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말고 그냥 프랑스 관련 잡담 이것저것들
최근에 너무 코로나 관련한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아서 이번엔 이전처럼 가벼운 이야기들 몇가지 해보려고 합니다.
1. 숫자를 쓰는 방법이 약간 다릅니다.
프랑스도 당연히 아라비아 숫자를 씁니다. 다만 손글씨로 숫자를 쓸 때 그 방법이 약간 다른데요.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1"을 쓸 때 보통 위에서 아래로 세로획을 하나만 긋고, "7"을 쓸 때는 짧은 세로획을 먼저 그은 후에 "ㄱ" 자를 긋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좀 다르게 씁니다. 아래는 어떤 미국 사람이 프랑스 사람에게 받은 Fedex 라벨입니다.
보시는 것 처럼 "1"을 쓸 때 맨 아래 받침은 없지만 시작획은 인쇄체처럼 아래에서 위로 비스듬히 올립니다. 그런데 그 획이 상당히 길어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세로획보다 길 때도 있습니다 (..) 그래서 우리나라처럼"7"을 쓰면 여기서는 이거 1이냐 7이냐 라고 물어봅니다. 그럼 "7"은 어떻게 쓰느냐, 보시다시피 가로획을 하나 추가합니다. 이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데 한자 "저녁 석"자 처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보시는 것 처럼 날짜를 일/월/년 포맷으로 씁니다. 저 날짜는 2017년 3월 21이란 뜻이네요. 뒤에는 시간인데, 프랑스는 24시간제를 씁니다. 그리고 시간 뒤에 "Heure (Hour)" 를 뜻하는 h를 넣어요. 저 레이블에 있는 "11h00" 은 11시 00분 이란 뜻입니다. 읽을 때도 오후 3시 30분이다 하면 "three thirty" 하지 않고 24시간제에 가운데 heure 까지 읽어서 "15 heure 30" 라고 합니다.
우체국 송장번호같이 긴 번호를 읽는 방법도 조금 다른데요. 이건 제 친구가 말하는것만 들어봐서 확실치 않지만, 그 친구를 보면 두 자리씩 끊어 읽습니다. 그러니까 위 사진처럼 "70959707039" 를 읽는다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숫자를 하나하나 "칠공구오구칠공칠공삽구" 라고 읽지만 여기서는 "70 95 97 07 03 9" 라고 읽습니다. 전화번호도 포맷이 아예 두자리씩 끊겨 있고 지역번호 등도 다 두자리로 맞춰져 있어서 (01 23 23 45 67) 두자리씩 끊어 읽구요.
2. 모든 명사에는 성별이 있는데, 남성형/여성형이 둘 다 있는 명사들도 있습니다.
프랑스어의 명사는 모두 남성/여성 둘 중 하나의 성을 가지고 있고, 이 명사의 성과 수 (단수/복수)에 따라 동사 뿐 아니라 형용사까지 전부 바뀝니다. 예를 들어 영어의 "Mister" 와 "Miss" 는 프랑스어에서는 각각 "Monsieur" 와 "Madame" 인데, 남자와 여자를 뜻하는 "Sieur" 와 "Dame" 앞에 "My" 를 뜻하는 형용사가 붙은 것입니다. 이게 남성 단수 명사에는 "Mon", 여성 단수 명사에는 "Ma" 가 되기 때문에 앞이 다른 것이죠. 그러니까 직역하면 "My man", "My lady" 정도가 되겠네요. 원래 프랑스어에서도 복수가 되면 명사 뒤에 "s"만 붙이는게 보통인데, 이 단어들은 이렇게 만들어져 있다보니 조금 더 복잡합니다. 각각 "Messieurs", "Mesdames" 가 되는데요. "Sieur" 와 "Dame" 에 "s"를 붙여 복수로 만들고, 앞의 형용사도 수에 따라 "Mes" 가 된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따뜻한 샌드위치 중 하나인 "크로크무슈"와 "크로크마담"은 영어 "Crunch" 를 뜻하는 프랑스어 "Croque" 에 각각 "Monsieur"와 "Madame"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위의 예에서 "Sieur"는 남성, "Dame"은 여성이지만, 명사에 따라서는 형태를 조금 바꿔서 두 가지 성을 모두 가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지칭하는 명사들의 경우 당연히 남성/여성을 각각 지칭해야할 때가 있으므로 남성형 여성형이 따로 있는데요. "연구원"의 남성형은 "Chercheur", 여성형은 "Chercheuse" 입니다.
이렇게 사람을 지칭하는 말 말고도 남성형/여성형이 둘 다 있는 단어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낮, Day" 를 뜻하는 "Jour" 와 "저녁, Evening" 을 뜻하는 "Soir" 가 있습니다. 이 둘은 다 남성인데, 여성형으로 각각 "Journée" 와 "Soirée"가 있습니다. 뜻은 완전히 같고 성만 다른 단어들이죠. 그런데 이 단어들을 사용할 때는 구분해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Hello"나 "Hi" 를 뜻하는 인삿말 "Bonjour, [봉쥬흐]" 는 "Good" 의 "Bon"과 "Jour"가 합쳐진 말입니다. 영어로 직역하면 "Good day"죠. 밤에는 같은 뜻으로 "Bonsoir" 를 쓰구요. 그런데 이건 만날 때 하는 인사고, 헤어질 때는 이걸 여성형으로 바꿔서 얘기합니다. 각각 "Bonne Journée", "Bonne Soirée" 라고 하는거죠. (Bonne은 형용사 Bon의 여성형입니다.) 프랑스에 놀러오셔서 마트 가시면 계산대에서 점원이 "Bonjour" 라고 인사하고, 계산을 다 하시고 나가실 때는 "Bonne journée, Au revoir" 라고 할겁니다.
또 "All day", "All night" 등을 말할 때는 전부 여성형으로 씁니다. 대표적으로 캡틴 아메리카의 유명한 대사 "I can do this all day" 는 프랑스어로 "Je peux faire ça toute la journée" 라고 번역되는데, 저 "Toute la journée" 부분이 각각 "All the day" 라는 뜻이거든요. 이 때 남성형으로 "Tout le jour" 라고 하지 않고 여성형으로 "Journée" 를 쓰고 이에 맞춰 형용사와 관사도 여성형으로 쓴 것입니다. 반면 비슷한 말이라도 이걸 복수형으로 쓸 때는 남성형을 써서 "Tous les jours" 라고 합니다. 예, 그 우리나라 빵집 "뚜레쥬르"가 여기서 따온 말입니다. 영어로 직역하면 "All the days", 자연스럽게는 "everyday" 나 "매일매일" 이라는 뜻입니다.
3. 그 외
다들 학창시절에 처음 영어 배우실 때, 현재완료 (Have + p.p.) 와 현재 (동사 원형) 두 시제 때문에 고생을 좀 하셨을겁니다. 대충 현재완료는 그냥 과거가 아니라 어쩌구... 현재시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어쩌구... 우리말과 좀 다르게 쓰는 시제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는데에 시간이 좀 걸리죠.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고 합니다. 프랑스어에도 현재완료와 같은 문법, 그러니까 (Have + p.p.) 의 직역판이 있습니다만, 이건 영어의 과거시제와 비슷한 뜻입니다. 그러다보니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를 처음 배울 때 항상 과거시제를 써야할 때 Have+p.p. 를 쓰는 실수를 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영어의 Have+p.p. 를 보면 과거시제라고 생각을 하구요. 현재시제, 정확히는 현재진행형 (~ing) 도 비슷한데, 프랑스어에는 ~ing 가 없습니다. 영어의 현재진행형을 쓸 때나 현재형을 쓸 때나 프랑스어에서는 모두 그냥 현재형을 쓰는거죠. 그래서 ~ing 형을 쓰는 것도 어려워한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는 영어랑 비슷한 부분인데요. 프랑스어는 영어랑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데, 보통 일상언어들이 서로 많이 다르고 전문적인 표현으로 갈수록 영어랑 비슷한 경향이 있습니다. 이전 글들에서도 언급했듯이 오랜기간 프랑스가 영국을 지배하면서 영국 왕실이 프랑스어를 사용해왔던 것도 영향이 있을것이고.. 최근에 만들어진 말들은 그대로 가져오거나 직역하는 경우도 있을거구요. 그런데 희한하게,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말인데도 영어를 그대로 따온 표현이 있습니다. "Weekend" 가 그것인데, 프랑스어로도 그대로 "Week-end"라고 합니다. 듣기로 캐나다에서는 "Le fin de semaine", 그러니까 "주의 끝"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던데 프랑스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고 그냥 "Weekend" 라고 합니다. 프랑스인 친구한테 이거 왜 이러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자기도 희한하긴 한데 왜 이렇게 영어를 그대로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네요. 알게 되면 좀 알려달랍니다. 자기도 계속 궁금했다구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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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쓰는것 때문에 유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종종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