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안은 채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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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좀 받을 곳이 있어요.
제가 있는 영화관에서 광고를 한 업체가 있는데.
4-5월분 광고비를 안줘요.
6월에 광고비가 안 들어와서 광고물은 제거를 했는데....
제가 일하는 곳에서 횡단보도 두번 건너면 있는.
맞은편의 맞은편 건물에 있는 카페인데.
6월에 연락했을 때 돈이 없다고 합니다.
돈이 없어서 월세도 못 내고 있다고 합니다.
돈 생기면 주겠다고 봐달라고 하셔요.
광고비는 한달에 40만원이었습니다.
두달치니까 80만원이네요.
이게 내 돈도 아니고, 회사돈인데....
제 돈이면 기다려드리나 회사돈을 안 주시는 건 저도 곤란하다.
6월에 내용증명 발송하겠다 말씀드리고는 더는 연락하지 않았어요.
다만 제 성격이 모질지 못 해서 내용증명은 발송을 못 하고 있었네요.
7월이 돼서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자 싶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 받아요.
카카오톡을 봤어요.
프로필에 써있더라구요.
"핸드폰 분실, 카톡 안됨"
그 와중에 카톡 프로필 사진은 식구들과 다정히 휴가 다녀온 사진.
찾아가고 싶진 않았어요.
정말 찾아가고 싶진 않았어요.
빚쟁이된 기분을, 나도, 그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점장님께서는 만나서 이야기해보라 하셨고.
회사에서도 계속 미수채권 해결하라 메일이 왔었죠.
7월에 두번 찾아갔어요.
두번 다 없어요.
알바생에게 어디어디에서 왔다고 사장님께 꼭 전해달라.
당연히(?) 연락이 없어요.
저도 바빴고 그렇게 좀 더 미뤄지다....
8월이 왔죠.
이번에 한번 찾아가보고 없으면 내용증명 보내고.
법무팀 이관하자.
고작 돈 80만원인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갔어요.
없어요.
그리고 나오는데 뭔가 이상한 걸 느꼈어요.
원래 있던 카페 옆에 또 카페가 하나 생겼는데.
알바생이 음료를 만들어서 그쪽에도 서빙을 하고 있어요.
뭐지 싶었는데.
아- 옆에 카페 하나 더 차렸구나.
힐링카페라며 옆에 카페를 하나 더 차렸더라구요.
좀 충격이었어요.
그렇게 돈 없다고 애원하던 사람이....
사무실 돌아와서 점장님께 보고드리니.
걔들 원래 양아치라고, 유명하다고, 이 동네에서.
내가 너 그래서 걔들이랑 계약한다고 할 때 걔들 조심해야한다고 말리지 않았느냐.
(실제로 정말 많이 말리셨습니다. 그 돈 걔들한테 안 벌어도 된다고 하시며....)
우리 알바생들에게 물어보니 그 사장이 그 사장이 맞대요.
우리 알바생들조차 알 정도로 이 동네에서 유명하더군요.
좀 충격이었어요.
카페를 차린 게 충격이었다기보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살지?
비단 저 뿐이 아닐거라 생각했어요.
피하는 전화가 오직 나뿐은 아니겠다.
남한테 떳떳하지 못 하게.
누구한테 당당하게 말 못 하고.
저렇게 숨어지내며 사는 삶을.
어떻게 살아낼 수 있는거지....?
제가 순진할 수도 있죠.
제가 아무 것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너무 몰랐어요.
내가 저렇지 않은 삶이라.
저렇게 사는 사람에 대해 정말 너무 몰랐네요.
어제 우체국 가서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감정적으로야 진짜 당장 찾아가서 큰소리 내고 어떻게든 하고 싶어요.
정말 지난 4달간....
제가 못 한 일이 없는데 딱 하나.
이거 하나가 손톱 밑에 가시처럼 박혀서.
꽤나 큰 스트레스였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내용증명 발송하고.
아주 차갑게.
이성적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부끄러운 삶을 살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한번 더 다짐했습니다,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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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지게 하고픈 욕구가 바짝드네요 그 개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