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셀틱스 탐구생활 - 에필로그: 글을 마무리하며, 그리고 셀틱스 팬들께 드리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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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셀틱스 탐구생활의 마지막 7편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이 자료 분석 등 상당히 정량적인 부분을 통한 이야기였다면, 이 에필로그에서는 정량적인 이야기 거의 없는 제 생각만 적어보려고 합니다. 팬분들께서 불편해 하실 수 있는 부분들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기획의도
"호포드는 악성계약이니까 덜어내야 될 거야."
"버틀러는 왜 트레이드 안 해왔니?"
"폴 조지가 더 나은 선수 아니야?"
"헤이워드가 와서 별로 기쁘지 않아. 헤이워드 온다고 해서 도움이 되겠어?"
"동부 1위 했으면 자산 싹 팔고 윈나우 가야지."
"그 정도 보강해서 클리블랜드에 되겠어?"
"너희들은 리바운드가 문제라고. 그러니 빅맨을 영입해야 한다니까?"
"너희 클리블랜드에 졌으니까 아마 리빌딩 시작해야 할 거야."
"너희들은 방향성이 너무 애매해. 윈나우도 아니고 리빌딩도 아니고 뭐가 뭔지 모르겠어."
"테이텀은 강팀에 드래프트 됐으니 얼마 못뛸 거야. 론조 볼이나 디애런 팍스,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는 30분 이상 팀에서 출전 시간 보장해주면서 쑥쑥 클거라고."
"클리블랜드 이후의 시대는 밀워키나 필라델피아 차지가 될 거야."
이번 시즌 내내 셀틱스에 대해서 많은 팬분들이 말씀해주셨던 마음 아픈 말씀들입니다. 사실 셀틱스 팬으로써 인정하기 싫은 부분도 있었고, 이런 내용들을 보란듯이 셀틱스가 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에, 이러한 말씀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스탯을 정리해서 한번 셀틱스를 변호해 보고 싶었습니다. 위의 내용들을 한 번 기억하고 제 글을 다시 읽어보시면 왜 제가 저런 자료를 썼는지 공감해주실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가 아직 하나의 과제를 끝내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IT가 1옵션인 팀은 우승할 수 없어." 라는 주제입니다.
사실, 이 주제에 대해서도 쓰고 싶었고, 자료도 한번 만들어 보려 했지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우승할 수 있니?" 라는 질문은 결국 이 선수가 우승을 해 본적이 있어야 "응. 이 선수는 우승할 수 있어."라고 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승을 해 본적이 있는 어빙조차도 "이 선수가 1옵션으로 우승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을 듣지 못합니다. 하물며 우승해 본 적이 아직 없는 IT겠습니까.
IT가 보스턴에서 우승을 해도 좋고, 다른 팀에 가서 우승을 해도 좋습니다. 그 때 제가 "응. IT로 우승할 수 있어." 라고 답하면서 다시 한번 셀틱스 탐구생활 같은 글을 쓸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셀틱스 팬들, 아니 팬들께 드리는 말씀
혹시 셀틱스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여쭤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왜 셀틱스를 좋아하시나요?
이 답변에는 빅3 시절 보스턴이 너무 좋아서 그때까지 팬이신 분들도 계시고, 보스턴 농구가 재밌어서 라고 답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IT가 멋있어서 라 답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물론 저처럼 코트가 예뻐서 나 감독이 잘 생겨서 같은 이상한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이 이유를 제쳐두고 최근에 셀틱스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셀틱스가 잘 하는 팀이기 때문에' 나 '셀틱스가 강팀이라서' 같은 이유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이유에는 좀더 다른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아요.
모든 분들이 아시다시피 보스턴 셀틱스는 저번 시즌 리그 전체 4위, 동부컨퍼런스 정규시즌 1위, 동부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등 꽤 가시적인 성과를 냈던 팀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팬분들이 보스턴에 기대하는 것은 골든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가 3년 연속 맞붙는 파이널 같은 이미 파이널에 누가 갈 지 정해진 것 같은 이 기묘한 플레이오프 시대를 끝내주기를 기대하시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만약, 그런 이유로 보스턴을 응원하시는 팬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정중히 다른 팀을 응원해 주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보스턴은 그 방향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방향이 다르다면 갈라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오프시즌에 이 체제를 깨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OKC나 미네소타, 워싱턴 같은 팀들을 지켜보시고 응원해 주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냉정히 얘기해서 보스턴은 아직 리빌딩 중인 팀입니다. 물론 그렇기에 많은 팬분들이 비판하시는 거겠죠. 하지만, 저는 지금 선수단과 감독이 펼치는 농구를 너무 좋아합니다. 저는 보스턴이 매일 밤 20점 차 이상으로 이기는 골든스테이트 같은 팀이었다면 아마 응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보스턴 경기 많이 보시는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이 팀은 도무지 쉽게 이기는 경기가 없습니다. 크게 이기다가도 어느새 뒤집혀 있고, 경기 시작부터 5점 차 이내에서 왔다갔다하다가 끝나죠. 셀틱스를 응원하시는 팬들이라면 아마 심장병 걸릴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위기를 팀으로써 해결해나가는 이 팀의 농구가 너무 좋았습니다.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3쿼터부터 디펜스 콜이 터지는 셀틱스 팬들의 열정, 그리고 그 분위기에 반응하듯 서서히 경기를 접수해가는 선수단. 이런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징계기간 중에 어떤 분의 글을 보았습니다. 셀틱스는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이어야 하고, 이 팀은 매 시즌 우승을 노리는 전력을 갖춰야 하는 팀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이 글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말 한 시즌 고군분투해준 선수들인데 같은 셀틱스 팬이라는 분이 이렇게 선수를 무시해도 되나 싶어서요. 이 보스턴 셀틱스 탐구생활을 기획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컨퍼런스 파이널 5차전이 끝난 후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은 "우리 팀이 궁극적으로 좋은 팀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사람을 과소평가해서 보면, 그 사람이 당신에게 가져오는 결과도 그런 결과가 될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적어도 셀틱스 팬분들께서는 우리 팀이 해나가는 과정을 애정있게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셀틱스 팬들께 필요한 것은 인내와 애정이라고 주제넘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클리블랜드와 지난 2년 간 최선을 다해서 잘 싸워준 애틀랜타와 토론토 그리고 이제 윈나우 선언하고 클리블랜드와 싸워볼 워싱턴에도 애정어린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금 보스턴 팬들이 겪고 있는 기분을 애틀랜타 팬분들과 토론토 팬분들도 겪으셨을 겁니다. 특히 애틀랜타와 토론토는 그 때가 정규시즌 승리가 프랜차이즈 사상 최다 승수 경신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클리블랜드에 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폄훼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골든스테이트에 패한 팀들에 대해서는 따뜻한 말씀이나 덕담들이 오가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시리즈가 마무리되는데, 유독 클리블랜드(정확히는 르브론 제임스의 팀이지 않을까 싶어요.)에 패한 팀들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한 것이 너무 마음 아픕니다.
저는 저희 보스턴이 클리블랜드에 패하는 것도 가슴 아프지만, 그것때문에 지금 선수단이 무시당하고 폄하당하는 것은 더 참기 힘듭니다. 많은 셀틱스 팬분들도 그러실 거구요. 그렇기에 그냥 애정어리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으로 보스턴 셀틱스 탐구생활 시리즈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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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스턴이 이번엔 좀 더 나아질거라고 긍정적으로 보고있습니다 하지만 브래들리 보낸게 나중에는 어쩔수없이 보내는건 그렇다치지만 꼭 지금일 필요가 있었는지 하는 마음이 좀 있네요. 제가 브래들리를 아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