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 1』
■ Magic Touch 저에게는 사촌형이 한명 있습니다. 어렸을때 미국으로 건너가, 70년대 닥터 J의 시대부터 NBA의 팬이 되었으며, 79년 매직 존슨의 레이커스 입단후 그의 골수팬이 되어 방 벽을 온통 매직 존슨의 포스터로 도배했고, 그의 농구카드를 모았으며, 매직의 스니커를 신고 매직과 같은 노룩 패스를 연습했다고 합니다. 중학교 때는 농구부에 정식으로 들어가서 포인트가드로서의 재능을 다지기 시작했고, 고교 마지막 2년은 흑인들을 제치고 주전 포가로 팀을 이끌며 지역 토너먼트 2위에 올려놓는 등 좋은 활약을 했습니다. 한번은 형에게 "한국무대에서 한번 뛰어볼 생각은 없어?" 하고 물어봤지만 형은 키가 좀 작았고(179cm) 그 질문을 할 당시 이미 대학원생으로 나이도 좀 많아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한국무대에서는 충분히 통했을만한 실력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91년에 미국으로 건너간 저는 처음 몇달을 그 형 집에서 같이 먹고 자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농구와 NBA와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녁무렵이 되면 형의 모교에 가서 함께 슛어라운드를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간간이 1대1을 하거나 흑인들과 시합을 하기도 했던.... 그런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그런 형이 늘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매직은 정말 특별하다. 그에게는 Magic Touch가 있다. 그것은 흉내는 낼수 있어도 실제 경기에서 수비수를 앞에 두고 그런 것들을 생각해내기는 정말 쉽지 않다. 조던도 대단한 선수고, 아이제이아 타머스도 진짜 장난 아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매직이나 조던, 타머스도 래리 버드에게는 못미치는 것 같다. 래리 버드는 진짜 인간이 아니다." ■ Larry the Legend 저 역시 사촌형의 영향을 받고 자란 터라 매직의, 또 레이커스의 매니아가 되었습니다. 비록 제가 이민간 91년을 끝으로 Magic Touch를 더이상 볼수는 없게 되었지만... 사촌형이 갖고 있던 많은 비디오 테이프와 관련 잡지, 또 농구카드 등을 보며 저는 마치 매직을 아주 잘 아는 것처럼 친구들에게 얘기할수 있었고, 이것은 저에게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매직을 비롯해, 래리 버드, 조던 등 당시 스타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성 비디오 테이프들을 미친듯이 구입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아들이 있다면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또한 그들의 게임 테이프들을 여기저기서 구해서 복사해 놓고, 그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이때만해도 저는 매직과 조던이 최고인 줄만 알았습니다. 점프력도 낮고, 스피드도 그저 그렇고, 형편없는 헤어스타일에 한마디로 별로 튀는 것이 없었던 래리 버드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저는 조던의 멋진 헤어스타일(?)이 좋았고 그의 귀걸이와 앵클밴드, 그리고 매직의 노 룩 패스와 넘치는 카리스마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NBA 게임들을 시청했습니다. 직접 경기장에 가보기도 했지만, 대부분을 TNT, TBS 등의 케이블 방송에서 해주던 경기들을 녹화까지 하며 즐겼습니다. 그러다가 우연챦게 보스턴의 경기 해프타임에 래리 버드의 커리어 하일라이트를 특별히 중계해 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본후 래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왜 매직의 골수팬이었던 사촌형은 래리 버드를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했을까?" 이해할수 없었지만, 분명히 래리 버드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경기 비디오를 좀더 유심히 관찰하며 보기 시작했습니다. ■ Bird's Eye 게시판 스카티 피펜 관련글에 Dream Time 님(우리 매니아 사이트에서 정말 글 재밌게 쓰시는 분들중 한명입니다 ^^)께서 남기신 댓글에 이런 내용이 있던 것을 기억합니다. 『버드의 득점 루트는 그리 다양한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말대로 "알아도 못막는" 선수였다』 드.타. 님께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니구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래리 버드는 제가 지금껏 보아온 어떤 선수보다도 득점 루트가 다양한, 극강의 스코어링 머신이었으며(이와 관련한 토론이 얼마전 www.insidehoops.com 에서 있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농구의 모든 기술과 행동을 "머리"를 써서 할줄 아는 천재였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래리 버드 관련 비디오 중 버드와 보스턴의 전감독 레드 아워뱈이 공동 주연한 "Winning Basketball" 이란 농구기술 스터디 비디오가 있는데 이것을 보게 되면 래리 버드의 공격 루트에 대해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래리 버드는 그냥 평범한 샤프 슈터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별명 중 하나였던 "Bird's Eye"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버드 = 슈터 라는 공식이 언제부터인가 생긴것 같습니다만, 래리 버드는 레지 밀러나 크리스 멀린과 같은 전형적인 슈터는 아니었습니다. "Winning Basketball" 에서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케빈 맥헤일이 강연하는 로우포스트/하이포스트의 피벗플레이와 풋워크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피벗플레이로 평가받는 맥헤일(저는 그가 올라주원보다 2-3수는 위였다고 생각합니다. 올라주원의 드림셰이크와 풋웍 + 야오밍의 슈팅터치 + 코비의 강심장 정도가 아닐까 한다는...)은 이 비디오에서 1대1 피벗 플레이의 묘기를 선보이며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데, 래리 버드는 맥헤일의 그것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또 실제로 이를 게임에 자주 응용했던 최고의 피벗플레이어 중 하나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And 1 이 있었는지... 또한 래리와 맥헤일의 2 Man Game, 즉 두 사람의 SF-PF 픽앤롤/픽앤팝/기브 앤 고 플레이는 그 당시 NBA 역사상 가장 막을수 없는 플레이에 2위로 꼽히던 최고의 무기였습니다. (제 생각에도 스탁턴 - 말론의 픽앤롤보다 더 완벽해 보였습니다.1위는 압둘자바의 스카이 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출처는 어떤 농구잡지였는데 정확한 잡지명은 기억이 안 나네요.) 이 강의 마지막에 레드 감독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자, 이제 누가 이것을 막을수가 있겠는가?!" (물론 바로 다음 강의 때 데니스 존슨이 나와 락다운 디펜스에 대해 강연을... ^^) 한편 래리 버드는 경제적인 농구를 정말 잘 구사하던 선수였습니다. 50% 이상의 필드골, 90% 이상의 자유투, 40% 이상의 3점슛이 가능했으며, 끊임없이 스크린을 돌아 상대 수비수를 지치게 하는 영리함, 한 번의 슛 전에 아이훼이크 등 각종 훼이크를 이용한 슈팅 타이밍 보유 능력까지... 그리고 미스매치 발생시 반드시(아무리 3점찬스가 오픈되었더라도) 로우포스트로 끌고 들어가 기어이 파울 혹은 And 1 을 얻어내고 말던 경기를 읽는 능력, 뛰어난 코트 비젼과 패싱 센스 등... 그의 농구는 분명 그의 높은 IQ 에 기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리한 선수였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무었이었을까요? 그것은 이 모든 것을 치명적인 등부상을 안고 이룩했다는 것입니다. 고질적은 등부상으로 선수생활 중반기부터 큰 위기를 맞았던 버드는 부상의 후유증으로 수비가 조금 약해지기는 했어도(부상전에는 3번이나 All 디펜스 세컨드 팀에 들을 정도로 꽤 좋은 수비수였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활약을 보였는데, 부상 가운데서 30-10-7을 할수 있었던 선수라면 부상 없이는 어떤 성적을 올릴수 있었을지요.... ■ Magic Bird ? Larry Johnson? The Grandma 래리 존슨을 기억하십니까? 래리 버드와 매직 존슨의 장점만을 합친 최고의 선수....는 아니였지만, 어쨌든 그가 출연한 광고는 정말 그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만큼 재미있었습니다 ^^ 얼마전 www.insidehoops.com 에서 다음과 같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논쟁을 부추기는 "IF" 시리즈였는데요, "만약 전성기 시절의 래리 버드가 지금 NBA에서 뛴다면 어떤 활약을 보일까?" 대다수의 팬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래리 버드가 지금 NBA에서 뛴다면 그는 명실공히 리그 #1의 선수가 될 것이다. 가넷이나 덩컨, 코비등 최고의 선수들과도 분명한 차이를 드러낼 것이며 확실한 MVP가 될 것이다." 몇일후 또 다른 토론이 있었습니다. "만약 전성기 시절의 매직 존슨이 지금 NBA에서 뛴다면 어떤 활약을 보일까?" 팬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매직 존슨은 분명 제이슨 키드보다도 뛰어난 포인트 가드로 올 NBA 팀에 들 것이다. 그러나 가넷, 코비, 덩컨등을 압도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알고 있던 두 사람의 평가와 일치합니까? 위의 토론이 어떤 진실을 규정한다고 볼수는 없지만, 래리 버드가 어떤 선수였나를 한번 가늠해볼수 있는 자료가 아닐까 합니다. ■ 15 years, and so forth 몇년전 매직 존슨의 명예의 전당 입당식에서 존슨의 엔트리 소개를 누가 했는지 기억하십니까? 매직의 영원한 라이벌 래리 버드였습니다. 그 모습을 TV에서 지켜보던 저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며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 두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15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코트 위에서는 선의의 경쟁자로, 경기가 끝나면 같이 웃고 즐길수 있는 친구로, 서로를 Respect(존중)하며 배려할줄 아는 진정한 라이벌이 아닐까... 이런 라이벌리가 과연 앞으로 또 생길수 있을까?" 그날, 명예의 전당 입당식에서 불혹을 넘긴 두 사람의 눈가에서, 이마에서 주름진 세월의 흔적을 봤습니다. 그리고 많이 봐서 익숙하지만, 그날따라 더욱 빛나보이던.... 매직의 어린아이같은 환한 웃음을 봤습니다. 그 웃음 뒤에서 이런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긴 세월이었어... 정말 길었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근데 지금 나의 맘에 가장 크게 자리잡은 건..... Larry... 바로 자네일세... 자네가 없었다면 어떻게 지금의 내가 있을수 있겠는가... 정말 고맙다..." 매직에게는 래리가 있었습니다. 래리에게는 매직이 있었습니다. 누가 더 뛰어났고 누가 더 잘했는가를 떠나서, 이 두 사람에게는 서로를 채찍질해주고, 더욱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아야 할 "이유"가 되었던 진정한 『라이벌』이 있었습니다. 80년대를 호령하던 양대산맥의 봉우리는 이제 짙은 눈밭에 쌓여 어느새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라이벌리는 어느 컴퓨터 게임의 타이틀처럼 『영웅전설』이 되어 영원히 NBA 팬들의 가슴에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영웅전설 2』, 『영웅전설 3』의 등장을 우리는 고대하고, 기대하고, 또 기다릴 것입니다. "Who's next?"
킹제임스와 멜로의 등장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생겨 그냥 끄적여 봤습니다... 첫 칼럼인데 좀 더 정성을 드려서 선보였음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원래는 스테이플스 센터 방문기와 마이클조던의 DVD인 Ultimate Jordan 집중분석을 계획해 놓았지만, 스테이플스 센터는 플레이오프 티켓 매진과 암표의 초고가화로 물건너갔고, 조던 DVD는 지금 제가 DVD를 볼수 있는 여건이 안되어서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신성모독』과 같이 각종 자료와 Stat 의 나열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의 언급을 자제했지만, 그래서인지 신빙성은 없어 보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기회에 더 좋은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