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NBA 감독들 화려한 정장의 이유 ─ C. 세이거
오늘 토론토의 닉 널스 감독(▲&▶. 안경 쓴 쪽입니다).
오늘 레이커스의 루크 월튼 감독(위).
다들 거의 다 아시는데... 신규 유저(?) 분이나 네이버 등등 여타 커뮤니티에선
오늘 감독들의 의상 의미를 이해 못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오늘은 백혈병으로 고인이 된 리포터 故 크레이그 세이거 추모 데이였습니다.
화려한 정장은 이 분의 상징이었죠. 그래서 두 홈팀 감독들이 그처럼 입었던 것이고,
제가 알기로 이는 내일까지 이어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크레이그 세이거(Craig Sager)... 화려한 선수들만이 빛나는 NBA에서,
그렇게 대단한 인물은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매번 아무리 화려한 정장을 입은들,
그는 일개 리포터였을 뿐이니까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그는 결코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세계 최고의 무대”, NBA는 왜 그를 이렇게까지 추모할까요...
조금은 그 이유를 느끼실 수 있게, 나무위키의 그렉 포포비치(現 샌안 감독) 항목에서
故 크레이그 세이거 관련 부분을 그대로 옮겨오려 합니다.
포포비치 항목의 이 세이거 부분 작성한 분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왜 NBA가 세이거를 추모하는지, 그 느낌을 제일 잘 정리한 글이라 생각해서 그냥 긁어왔습니다.
https://namu.wiki/w/%EA%B7%B8%EB%A0%89%20%ED%8F%AC%ED%8F%AC%EB%B9%84%EC%B9%98
(아스카님이 옮겨 주시는 게 아니라, 제가 직접 매냐진에 바로 올리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겁니다.
문제가 된다면 언제든지 조치해 주세요. 오늘은 그냥 날이 날이니만큼 제가 오버했습니다)
[중략] 특히 독특괴상 혹은 충공깽한 복장으로 유명하며 TNT, NBC등에서 오랫동안 NBA 사이드라인 리포터로 활동해온 베테랑 크레익 세이거와 티격태격하는 편인데 당연히 사적으로는 아주 친하니 장난으로 그러는 것이다. 아예 둘의 인터뷰를 하이라이트처럼 모아놓은 것도 있다.
크레익 세이거 : 감독님 [2013-14]정규시즌을 앞두고...
그렉 포포비치 : 지금 프리시즌이잖아. 프리시즌에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장난해? 프~리~시즌에 이걸 하라고? 프~리~시즌에?
크레익 세이거 : 준비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연습 좀 해보려고요.
그렉 포포비치 : 허허 참...
크레익 세이거 : 이번 프리시즌의 가장 큰 과제가 뭔가요?
그렉 포포비치 : 허허... 제 시간에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거.
크레익 세이거 : 우리는 오늘 선발 라인업에서 마르코 벨리넬리를 볼 수 있었는데, 앞으로 선발 라인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까?
그렉 포포비치 : 걘 아주 지능적이고 좋은 선수라 앞으로 출전시간 많이 줘야 할 것 같아. 꼭 써야 할 선수인 듯해.
크레익 세이거 : [말씀은 그리 하셨어도] 프리시즌도 정규시즌처럼 대답하시는군요
그렉 포포비치 : 야, 질문 2개만 하는 거지? 더 이상 질문 없지?
크레익 세이거 : 감독님 3쿼터 초반에 분위기가 좋았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그렉 포포비치 : 우린 노력했어.
크레익 세이거 :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마누 지노빌리를 4쿼터 공격때 어떻게 쓰실 건가요?
그렉 포포비치 : 지금과 똑같이.
이후 크레익 세이거가 백혈병 투병으로 인해 리포터로 나서지 못하여 그의 아들 크레익 세이거 주니어가 대신 사이드라인에서 포포비치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주니어의 질문들에는 평소처럼 단답형 대답을 하고서는 “아주 잘했어, 좋은 질문이었다. 그래도 난 너의 아버지가 여기 있길 원한다”라고 한 뒤 크레익 세이거의 쾌유를 비는 멋진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세이거Jr. : 정말 반갑습니다, 감독님.
포포비치 : 그래, 너희 아버지 크레익 세이거는 어떠냐?
세이거Jr. : 건강합니다. 3쿼터 끝나고 동점인데 지금 팀의 퍼포먼스를 어떻게 보시나요?
포포비치 : 우린 그렇게 좋은 플레이를 못했지만 댈러스 수비가 좋았다.
세이거Jr. : 곧 4쿼터가 시작되는데 스퍼스에 어떤 게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포포비치 : 우선 상대를 멈추게 해야지. 잘했네. 정말 좋은 질문이었어.
세이거Jr. : 저희 아버지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냐고 여쭤보니 “아들아, 네가 하고 싶은 질문해라”라고 하셨어요.
포포비치 : 근데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넌 아주 잘했다. 하지만 난 너보다 너희 아버지가 여기 있길 원해. 이봐 크레익, 우리는 당신을 정말 그리워하고 있네, 당신은 오랫동안 NBA에서 대단한 일들을 해왔어. 난 당신이 코트에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네. 자네가 다시 돌아와서 내게 인터뷰하면 친절하게 대답해 주겠네. 빨리 돌아오게, 행운을 비네.
이후 세이거는 상태가 호전되어 15-16시즌에 리포터로 복귀했고, 포포비치 감독은 복귀 후 가진 그와의 첫 사이드라인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는데, 나는 난생 처음으로 이런 어이없는 인터뷰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게 되었어. 바로 자네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지. 복귀를 환영하네”라며 따뜻하게 그를 반겨 줬다. 물론 인터뷰에선 평소처럼 딱 2개의 질문에 대해서 쿨하게 대답했다. 단문으로 해주는게 어디야.
그러나 매우 슬프고 안타깝게도 크레익 세이거는 2016년 3월에 병이 재발하여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병마와의 싸움을 이어나가면서 리포터로서의 임무를 수행했지만 결국 투병 끝에 2016년 12월 15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 당일, 피닉스 선즈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후 인터뷰에서 포포비치 감독은 슬픈 표정으로 “이런 날에는 농구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린 오늘 아주 유니크하고 특별했던 사람을 생각할 테니까요”라는 말로 운을 떼었다.
“크레익은 정말로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직업에 대단히 프로페셔널한 굉장한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일에도 엄청난 워커였지만, 그것보다도 더 좋은 사람이었다는겁니다. 그는 경기 전, 경기 중, 경기 후 언제든 자신의 일을 즐겼고, NBA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당연히 사람들도 그의 그런 마음을 느꼈죠. 하지만 내가 그에게 가장 놀랐던 부분은, 바로 그가 발휘한 용기였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 준, 그런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용기는 나로서는 도저히 믿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것이었으니까요. 우리들 중 누구라도 그가 이 세상에서 보여준 용기의 반만이라도 발휘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에서 더 나아가고 좋아질 수 있을 겁니다. 모두가 정말로 그를 그리워할 겁니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후에 크레익의 장례식에 참석했는데 그 날 저녁에는 스퍼스가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오전에 참석하고 저녁에 경기를 치르러 간 것. 그 장례식에 독특하게 아주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매고 참석했는데, 항상 옷을 화려하게 입었던 크레익을 기념하기 위해서 의미있게 착용한 넥타이다. 그 넥타이를 세이거의 아들인 크레익 주니어에게 아버지를 기념하는 선물하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말 이런 거 보기 좋습니다... 부러운 문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