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보다 훨씬 뜨겁게 타오르는 케이스타(KSTAR)
올해 2월 한국의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케이스타)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심 이온온도 1억℃ 이상의 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를 1.5초 동안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세먼지가 큰 이슈로 등장하고 국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의해 원전과 석탄발전의 축소가 불가피해 지면서 새로운 대체에너지로 핵융합에너지가 서서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발생하는 원리와 동일하며, 가벼운 원자핵들이 결합해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발생하는 원리입니다. 이 에너지로 물을 끊여 발생한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핵융합발전입니다. 원전에서 원자력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도 물을 데워 증기를 발전시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합니다. 화석연료를 쓰느냐 우라늄을 쓰느냐 플라즈마를 쓰느냐의 차이를 제외하면 원자력발전소, 화력발전소 그리고 핵융합발전소의 차이는 없습니다. 핵분열이나 핵융합 에너지로 바로 전기를 얻는 대신 단순히 물을 데우는데 쓰이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현재나 가까운 미래의 기술로는 물을 가열하는 게 가장 실용적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핵융합 반응에 주목하는 것일까요?
첫째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쉬워서 핵융합 발전의 주원료가 되는 두 종류의 수소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지구에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삼중수소는 지구상에 풍부한 리튬에서 쉽게 생산될 수 있습니다. 욕조 절반가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 양만으로 한사람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효율이 높습니다.
둘째는 핵융합 발전이 근본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원자로 내부에 연료를 미리 채운 상태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을 이용하는 원전과 달리, 핵융합로 속에는 극소량의 수소가 필요할 때마다 연료로 보충되기 때문에 반응로 안에서 핵반응 제어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핵융합로가 녹아내리는 사고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타고 남은 재도 방사능 물질이 아닌 헬륨뿐입니다. 원전의 0.04%에 불과한 소량의 방사능에 의해 중준위와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일부 발생하지만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입니다. 셋째는 핵융합 발전은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선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합니다. 1억℃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수소원자핵들이 융합해 태양에너지와 같은 핵융합에너지를 만들게 됩니다. 플라즈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이는 물질의 4번째 상태로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원자핵이 반발력을 이기고 융합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납니다. 태양은 이보다도 훨씬 온도가 낮아 중심온도가 1,500만℃ 정도이지만 충분한 양의 수소 원자들이 중력에 의해 갇혀 있는 시간이 길어 지금과 같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음이 이론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1억℃가 얼마큼 뜨거운 온도인지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뜨거운 것의 상징처럼 알려진 제철소 용광로의 평균온도는 고작 2,000℃ 남짓입니다.
그 뿐 아니라 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그릇 역할을 하는 핵융합장치가 필요하고, 핵융합장치 내에서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도록 플라즈마를 연속적으로 운전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토카막(Tokamak)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핵융합장치입니다. 현재 작동중이거나 새로 짓는 실험용 핵융합로는 거의 모두 토카막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토카막은 플라즈마를 구속하는 D자 모양의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내에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합니다. KSTAR(케이스타)도 물론 토카막형 핵융합장치입니다.
KSTAR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에 걸쳐 국내 기술로 4천억원이 넘는 건설비용을 투자해 개발된 초전도 핵융합장치입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동일한 초전도 재료로 제작된 KSTAR는 2008년 최초로 플라즈마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KSTAR는 현재 운용되고 있는 핵융합장치 중에서 가장 앞선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KSTAR는 2010년에 초전도 핵융합장치에서의 H모드를 세계 최초 달성했습니다. H모드는 토카막형 핵융합장치를 운전할 때 특정 조건 하에서 플라즈마를 가두는 성능이 약 2배로 증가하는 현상입니다. KSTAR는 2016년 12월 세계 최초로 7,000만℃ 초고온 상태에서 72초 동안 고성능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한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세계 최초로 플라즈마 중심 이온온도 1억℃를 1.5초 동안 달성한 것입니다. KSTAR의 최종 목표는 1억℃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300초간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것입니다.
핵융합에너지가 상용화되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도 험하지만 미래에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기술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서 우리의 인공태양은 오늘도 뜨겁게 불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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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최초라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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