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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감독은 왜 그런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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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11-24 23:25:11

*이 글에 사용한 각종 수치들은 11월 23일까지의 기록입니다. 오늘 경기를 져버려서 글 올리는 타이밍이 아쉽긴 하지만 오늘 경기는 캡스가 deep 3가 다 들어간 소위 그날이라서(캡스가 진짜 잘했어요. 그리고 끝까지 포기안한 필리 선수들도 칭찬합니다) 글 흐름을 해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부분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최근 브라운 감독에 대한 비판이 너무 과도하다 생각해서 쓰게 된 글입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제 글도 정답은 아니라는 겁니다. 당연히 저와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전 그 의견들도 존중합니다.


다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 상황을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 까라는 마음에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어떤 감독이건 완벽한 사람은 없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관된 잘못이 연이어 나온다면 그건 충분히 비판할 수 있습니다.

허나 비판 이전에 정말 이 선택이 비판받을 만한 지 여부는 한번쯤 고민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브라운 감독의 모든 의견이 맞다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 브라운 감독의 단점을 매우 아쉬워하는 사람이고, 그 단점을 매우 크게 인식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허나 브라운 감독의 판단이 과연 이리 과도하게 비판받을 정도인지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브라운 감독의 판단을 이해하려면 먼저 팀의 방향성과 사전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죠. 그래서 먼저 필리가 어떤 팀컬러를 가졌고, 브라운 감독이 팀컬러로 인해 어떤 성향의 선수를 중시하며, 프론트오피스가 원하는 팀의 방향성은 무엇인지를 서술해보겠습니다.

각각의 팀은 추구하는 방향과 팀컬러가 각기 다르기 마련입니다.

 


 

팀의 방향만 해도 당장의 승리가 중요한 팀이 있고, 유망주의 발전이 중요한 팀이 있으며, 정규시즌이 중요한 팀이 있고, 플레이오프가 중요한 팀이 있습니다.

 


 

팀컬러도 공수에서 주요선수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색채를 띌 수 있죠.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를 모든 팀에 적용시킨다면 각 팀의 선택 중 이해가능한 것은 몇 개 남지 않을 겁니다.

즉, 다양한 상황에 감독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지 여부는 한 팀의 서사와 전후 상황을 이해한 다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 팀 컬러


필리는 빅볼을 추구하는 팀입니다. 리그 탑센터 중 한 명인 엠비드가 이끄는 팀이니 당연한 것이겠죠. 그리고 또 한 명의 코어가 시몬스입니다.

엠비드는 빅맨이자 포스트 업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이고, 시몬스는 돌파를 주무기로 삼는 플레이메이커이지만 슛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두 선수를 중심으로 빅볼을 하기 위해 감독이 강조한 것이 바로

1) 왕성한 활동량, 2) 수비, 3) 패스, 4) 스페이싱 이었죠.

팀은 이에 맞춰 선수를 영입하고 팀전술을 다듬었습니다. 현 리그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구성의 팀을 만든 건데요(슛없는 장신 1번과 빅맨이 중심인 빅볼팀). 공격에서는 구성의 독특함 만큼이나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브라운 감독은 그 중에서도 특히 수비를 강조하면서 팀의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습니다.

코어성향과 팀 전술 상(스페이싱 강조) 공격은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다보니 수비 퍼스트를 강조한 건데요. 

사실 브라운은 탱킹 시절부터 수비를 강조해온 감독입니다. 수비 조직력에 해가 되는 선수를 싫어하고, 수비가 안되면 설사 로테이션에 넣더라도 기용시간을 제한합니다.

중요한 순간에는 잘 쓰지도 않아요. 그만큼 수비를 중요시하는 감독입니다. 그리고 브라운 감독은 대인방어능력보다는 수비 조직력에 어떻게 녹아드는 지를 더 중시합니다.

그가 대인 방어력이 떨어지는 레딕을 중용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능합니다. 레딕은 대인 방어력은 아쉽지만, KIF(keep in front, 마크맨 정면에 위치하는 능력)에 능하고 수비 로테이션 이해도가 높습니다.

즉, 팀이 추구하는 압박, 스위치, 헬프 디펜스에서 동선을 혼동하거나 느린 타이밍으로 동료들을 방해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죠.

브라운은 공격이 흔들려도 수비만 바로서면 승리가 따라온다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수비가 결국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고 믿고 있죠.

이러한 그의 철학은 팀운영에도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브라운 감독의 이 성향(수비 조직력 중시 성향)에 지난 시즌 가장 수혜를 입은 선수가 TLC(루와우)입니다.

지난 시즌 그야말로 심각한 슈팅 슬럼프에 빠졌음에도 수비 이해도가 뛰어난 TLC를 브라운 감독은 줄곧 중용했는데요(벤치에서 평균 13.5분 출장).

지난 시즌 TLC는 벤치에서 출장했을 때 3점 성공률이 30.5%였고, 3점슈팅은 경기당 1개도 채 넣지 못했습니다(0.8개). 심지어 넷마진도 -3.5였으니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던 걸 알 수 있죠.

그런데 이렇게 심각했던 TLC를 주전 부상의 위기 때 브라운은 6 경기동안 전격적으로 주전으로 기용합니다. 놀라운 결정이었고 현지와 국내 모두에서 이 결정에 의구심을 표했었죠.

그런데 TLC가 주전으로 출장한 경기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습니다. 평균 28.7분 출장, Net 마진 +10.3, 3점 성공률 42.5%(2.4개 성공)을 기록한 것이죠. 

그리고 팀은 이 시기에 주전 부재에도 3승 3패를 기록하며 TLC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결국 감독의 믿음이 팀의 위기를 극복하게 한 것인데요. 이처럼 감독의 판단은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지만(벤치일 때 TLC), 때로는 반전을 일으키기도 합니다(주전일 때 TLC). 그리고 브라운의 선택은 언제나 수비퍼스트 마인드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번 시즌에도 비슷한 예가 있습니다. 무스칼라가 코뼈 부상 후 극도의 부진에도 계속 중용받은 것(매직 전에서 부진이 극에 달했었죠), 샤멧-코크마즈가 뛰어난 잠재력을 보여줌에도 4쿼터에는 기용을 제한하는 것 등이 그 예시일텐데요.

무스칼라는 부진의 극을 보여줬던 매직 전 이후 공수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4경기 평균 27분 출장, 평균 10.3 득점-45.8% 야투율-47.1% 3점 성공률(2개 성공)-4.3 리바운드를 기록 중이죠.


  • 필리가 정규시즌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지난 시즌에 필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52승을 거뒀습니다. 플레이오프도 2라운드까지 진출하며 팀으로써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뒀죠.

그리고 지난시즌을 거치면서 팀이 얻은 또 하나의 성과는 약점을 명확하게 파악했다는 건데요.


이번 시즌 필리는 약점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1) 미스매치에 약한 약점 극복

2) 미들레인지 옵션 추가

3) 시몬스 부진 극복

이 세 가지가 가장 시급한 문제였는데요.


팀은 버틀러를 영입하면서 문제의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렇다면 버틀러가 영입된 현재 필리는 과연 동부 챔피언 컨텐더라 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필리는 아직까지 동부 챔피언 컨텐더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버틀러 영입 전에는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버틀러 합류 전까지 필리는 9승 6패, 6할 승률을 기록 중이었으나 Net 마진은 -0.1이었을 정도로 경기력에 기복이 심했고, 승리 대부분이 접전 승부(9승 중 6승이 접전 승리)였을 정도로 압도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었죠.

초반 9승은 전적으로 엠비드와 레딕 덕분이었고(+ 코빙턴^^), 특히 레딕의 클러치 활약이 없었다면 필리는 승리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 부진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선수가 시몬스였죠. 

시몬스의 초반 부진은 심각했습니다. 지난 시즌 Net 마진 +6.6, 온오프마진 +7.6(팀 내 3위)이었던 선수가, 버틀러 합류 전까지 Net 마진 -2, 온오프마진 -5.3이었으니 시즌 초반 그의 부진이 얼마나 심각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시즌 초반 지표상으로 시몬스는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선수였고, 필리가 설사 정규시즌에 많은 승리를 거두더라도 이 부진을 극복못한다면 필리는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리가 없었죠.

버틀러 영입은 필리가 이 상황을 타개하고, 다른 약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승부수였습니다. 그리고 필리는 버틀러와 함께 기존 문제들을 서서히 극복해나가고 있죠.

필리는 현재 엠비드 & 버틀러라는 명확한 빅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허나 시몬스는 빅3에 들어가기에 아직 부족합니다.

즉, 필리가 동부 챔프를 노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빅3가 완성되어야만 하고, 그래서 시몬스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시몬스 발전은 결국 돌파 & 로우 포스트 스킬 향상으로부터 시작되어야만 합니다. 특히 클러치 상황에 시몬스가 힘을 내줘야만 접전 승부가 많은 플레이오프에서 필리가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죠.

버틀러 영입 이후에도 브라운 감독이 시몬스에게 클러치 포제션을 몰아주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능합니다.

즉, 브라운 감독은 꾸준한 활약을 해주는 버틀러-엠비드보다 시몬스의 성장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필리는 당장의 성적이 중요한 팀이 아닙니다. 정규시즌 동부 1위 & 플레이오프 2라운드 탈락 vs. 정규시즌 동부 3위 & 플레이오프 챔피언 전 진출을 놓고 선택하라면 필리 팬 누구나 후자를 선택하겠죠.

그렇다면 지금의 부침은 이해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엠비드와 버틀러가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 이번 시즌 필리 성공의 열쇠는 시몬스가 쥐고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명확합니다.

필리가 추구하는 건 정규시즌의 성공이나 60승 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플레이오프에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것이죠. 이를 위해 필리가 해야하는 건 명확합니다.

그래서 필리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시몬스에게 보다 많은 포제션을 몰아줘야만 합니다. 시몬스의 성장이 필리 성공의 열쇠니까요. 

다행히도 버틀러 합류 후 시몬스가 회복기미를 보이는 와중에 4승 1패를 기록 중이니 현재는 시몬스 성장과 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사실 전 패배가 지금보다 많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오늘 경기를 졌으니 완전 틀린 예상은 아니네요). 

접전 승부가 많은 건 저도 매우 아쉽지만, 많은 접전 경험은 필리의 플레이오프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줄 겁니다. 그리고 조정기간이 끝나면 가비지 게임도 서서히 나올 거에요.

사실 샤멧과 코크마즈의 접전 상황 기용 제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능합니다.

팀 수비의 최대 약점이 미스매치 대처인 상황에 피지컬이 아쉬운 선수를 사용하는 건 너무 큰 위험이 따릅니다. 거기에 그 선수가 수비도 약한 선수라면 더욱 사용하기가 어렵겠죠.

레딕과 벨리넬리는 피지컬이 나쁜 선수는 아니고, 레딕은 팀 수비 이해도가 높은 선수였음에도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미스매치 공략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샤멧과 코크마즈는 아직 좀 더 성장해야만 합니다. 최소한 피지컬 약점은 극복해줘야만 4쿼터에도 두 선수를 자주 볼 수 있을 거에요. 그래서 전 두 선수의 3, 4년차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특히 샤멧은 3년차까지 피지컬 성장만 이뤄낸다면 레딕 후계자로 손색없을 거에요.


  • 펄츠 벤치 기용의 나비효과. 로테이션 문제.


브라운 감독이 최근 로테이션 문제로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는데요. 그래서 필리 로테이션 얘기를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전 펄츠를 벤치로 보낸 것이 팀에 큰 마이너스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펄츠가 주전에서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펄츠가 주전일때는 주전의 힘으로 펄츠를 커버할 수 있었다면 벤치에서는 펄츠로 인한 문제들이 뚜렷히 드러났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펄츠의 기량이나 잠재력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펄츠로 인해 로테이션이 꼬여버린 게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펄츠 맞춤형 라인업 운용이 있었습니다.

전 펄츠의 기량이 문제라고는 생각안합니다. 펄츠는 시즌 중에도 놀라운 수비개선을 이뤘고, 좋은 리딩과 돌파능력을 보여줬죠.

그럼에도 펄츠가 벤치인 게 마이너스였던 이유를 설명하려면 필리 주전라인업 운용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펄츠가 없었던 지난시즌 필리 주전라인업의 가용시간은 경기당 12.3분이었습니다. 

이 가용시간은 리그 기준으로도 짧은 편입니다. 지난 시즌 기준 주전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팀버울브스(23.6분), 썬더(코리 브루어 영입 후 21.5분), 호넷츠(19.4분)를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의 팀들은 주전라인업 가용시간을 14분 이상 가져갔습니다.

반면, 필리는 로테이션 활용도가 높은 팀이었고, 지난 시즌에는 엠비드의 출장시간제한까지 겹치면서 12.3분이라는 시간만 주전라인업을 활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엠비드의 출장시간제한이 풀린 이번 시즌 필리 주전라인업의 가용시간은 보다 길어졌을까요?

흥미롭게도 필리 주전라인업의 평균 가용시간은 이번 시즌에 10.9분으로 오히려 짧아졌습니다.

그리고 버틀러 입성 전에는 레딕 중심의 주력 라인업(주전은 아니나 주전급이었던)을 이보다 적은 9.6분만 기용했었죠. 버틀러 합류 후 초반 3경기에서도 주전 라인업 가용시간은 8.5분에 그쳤습니다. 주전라인업 기준에서 볼 때 이 가용 시간은 매우 짧은 편에 속합니다.

이번 시즌이 리그 트렌드로 인해 지난 시즌과 달라진걸까요? 리그 트렌드도 약간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시즌 평균 18.7분인 매버릭스를 필두로 주전 의존도가 높은 팀들은 대체로 14분 이상의 가용 시간을 가져갔으며, 그 외 팀들은12-13분 대의 가용 시간을 가져갔습니다. 지난 시즌보다는 대체로 조금 짧아졌죠.

허나 그런 점을 감안해도 8.5분은 주전 라인업 중에서는 단연코 꼴찌이며 다른 팀의 세컨 라인업에도 못 미칠 정도로 짧은 시간입니다. 이상할 정도로 주전라인업의 가용시간이 짧았다는 걸 알 수 있죠.

버틀러가 주전 라인업에 한시바삐 녹아들어야 하는데 이리 짧은 가용시간은 너무 아쉽죠.

혹시 필리 주전라인업의 역량이 부족해서 변칙적인 운용을 한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필리 주전라인업의 역량은 리그에서도 뛰어난 편에 속합니다.

지난 시즌 필리 주전라인업의 Net 마진은 +21로 주전라인업 중 리그 1위였으며(2위와 +7.5 차이), 이번 시즌에도 버틀러 합류 후 필리 주전라인업은 Net 마진 +26으로 리그 2위에 위치해 있습니다(시즌 전체로는 리그 1위 기록).

즉, 필리는 주전 라인업이 많이 뛸수록 유리한 팀이라는 거죠.

그런데 왜 이번 시즌에는 주전 라인업이 불과 9.6분, 8.5분이라는 비정상적인 시간만 운용되었던 것일까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건 바로 펄츠 맞춤 라인업 가동으로 인한 나비효과때문입니다.

브라운 감독은 버틀러 합류 후 세 경기동안 펄츠 맞춤 3슈터 라인업을 통해 펄츠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습니다.

펄츠 맞춤 라인업은 이 기간동안 무려 11.3분을 소화했는데요.

필리 주전라인업이 같은 기간 8.5분인 걸 감안하면 펄츠 맞춤형 라인업의 팀 내 비중이 정말 높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펄츠 맞춤 라인업이 팀에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이 라인업에는 무조건 레딕과 엠비드가 포함되므로 주전 라인업이 쪼개져서 운용될 수밖에 없었던 점이 문제를 일으킨건데요.

중요한 순간에 주전라인업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 이 것이 주는 여파는 컸습니다.

다들 기억하시는 것처럼 저 세 경기에서 필리는 주전이 높은 1쿼터 마진을 기록하고도 따라잡히는 경우가 허다하게 나왔는데요. 라인업 기용순서를 맞춰보면 이 맥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필리는 시작을 주전라인업과 함께 해서 큰 점수차를 만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펄츠 맞춤 라인업이 바로 가동됩니다. 그리고 이 라인업을 대략 5분 정도 쓰고 나면 주전은 이 때부터 쪼개서 기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레딕과 엠비드가 쉬지 못하고 이미 펄츠를 위해 활용되었으니까요.

그래서 필리는 상대팀에게 모멘텀이 넘어갔을 때도 주전라인업을 기용하지 못했고, 이것이 버틀러 합류 후 3경기에서 1, 3쿼터 run을 허용한 주된 이유였습니다. 심지어 이런 로테이션 문제는 4쿼터에도 영향을 미쳤죠.

필리처럼 주전라인업의 역량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팀이라면 중요한 순간에는 적극적으로 주전 활용빈도를 높여야만 합니다. 그런데 필리는 펄츠를 살리고자 이러한 이점을 포기했고 이것이 팀 경기력의 기복으로 연결된 것이죠.

실제 펄츠가 백업으로 밀려난 후 2경기에서 필리 주전라인업 가용시간은 무려 14.5분에 이릅니다. 심지어 펄츠가 완전히 빠진 펠리칸즈 전에서는 주전라인업이 16.2분이나 가용되었죠.

그리고 주전라인업은 2경기 Net 마진 +10.7, 펠리칸즈 전 Net 마진 +18.9라는 강한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물론 주전라인업 가용시간이 늘어났음에도 큰 점수차를 따라잡히는 상황이 자주 나왔지만 그렇다해도 필리가 이 기간에 연승을 해낸 건 주전라인업의 위력이 큰 영향을 주었다 생각합니다.

결국, 브라운 감독의 펄츠 배려가 팀 로테이션을 망가뜨렸고, 이게 심각한 경기력 기복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겁니다.

최근 2경기에서 브라운 감독이 맥코넬을 중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능합니다.

맥코넬은 펄츠와 거의 동일한 장점을 가진 선수입니다. 그런데 풀업 숏점퍼는 훨씬 더 정확하고, 사이드라인 3점 슈팅도 가능하며, 시몬스와도 공존가능하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죠.

즉, 펄츠는 사용하기 위해 맞춤라인업을 만들어줘야만 했다면 맥코넬은 어떤 라인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팀 로테이션에는 더욱 도움이 되는 선수였다는 건데요.

물론 이 것이 맥코넬 > 펄츠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당장 펄츠 주력 맞춤라인업인 펄츠-레딕-코크마즈-무스칼라-엠비드는 Net 마진이 +46.7에 이를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거든요.

허나, 펄츠는 저 라인업에 무스칼라가 윌챈으로만 바뀌어도 Net 마진이 -21.9에 이를 정도로 파트너 영향을 너무 크게 받았습니다. 게다가 레딕-엠비드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팀 전체에는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었죠. 

왜 브라운 감독이 펄츠 대신 맥코넬을 중용하게 되었는지, 펄츠가 왜 이 결정에 위기를 느꼈는 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즉, 브라운 감독은 주전 라인업 활용빈도를 늘리기 위해 맥코넬을 중용하는 결정을 내렸고,

펄츠는 파트너에 따른 경기력 차이가 너무 심해서 맥코넬만큼의 범용성을 가지지 못했다.

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로테이션이 정상화된 이후 주목해야할 선수는 역시 시몬스입니다. 버틀러가 들어온 이후 회복되는 기미를 보였던 시몬스는 펄츠가 빠진 경기들(선즈 전-펠리칸즈 전)부터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Net 마진(온코트 마진(시몬스 존재 시 마진), 오프코트 마진(시몬스 부재 시 마진), 총 온오프 마진(시몬스 존재여하에 따른 득실차이))
버틀러 영입전 14경기(펄츠 정상 투입):-2.0, +3.3, -5.3
버틀러 영입후 첫 3 경기(펄츠 정상 투입):+2.2, +3.9, -0.9
버틀러 영입후 최근 2 경기(펄츠 이탈):+9.0, -9.0, +18.0(온오프 마진 팀 내 1위)


로 시몬스가 회복세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위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로테이션 정상화가 시몬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지난 시즌 시몬스는 온오프코트 마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였습니다. 즉, 초반 부진을 딛고 로테이션이 정상화되고서야 지난시즌의 면모를 다시금 되찾고 있는 것이죠.


*지난시즌 Net 마진(온코트 마진오프코트 마진총 온오프 마진): +6.6, -1.0, +7.6


최근 두 경기에서 시몬스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에 브라운 감독은 시몬스에게 많은 역할을 맡기고 싶었을 겁니다. 또한 시몬스가 버틀러 영입 후 유타 전 클러치 돌파, 샬럿 전 연장 돌파와 같이 승부처마다 결정적인 돌파들을 성공시켰던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겠죠.

비록 펠리칸즈 전 클러치 상황에서는 아쉬운 턴 오버도 나왔지만, 시몬스를 신뢰한 건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간 심각했던 팀의 run 허용의 중심에 로테이션 문제가 있었던 걸 감안하면, 앞으로의 경기들에서는 run 허용 문제도 어느 정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시몬스의 컨디션이 회복추세였던 점을 감안할 때 전 0-10 run을 허용했지만 펠리칸즈 전 클러치 상황에서 브라운 감독의 판단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레딕 중용, 시몬스 위주 전술 운용).


  • 마치며...


시즌 초반 필리는 성적 대비 경기력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안 좋은 경기력의 중심에는 시몬스가 있었고, 또한 약점 극복을 위한 팀의 각종 변화들이 함께 했는데요.

시몬스는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브라운 감독은 그의 발전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그가 발전해야만 팀이 더 높은 곳을 볼 수 있을테니 그 기대는 당연해 보이구요.

그리고 시즌 초반부터 스크럼 스위치 빈도 늘리기로 시작된 수비 포멧 변화는 버틀러 합류로 인해 한번 더 과도기를 맞이했습니다.

맥코넬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스크린 대응능력을 가진 버틀러의 합류는(리그 최고 수준의 파이트스루가 가능한 선수) 팀의 약점 극복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스위치 디펜스에 녹아들어 외곽 압박하는 데 능했던 코빙턴과 다른 성향의 버틀러는 아직까지는 팀 수비와 완벽하게 어우러지지 못한 상황이죠.

버틀러가 워낙 뛰어난 수비수이고, 특히 맨마킹에 강점이 있어서 클러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하나 팀 수비력이 아직 완성되었다 볼 정도는 아닌데요.

그래서 전 버틀러가 팀 수비 시스템에 적응한 이후의 필리 수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미 버틀러는 필리 최대 약점이던 미스매치 대응 부분에 있어 자신이 큰 공헌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죠.

그렇기에 그가 팀 수비에 적응하면, 백업 가드인 맥코넬 활용이 어우러지면서 필리는 미스매치 대응 문제를 차츰 극복해 나갈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버틀러는 정말 대단한 선수이고, 그의 강점은 클러치 상황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갓틀러!).

필리는 버틀러가 합류한 이후 5경기 모두에서 접전 승부를 펼쳤는데요. 이는 팀 경기력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다는 반증이지만, 그럼에도 접전 승부에서 4승 1패를 기록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할 필리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필리는 이번 시즌 20경기중 13경기가 접전 승부였습니다. 무려 65%의 경기가 접전이었다는 건데요.

지난시즌에 비해 경기력이 안좋다는 게 저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지난 시즌 필리의 접전 승부는 전체 경기중 54.8%였으니까요(10% 증가).

많은 변수가 겹쳐나온 수많은 run 허용이 만들어낸 것이 저 접전상황인건데요.

그런데 필리는 이번 시즌 접전승부에서 집중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무려 10승 3패로 76.9% 승률을 기록중인데요(리그 2위).

지난 시즌 접전 승률이 57.8%(26승 19패)였다는 걸 감안하면 훌륭한 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필리는 진흙탕 농구에 강점이 있는 팀은 아니었죠).

필리가 지금 13승 7패인데, 지난 시즌 수준의 접전 승률이라면 여기서 -3패가 더해집니다.

즉, 65% 승률팀(리그6위)이 50% 승률팀(리그 17위)으로 변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접전이 너무 많은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지금의 이 경험은 장기적으로는 팀 발전에 도움을 줄 거에요.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는 지금의 접전 경험들이 승리의 밑거름이 되어줄 겁니다.

물론 접전이 너무 많아지면 선수들도 지치고 이는 시즌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죠. 그래서 내년에는 접전이 좀 줄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브라운 감독에 대한 과도한 비판 해소와 필리의 선전으로 이어지길 기원하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게시물은 아스카님에 의해 2018-11-24 23:17:53'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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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8-11-24 23:04:50

저 또한 시몬스의 성장을 바랐고 올 프리시즌에는 제 닉대로 되길 바랐지만 지금 모습을 봐서 슈팅을 그럭저럭 써먹을 정도로만 다는데에도 앞으로 최소 2년은 필요할거 같고, 은근히 돌파에서 약점이 많고 포스트업을 잘 못하는 편이라 그 두 가지가 확실히 향상되었으면 좋겠네요. 4쿼터에 시몬스가 나와 있어야한다는 사실은 당연한거 같습니다. 

1
Updated at 2018-11-25 02:43:53

덧붙여서 오늘 경기는 지는데도 화난다기 보다는 어이가 없는 수준이더라고요.... 공격이 아직 빵빵 터지고 있지 않은 필라델피아가 항상 빡세게 수비해서 그 어수선함을 채운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웬만큼 수비해도 다 들어가버리니.... 터지는 날 탐슨/커리나 릅듀 정도 와야 공격이 비슷하겠더라고요

WR
2018-11-24 23:30:43

버틀러 합류 후 필리가 수비 포멧에 또 한번의 변화를 주고 있고 아직 수비 조직력이 완전치는 않습니다. 허나 그런 것과 무관하다 싶을 정도로 오늘 캡스 선수들은 대단했습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줬죠.^^

WR
2018-11-24 23:29:03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버틀러 합류 이후 시몬스는 빠르게 지난 시즌 수준으로 폼을 회복하고 있으나, 필리가 시몬스에게 바라는 건 지난 시즌을 넘어서는 성장이겠죠.

 

말씀하신 부분에서 성장이 이뤄져야만 필리가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3
2018-11-24 23:15:42

불붙는 선수를 빼는 것도 정말 싫어요 ㅠ_ㅠ

추가로 시몬스-버틀러 라인업 일때, 버틀러가 리딩하는 모습도 보고 싶어요.

WR
1
2018-11-24 23:34:01

저도 그런 부분이 아쉬울 때가 있고, 엠비드도 그 부분에서는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죠.

 

브라운 감독의 아쉬운 점이 작전타임과 로테이션 운용의 유연성 부족(로테이션 자체는 굉장히 활발하죠)인데 그래도 펄츠 이탈 후에는 그런 부분도 조금 개선되는 부분이 보이더라구요.

 

버틀러의 경우 팀에서 의도적으로 시몬스 to 버틀러와 버틀러 to 시몬스 빈도를 늘려가고 있는데, 버틀러가 워낙 간결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아마 기대하시는 부분은 버틀러가 팀에 충분히 녹아들면 자주 보실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1
2018-11-25 00:04:26

부족하고 짧은 의견이였는데 정성스럽게 대답해주셔 감사합니다 배워갑니다!!

WR
2018-11-25 23:27:35

도움이 되셨다면 다행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3
2018-11-25 19:49:49

정성스러운 글 잘 읽고 갑니다.

 

로테이션 운영에 대해 이해하려면 감독의 시각, 팀의 시각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불꽃앤써님의 글이 더 와닿네요.

WR
2018-11-25 23:18:54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모든 팀에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보다는 팀별 상황에 맞춰 판단기준을 잡는게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기준은 있겠지만요.^^

1
2018-11-26 05:49:47

지난 시즌 마지막 엠비드 부상으로 빠졌을때 시몬스를 보고 팀 상관없이 팬이 되었습니다.

엠비드가 있을때보다 오히려 성적이나 재미가 더했던 시기였는데 그 때만큼의 자유로운 롤은 힘들겠지만 너무 감독이 부여한 롤에만 갇힌 이도저도 아닌 상황으로 보여서 좀 아쉽네요.

저는 불스팬이고 필리의 성적보다는 이팀 어린 선수들에게 더 관심이 있어서 감독말 잘 듣는것도 좋고 잘 할수 있는것들만 하려는 모습도 좋지만 잘 못해도 이것저것 해보면 좋겠네요.

WR
Updated at 2018-11-26 10:35:20

버틀러오고 점차 나아지고는 있습니다. 

 

전술적으로도 다양성이 더해지고 있고, 선수들의 롤도 변하고 있구요.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1
2018-11-26 07:08:07

학창시절 어려운 문제집 해설 읽는 느낌이 드네요. 브라운 감독의 심정이 쏙쏙 이해되는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WR
2018-11-26 10:35:39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1
2018-11-27 05:55:00

필리팬은 아닌데, 엠비드 좋아해서 경기는 자주 챙겨봅니다. 좀 이상하다 싶던 것들이 명료하게 정리되네요. 많이 도움됬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18-11-27 11:25:54

이해에 도움을 주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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