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비전 그리고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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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1-15 23:31:17
지난 12월 경 'Wojbomb'으로 유명한 야후 스포츠의 애드리안 워즈나로우스키(이하 워즈)가 NBA업종에 종사하는 몇몇의 사람들과 'The Vertical'이라는 팟캐스트를 오픈했습니다. 레지 잭슨, 아이재아 토마스 그리고 카이리 어빙 같은 현직 선수들은 물론 워리어스의 밥 마이어스 단장, 랩터스의 마사이 유지리 단장도 팟캐스트에 출연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블레이저스의 닐 올셰이 단장이 게스트로 초대됬는데 아무래도 응원팀의 GM이다 보니 다른 회차보다 좀 더 흥미를 가지고 듣게 되었습니다.
1시간 가량 되는 워즈와 올셰이 단장의 대화를 듣고 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 이 프랜차이즈가 올바른 사람들의 손에서 올바른 길을 가고 있구나' 였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확실한 비전과 미래 플랜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점인데요. 굳이 블레이저스 팬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이번 회차에서는 듣고 생각해 볼만한 점들이 꽤 있었습니다. 약 1시간 10분 가량의 전화 인터뷰 중 기억에 남는 파트들을 요약해보면
지난 시즌(14-15)개막 전부터 알드리지의 선택에 대비해왔다. 오래 전부터 챔피언십팀을 구성하기 위해 알드리지를 중심으로 선수들을 영입했고 그 과정에서 릴라드 지명이 계획을 가속화시키게 도와주었다. 매튜스 부상 전까지 팀은 서부 컨퍼런스 3위였고 만약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갔다면 지금도 워리어스, 스퍼스 그리고 썬더와 함께 경쟁하는 팀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만일을 대비해 CJ, 크랩 그리고 레너드와 같은 어린 선수들의 발전에 소홀하지 않았고 실제 지난 오프시즌 알드리지의 스퍼스행이 결정되자마자 팀 개편에 박차를 가했다. 릴라드와 비슷한 커리어 아크를 그릴 젊은 선수들 영입에 집중했고 스토츠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들, 팀 시스템 그리고 팀 문화가 젊은 선수들이 이전 팀에서 보다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다.
올바른 팀 문화를 형성하고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전부터 베테랑 선수들이 서머리그, 트레이닝 캠프에 참석해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해 주었고 올해 가장 놀랍고 뿌듯했던 점은 새로 영입된 9명의 선수들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노동절 1주 전 자진해 포틀랜드에 미리 도착해 시즌을 준비했다는 점이다. 릴라드와 CJ 그리고 스토츠 감독을 비롯한 몇몇 코치들은 아예 포틀랜드에 살기 때문에 시즌이 끝나도 언제든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FA, 트레이드, 드래프트 등의 선수 수급 방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올바른 방법은 현재 있는 선수들을 더 좋은 선수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B급 선수를 A급 선수로 바꿀 수 있다면 프랜차이즈의 역사가 바뀔 것이다. 코치진들은 이러한 선수 지도 단계를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우리 팀의 벤터풀, 트리아노 등과 같은 어시스턴트 코치들은 릴라드, CJ, 크랩을 포함한 선수들을 하루 하루 지도하고 결과물들을 보면서 보람을 얻고 있다.
감독은 한경기 한경기에 매달릴 것이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팀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다행히 스토츠 감독은 정말 좋은 감독이며 당장 오늘 경기의 승패보다는 장기적인 팀 발전의 측면에서 팀을 잘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의사 결정과정에 테리를 포함시키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으며 두시즌 연속 50승 이상을 거두던 팀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팀을 잘 지도해 나가고 있다.
초기에는 원정 경기에 자주 따라 갔지만 코치진과 선수들을 믿고 이제는 대학 선수들을 스카우팅하러 다니고 있다. 스카우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않다. 대학 경기에 오는 다른 구단 GM들과 대화할 시간을 가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 드래프트 때 워룸에서 팀의 명운이 걸린 일인데 구단주의 눈을 보고 ' 저 선수 워크아웃 때 보니까 잘 하던데요. 지명하면 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충분히 그 선수를 관찰하고 지명해야 한다. 운좋게 CJ가 대학시절 부상 당하기 전 뛴 모습을 내눈으로 직접 관찰했기 때문에 10픽으로 지명하게 되었다. 만약 직접 스카우팅 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있게 지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샐러리 캡이 상승하면서 다른 팀의 FA 선수들을 데려오기 더 힘들어졌고 다수의 팀들이 재정적으로 숨통이 트이면서 자신들이 가진 에셋들을 지키려 하기 때문에 드래프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좋은 선수들을 팀에 합류시키는 것이 더욱 어려워 지고 있다.
폴 앨런은 열정적인 구단주다. 기본적으로 트레일블레이저스를 정말 사랑한다.미네소타의 가장 춥고 눈보라가 치던 날에도 원정경기를 보기 위해 따라 나서고 이번 썬더와의 경기를 보기 위해 다른 일을 하던 중 2쿼터 중간에 모다 센터로 왔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누구보다도 그날의 승리에 대해 기뻐하고 라커룸으로 가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그들을 격려한다. 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포틀랜드 시민과 팀의 성공을 위해 누구보다도 노력한다. 이러한 열성적 구단주 밑에서 일을 하기에 나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단순히 돈과 승패에 얽매이지 않고 한배에 탄 것처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다른 팀의 GM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레이드를 할 때는 이득을 보려하거나 속이려 하지말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해야한다. 트레이드 제안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제시하려는 딜이 왜 상대방에게도 필요한가를 납득시키는 일이다. 나보다 훨씬 성공적이고 오랜 커리어를 가진 GM들이 많다. 내가 만약 말도안되는 딜을 제시한다면 그들은 나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다시는 내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심지어는 전화조차 받지 않을 것이다. 팀운영을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항상 진실되게 상호가 이해가능한 범위에서 모든 딜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번에도 상대방과 올바른 딜을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팀에 합류하게 된 9명의 선수들은 모두 미래를 내다보고 데려온 자원들이다. 모두의 버드 권리를 보유하게 됬으며 올시즌이 끝나면 많은 제한적 FA들과의 연장계약을 맺어야 한다. 현재는 옥석 가리기 중이며 만약 어떤 선수가 팀 계획과 맞지 않게 되더라도 충분한 시장가치를 가지게끔 계약을 맺어놓았다. 올시즌 후 픽(로터리보호)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만약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픽을 잃게 된다면 FA와 트레이드에 집중할 것이다. 올스타에 걸맞는 릴라드의 성적과 CJ의 발전 그리고 지난 몇년간 스토츠 감독의 지도하에 자신의 가치를 3배 4배 이상 올린 선수들(ex. 로페즈, 매튜스)의 사례를 보고 많은 선수들이 우리팀을 매력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스토츠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우리팀의 선수 발전 시스템에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 한팀을 운영하는 사람답게 말을 정말 설득력 있게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뚜렷한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팬의 입장에서 정말 기뻤고 GM의 관점에서 바라본 팀 운영 노하우와 방법은 어떠한지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 유익한 시간이였습니다.
응원팀의 GM이나 감독에 대한 불만도가 높은 팬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운이좋게도 저는 닐 단장과 테리 감독 부임 이후에는 큰 불만을 가질 일이 없었습니다. 언제 태세전환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그들을 믿고 한배에 타서 팀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모두 번역해 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리고 짬내서 첨부해둔 'The Vertical' 팟캐스트 한번 들어보시면 새로운 관점으로 NBA를 즐기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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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와 진짜 포틀 팬이신 매냐님들이 부럽네요
구단에 믿음이 가는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