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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여기에 없었다: 아이솔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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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12-20 11:59:26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매냐 가족 분들께 인사드리게 된 letheking 입니다. 선선한 바람도 불고 완연한 가을인데 별일없이 잘들 지내시고 계셨나요. 저는 참 징글맞게 바빴고 논문 준비로 요즘도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보고싶은 영화는 봐야 겠기에 오늘 개봉한 영화 린 램지 감독,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You were never really here)'를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매니아에 꼭 이 영화를 전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네요. https://youtu.be/R8oYYg75Qvg 별다른 정보없이 예고편 정도와 칸에서 각본 및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만 들었던 저는 솔직히 맨 온 파이어나 레옹이나 뭐 그런 부류의 클리셰를 따른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영화에 칸에서 무려 남우주연과 각본 부분을 할애할까 라는 의문과 함께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첫 장면이 주인공인 '조'가 비닐 같은 것을 자신의 얼굴에 뒤집어 씌우고 그 속에서 고통스럽게 숨을 쉬는 장면이더군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직감했습니다. 아 이 영화,평범하진 않겠구나. 93분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숨 쉬는 것도 잊고 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간결하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가 느낀대로 표현하자면 폭력에 대한 피해에 의해 가해자가 된 남자와 여자아이가 절망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보여집니다. 영화 속에서 '조'는 끊임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과거와 현재를 혼동하고 그 속에 갇혀 살아갑니다. 그러나 직업으로서 우연히 알게 된 '니나'의 존재가 그에게 일말의 희망이 되죠. 영화 속에서 '니나'를 구해내는건 '조'지만 그를 지옥같은 현실에서 끄집어내어 새로운 곳으로 데려가고자 하는 것도 '니나'입니다. 즉 서로가 서로의 구원자인 셈이죠. 엔딩에서 그가 자살을 상상하는건 그 지독한 과거에 갇힌 자신을 죽이고 밝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라고 보여집니다. 제목의 의미를 보는 내내 고민해 보았는데, 제가 생각한건 살아오면서 수많은 지옥도를 목격했던 자신과 '니나'에게 너는 이제 여기(그 지옥 속)에 없다.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어떤 처절한 비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네이버 평점은 현재 기준 5.9로 아주 좋지 못한 편인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우선 영화의 연출이 몹시 불친절합니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상상이 두서없이 뒤섞인 편집으로 나타나기에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편집이 관객으래 하여금 '조'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에 한결 실감나게 몰입하게 해준다고 봅니다만. 영화 내내 청각을 자극하는 음악도 사람에 따라서는 충분히 불쾌한 소음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수준이라 그 역시 낮은 평점에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은 조니 그린우드는 라디오 헤드의 기타리스트로 우리에게 더 익숙하죠. 그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There will be blood' 영화 음악에 입문했으며 그 이후로는 린 램지 감독과 폴 감독의 전속 음악감독으로 여러 작품을 같이 했습니다. 밴드 시절에는 현란한 연주 실력으로 유명했던 그는 영화 음악에서는 의외로 아방가르드,네오 클래식에 치중한 스타일을 보입니다. 본 작품에서도 현을 쥐어뜯고 건반을 내려치다시피 하는듯한 거칠고 기괴한 사운드로 극의 긴장감을 한층 더 깊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린 램지 감독은 학창 시절 만든 단편이 칸에서 수상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실력니 출중한 감독입니다. '케빈에 대하여'라는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익숙할텐데 본작에서도 특유의 무겁고 차가운 연출이 돋보이더군요. 호아킨 피닉스는 제가 팬은 아니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배우입니다. 이미 여러 전작에서 연기력을 증명한 그지만 그는 여타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본인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지닙니다. 약물 중독으로 요절한 배우이자 친형인 리버 피닉스의 죽음이 그의 연기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잘은 모르겠으나 호아킨 피닉스의 눈빛에서는 강렬함과 동시에 어딘가 초월한듯한 초연함과 신비함이 동시에 감돕니다. 본작은 감독이 시나리오 단계에서 이미 호아킨을 주연으로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었을 정도로 배우의 존재감이 거대한 영화입니다. 저는 마치 아이솔레이션을 보는 듯 했습니다. 농구에서 동료들이 에이스를 위해서 수비수들을 몸으로 막아 1대1의 아이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감독돠 음악 감독이 호아킨의 연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연출을 해논 뒤에 자 한번 해봐! 한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연기는 두말이 필요없습니다. 그야말로 단연 압도적입니다. 호아킨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거대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시간 날 때마다 종종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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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10-04 22:51:40

오랜만입니다. 가끔은 근황 토크도 해주세요. :)

WR
2018-10-04 22:56:40

어빙님 반갑습니다!

2018-10-04 23:49:56

저도 오늘 조조로 보고왔는데요! 트레일러 처음보고 저도 맨 온 파이어 같은 부류의 스릴러 같았는데 개봉 전에 들리는 얘기로는 굉장히 철학적이라기도 하고 린 램지 감독이기도 하고 해서 처음부터 다양성 영화 본다는 느낌으로 봤는데 꽤 괜찮았습니다. 빌뇌브 같은 전개를 좋아해서 이런 전개는 취향에 맞진 않았지만 연기와 미장센 쫒아가느라 싫은 느낌은 없었습니다. 요 근래 존 윅 같은 오락영화에 갑자기 맛이 들려서 다양성 영화 따라가는 감각이 좀 무뎌졌었는데 저도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봤네요 :)

WR
2018-10-05 10:25:30

드니 빌뇌브 감독은 저도 참 좋아합니자. 빌뇌브 감독의 치밀한 전개와는 별개로 다소 미장센에 치중한 경향이 있으나 호아킨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2018-10-05 00:25:17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궁금하면 꼭 봐야할 작품이네요.
침묵하는 무표정과 꾸부정한 걸음걸이만으로 숨막히는 극도의 긴장감을 내뿜는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기대됩니다.

WR
2018-10-05 10:26:56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 조커를 소화했었고 자레드 레토 같은 경우는 정말 기대했으나 감독과 영화 자체가 캐릭터를 말아먹어 버렸기에 호아킨의 조커 역시 작품을 봐 봐야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되는건 분명합니다.

2018-10-05 07:40:41

아!! 음악이 너무 짜증나고, 말씀대로 불친절하고, 음악만으로는 좋은 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이상하게 영화와 잘 어울려서 좋았어요!

WR
2018-10-05 10:28:15

진영님도 오랜만이시네요.
배우의 연기와 장면의 긴장감을 적극적으로 어시스트하는 역할에 치중한 음악이었다고 봅니다. 말씀하신대로 영화와 따로 떼어내어 별개로 보면 소음에 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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