분을 불스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지켜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