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 개막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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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4 15:23:03
엠비드가 이리 부진하고, 더욱이 23분만 뛰고도 셀틱스 상대로 무난하게 승리한 건 수년 내에 처음인 것 같습니다. 3점 슈팅이 그야말로 폭망수준(24.1% 3점 성공률)이었는데도 14점 차의 무난한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네요.
수비 퍼스트 마인드로 경기에 임한 것이 눈에 띄었고, 외곽 슈팅이 막히고 엠비드가 더블팀에 묶이면서 크게 고전하던 2쿼터부터 끈기있게 수비로 버텨낸 것이 결국 승리로 이어졌습니다.
경기력은 좋진 않았습니다. 오픈 찬스를 만들어낸 것 대비 슈팅 적중률이 너무 떨어졌고, 엠비드도 부진했으니까요. 오펜스 파울도 너무 많이 나와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수비도 마냥 좋았다 하기엔 파울도 많았고, 오픈 찬스도 적게 준 편은 아니었죠.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수비 집중력은 좋았고, 슈팅이 안 들어갔음에도 빅맨들이 하이포스트 링커로 기능하면서 펼친 공격 전술들도 잘 먹혔습니다(시몬스 덕인-조쉬 리차드슨 컷인-조쉬 리차드슨 DHO 앤 롤).
아직 공수 완성도가 낮은 편인데도 컨셉은 잘 잡고 가는 것 같아서 만족하며, 전술 완성도가 높아지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필리 농구는 보는 재미는 없으나 꾸역꾸역 이겨나가는 늪농구가 될 것 같고, 개막전은 그런 컨셉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생각합니다(시몬스의 트렌지션 게임이 폭발하는 이외에는 시원하게 이기는 걸 보긴 힘들 것 같습니다).
- 시몬스
오늘 시몬스의 활약상은 어느정도는 예상가능했던 상황이었을 겁니다. 셀틱스가 시몬스에게 유독 강했던 건 마커스 모리스-호포드의 존재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엠비드에게 강했던 건 호포드-베인즈-더블 팀의 존재 때문이었죠.
비록 호포드-베인즈는 없었지만 특유의 더블 팀은 여전히 대단했고, 이로 인해 엠비드는 크게 고전했습니다. 그러나 마커스 모리스-호포드(특히 모리스)가 없는 틈새를 시몬스가 놓치지 않고 공략한 게 공격에서 활로를 열어줬죠.
지난 시즌에도 누누히 얘기했지만, 전 셀틱스가 필리에 강한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호포드이고, 그 다음순위가 마커스였다 봐서 마커스 빠진 것의 타격은 필리 상대로는 매우 클 거라 생각합니다.
마커스 모리스가 시몬스 맨마킹을 정말 잘해준 데다가 공격에서도 필리 수비를 잘 공략해서 필리 입장(특히 시몬스 입장)에선 손꼽히게 까다로운 선수였으니까요.
많은 매체들이 호포드 부재를 지적하고 있으나, 전 필리 상대로는 마커스 모리스의 존재 유무도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오늘 경기도 그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새깅 디펜스는 나왔으나, 시몬스는 마치 플레이오프 넷츠 전 때처럼 새깅 디펜스를 피지컬 우위로 무너뜨렸습니다. 68.8% 야투율로 24 득점을 해내면서 대활약을 펼치는 데 성공했죠. 이 정도로 새깅 디펜스를 극복하는 경기에선 굳이 외곽 슈팅을 시도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테니 외곽 시도를 보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할 것 같습니다.
- 호포드
호포드는 정말 잘했습니다. 공수 모두 완벽했고, 특히 조쉬와의 2 : 2 게임 & 시몬스의 덕인 지원에선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습니다.
수비에서도 엠비드 옆에서건 5번으로 뛸 때건 정말 좋은 수비를 보여줬죠. 전술 이해도가 워낙 좋은 선수여서 계속 팀의 구멍을 메워주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정말 인상적인 선수입니다. 오늘 시몬스-조쉬 활약의 50%는 호포드 공헌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기록으로 다 얘기할 수 없는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 타이불
타이불은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드러났습니다. 역시나 걱정했던 데로 온볼 디펜스(맨마킹, 픽 앤 롤 대처)에서 약점을 드러냈고, 파울도 많았습니다.
대신 오프볼 디펜스 공헌은 프리시즌에 진배없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타이불은 정말 좋은 오프볼 디펜더입니다. 오늘도 5 디플렉션-2 스틸-2 블락을 기록했죠.
시즌 초반 계속 수비에서도 부침이 있겠지만, 잘 성장해서 시즌 말미엔 좋은 수비수로 자리매김해주면 좋겠습니다. 가능성은 충분해보입니다.
공격에선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쉬운 공격부터 차근 차근 성공시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 토비아스 해리스
토비는 전반전엔 아쉬웠는데, 후반전에 아쉬움을 어느정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줬죠. 필리 합류 이후 꾸준하게 디펜시브 리바운드에 큰 공헌을 해주고 있고, 오늘도 보드 공헌은 정말 좋았습니다(15 리바운드).
전반전에는 정말 부진했는데(4득점, 20% 야투율, 야투 1개 성공), 후반전에 이름값을 해줬습니다(11 득점, 83.3% 야투율, 8 리바운드, 3 어시스트, 2 스틸).
계속 페이스 업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려는 시도를 했는데 그 점이 가장 맘에 들었구요. 아직 빅맨들과 호흡이 안 맞아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후반전 모습은 이후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생각합니다.
토비가 오늘 후반전처럼 접전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배력만 보여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시몬스와 토비가 엠비드를 확실히 지원해줘야 대권도전이 가능할 거라 믿습니다.
- 조쉬 리차드슨
야투율이 안 좋았으나, 가장 칭찬하고픈 선수입니다.
빅맨과의 2 : 2에 이은 돌파 & 파울겟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1번 롤도 무난하게 소화해내었습니다. 브라운 감독은 조쉬가 1번일 때 마치 버틀러처럼 2 : 2 게임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게 했는 데, 오늘은 그 컨셉에서 조쉬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네요.
프리시즌 대비 심플하게 1번 롤을 조정해준 덕을 조쉬가 크게 본 것 같습니다.
필리는 시몬스가 있는 특수성때문에 주전 중에 1번 롤을 해줄 선수가 있으면 금상첨화이고, 지난 시즌에는 이 역할을 버틀러가 도맡아 해줬었는데요.
이번 시즌에는 호포드의 지원 아래 조쉬가 이 역할을 제한적으로 수행할 것 같습니다. 제한적인 롤만 주면 1번으로도 괜찮다는 걸 보여줬고(어차피 시몬스가 4번에 있어도 트렌지션 메이킹은 다 시몬스가 합니다. 중요한 건 하프코트 오펜스에서 시몬스가 4번으로 기능할 때죠), 덕분에 시몬스가 마음껏 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한적이나마 조쉬가 1번을 수행할 수 있는 건 클리퍼스같은 팀을 만날 때 큰 힘이 되어줄 겁니다. 사실 조쉬 1번 롤은 정규시즌보다는 플옵을 위해서 필요한 전술 운용이 아닌 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대팀이 뛰어난 백코트를 가진 셀틱스였음에도 수비는 더할나위없이 좋았습니다.
- 로테이션
오늘 조쉬가 1번으로 전격 기용되면서 필리는 9인 로테이션을 활용했는데요. 이로 인해 네토-버크가 출전안했으나 큰 문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대팀에 맞춘 선수 기용을 하지 않을 까 기대하고 있구요. 팀에 맞춰서 선수 기용에 다변화를 주면서 계속 9-10인 로테이션을 활용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시즌 전체로 봤을 때 12인 로테이션을 쓰는 방향으로 갈 것 같은데요.
어차피 전술적으로 윙어 활용을 극대화해야 해서 핵심 식스맨은 결정난 상황(스캇-에니스-타이불)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개막전에 셀틱스를 상대로 승리해줘서 기뻤고 이 흐름이 당분간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시즌 초반 경기력이 상당히 널뛸 것 같아서 당분간 큰 기대는 안하고 필리 경기를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 게시물은 아스카님에 의해 2019-10-28 15:29:45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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