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길게 주절거려보는 위긴스 커리어하이 경기
앤드류 위긴스가 커리어 하이 31점을 기록하면서 백투백 원정이었던 덴버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동시에 이번 시즌 루키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 (종전까지는 자신의 기록이었던 29점)하기도 했네요.
어제 고질적 문제인 오펜리바 허용을 통해 무난한 패배를 당한 선더스는 오늘 테디어스 영을 3번 롤로 돌리고 로비 험멜을 주전 4번으로 출장시키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험멜이 무려 43분간 코트를 지키며
15점 13리바운드의 깜짝 활약 (득점-리바운드 모두 커리어 하이)을 펼친데 힘입어 이번 시즌 예년보다 부진한 편이지만 (18-22) 홈에서는 여전히 강한 (12-9) 덴버를 잡아냈네요.
이번시즌의 테드영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제가 농구를 본 이래 가장 보드장악을 못하는 파워포워드였기에 - 기본적인 박스아웃부터 할 생각이 없으니 - 이 변화는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미네소타가 팀 리바운드에서 앞서며 승리한 것이 (오늘 43:39)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테드영이 다재한 것은 맞는데 다능하진 않아서....정말 툴이라 부를만한 확실한 장점은 무엇하나 안보이지만 BQ가 높고 기본기가 충실한 험멜이 4번 역할을 훨씬 잘해주네요.
덴버는 첫째로 위긴스를 막지 못한점, 두번째로 페인트존 수비가 잘 안된점이 패인이라 생각됩니다. 누르키치는 좋은 센터자원이지만 오늘 파울트러블에 빠진데다 슛감마저 좋지 않아 JJ힉슨이 오래 뛰었는데, 졩-험멜의 미네소타 골밑(27점 21리바운드)이 힉슨 - 매니멀의 덴버 골밑(20점 18리바운드)을 이겨내면서 미네소타가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족이지만, 테드영이 선발 4번으로 출장했던 지난 덴버전에서 케네스 퍼리드는 무시무시한 풋백 행진을 벌이며 26점 25리바운드의 몬스터 스탯을 작성했었죠. 험멜과 매치업된 오늘은 6점 8리바운드군요. 험멜이 대단한게 아니라, 테드영이 진짜 대단한 겁니다.
아무튼, 몇 명에 대해서만 좀 주절거려 보겠습니다.
대박 그 자체.... 앤드류 위긴스
- 40분 출장, 31득점(11/17,4/5 3P, 5/6FT), 9리바운드, 4어시스트, 3블락, 1스틸, 2턴오버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농구 전문가' 형이 계십니다. 국가대표 팀 스텝을 지내셨고 국내 프로농구팀에서도 일하신 바 있는, 말 그대로 프로페셔널한 농구인이시죠. 이 형님께서 오늘 위긴스를 보고 하신 평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위긴스는 이미 슛, 포스트업, 수비에서 르브론 듀란트 동 나이대 시절 능가. 듀란트는 외곽에서 노는데 위긴스는 다행히 안에서부터 농구를 시작함. 드리블도 꽤 늘었던데.."
저같은 비전문가의 해태눈이 아니라, 진짜 프로 농구인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셨다니....이 정도면 공신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인용을 해봅니다. (저야 뭐....위긴스가 제2의 코리 브루어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던 사람입니다. 크하하하하하. 이런 망신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네요.)
위긴스는 1쿼터부터 15점을 폭발시키면서 심상치 않더니, 결국 31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갱신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썸머리그 때만 해도 그 '순간이동 스텝백' 이외에는 얘가 올해 뭘 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별걸 다하네요. 사기 타점의 점퍼는 물론이고 전성기 티맥을 연상시키는 번개같은 퍼스트스텝, 팀내 최고 성공률의 3점 슈터이기도 하며 (루키시즌 3점 성공률 42.3% 기록중!!) 포스트업 페이스업 자유자재. 압도적인 높이는 덩크할 때보다 오히려 리바운드를 할 때 더 잘 사용하는 것 같고, 요새는 비어있는 동료들에게 패스도 기막히게 쫙쫙 찔러넣어 줍니다. 정말 무슨 만화 주인공같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19세 소년의 몸이고 기술적으로 배워야 할 점이 너무나 많은 미숙한 친구라는 점이 더욱 경악스럽습니다.
.....아, 침이 많이 튀었네요. 늙은 미네소타 팬의 주책을 용서해 주시길. 이럴 수 있는 날이 워낙 드물다보니....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허허.
포제션을 좀더 집중시켜 주면, 정말 어떤 성적을 낼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오늘도 3쿼터부터 수비가 좀 타이트해진다 싶으니 당장 볼투입이 줄어들더군요. 자리 분명히 잘 잡고 있는데도....미스터 52 모리스 윌리엄스는 폭발력 있는 가드이지만 좋은 패서....로 분류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죠. 라빈은...포인트가드로서는 현재로서는 낙제점에 가깝고요. 결국, 위긴스가 한층 더 폭발저긴 성장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가 자리를 잡고 있을 때, 또는 좋은 오프볼 움직임을 보여줬을 때 째깍째깍 볼을 투입해줄 수 있는 포인트가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야. 쫌만 기다려......)
2년만에 드디어 꽃피는 무툴플레이어? 깜짝스타 로비 험멜
- 43분 출장, 15점(커리어하이) 13리바운드(커리어 하이)
데뷔 2년만에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친 로비 험멜. 15점도, 13리바운드도 모두 커리어 하이입니다.
저는 험멜을 '무툴 프레이어'라 부르곤 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할줄 아는게 없어서가 아니라 NBA라는 무대 기준으로 볼 때 정말 무엇하나 특출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딱 생각나는게 브라이언 카디널.
퍼듀 대학의 슈퍼스타였지만 두 차례나 큰 무릎부상을 당한 후 운동능력을 상당부분 상실했고 대학4년을 꽉 채우고 졸업해서 2라운드 끝자락에 미네소타에게 간신히 지명된 6-8의 트위너.
운동능력은 평범 그 자체고 대단한 샤프슈터도 아니며 키도, 윙스팬도 무엇하나 튀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경기를 보면 BQ는 확실히 좋고 상황에 맞는 동선을 보여주는 몇 안되는 미네소타 선수 중 한 명입니다. 박스아웃 등의 기본기도 충실한 편이구요. 어제 오펜스리바운드를 하도 털리니까 선더스가 특단의 조치로 테드영을 3번으로 내리고 험멜을 기용한 것 같은데, 43분이라는 출장시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굉장히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4쿼터에는 결정적인 시점에 연속 풋백 성공으로 분위기를 팀으로 가져와주기도 했죠.
89년생의 늦깍이 2년차 로비 험멜. 오늘의 활약이 반짝이 아니었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앞으로도 테디어스 영이 주전 빅맨 역할로 출장하는 일은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오늘만큼은 외롭지 않았던 골밑의 대들보...골귀 졩.
- 37분 출장 12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1블락
경기를 볼 때마다 정말 안타까운 선수가 골귀 졩이었습니다.
돌파해들어오는 상대 선수에게 어떻게든 컨테스트를 시도하는 선수도 졩 뿐이요. 상대를 박스아웃하고 리바를 따내려고 몸싸움을 벌이는 선수도 졩 뿐이요....하여간 분명 골밑에 기용되는 선수의 숫자는 두 명인데 빅맨의 역할을 해주는 것은 늘 혼자였죠.
오늘만큼은 로비 험멜이 같이 싸워주면서 좀 덜 외로워 보이더군요.
볼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졩은 정말 괜찮은 센터입니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파워포워드를 파트너로 만나면 (하다못해 박스아웃 만이라도 제대로 해주는) 더욱 빛날 선수라 확신합니다.
오늘 4쿼터에 백투백으로 선보였는데, 의외로 45도에서 던지는 백보드 점퍼의 정확도가 상당합니다. 궤적이 팀 던컨의 그것과 굉장히 흡사하죠. 낮은 궤적으로 백보드에 '맞히는' 느낌의 점퍼. 험멜의 연속 풋백과 함께 4쿼터에 미네소타가 승기를 지켜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아, 모윌의 빅샷 두 방도 이 카테고리에 넣어야겠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필라델피아가 트레이드를 안하지 않았을까 싶은....테디어스 영.
- 42분 출장, 22득점(9/17) 6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
사마천의 사기(史記) 자객열전(刺客列傳)에 보면, 진시황 암살을 시도한 형가라는 자객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진나라의 배신자인 번오기의 목과 연나라의 곡창지대였던 독항의 지도를 가지고 진시황을 배알하지만, 결국 암살에는 실패하죠.
그리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명문으로 온라인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신 Sonic44님이 과거 시애틀 소닉스 시절 (듀란트 루키시즌)에 허생전을 패러디한 '윌킨전'이라는 글을 쓰신 적이 있습니다. 팀을 끝없는 나락으로 빠트리고 포제션을 말아먹는 데미언 윌킨스에 대한 지탄의 의미가 강했죠.
갑자기 왠 자객얘기, 윌킨스 얘기냐구요?
이번 시즌의 테디어스 영이 딱 그짝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만 해도, 스탯만 보면 이렇게 잘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분명히 아실 겁니다.
수비에서 같은 편을 스크린하질 않나, 박스아웃 개념은 원래부터 없었으니까 그렇다치고....골밑으로 상대가 들어오면 길을 열어주다 못해 레드카펫이라도 깔아줄 기세고, 쿼터 마지막 포제션에서 당연히 원샷 플레이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8초 남기고 느닷없이 3점을 던져 끝끝내 한골 먹고 쿼터를 끝내게 만들고, 동료들이 힘들게 만들어낸 4쿼터의 속공찬스에서 갑자기 공을 자기 발에다가 튀겨서 상대의 3점 찬스를 만들어주고, 한박자 늦게 달겨들어서 4점 찬스를 만들어주더니, 상대가 앤드원 자유투를 미스하자 풋백을 허용, 결국 단 몇 초만에 -7의 효과를 - 그것도 4쿼터에 - 창출해 냈습니다.
자객이라면 정말 최상급입니다. 유재석이 탐내겠어요. 엑스맨에 출연하면 역대급 활약을 보이지 않을지.
그나마도 오늘은 특유의 플로터들이 잘 들어가서 스탯이라도 예쁜거고, 야투율을 한 5/17 쯤으로 낮춰놓으면 그게 딱 평소의 테드 영입니다.
정말 최악인 것은, 이 선수가 볼 투입하기 굉장히 좋게 자리를 잘 잡으며 팀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스크린을 시도한다는 점입니다. 그 뒤에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성실하고 꾸준하게 포제션을 날려먹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테드영의 픽앤팝 점퍼는 그냥 턴오버로 보고 있습니다. 들어가는 것을 보기가 정말 힘들 뿐더러, 십중팔구 짧아서 롱 리바 후의 상대 속공을 유발합니다.
시애틀 시절의 데미언 윌킨스는 저도 꽤 봤는데, 주전 파워포워드로 나오면서 리바운드를 끝없이 털려대는 효과까지 감안하면 윌킨스는 애교수준이라고 봅니다.
당시에 시애틀 - 오크 팬분들이 농반진반으로 윌킨스를 '개국공신'이라고 부르시더군요. 윌킨스 덕에 팀이 자연스럽게 탱킹이 되서 상위픽을 획득하게 되었다고......
이번시즌의 테디어스 영은 가히 정도전급의 개국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가 공식적으로 탱킹을 천명하고 이번 시즌에 임하고 있는데, 테드영이 이럴 줄 알았으면 아무리 마이애미 1라픽이 대가였어도 트레이드를 안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가열차게 깠지만,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 시즌 초반 루비오가 있을 때의 태영은 이렇지 않았죠. 루비오 아웃과 딱 그 타이밍에 모친상을 당하며 상당기간 경기를 빠졌고, 그 이후 폼이 완전히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88년생...젊디젊은 친구가 개인적으로 너무나 큰 일을 당했기에 마냥 욕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는데.....경기를 보고나면 그게 잘 안되네요.
험멜의 연속 팁인으로 분위기 완전 뺏어갔죠.
덴버로서는 엄청 허탈해할 득점이었습니다. 4점을 같은 선수에게 같은 방식으로 내주고 경기도 내줬네요.
라빈의 뜬금없는 연속득점도 그렇고 모의 찬물 3점도 오늘은 wiggy를 영웅으로 만들어줄 요소가 몇번있었던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