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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기차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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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7 09:01:41

 Gare de Lyon. 프랑스어로 리옹역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역은 리옹에 있지가 않아요. 리옹 근처도 아니고, 파리 동남쪽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부산역이 서울 잠실 즈음에 있는 격입니다.  저는 파리에 처음 출장차 왔을 때 파리 샤를드골 공항으로 들어와서 리옹역에서 TGV를 타고 그르노블이라는, 알프스 근처에 있는 도시로 가야 했었는데요. 리옹역이 왜 파리에 있는지 참 궁금했더랬습니다. 


 파리에는 이 리옹역 말고도 기차역이 꽤 많습니다. 유럽 여행을 해보신 분이라면 한번쯤 들러보셨을 역들만 해도 Gare du Nord (북역), Gare de l'est (동역), Gare de Lyon (리옹역) 이 있고, Gare Saint-Lazare 나 Gare Montparnasse 도 꽤 큰 역이라고 합니다. 지도에서 위치를 찍어보면 이런데요. 

 

 

 위에 말씀드린 리옹역은 물론이고, 동역도 동쪽이 아니라 북역에 붙어있는데다, 그 북역마저도 다른 역들과 비교해 특별히 북쪽에 있지 않아요. 그나마 생-라자르역과 몽파르나스역만 제대로(?) 생-라자르와 몽파르나스에 있습니다. 

 

 이건 북역, 동역, 리옹역의 이름이 그 역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들이 향하는 곳을 따라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파리 북쪽의 도시들이나 나라를 향하는 노선 (대표적으로 런던으로 가는 유로스타) 들은 북역에서 출발하구요. 동쪽의 독일 등으로 가는 노선은 동역에서 출발합니다. 리옹이나 톨루즈같은 프랑스 남부 도시들이나, 이탈리아, 스위스 등 남쪽에 있는 나라들로 가는 노선들은 리옹역에서 출발하구요. 그래서 서울역에서 대부분의 방향으로 가는 기차들을 다 탈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파리에서는 내가 탈 기차가 어느 역에서 출발하는지를 잘 봐야 합니다. 

 

 또 프랑스에서는 파리에서 출발하거나 파리에 도착하거나, 심지어 파리를 아예 지나지 않는 기차는 간혹 있어도, 다른 곳에서 와서 파리를 지나 또 다른 곳으로 가는 기차는 없다고 합니다. 거기다 위에 말씀드린대로 가는 방향에 따라 기차가 출발하는 역이 다르다보니 참 불편한 일이 많이 생기는데, 파리를 가로질러서 어딜 가려고 하면 무조건 파리에서 한번 내려서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것도 모자라, 아예 다른 역으로 이동을 한번 해야 한다는겁니다. 

 

 예를 들어 남쪽의 리옹에서 북쪽의 릴로 이동하려고 하면, 직행이 없을 경우 아래 지도처럼 리옹에서 먼저 파리의 리옹역까지 간 후에, 리옹역에서 북역이나 다른 역까지 지하철이던 버스던 타고 가서 거기서 릴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하는거죠. 

 

 

 물론 리옹역과 북역은 그래도 지하철 노선 한번에 갈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만, 남쪽의 리옹에서 출발해서 서쪽의 낭뜨로 간다거나 해서 리옹역에서 몽파르나스역으로 가야 할 경우, 기차 타고 리옹역에 와서 지하철 14호선으로 한번, 거기서 6호선으로 또 한번 갈아타고 몽파르나스 역에 간 후에 거기서 낭트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합니다. 

 

 기차역 이름이야 사실 이름짓는 방법이 좀 다른 것에 가깝고 특별한 것들은 아닌데, 지하철역 이름들 중에는 정말 아니 이게 왜..? 싶은 애들이 있습니다. 제가 본것만 해도

 

 

저 몽파르나스 기차역이 있는 몽파르나스의 지하철역인데요. 역 이름이 "Montparnasse Bienvenüe" 인데.. 뒤에 Bienvenüe 는 프랑스어로 "Welcome" 을 뜻하는 "Bienvenue" 와 철자가 거의 같습니다. 그래서 아니 갑자기 웬 웰컴이야 싶은데, 실제로는 파리 지하철을 설계하기도 했던 엔지니어 Fulgence Bienvenüe 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건 5호선의 스탈린그라드 역입니다. 찾아보니 정말 그 스탈린그라드가 맞고.. 원래는 그냥 평범하게 주변 거리 이름을 따서 "Aubervilliers - Boulevard de la Villete" 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가 1946년에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여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이 역들 말고도 역 이름이 좀 쓸데없이 길거나 한 것들이 있는데, 대부분 여러 위인들의 이름을 제멋대로 붙여서 지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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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0-17 09:20:12

꼭 가보고 싶은 도시인데 뉴욕정도로 더러울까요?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너무 기대하면 안된다고하던데... 개인적으론 가보고 싶은 도시입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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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7 09:31:21

 일단 너무 큰 기대는 안하시는게 좋은건.. 예 맞는 것 같구요. 뉴욕도 어디냐에 따라 다를텐데, 지하철 기준으로는 뉴욕 지하철보다는 좀 나은 것 같습니다. 일단 홈리스는 (역에 따라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ㅜ) 훨씬 적어요. 길거리 기준으로는, 여긴 길빵이 그냥 일상이다보니 담배꽁초가 꽤 있긴 한데 막 대단히 더럽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워낙 돌길이 많아서 크게 눈에 안띈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구요. 

 

 도시 풍경은 여느 유럽 대도시들이 그렇듯이 미국 대도시들이랑은 많이 다릅니다. 저는 유럽쪽을 훨씬 좋아하고 파리도 나쁘지 않은데, 이건 취향차이니까요. 다만 흔히 말하는 유럽 도시 풍경.. 그러니까 막 알록달록한 지붕이 막 쫙 늘어져있고.. 이런 아기자기한 맛을 기대하시면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아마 한국에서 관광으로 오셔서 실망하신다는 분들이 대부분 이런 면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체코 프라하가 훨씬 그런 도시에 가깝고, 파리는 그보다는 훨씬 더.. 실전이랄까요. 회색도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금만 교외로 나가도 프랑스에도 그런 풍경은 어렵지 않게 보실 수 있긴 하구요. 파리가 아닐뿐. 

 

 하지만 일단 박물관이다 뭐다... 랜드마크가 한두개가 아니고 먹을것도 정말 맛있고 많기 때문에, 특히 역사나 서양 문화 쪽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면 나쁠 수가 없는 도시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역사나 문화에 관심이 얼마나 많고 아는게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느끼는게 극과 극으로 갈리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풍경이나 분위기만 보면 여기보다 나은 도시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2020-10-17 09:36:30

긴 코멘트 넘나 감사드립니다
학창시절 세계사를 제일 좋아해서 풍경보다는 박물관, 미술관 역사 명소를 좋아합니다. 말씀해주신대로면 파리도 제게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런던만 6일도 부족했었는데 파리도 나중에 길게 한번 다녀와봐야겠네요

2020-10-17 09:26:16

작년 말에 파리에 갔었던 게 생각나네요. 좋은 정보 읽고갑니다

WR
2020-10-17 09:32:48

작년 말이면 정말 아슬아슬하게 오셨었군요. 코로나사태 진정되어 여름에 한번 더 오시면 아마 더 좋으실 것 같습니다. 가을-겨울 날씨가 워낙 안좋다보니 여름이랑은 아예 공기가 다른 느낌이거든요. 

2020-10-17 09:28:31

옛날에 기차 타러 Gare de Lyon 가다가 역 앞에서 노상방뇨하는 프랑스인 아저씨 X추 보고 눈 버린 거 생각나네요

WR
2020-10-17 09:33:36

저..는.. 예.. 그.... 지하철 역 안에서 발사..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근데 막상 눈앞에 그런 광경이 펼쳐지니까 생각보다 덜 충격적이더라구요 (...) 

2020-10-17 09:29:43

저도 처음에 스위스 가기 위해서 gare de lyon으로 갔어야 했는데 헷갈려서 gare de nord에서 해메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창문열고 가는거랑 역에 도착하기전에 수동으로 문열수 있는게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스크린도어가 완전 설치되어있는 서울지하철이랑은 많이 달라서 재밌었어요. 파리시내 역들도 조그만하고 낡았지만 역사가 느껴져서 흥미로웠습니다

WR
1
2020-10-17 09:38:18

 지하철문은 노선마다 조금씩 다른데,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노선들은 손잡이 같은걸 돌려서? 여는 방식, 그보다 좀 뒤에 생긴 노선들은 버튼을 누르는 방식, 아예 최근에 생긴 노선들은 자동인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이 역에 도착하면 우리나라 지하철 문 열리기 전 비슷하게 칙~ 하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나기 전엔 손잡이던 버튼이던 눌러도 안열리더라구요. 사람들이 성격이 급해서 아예 계속 누르고 있어서 잘 티가 안나지만요 ㅎㅎ 

 

 지하철역들은 정말 조그마한 곳들 많죠. 지하철이 크게 RER이랑 Mètro 두가지로 나뉘는데, 뒤의 메트로는 열차도 정말 작고 역사도 그만큼 작더라구요. 

2020-10-17 09:44:20

파리라는 도시가 막상 처음에 갔을때는 생각보다 지저분해서 별로였는데, 노틀담(불타기전에 본게 행운이었습니다) 앞에서 노을 한번 보고나니 매력적인 도시로 느껴지더라구요. 파리에서 10일 정도 있으면서 볼것도 많고 먹을것도 많아서 정말 행복했는데, 나중에 코로나 종식되면 꼭 다시 방문하고 도시 중 하나입니다

Updated at 2020-10-17 10:13:03

2번 다녀왔는데..
도시는 되게 더러운데,좋다.
각종 여행책자들이 국가 단위로 한권인데,
유독 파리만은 도시가 책 한권..
다 이유가 있어요.

또 갈 수만 있다면 또 가고 싶어요.
센느강 따라 다리 보면서 걷는 것도 그냥 좋고,
볼 거리,갈 거리,할거리,먹을거리 많고..

개인적으로 다음에 간다면,
묘지들을 둘러보고 싶습니다.
두번째 갔을 때는 시내를 별로 못 다녔어요.

몽생미셸에 하루를 투자하고,
거기까진 좋았는데..
오는 길에 들른 도빌에서
쇼핑한걸 놓고 오는 바람에..
다음날 생 라자르 역에서 기차 타고
도빌 간다는게 트루빌로 길 잘못 들어서,
또 시간 허비하고..

당시엔 하루를 버린게 아쉬웠는데,
지나고 나니 그것도 다 추억입니다.
언제 생라자르역에서 기차 타고
프랑스 어촌 가보겠어요?

WR
2020-10-18 03:02:50

 이런 여행기들 읽다보면, 저도 여기 1년 넘게 살고 있지만 모르는게 너무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가라고는 전부 한국에 가족들 보러 가는데 쓰고 있는데.. 코로나 종식되고 나면 프랑스를 꼭 한번 돌아다녀보고 싶네요. 

Updated at 2020-10-17 11:08:27

다른 역은 이름이 쉽게 외워지던데 생 라자르는 기억이 잘 안나더라구요. 그래서 "렌느 가려고 탔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 있네요 ㅎㅎ
저는 파리 지하철은 중심지에서는 역간 거리가 1분 정도 밖에 안 되고 안내방송도 해주는 노선이 별로 없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분과 얘기하다가 내려야할 역을 지나치기도 했죠

WR
2020-10-18 03:03:37

 맞아요. 특히 mètro 라인들은 역 사이 간격이 정말정말 짧죠. 저도 가끔씩 그냥 지나쳐버릴 때가 있습니다ㅜㅜ

2020-10-17 17:47:24

이 글을 보니 작년에 프랑스로 출장 갔다온 기억이 나네요.

파리 7구역에 묵으면서 첫날은 Lille, 다음날은 Reims 다녀와야했는데 파리 북역, 동역 위치가 살짝 달라 헷갈렸었네요.

그래도 기차 이용하는 시스템이나 철도망이 잘 갖춰져있어서 나름 편했던 것 같습니다.


WR
2020-10-18 03:12:21

북역이랑 동역이 거의 붙어있어서 처음 오시는 분들은 햇갈리시기 쉽죠. 저는 저번 대중교통 파업 때 열차 취소를 당일날 알아버리는 바람에 급하게 비행기 예약하고 공항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ㅜ 그것도 지나고보니 추억이 되네요. 

2020-10-17 17:57:42

몽파르나스 지하철역하니까 역주변에 있는 몽파르나스 타워가 생각납니다. 꼭대기층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면 탁트인 파리 시내가 파노마라처럼 펼쳐졌드랬죠.

WR
2020-10-18 03:13:08

오.. 거기 위에 전망대가 있군요. 근처에 괜찮은 돈까스집이 있어서 가끔 오가며 보다가 저기 집은 얼마나 할까 하면서 찾아봤던 기억만 있습니다. 한번 가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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