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스-스퍼스 2차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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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3-21 04:04:17
정말 재밌고 흥미로웠던 경기였습니다.
먼저 워리어스 팬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를, 스퍼스 팬 분들께는 축하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어제 저녁에 이 경기의 프리뷰를 했었지만,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두 감독님의 식견에 큰 감탄과 쉼 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정말 대단한 경기였어요.
그리고 이 리뷰에서는 이번 경기에서 짚어볼만한 포인트 몇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프리뷰에서 워리어스-스퍼스 순으로 글을 썼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스퍼스-워리어스 순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프리뷰와 마찬가지로 사진 설명이나 전술 다이아그램은 굳이 읽지 않으셔도 전체 글 이해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두 팀 모두를 좋아하는 타 팀 팬이 가볍게 쓴 글이니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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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안토니오 스퍼스
◎ 던컨 기용에 대한 의문점
사실 경기 내내 던컨과 웨스트의 기용을 거의 하지 않은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꼭 확인하고 싶었던 조합이 던컨-웨스트 조합이었기 때문에(던컨-알드리지만큼이나) 개인적으로는 아쉽기도 합니다.
던컨을 통해 기대했던 부분 중 공격 파트(하이-로우, 모션 오펜스 시 알드리지의 활용 폭 증가)는 디아우를 통해 메우고, 수비 파트(드랍백 및 스위치 상황에서의 디시전)는 알드리지가 메워주면서 던컨을 배재하고서도 스퍼스는 충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 포포비치 감독입니다.
사실 짧은 기용에도 던컨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는데요.
1차전, 1쿼터 박빙 상황에서 연속 턴오버로 승기를 잃었던 스퍼스는 2차전에서도 1쿼터 후반, 17점에 점수가 묶인 채 역전까지 당하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습니다(11 : 17에서 20 : 17로 역전).
하지만, 연속 턴오버가 나오고, 17점으로 점수가 묶여서 고전했음에도 결국 재역전을 해내었던 이면에는 던컨의 온 볼 스크린 두 번이 있었습니다. 이 스크린 두 방은 지노빌리와 밀스에게 완벽한 3점 찬스를 제공했으며, 이 3점 두 방이 결국 재역전의 초석이 되었습니다(22 : 23으로 재역전).
또한 그 짧은 시간에도 1) 오프 볼 스크린, 2) 하이포스트 컨트롤타워, 3) 로우포스트 포스트업(마무리는 아쉬웠으나 포지셔닝과 볼 캐칭은 예술적 수준)과 같은 다양한 공격 작업으로 모션 오펜스 완성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수비에서도 던컨은 적절한 드랍백과 깔끔한 헬프 앤 리커버를 통해 느린 빅맨이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 지의 정석을 보여주었습니다. 스위치 상황에서도 좋았지만 사실 던컨이 존재할 때에는 스위치 상황이 많이 연출되지는 않았는데요.
1) 스페이츠의 돌파를 한쪽으로 몰아넣어 레너드가 블락하도록 유도한 장면이나 2) 리빙스턴의 백다운 때 순간적으로 더블 팀으로 턴어라운드 점퍼를 방해한 장면은 던컨의 뛰어난 수비 이해도를 상징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죠.
이런 던컨을 8분 출장으로 극도로 아끼고, 던컨-웨스트 조합을 가동하지 않은 것이 사실 일부러 그랬다고 보기는 힘들 겁니다. 그저 두 선수의 기용 없이도 전체적인 경기 흐름이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두 명의 위상은 에질리-보것에 비해 스퍼스 내에서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입니다. 결과적으로 이기가 없고, 원정 백투백이었던 워리어스를 상대로 포포비치 감독도 마지막 한수는 숨겨놓은 것으로 보이네요.
정말 담대한 감독님이고, 다음 경기 혹은 플옵이 너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수비 전략
워리어스 공격이 무서운 점이 이번처럼 백투백 상황 혹은 스위치 디펜스로 인해 커리 · 탐슨의 외곽 슈팅이 막히면 2 : 2 게임이나 위브로 돌파 상황을 창출해 외곽 슈팅난조를 극복한다는 것인데요.
이번 경기에서 스퍼스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해 너무나도 훌륭한 수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 이번 경기의 하이라이트중 하나인 그린의 헬핑 블락 상황을 소개해보겠습니다.
2. 알드리지는 커리에 대해서 외곽 슈팅만을 염두에 둔 듯 타이트한 수비를 행합니다. 알드리지는 느리지만 높이가 있는 빅맨입니다. 이런 선수가 커리의 슈팅만을 제어한다면(다른 선수들이 묶인 상황에서) 커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돌파겠죠.
5. 결국 커리는 레이업을 시도합니다. 이 때, 커리에게 그린이 헬핑 블락을 시도합니다. 파커의 시야 차단은 그린의 블락을 빨리 못 보게 하는 부가효과도 가져왔습니다.
스퍼스가 대단한 점은 어떤 스위치 상황에도 2선에 돌파 동선을 제어하는 선수가 한 명은 있다는 점(앞선 그림에서 파커의 역할, 2차 스위치)이고, 이를 위해 한명이 미리 공간을 점유하고 있어도 전체적인 팀 디펜스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입니다(한 명이 미리 공간을 점유해버리면 필연적으로 상대팀 선수 한 명은 오픈되기 마련인 데, 스퍼스는 이에 대한 대처가 너무 좋습니다).
썬더, 벅스 혹은 필리처럼 빠른 기동력을 가진 빅라인업이 스위치를 적절히 들어가면서 워리어스의 외곽을 제어하는 것도 훌륭한 전술이지만, 스퍼스는 2선 선수의 2차 스위치에 돌파는 맡기기 때문에, 빅맨 들이 오로지 슈팅 방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습니다(그간의 다른 팀들과 달리 빅맨 들이 그 느린 발을 가지고도 스위치를 성공한 배경이죠!). 사실 이 부분은 알고도 행하기 힘든 정말 대단한 부분이고, 그만큼 스퍼스의 수비 시스템이 대단하다는 것이겠죠.
골든스테이드 워리어스
◎ 이궈달라의 부재
보통은 커리가 막힐 때면 탐슨의 돌파가 제 2 해답으로 작용했는데, 스퍼스의 락다운 디펜더들은(그린, 레너드) 이 부분에 있어서도 크게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수비법이 스플레쉬 듀오의 슈팅력이나 몸 상태가 정상일 때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앞으로의 경기를 통해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실제 수비 중 나타났던 탐슨의 오픈 찬스에서의 3점 슈팅이 평소처럼 적중했다면 경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워리어스 입장에서 아쉬운 점 두 가지는 1) 백투백의 영향으로 워리어스 선수들의 슈팅 적중률이 상당히 나빴던 점에 더해 2) 이궈달라의 부재로 인해 스몰라인업에서 백도어 컷으로 공간을 넓혀줄 방법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1차전에서 이궈달라의 움직임과 슈팅력이 워리어스의 공격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궈달라의 부재는 뼈아픕니다.
1차전에서 이기는 오프 볼 스크린을 타고 백도어 컷 혹은 플랙스 컷을 통해 계속적으로 로우 포스트를 흔들어주거나, 외곽에서 패스 혹은 슈팅을 시도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백도어 찬스를 열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리빙스턴과 함께 계속 골밑 공간을 흔들어주었던 이기의 부재는 그래서 너무 아쉬웠었죠.
오프 볼 스크린이 리그 최고인 워리어스 선수들이지만, 최강 스몰라인업에서 패스 링커, 캐치 슈터, 돌파 옵션, 스윙맨, 그리고 속공 트레일러까지 소화 가능한 이기의 부재가 미친 영향은 꽤나 컸습니다. 만약, 이기가 존재하는 스몰라인업이었다면 커리와 탐슨 두 선수의 돌파가 2차전보다는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겁니다.
◎ 보것의 부재가 불러온 스몰라인업 강제 현상
하지만, 앞선 두 가지보다 더 큰 문제점은 역시 두 빅맨인 보것과 에질리, 특히 보것의 부재일 것입니다.
워리어스는 보것, 에질리의 부상으로 인해 스퍼스 상대로 스몰라인업이 강제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워리어스의 최고 강점은 보것 중심의 주전 라인업으로 인해 언제든지 스몰라인업을 적기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 데, 빅 라인업의 핵심인 보것과 스몰 라인업의 핵심인 이기가 동시에 빠지면서 로테이션의 강점을 상실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봅니다.
특히, 위브 등의 전술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보것의 부재로 인해 이 경기에서 워리어스는 핸즈 오프 효율이 상당히 저조했습니다.
이쯤에서 보것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보것 중심의 전술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스퍼스와의 1차전에서 나왔던 전술입니다.
* 1 in 4 out set offense(1. 커리, 2. 탐슨, 3. 반즈, 4. 그린, 5. 보것)
1이 4에게 패스합니다.
1은 패스 후 왼쪽 사이드라인으로 빠지며, 4와 3은 핸즈오프합니다.
3과 2가 다시 핸즈오프합니다.
3과 5가 2에게 스크린을 걸어주며, 스크린을 타고 2는 오른쪽 45도로 이동합니다. 5는 스크린 후 바로 컷인합니다(3 man weave).
2는 이로 인해 돌파 동선이 확보되었습니다. 2는 즉시 돌파하며, 5는 골밑 찬스를 노립니다.
2의 앨리웁에 이은 5의 마무리입니다.
위와 같이 보것과 함께하는 빅 라인업은 다양한 전술을 통해 워리어스의 팀컬러를 유지할 수 있는 데, 보것의 부재로 인해 워리어스가 최대 강점 중 하나(빅라인업과 스몰라인업의 조화)를 상실한 것은 이 경기에서 꽤나 크게 다가왔습니다.
위의 전술처럼 보것의 스크린 능력과 골밑 마무리 능력, 그리고 패스 능력은 그린에게 걸리는 과부하를 풀어주며, 커리-그린을 배재한 채 공격 전개가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런 전개는 그린-커리 듀오의 파괴력이 더욱 살아나게 도와줍니다.
◎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수비
반면, 스퍼스의 빅맨 로테이션은 팀 최대 강점으로써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시즌 내내 활용되었는데요. 이 경기에서도 스몰라인업이 강제된 워리어스를 상대로 이 장점이 여지없이 발휘되었습니다. 특히, 디아우-알드리지의 활약은 눈부셨죠.
사실 오늘 스퍼스는 일반적인 런 앤 건 팀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어찌 활용해야 하는 지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줬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반면,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워리어스는 스퍼스의 턴오버를 계속 유발했으며, 바로 이 수비가 2차전을 접전으로 끌고 가게 한 최대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퍼스 모션 오펜스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축은 1) 포스트 업, 2) 하이-로우 게임, 3) 2 : 2 입니다.
그리고 워리어스는 이 세 가지 중 포스트 업과 2 : 2 수비에 있어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 포스트 업 상황에서 엔트리 패스 라인을 잘라먹는 디나이 디펜스와 2) 2 : 2에 대한 깔끔한 스위치 디펜스는 사실 스퍼스 수비보다도 더 대단해보였습니다.
던컨으로 인해 맞은 연속 3점 2방외에 깔끔한 픽 앤 롤이 잘 관찰되지 않았으며, 포스트 업에서는 계속 턴오버를 유발하게 한 수비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아쉬웠던 점은 수비에서도 보것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던 점이겠죠.
바레장 중심의 빅 라인업은 과거 피닉스의 커트 토마스을 축으로 한 빅 라인업보다도 림 프로텍션이 안됩니다. 그리고 포포비치의 스퍼스는 일반적인 런 앤 건 팀을 어찌 상대해야 하는 지 너무나 잘 아는 팀이죠.
마치며...
결국 이 경기에서 드러난 것은 워리어스의 대 스퍼스 공략에는 기존의 정직한 2 : 2 게임보다는 위브에 백도어 컷을 가미한 활발한 이면(위크사이드) 공략이 더 중요하다는 것(빅라인업과 스몰라인업의 조화를 통한)입니다.
결국, 당연하게도 보것과 이기의 복귀 후에야 비로소 스퍼스 상대로 진짜 진검 승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네요(물론 커리나 탐슨이 폭발하면 이런 저런 전술은 무의미해지겠지만요.^^).
반면, 스퍼스 입장에서 주목할 점은 모두가 기대했던 던컨-알드리지 혹은 던컨-웨스트의 하이-로우 게임이 아닌 디아우-알드리지의 하이-로우 게임으로 워리어스 수비를 무너뜨렸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퍼스의 공격리바운드 장악이었습니다. 비록 2차 공격 성공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달려야 하는 팀의 원동력 중 한 축을 완벽하게 묶어버리면서 그 많은 턴오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오픈 코트 상황을 상당수 차단하는 데 성공했죠.
반면, 워리어스의 대단한 점은 스몰라인업이 강제된 상황에, 심지어 이기의 부재로 스몰라인업의 위력이 감소되었음에도 3점이 안되면 2점으로, 트랜지션 오펜스가 안되면 하프코트 오펜스로 계속 승부를 박빙으로 몰고 갔다는 점입니다. 특히, 3점 공략이 안될 때 아이솔레이션에 이은 골밑 공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스퍼스의 대처가 정말 좋았음에도 말이죠(2차 스위치).
20점을 넘긴 선수 한명 없이도 스퍼스와 박빙으로 갈수 있다는 것이 바로 워리어스의 저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무서운 팀이죠.
2차전은 정말 좋은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경기가 너무 기대되네요.
두 팀의 선전에 진심어린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게시물은 홈지기님에 의해 2016-03-21 04:03:57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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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완벽한 분석이시네요. 감탄하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