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Power Ranking 6~7주차 - Danny Ainge.
* 편의상 반말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양해 바랍니다.
1. 창원LG 세이커스(10승 6패)
초반의 상승세가 이만큼 꺾였다는 것은, 상대팀들이 이젠 이 팀의 스타일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강력한 수비와 조직력을 자랑하는 LG는 여전히 가장 유력한 정규시즌 1위 후보이다. 문제는 그런 이 팀이 최종 우승 후보 1순위는 또 아니라는데 있지만.
아무리 수비 조직력이 좋다 해도, 민랜드 외에 확실히 스코어러가 없다는 약점은 결국 플옵에 가서 이 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현주엽이 있다고? 그가 우승을 놓고 다툴 동부의 김주성을 상대로도 목요일 삼성전이나 토요일 KTF전과 같은 활약을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삼성전에는 서장훈과 이규섭이 빠져 있었고, KTF전에는 송영진이 없었다는 사실에 감지덕지해야 할 것이다.
2. 울산모비스 피버스(10승 7패)
양동근이 없는 상황에 모비스 선수들이 점차 적응해 가면서 팀 성적도 살아나고 있다. 크리스 버지스는 적은 출전 시간에도 15점 9리바운드 2블록에 가까운 성적으로 유재학 감독의 센터 고민을 덜어주고 있고, 팀 동료들까지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최고의 용병 크리스 윌리엄스의 활약도 여전하기 때문에, 양동근이 돌아올 이 팀의 전력은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LG보다도 낫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토요일 삼성전에서 첫 덩크를 성공시킨 김효범은 비록 지금은 ‘리얼’이 아닐지언정 ‘리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한 선수다. 까짓 동영상은 잊어버리고, 좀더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지켜보시라.
3. 부산KTF 매직윙스(10승 7패)
‘빅 젤리’ 딕슨의 퇴출은 분명 KTF를 우승후보 반열에서 끌어내렸지만, 그로 인해 ‘스피드’와 ‘투지’로 대표되던 이 팀의 전통적인 팀 컬러가 회복된 것 또한 사실이다. 두 떡대 용병이 버티는 골밑도 다른 팀에 밀리지 않고, 선수층이 두터운데다 벤치 분위기도 좋아 꾸준히 중상위권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플옵 진출까지는 무난히 성공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시즌 들어 추일승 감독의 골치를 썩이고 있는 턴오버 문제는 바로 두 용병의 피딩 능력의 부재에 기인한다(잦은 선수 교체로 인한 조직력 저하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KTF의 득점은 대부분 리치와 맥기의 포스트업 공격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요 둘은 상대방의 더블팀 디펜스에 대한 대처 능력이 평균 이하다. 덕분에 리치는 평균 3.5개, 맥기는 평균 3.0개의 턴오버를 범하고 있으며, 이는 2,3쿼터에도 거의 쉬지 않고 나오는 단테 존스, 찰스 민랜드, 크리스 윌리엄스, 피트 마이클 등과 대등한 수준으로, 출전 시간 대비 턴오버로 따지면 이들을 능가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이 공격 시 리치나 맥기에게 볼을 넘겨준 뒤 멍하니 서 있다가 인사이드에서의 상대팀 스틸 이후 허겁지겁 백코트하는 모습, 이 팀의 경기 중에 곧잘 목격되는 장면이다.
4. 서울삼성 썬더스(9승 7패)
서장훈과 이규섭이 차출된 이후에 이 팀이 보여준 조직력은 놀라웠다. 강혁은 MVP급 활약으로 팀을 이끌었으며, 가가멜 감독은 가가멜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허나 그 내용을 잘 들여다 보자. 언론에서는 삼성이 아시안 게임 차출 이후 6승 1패를 거둔 것을 두고 서장훈, 이규섭이 있을 때보다 팀이 더 좋아졌다는 식으로 설레발을 쳤다마는, 그 6승의 상대는 김주성이 빠진 동부와 전자랜드, KCC,
KT&G, 그리고 SK(2차례)였다. 그리고 이 팀들은 전부 현재 6~10위에 랭크된 팀들이다. 그리고 삼성은 목요일 LG전과 토요일 모비스전에서 팀의 한계를 드러내며 패했다.
자, 이제 해답이 나오는가? 삼성 프런트의 할 일은 분명해졌다. 바로 올 시즌 이후 FA가 되는 서장훈과 이규섭을 어떻게든 잘 달래서 팀에 잔류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없는 삼성(특히 서장훈이 없는 삼성)은 아무리 용을 쓴다 한들 플옵 컨텐더는 되어도 우승후보는 될 수 없다. 더 이상 ‘서장훈 무용론’과 같은 설득력 없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
5. 대구 오리온스(9승 7패)
폴 밀러라는 용병을 데리고도 어떻게든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해 나가는 이 팀의 행보는 참 신기하다. 솔직히 선수 구성만으로 보자면 김승현이 빠진 현재의 오리온스가 하위권 팀들인 SK, KT&G, 전자랜드보다 객관적으로 나은 것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선두와 겨우 1게임차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뭐 노장 김병철의 투혼 탓도 있을 것이고, 김진 감독의 선수 기용과 전술이 맞아 떨어진 측면도 있겠지만 크게는 두 가지다. 우선 피트 마이클이 서서이 팀플레이에 녹아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1대1로도 막기 어려운 마이클이 팀 동료들까지도 잘 활용한다면 아무리 폴 밀러가 주태수급이라 해도 난처해질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두터워진 선수층이다. 정재호, 이현준, 주태수, 성준모 등 오프시즌에 새로이 가세한 선수들이 쏠쏠한 활약을 해주면서, 김승현과 김병철에만 의지하던 토종 로스터가 비교적 탄탄해졌다. 김승현이 돌아오고 4라운드 이후 적절한 용병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후반기 판도에 변수가 될 수 있는 팀은 바로 오리온스다.
6. 원주동부 프로미(8승 8패)
동부 역시 삼성과 똑같은 문제점을 겪고 있다. 김주성이 빠지고도 만만찮은 조직력을 과시했던 이 팀의 저력에 적잖이 당황했던 다른 팀들이 슬슬 ‘김주성 빠진 동부’에 적응해 가면서, 그 결과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를 당했다. 김주성과 양경민의 부재로 인해 그렇잖아도 허약한 공격력은 더욱 약해졌으며, 앨버트 화이트 말고는 공격을 주도할만한 선수가 전혀 없다 보니 팀이 이기든 지든 그 책임에 대해 무조건 화이트가 독박을 쓰고 있는 형편이다.
허나 금요일 SK전에서 54득점, 일요일 모비스전에서 65득점에 그친 이 팀의 공격력은 정말 총체적인 난국이라 해도 좋을 수준이기 때문에 화이트 한 사람만을 탓해서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럴 때 나서서 좀더 분전해야 할 선수가 바로 우리의 왓킨스 주장님이건만, 우리의 ‘왓주장’은 SK전에서 4점 5리바운드로 팀 패배의 주범이 되는 등 예전 두 시즌과는 다르게 플레이 면에서 상당한 기복을 보이고 있다. 이젠 동부 팬들 중에서도 왓주장의 포커 페이스를 냉혹한 승부사의 ‘얼음 같은 표정’이 아닌, ‘열정 없는 표정’, 혹은 ‘만사 귀찮은 표정’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이다.
하지만 KBL의 ‘우리가 남이가’ 정신 덕분에 머지 않아 복귀할 양토토가 가세하면 동부의 공격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혹 어떤 이들은 과연 토토 파문에다 미성년자와의 성추문까지 겪은 양경민이 과연 예전의 기량을 보여줄지 의문을 제기하지만(심지어는 은퇴 이야기까지 나왔다), 올시즌에도 그의 ‘철판’ 모드는 계속되리라는 것이 개인적인 전망이다. 누군가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만한 죄를 지을 경우 국민은 물론 한솥밥 먹는 동료들까지도 등을 돌리는 것이 정치판의 생리라면, 그런 경우에라도 팀 동료들의 감싸기는 기본이요, 코칭스텝, 구단 프런트와 모 그룹, 여기에 협회(KBL)와 일부 팬들(‘사랑하자 양경민’)까지 나서서 당사자를 끌어안는 것이 농구계의 풍토이기 때문에, 그런 주변의 성원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본인은 속죄의 3점포를 쏘아 올리고, 분노의 진도개 디펜스를 펼치는 쪽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7. 서울SK 나이츠(7승 8패)
김태환 감독 경질 이후 한때 시즌 포기 분위기였으나, 최근 6경기에서는 5승 1패를 하며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LG, KTF 등 강팀들을 상대로 거둔 승리도 포함되어 있어 적잖이 고무적이다.
키부 스튜어트와 루 로가 모두 수준급 용병들이고 국내 선수진도 나름 탄탄하기 때문에 이 팀은 언제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올 능력이 있었다. 허나 조직력과 수비의 문제 때문에 1+1이 2또는 3이 아닌, 1에 머무른 것이 그간 이 팀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용병들과 국내 선수들의 손발이 점차 맞아들어 가고, 김태환 감독의 경질로 인해 선수들의 정신력과 투지가 살아나며 그 여파로 팀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비까지 개선되면서(지난 주 3경기 평균 68점 실점) 그 전과는 전혀 다른 팀이 되었다.
어쩌면 SK 프런트는 이 모든 것이 감독 경질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자기들의 결단이 통한 결과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결국 이 시점까지 온 이상 김태환 감독에 대한 성급한 경질이 다시금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당장 SK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장기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팀의 중심인 감독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고, 그런 면에서 강양택 코치라는 검증되지 않은 카드보다는 김태환이라는 경험 많고 노련한 인물이 좀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잘 나간다 하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언젠가 위기는 또 다시 닥치게 마련이고 그런 위기를 헤쳐 나갈 능력이 강양택 대행에게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그 때 가서 또 위기를 타개한답시고 감독 경질이라는 똑같은 칼을 빼어 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8. 인천전자랜드 블랙슬래머(7승 9패)
이겼더라면 결과적으로 5할 승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KCC전에서 일격을 당한 것이 뼈아팠지만, 그래도 새로운 홈 체육관인 삼산체육관 개관 첫 경기에서 오리온스를 맞아 승리를 거둔 것은 고무적이다. 다음주 일정인 KT&G전과 SK전 결과에 따라 중위권으로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라다의 대체 용병인 키마니 프렌드는 비록 수준급 센터는 아니지만, 파라다와는 달리 공격 부분에서 자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보드 장악이라든가, 블록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스피드도 있고 공격 시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에 적절한 피딩이 이루어진다면 이 팀의 3점 슈터들에게 좀더 좋은 찬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 오리온스전에서 괜히 13개의 3점슛(13/26)이 나왔겠는가.
9. 안양KT&G 카이츠(6승 10패)
결국 광간지마저 옷을 벗었다. 이 결정이 팀의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플옵 경쟁에서 또 한 팀의 탈락을 의미하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나, 현재로서는 후자의 가능성이 좀더 높아 보인다(당장 감독 경질 이후 잘 나가는 듯한 SK도 장기적으로는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광간지의 경질 사건은 팀내 여러 선수들에게 여파를 미칠 것이다. 안양의 플옵 탈락이 거의 확정적이 될 경우, 시즌 중 단 선생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이고 그가 시즌 후 과연 팀에 잔류할지도 미지수다. 또 광간지의 경질은 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주희정과 양희승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팀의 주력 선수들의 속내는 복잡해질 수 밖에 없고, 그 때문에 KT&G의 이번 결정은 SK 김태환 감독의 경질 때보다 사정이 더욱 나쁘다. 자칫 조직력이 와해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상식 코치가 팀을 잘 추스르길 바란다.
10. 전주KCC 이지스(5승 12패)
근 20일 만에 연패를 끊었고 추승균의 부상 회복이 빠르다는 희소식도 들리나, 전체적인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 대체 용병 마이크 벤튼은 출장시간을 감안할 때 수비에서는 그럭저럭 잘해주고 있으나(8.8리바운드, 2.4블록슛) 공격에서는 이상민의 패스를 놓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운동 능력은 나쁘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센스가 부족하고 바스켓 이해도가 높지 않은 선수다. 타이론 그랜트 역시 스탯과는 별개로, 타팀 용병들에 비해 별다른 경쟁력이 없는 용병임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한편 조성원의 공백을 메꿔주리라 기대했던 손준영과 신동한은 수준급 식스맨은 될 수 있어도 주전으로는 아직 모자란 선수들임이 드러나고 있다. 또 11월 12일 LG전 퍼포먼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Mr.40’ 표명일은 이후 자신감이 지나치게 넘치다 보니 중요한 순간마다 종종 무리한 슛 셀렉션으로 팀 공격의 흐름을 끊고 있다. 역시 이 팀의 국내 선수단 중심은 이상민과 추승균이다. 허나 언제적 이상민이고 추승균이란 말인가. 그런 걸 보면 새삼 신산의 선견지명에 감탄사가 아니 나올 수 없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답더냐. 뒷수습하는 허재옹의 얼굴엔 오늘도 그늘이 드리운다.
허재감독의 임기가 내년초까지라고 하던데,
KCC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정말 김주성을 FA로 영입하려는걸까요?
하여간 KCC 팬으로써, 올해는 버렸습니다. 기대할 게 없어보이네요.
2008년 드래프트에서 김민수를 뽑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