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기차역들
Gare de Lyon. 프랑스어로 리옹역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역은 리옹에 있지가 않아요. 리옹 근처도 아니고, 파리 동남쪽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부산역이 서울 잠실 즈음에 있는 격입니다. 저는 파리에 처음 출장차 왔을 때 파리 샤를드골 공항으로 들어와서 리옹역에서 TGV를 타고 그르노블이라는, 알프스 근처에 있는 도시로 가야 했었는데요. 리옹역이 왜 파리에 있는지 참 궁금했더랬습니다.
파리에는 이 리옹역 말고도 기차역이 꽤 많습니다. 유럽 여행을 해보신 분이라면 한번쯤 들러보셨을 역들만 해도 Gare du Nord (북역), Gare de l'est (동역), Gare de Lyon (리옹역) 이 있고, Gare Saint-Lazare 나 Gare Montparnasse 도 꽤 큰 역이라고 합니다. 지도에서 위치를 찍어보면 이런데요.
위에 말씀드린 리옹역은 물론이고, 동역도 동쪽이 아니라 북역에 붙어있는데다, 그 북역마저도 다른 역들과 비교해 특별히 북쪽에 있지 않아요. 그나마 생-라자르역과 몽파르나스역만 제대로(?) 생-라자르와 몽파르나스에 있습니다.
이건 북역, 동역, 리옹역의 이름이 그 역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들이 향하는 곳을 따라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파리 북쪽의 도시들이나 나라를 향하는 노선 (대표적으로 런던으로 가는 유로스타) 들은 북역에서 출발하구요. 동쪽의 독일 등으로 가는 노선은 동역에서 출발합니다. 리옹이나 톨루즈같은 프랑스 남부 도시들이나, 이탈리아, 스위스 등 남쪽에 있는 나라들로 가는 노선들은 리옹역에서 출발하구요. 그래서 서울역에서 대부분의 방향으로 가는 기차들을 다 탈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파리에서는 내가 탈 기차가 어느 역에서 출발하는지를 잘 봐야 합니다.
또 프랑스에서는 파리에서 출발하거나 파리에 도착하거나, 심지어 파리를 아예 지나지 않는 기차는 간혹 있어도, 다른 곳에서 와서 파리를 지나 또 다른 곳으로 가는 기차는 없다고 합니다. 거기다 위에 말씀드린대로 가는 방향에 따라 기차가 출발하는 역이 다르다보니 참 불편한 일이 많이 생기는데, 파리를 가로질러서 어딜 가려고 하면 무조건 파리에서 한번 내려서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것도 모자라, 아예 다른 역으로 이동을 한번 해야 한다는겁니다.
예를 들어 남쪽의 리옹에서 북쪽의 릴로 이동하려고 하면, 직행이 없을 경우 아래 지도처럼 리옹에서 먼저 파리의 리옹역까지 간 후에, 리옹역에서 북역이나 다른 역까지 지하철이던 버스던 타고 가서 거기서 릴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하는거죠.
물론 리옹역과 북역은 그래도 지하철 노선 한번에 갈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만, 남쪽의 리옹에서 출발해서 서쪽의 낭뜨로 간다거나 해서 리옹역에서 몽파르나스역으로 가야 할 경우, 기차 타고 리옹역에 와서 지하철 14호선으로 한번, 거기서 6호선으로 또 한번 갈아타고 몽파르나스 역에 간 후에 거기서 낭트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합니다.
기차역 이름이야 사실 이름짓는 방법이 좀 다른 것에 가깝고 특별한 것들은 아닌데, 지하철역 이름들 중에는 정말 아니 이게 왜..? 싶은 애들이 있습니다. 제가 본것만 해도
저 몽파르나스 기차역이 있는 몽파르나스의 지하철역인데요. 역 이름이 "Montparnasse Bienvenüe" 인데.. 뒤에 Bienvenüe 는 프랑스어로 "Welcome" 을 뜻하는 "Bienvenue" 와 철자가 거의 같습니다. 그래서 아니 갑자기 웬 웰컴이야 싶은데, 실제로는 파리 지하철을 설계하기도 했던 엔지니어 Fulgence Bienvenüe 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건 5호선의 스탈린그라드 역입니다. 찾아보니 정말 그 스탈린그라드가 맞고.. 원래는 그냥 평범하게 주변 거리 이름을 따서 "Aubervilliers - Boulevard de la Villete" 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가 1946년에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여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이 역들 말고도 역 이름이 좀 쓸데없이 길거나 한 것들이 있는데, 대부분 여러 위인들의 이름을 제멋대로 붙여서 지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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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보고 싶은 도시인데 뉴욕정도로 더러울까요?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너무 기대하면 안된다고하던데... 개인적으론 가보고 싶은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