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한달동안 살면서 느낀점
안녕하세요.
일 때문에 파리로 온지 한달정도가 지났습니다. 당연히 아직도 적응중인데.. 기록도 해놓을겸 해서 한달동안 느낀점을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제 오피스가 있는 학교는 Luxembourg (뤽상부흐) 지역에 있어서, 노트르담 등 관광지와 꽤 가깝지만 센느강에서 한두블럭 정도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이 생각보다는 적은 느낌입니다.
1. 불어랑 영어는 꽤 다릅니다.
단어를 뜯어보면 비슷한 것들은 많지만 발음이 많이 다르고, 접속사나 관사 등은 완전히 다릅니다. 문법도 좀 다르구요. 대표적으로 영어는 형용사를 명사 앞에 붙이지만 불어는 어지간하면 명사 뒷쪽에 형용사가 줄줄이 달리는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지금도 국한문혼용체를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었다면.. 외국인이 보기엔 우리말과 일본어가 영어와 불어만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키보드도 QWERTY 가 아니라 AZERTY 형식을 쓰는데, 한번 컴퓨터에서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좀 충격적으로 다릅니다.
2. 길빵은 기본, 꽁초는 옵션입니다.
여기는 아마.. 모르긴몰라도 길빵이라는 말 자체가 없을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하면 흡연에 매우 관대하고.. 나쁘게 말하면 간접흡연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달까요. 까페 야외테이블에서 아이 유모차 옆에 세워놓고 담배 피는 광경도 흔하게 봅니다. 꽁초도.. 그냥 버립니다. 사실 파리는 가로수에 쓰레기봉투가 중간중간 걸려있어서 버리려고 하면 얼마든지 쓰레기봉투에 버릴 수 있을텐데, 보통은 그냥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길거리에 보면 꽁초가 정말 많습니다.
3. 여기 지하철에도 희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 친구는 지방 살다가 가끔씩 서울에 올라가서 지하철 2호선에 타고 대통령욕 등을 하시는 (보통 이야기하는) 반쯤 미친 아저씨들을 보면 "아 내 고향 서울에 왔구나." 싶다고 합니다. 여기 지하철에도 노래하는 사람, 돈달라는 사람, 그냥 자기혼자 (무슨 얘긴지는 몰라도) 소리지르는 사람... 별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 제가 출퇴근을 지하철로 하는데, 체감상 이틀에 한번은 저런 사람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4. 외지인들은 파리에 오면 꼭 배탈이 한번 난다고 합니다.
저번 주말에 배탈이 났었는데, 오피스가서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니까 너도 드디어 파리지엥 디지즈에 걸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걸 흔히 물갈이..라고 하지만 물 때문은 아니고 아마 바이러스성 장염 비슷한걸꺼라고 하는데, 이탈리아 사람 미국 사람 할 것 없이 파리에 오면 한 서너번은 배앓이를 해야 면역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합니다. 저는 이제 두어번 정도 남았습니다.
5. 날씨가 참 스펙타클합니다.
대략 5월 중순..까지는 파리 날씨가 정말 거지같다고 하던데, 무슨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흐린 날이 정말 많고 비도 자주 옵니다. 양은 가랑비부터 소나기까지, 시간도 3분짜리부터 30분짜리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그리고 엄청 퍼붓다가도 일단 개면 정말 언제 그랬냐는듯 파란 하늘이 드러납니다. 그래서인지 여기 사람들은 우산을 잘 안쓰는데, 아무리 비가 퍼부어도 거리에 대략 절반 정도 사람들은 우산을 안씁니다. 그렇다고 마냥 맞는건 아니고 코트나 후드티에 있는 모자를 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모자를 임시방편쯤으로 생각하는 반면 여기 사람들은 그거면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습니다.
6. 교통 신호는 우리나라만큼 잘 지키는 곳이 없습니다.
뭐 미국도 가보고 유럽 여러나라도 다 가보고 했는데.. 그 중에서는 우리나라만큼 교통신호 잘 지키는 곳이 없습니다. 여기는 기본적으로 빨간불이라도 차가 없다 싶으면 다들 건넙니다. 보행자 중심이라 그런거 아니냐 하실 수도 있는데, 차도 마찬가집니다. 보행자 신호가 파란불일 때 사람이 안건너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그냥 지나가진 못하지만, 신호가 어중간하게 걸린다거나 하면 그냥 지나가버립니다. 보행자가 건너다가 중간에 빨간불로 바뀌거나 하면 (여기는 보행자신호가 매우 짧은데다 마지막에 깜빡이질 않아서 이런 경우가 흔합니다) 여지없이 들이받을 기세로 엑셀을 밟습니다.
7. 분리수거도 거의 신경쓰지 않습니다.
패스트푸드점에 쓰레기통 구멍이 오직 하나인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분리수거의 개념 자체가 희미합니다. 일반쓰레기/유리병/나머지 정도의 구분입니다. 듣기로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큰 쓰레기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쓰레기에 별 생각이 없다던데, 정말 그런 듯 합니다. 요즘 한국 어지간한 아파트 단지에선 분리수거가 조금이라도 제대로 안돼있으면 쓰레기를 아예 안 가져가기도 하는데, 아직은 그 기준이 몸에 배어있어서 쓰레기를 버릴 때 마다 죄책감이 듭니다.
8.. 이것저것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참 희한한 시스템들이 많습니다.
교통카드는 한달 또는 일주일을 정해서 돈을 내는 정액제인데, 웃긴게 일주일짜리는 언제사던 그 주의 일요일까지, 한달짜리는 그 달의 마지막날까지입니다.
은행 계좌를 트면 계좌의 비밀번호를 내가 정할 수 없습니다. 며칠 기다리다보면 카드를 찾으러 오라는 우편물이 오는데, 이 우편물에 있는 스티커를 떼면 비밀번호가 적혀있습니다. (계좌 틀 때 이메일 주소는 왜 적으라고 하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뱅킹에 필요한 아이디도 내가 정할 수 없고 자기들이 정해서 우편으로 알려줍니다. 이 때 필요한 비밀번호도 역시 (계좌 비밀번호랑 다른 번호로) 따로 우편으로 옵니다. 보안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체크카드를 써도 수수료를 판매자뿐 아니라 구매자도 부담합니다. 그래서인지 거리 곳곳에 은행과 ATM이 정말 많고 돈 뽑는 사람들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생각나는게 여기까지네요. 지내다가 또 느끼는 것들이 생기면 중간중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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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는 유럽 공통인듯요. 일 때문에 포르투갈 갔다가 며칠 전에 돌아왔는데, 길거리 어디에서든 그윽하게 나는 담배냄새에 내가 지금 유럽에 있는게 맞구나 싶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