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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하슬렘 굴리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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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1-05-30 18:41:46
평어체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 르브론 팬입니다. 오해마세요^^
 
벌써 1년 전이다. 내(르브론)가 갓 마이애미간 지 얼마 안 돼서 플옵에 진출했을 때다. 시카고 들렀다 가는 길에, 원정 2차전을 가기 위해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일단 경기를 해야 했다. 벤치 맞은편 락커에 앉아서 하슬렘을 굴려 쓰는 감독이 있었다. 하슬렘을 한 명 사 가지고 가려고 굴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언더사이즈 빅맨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감독이었다. 한 판 지고 있었던 탓에 잘 굴려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훈련시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굴리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연습만 굴리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1차전 처럼 오펜리바를 자꾸 털렸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굴리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내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굴릴 만큼 굴려야 로테이션이 되지, 빅맨이 재촉한다고 던컨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에이스가 필요하다는데 무얼 더 시킨다는 말이오? 감독양반, 외고집이시구먼. 보쉬도 그러다가 삐졌다니까요."
 감독은 퉁명스럽게,
 "조엘 앤써니로  때우시우. 난 안 쓰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앤써니로 갈 수도 없고, 맥글로어는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내가 그냥 4번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굴려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하슬렘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미들샷도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굴리던 것을 숫제 벤치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슈팅 저지를 입혀보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스몰라인업의 센터가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하슬렘을 데리고 이것저것 지시하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1쿼터 시작 전부터 다 돼 있던 빅맨이다. 수비 리바를 또 놓치고 다음 공격에 뎅구리를 막아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감독질을 해 가지고 파이널에 갈 턱이 없다. 에이스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수비만 빡쎄게 시킨다. 쵸즌원(Chosen One)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감독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홧김에 뒤를 돌아다보니 감독은 여전히 눈을 똥그랗게 뜨거 작전판에 수비 로테이션을 다시 그리고 섰다. 그 때, 로즈 수비법을 알려주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감독다워 보였다.
불쌍한 손동작과 증권사 세일즈맨같은 절실함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감독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2쿼터 코트에 와서 하슬렘을 내놨더니 와데는 허슬이 대단하다고 야단이다. 원래 코트에 있던 빅맨들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조엘 앤써니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보쉬의 설명을 들어 보니, 블락이 너무 좋으면(앤써니) 박스아웃을 할 때 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 배가 너무 부르면(맥글로어) 윙스팬이 펴지지 않고 오펜 리바를 헌납하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허슬형 블루워커 빅맨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감독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가넷이나 던컨은 혹 미스 샷이 떨어지면 손을 뻗고 엉덩이로 박스아웃을 하고 곧 뜨거운 열정으로 점프하면 공이 손에 붙어서 좀체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새 나오는 빅맨들은 기름손에 한 번 맛들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빅맨을 하이 포스트에 세울 때, 질 좋은 슈팅감을 잘 녹여서 흠뻑 연습한 뒤에 완전한 오픈에서만 쏘게 했다. 이렇게 하기를 백 번 한 뒤에 노비츠키 정도 되어야 비로소 공격옵션으로 쓴다. 이것을 사기더웨이 또는 누워더웨이라고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아무나 슛을 쏜다. 가끔 들어간다. 그러나 견고하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요새 남이 보지도 않는 리바운드 같은 것을 며칠씩 걸려 가며 연습할 빅맨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드래프트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상위픽을 뽑으면 대학간 것은 얼마, 고졸은 얼마, 스탯으로 구별했고, 파이널 포를 경험한 것은 세 배 이상 비싸다, 파이널 포란 64강 토너먼트부터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다. 눈으로 보아서는 인저리 프론인지 과대 평가된 거품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말을 믿고 사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남이 보지도 않는데 코비처럼 슈팅 연습을 하는 이도 없고, 또 그것을 믿고 세 배씩 값을 줄 사람도 없다.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농구를 하는 그 순간만은 오직 'Where amazing happen' 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멋진 플옵을 만들어 냈다.
 
이 하슬렘도 그런 심정에서 훈련시켰을 것이다. 나는 그 감독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우승을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감독이 나 같은 시건방진 에이스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팀웍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감독을 찾아가서 디시젼 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홈경기에 가는 길로 그 감독을 찾았다. 그러나 그 감독이 앉았던 자리에 감독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감독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벤치의 끝자락를 바라보았다. 플로어 바닥에 날아갈 듯한 벤치 끝으로 탐 티보도가 앉아 있었다. 아, 그 때 감독이 저 모태솔로를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하슬렘을 굴리다가 우연히 남의 벤치 끝에 COY를 바라보던 감독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You hear ma voice?" 하는 콧물 흘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경기장에 들어갔더니 맠밀러가 리바운드를 잡고 있었다. 전에 오펜 리바를 일가형으로 톡톡 쳐내서 잡던 생각이 난다. 맠밀러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3점슛 넣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다재다능이니 케빈러브과의 리바운더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2차전 하슬렘을 쓰던 감독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게시물은 운영진에 의해 2011-05-31 19:48:55'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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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1-05-30 18:48:24
글의 유형이 어디서 많이 보던 것 같은데요..
2011-05-30 19:22:04
하하하하하하하하 ~
오랜만에 읽는 유머러스한 글이네요.
 
2011-05-30 19:49:16

방망이 깎던 노인인가요?

잘 봤습니다 -0-
2011-05-30 20:58:14
재밌게 잘 봤습니다
2011-05-30 20:58:37
 잘읽었습니다... 베티에,하슬램 같이 허슬이 살아있는 선수들은 언제나 팬들에게 기쁨을 주죠..
2011-05-30 21:15:42

잘 읽었습니다.

2011-05-30 21:54:22
으악 방망이 깎던 노인
재밌게 잘 봤습니다~!
2011-05-30 23:50:05

하슬렘 깎던 노인

2011-05-31 06:46:48
엄청 웃었습니다^^
2011-05-31 08:14:08
작가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군요~!!! ^^
2011-05-31 20:26:42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지 모르지만 과거 소닉44님께서 쓰진 '윌킨전'이라는 글 있습니다. 그것도 허생전 패러디인데 전 보다 쓰러지는 줄 알았다는 ^^;;.....혹 못보신 분들 검색해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2011-05-31 23:07:10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너무 잘 쓰셨어요...
2011-06-01 01:05:43
 소닉님의 윌킨전에 버금가는 걸작이네요.....윌킨전이랑 이거 보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어쩜 이렇게들 기발하신지 두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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