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위저즈의 2011년 드래프트를 돌아보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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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1-07-04 03:15:37
결국 NBA가 직장폐쇄라는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다. 평소 같았다면 서머리그를 준비하는 이야기가 한창 오갈 시기였겠으나, 당장 정규시즌 정상화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늦게나마 워싱턴의 2011년 드래프트를 돌아볼까 한다. 어차피 드래프트 말고는 딱히 이야기할 거리가 없는 시기니까... (그래도 워싱턴은 드래프트 이야기라도 하지, 뉴올리언스는...)
1. Draft Lottery
[ 때에 따라서는 한 프랜차이즈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하는 구슬들 ]
지난 2009-10 시즌 워싱턴은 23승 59패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27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2010 드래프트 1번 지명권을 통해 특급 루키 존 월을 영입했으나, 끝내 길버트 아레나스와 결별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리빌딩을 선택한 결과였다.
그들이 기록한 성적은 로터리 확률상 4위 지명권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워싱턴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두 팀(클리퍼스, 뉴저지)의 지명권이 로터리 추첨 결과 각각 1, 4번에 배정되면서 결과적으로 두 계단 뒤로 밀려버린 6번 지명권을 손에 넣었다.
여기에 시즌 중 커크 하인릭을 트레이드 시키며 애틀란타에게서 받아온 18번 지명권, 성적에 따른 2라운드 34번 지명권까지 도합 3장의 지명권을 보유한 채 2011년 드래프트를 맞이하게 되었다.
2011년 드래프트는 일찌감치 스트로마일 스위프트, 다리우스 마일스, 마커스 파이저 등을 배출한 2000년 드래프트에 비견될 만큼 빈약한 뎁스의 드래프트가 될 것이라 예측되고 있었다. 거기에 Top 5 레벨로 분류되던 자레드 설린저, 해리슨 반스 등이 드래프트에 불참하면서 한층 흥미를 반감시켰다.
특히 설린저와 반스의 불참 통보는 워싱턴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씁쓸함이 두 배가 되는 사건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워싱턴이 지명했으면 하는 선수는
- 자베일 맥기를 도와줄, 리바운드에 능한 똘똘이 빅맨
- 퍼리미터 디펜스의 중심을 잡아줄, 3점 슛이 장착된 스윙맨
- 퍼리미터 디펜스의 중심을 잡아줄, 3점 슛이 장착된 스윙맨
중 한 명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설린저와 반스가 적격자라고 생각했지만...
2. Rumors
[ 요나스 발렌시우나스? 얀 베슬리? ]
뭐가 어찌됐든 드래프트 1, 2번 지명권의 주인공은 정해져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덧붙여 3번 지명권의 주인공 역시 에네스 칸터가 될 것이라 믿었다. 워크아웃을 치루는 동안 칸터의 주가가 생각보다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며 워싱턴에게까지 기회가 올 지 모른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그냥 '뻥카'라고 생각했다. 칸터가 기대 이하라고 한들, 대안이 없지 않은가?
세 명의 선수를 제외한 뒤, 워싱턴 프론트가 절대다수의 팬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가정하에 누구를 지명할 것인가를 따져봤다. 어차피 냉정히 말해서 위에서 언급한 타입의 선수는 없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포지션을 고려하여 빅맨 or 스윙맨들 중 6번 지명권의 사정거리 안에 있는 선수들을 따져보니... 결국 얀 베슬리 or 요나스 발렌시우나스 or 카와이 레오나드라는 이름에 도착하게 되었다.
6번 지명권의 주인공은 무조건 셋 중 한 명일 것이라 생각했다. 엄청나게 치밀한 분석을 한 게 아니라, 그냥 뽑을만한 선수가 셋 밖에 없었다. 거기서 좀 더 생각을 해보니 발렌시우나스는 바이아웃 문제가 마음에 걸리고, 18번 지명권으로 영입할 만한 선수들의 리스트를 생각해보면 레오나드를 영입하기엔 6번 지명권이 조금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와중에 워싱턴 측에서 워낙 티가 나게 베슬리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기에, 셋 중에서도 베슬리 쪽이 가장 지명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워크아웃 스케줄이 중반을 지나친 시점부터는 베슬리의 경기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시청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대로-_- 베슬리가 이미 지명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버린 것.
일부에서는 워싱턴이 픽업 트레이드를 시도하려 한다는 루머가 들려왔지만, 이 역시 그닥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예상했다. 현재 워싱턴 선수들 중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이라 여겨질 법한 이들은 존 월, 맥기, 조던 크로포드. 딱 세 명이라고 생각하는데, 크로포드로 로터리 최상위 지명권을 얻어오기란 무리다. 그렇다고 맥기를 포기하리라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맥기는 포텐셜도 포텐셜이지만, 월이랑 워낙 쿵짝이 잘 맞는 친구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픽업 트레이드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2011 드래프트를 바라보는 나의 포커스는 '18번 지명권으로 어떤 선수를 영입하느냐'에 맞춰졌다. 18번 지명권 정도가 되면 "어떤 선수를 노리느냐" 보다는, "어떤 선수가 남아있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기 마련.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는 힘들었지만, 베슬리 or 발렌시우나스 or 레오나드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 -퍼리미터 디펜스, 3점슛- 에 특화된 선수를 지명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당시 18번 지명권으로 사정거리 안에 있는 선수들 중 최선은 워싱턴 주립대의 클레이 톰슨, 최악은 듀크대의 놀란 스미스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스미스가 최악이라는 의미는 워싱턴이 18번 지명권으로 지명할 수 있는 최악의 케이스를 뜻할 뿐, 스미스가 나쁜 선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3. Draft Day
[ 야.. 임마 -_- ]
드래프트가 시작되고 예상대로 1, 2, 3번 지명권의 주인공이 정해졌다. 클리블랜드가 4번 지명권으로 트리스탄 톰슨을 호명하면서 의외의 행보를 보였고, 토론토는 바이아웃 문제에도 불구하고 5번 지명권으로 발렌시우나스의 이름을 호명했다. 곧이어 워싱턴은 내가(...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수의 팬들이) 예측한대로 얀 베슬리의 이름을 호명했다.
여기까지는 그닥 놀랍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 있어 워싱턴의 드래프트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톰슨이 골든스테이트에 의해 11번 지명권의 주인공이 되면서부터, "놀란 스미스까지 생각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크리스 싱글턴이라니! 싱글턴이 18번 지명권까지 남아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많이 밀려봐야 휴스턴(14번), 뉴욕(17번)을 지나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최악의 뎁스라는 2011 드래프트에서 커다란 운이 따랐다고 본다.
싱글턴 지명 이후로는 편안하게 드래프트를 시청했다. 이후 워싱턴은 2라운드 지명권으로 버틀러의 셸빈 맥을 호명하며 존 월의 백업가드까지 깨알같이 보강하는데 성공했다.
4. Draft Result
[ 얀 베슬리, 크리스 싱글턴, 셸빈 맥 ]
2011년 드래프트를 통해 워싱턴이 영입한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1라운드 6번 : 얀 베슬리
1라운드 18번 : 크리스 싱글턴
2라운드 34번 : 셸빈 맥
1라운드 18번 : 크리스 싱글턴
2라운드 34번 : 셸빈 맥
개인적으로 가장 바랐던 '맥기를 도와 팀의 골밑을 지켜줄 (리바운드를 잡아줄) 선수'를 영입하는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퍼리미터 디펜스의 중심이 되어줄 선수(크리스 싱글턴)를 영입하는데 성공했고, 빈약한 포스트 공격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포텐셜(얀 베슬리)이 로스터에 추가되었으며, 월의 뒤를 받쳐줄 수 있는 백업가드(셸빈 맥)까지 추가되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선택과 집중'을 완벽하게 해냈다는 측면이다. 어차피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빅맨 자원이 없었기에, 철저하게 포워드 라인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사실 싱글턴은 워싱턴이 노리고 지명했다기 보다는, 다른 팀들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둔 덕분에(?) 지명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어쨌든 결과론적으로 해석했을 때 '선택과 집중'을 훌륭히 해냈다고 본다.
많은 전문가들이 워싱턴을 2011년 드래프트의 승자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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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저도 이번은 "제발" 맥기 보좌할 인사이더형 똘똘이 빅맨 좀 뽑았으면 했는데
(뎁스가 뎁스인지라 ..;;)
그냥 이렇게 포워드쪽 보강하는게 어떻게 보면 잘됫다고 생각됩니다 이정도면 60프로는 성공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