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에서 매장당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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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맘카페 사건을 보다보니 제가 겪었던 일도 생각나 좀 적어봅니다.
저는 영화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영화관이 입점해있는 건물엔 홈플러스가 함께 입점해있습니다.
이 건물에서 가장 큰 업체는 영화관과 홈플러스, 이 두개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홈플러스 안에는 또 여러 업체들이 입점해있겠죠.
그래서 이 건물에선 홈플러스를 비롯해 그 안에 입점업체에 택배가 오면
홈플러스 택배 하차 장소 에 모든 것을 함께 모아둡니다.
그럼 입점업체 직원들이 와서 가져가는 식인거죠.
제가 속한 영화관은 당연히 홈플러스 입점 업체가 아니기에
모든 택배는 사무실까지 배달을 해주십니다.
예를 들면 다음 주 개봉해야하는 영화의 컨텐츠가 들어가있는 외장하드라든가
이벤트를 위한 홍보용 포스터 등등.
영화관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입점 업체가 아니라면 전부 다 해당 가게까지 배달해주세요.
어느 날 택배가 와야하는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습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이 운송장번호를 조회하고 해당 택배기사님께 전화를 드렸죠.
저희는 꽤나 급한 물건이었거든요.
택배기사님이 좀전에 배달을 완료하셨다고 하십니다.
혹시 어느 분께 드렸는지 여쭤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홈플러스 하차 장소에 두시고는 이제 다시 다른 곳으로 출발한다고 하시는거예요.
그래서 직원이 기사님께 저희는 사무실로 가져다주셔야 한다.
이전에 비슷한 일이 있어서 그냥 한번 내려가봤는데 우리 영화관 물건 두는 장소가 없어서 꽤나 고생한 적이 있다.
말씀드렸는데 왜 너희가 특별 대우 받으려는거냐고 되려 큰소리를 내시더라구요.
직원이 다시 말씀드렸죠.
특별 대우 받으려는 게 아니라 저희가 홈플러스 안에 있는 업체가 아니라서 그런다.
여태 계속 사무실에서 받아왔는데 왜 갑자기 그곳에 주셨냐.
아직 그 근처시면 좀 올려주시면 좋겠다. 우리는 그곳에 익숙하지 않아 찾기가 어려워서 그런다.
이렇게 말씀드렸는데 계속해서 나이도 젊은 것 같은데 기사들한테 갑질하려 한다고....
그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직원에게 "좋게 말씀드리고 이번에만 우리가 찾으러 가자. 사무실 들어가시면 아시게 되겠지."
하고는 하차장소 가서 택배를 찾았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 수도 있으시겠습니다만 내가 익숙하지도 않은 장소에서
여기 구조가 어떻게 생겨먹은지도 모르는 택배더미 속에서 내껄 찾는 게 정말 쉬운 게 아니더군요.
그래도 결국엔 찾아서 올라왔습니다.
그러다 그날 저녁 다른 여자 직원이 지역맘카페에 우리 글이 올라왔다고 보라는거예요.
네.
"남편이 이것저것 다 하다 잘 안돼서 택배를 시작했는데 영화관에서 갑질 당했다고 속상하다고 하네요"
라는 글이 올라와있었습니다.
글 내용은 뭐 뻔했어요.
남편이 택배일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영화관 직원들이 남편을 하대했다구요.
남들은 다 내려와서 받아가는데 영화관 직원들만 그 무거운 걸 들고 올라오라고 했다구요.
그러고는 전화해서는 큰소리 치며 우리가 당신 남편에게 소리치고 무시했다구요.
더 웃긴 건 글의 흐름이었어요.
마지막엔 "남편도 사무실와서 알아보니 거긴 갖다바쳐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라고 시작하며 택배 시작해서 잘 모를 수도 있는 남편에게 조곤조곤 말해주면 될일이지.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큰소리부터 쳤다면서.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이 그러면 안된다고.
원래도 갈때마다 불친절하다고 느꼈었는데....
다신 안 가야겠다고 써있더라구요.
수십개가 달린 댓글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도 평소에 불친절하다고 느꼈는데 역시나네요.
거긴 원래 그런 사람들만 모여있는 곳인가봐요. 등등
저와 제 직원은 한순간에 택배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서툴고 힘없는,
형편 어려운 집 무시한 대기업 직원들이 됐어요.
차암.
차암....
근무시간 내내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큰소리 친 적은 단 한차례도 없고 그냥 우린 입점 업체가 아니라 갖다주셔야한다.
이렇게 말씀드린 것 뿐인데.
씁쓸하더라구요, 참.
뭐 시간 지나고 이젠 좀 흐릿해진 기억이지만 일할 때 지역맘카페와는 안 좋은 기억만 있기에.
몇글자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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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너무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