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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론[부제 :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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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0 01:18:34
 
 
글을 시작하기 전에
 
사실은 별 생각없이 그냥 일기의 느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버리기엔 아쉬울 정도로 글이 모양새를 갖추어 버리더군요.
솔직히 감히 제가 이런 제목의 글을 써도 될까 심각하게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 제목을 제외하고는 이 글에 맞는 제목을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가지 부탁드리는 것은
이 글에서 어떤 결론을 찾으시려 하는 것보다는
그냥 저 놈이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정도로 좋게 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은 기울어진 쪽으로 쏠린다.
 
사람의 심장울림, 음파, 빛의 파동, 원자의 떨림 등
세상의 모든 것은 파동으로 이루어져있다.
파동이론입니다.
 
규칙적이고 반복되는 울림과 떨림.
이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각각의 주기와
리듬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규칙적이라고 하는 것은 이것을 어떤 수학적인 방법,
즉, 수열이나 미분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세상과 우주, 그 속에 인간 모두 수학과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미인의 신체비율, 신용카드의 가로세로비율, 모니터의 인치, 피라미드,
주식의 그래프 등.
인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혹은 가장 안정을 느끼는 비율.
1 : 1.618 혹은 1 : 1.732
네, 황금비 혹은 금강비.
바로 피보나치 수열입니다.
인간의 행하는 모든 행동,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들에 수열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뜬금없이 수학환원주의를 말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농구와 전술을 그것들만의 특수한 성질이 아닌
보편적인 관점에서 보았음을 먼저 말하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리듬과 주기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의 안정된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스트레스를 느끼게 됩니다.

때문에 외부에서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처음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른바 관성의 법칙이 적용이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방법은
상대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는 뒤집어서 이야기해도 참이 됩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 상대의 신경을 긁는 최선이 되는 것입니다.
전술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상대 고유의 리듬과 주기를 흐트러트리는 것이고,
상대의 안정과 균형을 깨트리는 것입니다.
 
이는 모든 싸움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시계방향으로 돌게되는 경우와
시계반대방향으로 돌게되는 경우,
피보나치 수열의 논리상 만나야 되는 이웃수가 달라지게 됩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를 상대할 때 어려워하는 이유입니다.
익숙하지 않고, 마땅히 맞아야 할 규칙에도 위배되는 것을
마주한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지요.
 
전략과 전술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되었든 결국 사람이 행하고,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대상이 되는 것이기에
결국 전략과 전술이란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
규칙적인 것과 불규척인 것,
안정적인 것과 불안정적인 것,
균형잡힌 상태와 불균형적인 상태에 관한 담론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전술이란 균형과 안정에 관한 고민입니다.
모든 지역수비형태는 직각삼각형 혹은 정삼각형의 형태를 만듭니다.
가장 안정적인 형태, 피타고라스의 삼각형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공격의 입장에서 이런 수비를 상대로 득점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안정되고 균형잡힌 수비형태를 무너트려야 하는 것이지요.
삼각형의 모양을 찌그러트려야 하는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
 
제갈공명의 팔괘진이 마방진(스도쿠 게임)에서
그 힌트를 얻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마방진은 필요한 자리에 적합한 숫자를 위치하게 하는 것입니다.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사람과 사물을 놓여있게 하는 것.
네, 이것은 운용과 경영에 관한 이야기이고,
나아가 정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전술은 결국 공간과 위치에 관한 이야기이며,
집중과 분산에 관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포메이션이란 그저 숫자놀음이다)
히딩크의 이말처럼 지역방어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말이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다수 대 다수의 싸움은 결국 질과 양에 관한 담론입니다.
어떤 방법이 되었든 상대보다 머리수가 많은,
즉 수적 우위의 국면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곧 전술입니다.
 
진리는 이렇게 단순한 것입니다.
항상 거짓된 것들이 복잡한 것이죠.
마이크 타이슨의 레프트 더블,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체인지업,
마이클 조던의 페이드어웨이...
이처럼 진리는 언제나 단순합니다.
 
폐하께서는 항상 소수의 군대로 다수의 적을 물리치셨습니다.
아니야. 나는 항상 다수의 군대로 소수의 적을 물리쳤다.
-나폴레옹과 부관의 대화 중에서-

구대전법(큰 자루전법, 인디언 태형)
수적우세와 다굴이 갖는 의미를 설명함에 있어서 이 전술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만화 킹덤에서도 비슷하게 등장을 하죠.
왕전이 강연을 위지로 유인한 다음 절벽위에서 포위하는 장면입니다.
어쟀든 징기스칸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는 데 자세한 건 모르겠고,
마치 자루에 뱀을 넣고 칼로 내려치는 모양이라서 구대전법 혹은 큰 자루전법이라고 하며,
서양에서는 마치 인디언 전사들이 두 줄로 도열한 다음, 그 사이를 포로가 지나가게 하면서
몰매를 주는 인디언 태형과 같다하여 인디언 태형(gauntlet)이라고도 부릅니다.
출구가 막힌 지형의 계곡등으로 적을 유인한 다음,
양쪽 절벽에 숨어 있던 매복들이 공격을 하는 전술입니다.
한국전쟁에서 장진호 전투 또한 바로 이 구대전법에 의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영상에서 보시듯,
드라이브인 하는 공격수(특히 르브론)를 3방향에서 둘러싸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마치 위지로 유인한 다음 양쪽 절벽에 숨어있던 매복들이 다굴은 놓는 모습입니다.
공격은 픽앤롤, 드라인브 인, 프스트업 등
각종 방법으로 포위를 풀어보려하지만,
그게 잘 안되는 모습입니다.
 
핵심은 역시 시간과 공간입니다.
수비는 압박을 통해 드라이브인한 선수의
공간과 시간을 최대한 잡아먹고,
공격은 드라이브인을 통해 수비를 모으고
오픈 된 선수에게 킥아웃 패스를 하는 전술입니다.
결국 시간과 공간을 서로 뺏고, 빼앗는 싸움입니다.
즉, 얼마나 정확한 시간에 트랩이 이루어지고,
헬핑과 리커버가 이루어지느냐가 관건인 것이죠.
 
 
그것이 제대로 안 될 경우 다음과 같은 결과들을 초래하게 됩니다.
 

 뭐, 애초에 위지까지 들어가지 않고
멀리서 포격을 통해 아작을 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망치와 모루
 
현대 전술을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전술의 정석입니다.
군을 양쪽으로 나누어,
한쪽이 미끼가 되어 몸빵을 해주는 동안
다른 한쪽이 적의 뒤로 돌아가 후려치는 전술입니다.
마치 모루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망치로 내려치는 모양이라하여
망치와 모루입니다.

카르타고 전투
 
망치와 모루는 알랜산더대왕때 이미 체계화된,
가장 오래된 전술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전쟁뿐 아니라 각종 스포츠의 전술들에도 녹아있습니다.
이는 NBA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죠.
르브론이 있던 시절의 클블이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르브론이 모루가 되어 시선을 끄는 동안
다른 동료들이 컷인 등을 통해 배후로 침투하는 망치가 되는 것이었죠.
뭐, 상대의 입장에서 모루가 때리는 것이 워낙 아팠기에
뒤통수를 때리는 망치까지 신경쓰기는 어려웠지만 말이죠.
 
모티전술 (장작패기전술 혹은 조각내기전술)
 
겨울전쟁 또한 지독히도 구소련을 괴롭혔던,
핀란드의 게릴라 전술입니다.
수적우세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입니다.
위치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스테이크가 커서 못 먹겠다면,
잘라서 먹으면 되는 것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잘라 먹다보면 분명 다 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애초에 5대5의 싸움이란,
1대1이 5개가 모인 것이 아닙니다.
5대4, 5대3, 5대2..
이렇게 하나씩 지워가는 과정인 것이죠.
언제, 어디의, 누구를 공격할 지 모른다는 상황이
적으로 하여금 견디기 힘든 공포를 선사할 것입니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싸움에서든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결과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분명 어디엔가 미처 보지 못한 핵심이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확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농구에 있어서 확률은 절대적입니다.
농구의 스탯시트의 거의 전부가 확률로 되어 있다는 것이 이에 대한 반증입니다.
농구는 정해진 시간동안 단 한 점이라도 더 넣는 쪽이 이기는 스포츠입니다.
누가 더 많은 공격기회를 가져가느냐?
누가 더 높은 확률로 공격을 성공시켰느냐?
농구는 결국 확률 게임입니다.
 
리바운드를 빼앗긴 직후 이루어지는 아웃렛 패스에 대한 방해,
상대 포인트 가드에 대한 풀코트 프레싱,
파울 작전, 샤크 어택...
모두 같은 개념입니다.
상대의 멘탈과 리듬을 흐트러트려 득점의 성공률을 떨구고,
상대보다 더 많은 득점기회와 확률을 가져가기 위함인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특히 리바운드가 특히 중요한 것입니다.
농구는 공수전환 시간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공격이 끝났다면 곧장 수비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수비의 종료는 공격의 시작을 의미하구요.
리바운드는 공격의 입장에서는 상대보다 한번의 공격기회를
더 가져갈 수 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상대로부터 역습 당할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하게 만드는 것이고,
수비의 입장에서는 실점할 뻔 했던 위기를 피하게 되었음과 동시에,
비어있는 상대 진영에서 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리바운드는 슬램덩크의 대사처럼 2가 아니라 4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입니다.
 
이런면에서 농구에서의 리바운드는
격투기에서 로우킥이 갖는 의미와 비슷합니다.
로우킥에 맞게 되면 몸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에
상대의 콤비네이션이 끝난 직후 바로 이어져야 할 나의 공격이
시작될 타이밍을 빼앗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게 무서운 것은
처음의 한 두번은 별거 아니게 넘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쌓일 수록
그 무게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종국에는 감당할 수 없을정도가 되어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모든 정의는 상대적이다.
 
농구는 정해진 시간동안
서로 한번씩 공수를 주고 받는 스포츠입니다.
그 말은 공격을 할 수 있는 기회의 횟수와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모든 재화는 한정되어 있기에,
그 재화를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경영의 정의가
농구와 전술에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농구에서는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균등)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정의론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총 득점 100점 내외, 성공률 60%
한 팀이 경기당 던질 수 있는 총 슈팅 횟수는 대략 70여번 정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중 한 팀의 스코어러라 할 수 있는 한 두명의 선수들이
20~25번의 슈팅기회를 가져가게 되거나 혹은 가져가야만 합니다.
원투펀치라면 이 두명이 70번 중 50번을,
빅3 혹은 트리오라면 70번 모두를 가져가야만 하죠.
모션오펜스에서 내거는 제1의 명제가 (모든 선수들의 공격시도)가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공격참여)인 까닭입니다.
 
이는 또 다시 집중과 분산의 문제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농구는 분명 팀 스포츠이기에 5명 모두
적당한 공격기회를 보장받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무리하게 모션오펜스를 시행할 필요도 없습니다.
르브론에게 오픈 슈터의 역할을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이것이 원투펀치보다 빅3가 낫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고,
원맨팀이 모션오펜스팀보다 못하다고 할 수도 없는 까닭입니다.

모든 정의는 결국 상대적인 것입니다.
시시비비는 오로지 효율성의 재고와 결과로만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게 맞는 옷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인 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결론적으로 전술에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가 담겨있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죠.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처세술에 관한 책들과
여러 정치, 전략, 전술 혹은 병법에 관한 책들의 내용이
사뭇 다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한가지만큼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술은 진화한다.
그 전술을 만든, 그리고 수행하는 사람들이 진화하기에 말이지요.
 
 
 
 
 
이 게시물은 Macchiato님에 의해 2013-11-20 01:59:41'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3
Comments
2013-11-20 08:36:38
농구의 전술을 깊이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무언가 큰 숲을 본 듯한 느낌이 들게하는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
 
2013-11-26 00:00:15

정말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쟁사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어렴풋한 것들을 이렇게 농구 속에서 정리하게 되니까 더 좋네요! 오버더힐님 글을 읽으면, 셀틱스의 빛났던 시대가 저물었다는게 한편으로 더 아쉬워집니다ㅠ 잘 읽었습니다^^

2013-11-28 22:50:25

새로운 시도에 탄복했습니다^^ 전술론과 적절한 비교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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