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무시무시한 '5일 4경기' 스케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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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4-10-14 20:12:14
2013년 12월 29일, 휴스턴 로켓츠는 썬더와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오클라호마로 날아갔다. 휴스턴에겐 쉽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번 경기는 예감이 상당히 좋았다. 휴스턴은 제임스 하든과 드와잇 하워드를 필두로 3연승을 이어나가고 있었고, 웨스트브룩이 부상으로 결장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117-86, 31점차 패배. 하든과 하워드는 휴스턴 유니폼을 입게 된 이래 각각 2-9, 4-13이라는 최악의 야투 성공률을 기록했다. 엄청난 가비지 스코어로 인해 4쿼터 내내 이들이 벤치에 앉아 있어야 했던건 덤이었다.
예감이 좋았던 휴스턴이 어떻게 이렇게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됐을까? 스포츠 과학자들과 수면 전문의들은 문제의 핵심으로 팀의 스케쥴을 꼽는다.
NBA 팬이라면 '백투백 스케쥴(이틀 연속 경기가 있는 스케쥴)'이라는 악명높은 경기 일정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휴스턴은 그 보다 더 무시무시한 괴물, 바로 '5일 4경기' 스케쥴에 당했다. 5일 4경기 스케쥴은 중간에 1일간의 휴식을 포함해 5일간 무려 두 번의 백투백 경기를 치뤄야 하는 일정을 뜻한다. 팀들은 시즌 중에 이런 일정을 몇 번씩 경험한다. 선수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백투백 일정을 힘겹게 끝냈다. 그런데 바로 다른 도시로 날아가 백투백 경기를 또 한 번 더 가져야 한다면?
케빈 맥헤일 감독은 오클라호마에 허무한 패배를 당한 직후 기자들로 부터 일정으로 인한 피로가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네? 우린 농구를 하는 거지, 무거운 통나무를 나르는 막노동을 게 아니예요. 끽해봐야 5일 동안 4경기 한 것 가지고 무슨...다음 질문이요.
- 케빈 맥헤일, 휴스턴 로켓츠 감독
정말일까? 휴스턴이 오클라호마에 대패를 당하기 전 휴스턴의 일정은 25일 샌안토니오 원정, 26일 멤피스와의 홈경기, 27일 휴식, 28일 뉴올리언스와의 홈경기를 치뤘다. 공교롭게도 그 경기로 부터 정확히 1년 전, 휴스턴는 이번엔 홈에서 오클라호마에게 30점차 대패를 당했다. 그리고 상당히 공교롭게도 이 경기 또한 5일 동안 휴스턴이 치뤘던 4번째 경기였다.- 케빈 맥헤일, 휴스턴 로켓츠 감독
무슨 40도가 넘는 온도에서 벽돌을 나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건 농구라구요.
- 케빈 맥헤일
- 케빈 맥헤일
맥헤일이 이 일정에 대해 별 것 아닌 듯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맥헤일은 1987년 플레이오프에서 발이 부러진 상태에서 뛰었을 정도로 하드코어한 선수였으니까. 그러나 어떤 NBA 감독 또는 팬들도 5일간 4경기를 치르는 이 죽음의 일정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5일 4경기 일정의 수치적 영향
5일 4경기 스케쥴은 170일 동안 82경기를 치르는 NBA의 살인적인 일정이 낳은 부산물이다. 심지어 이번 시즌부터는 올스타 브레이크가 더 길어지기 때문에 그 압박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ESPN의 제레미아스 잉글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백투백 경기 일정은 팀들의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5일간 4경기를 치르는 경우 경기력 저하가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잉글먼은 최근 13시즌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일 4경기 일정의, 심지어 마지막 경기가 원정 경기일 경우 평균보다 2득점을 더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불과 2점 가지고 호들갑이냐고? 홈경기-휴식-홈경기 일정은 평균보다 3.7득점을 더 하게 되는 걸 감안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득점 5.7점이 차이를 지난 시즌 팀들에 대입하면 29승 53패를 기록한 디트로이트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애틀랜타의 차이가 되고 이건 상당히 큰 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무지막지한 일정이 가져다 주는 파급력이다.
휴스턴은 이번 14-15시즌에도 로켓츠에겐 또 한 번 5일 4경기(네 번째 경기가 원정) 일정을 갖게 됐다. 그것마저 평범한 5일 4경기 스케쥴이 아니다. 4번째 원정 경기가 바로 1마일 높이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덴버와의 경기이기 때문이다. 지는 2006년 이후 덴버에서 5일 4경기 일정 중 4번째가 원정 경기인 일정을 맞이한 팀은 12팀이 잇었는데, 평균 보다 10.4득점을 더 하지 못했다. 단순히 스케쥴 하나 때문에 이만한 차이가 나버리는 셈이다. 근데 더 황당한 건 휴스턴이 이 5일 4경기 일정으론 명함도 못내밀 만큼 지옥의 스케쥴을 치뤄야 하는 팀들이 많다는 점이다.
악몽의 스케쥴을 부여받은 팀들
올 시즌, NBA가 시즌 스케쥴은 그대로 두면서 올스타 브레이크의 길이만 늘리는 바람에 백투백 일정 뿐만 아니라 5일 4경기를 해야 하는 일정도 더 늘어나 버렸다. 이번 14-15시즌에는 5일 4경기 일정이 전 리그를 통틀어 총 69번이나 있다. 지난 시즌 63회였던 걸 감안하면 10%가량 증가한 셈이다. 더 황당한건 30개 팀 중 여섯 팀은 이 죽음의 5일 4경기 일정을 무려 네 번이나 치뤄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영광의 팀들은 바로 덴버, 디트로이트, 골든 스테이트, 밀워키, 포틀랜드, 워싱턴이다. 부디 이 팀들에게 명복을...
반면 신이 도왔는지 샌안토니오와 오클라호마는 시즌 내내 5일 4경기 스케쥴이 단 한 번도 없다.
어떤 팀은 4번을 치뤄야 하고, 어떤 팀은 한 번도 치르지 않는다. 불공평하지 않은가? 5일 4경기 일정이 있는 팀은 피똥싸야 하고 없는 팀은 꿀맛같은 일정을 치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악몽같은 5일4경기 스케쥴이 있는 휴스턴이라 하더라도 시즌 초반 일정은 상당히 널널하며, 5일 4경기 일정이 단 한 번도 없는 썬더의 경우는 상대팀보다 짧은 휴식시간을 갖고 뛰어야 하는 경기가 리그에서 가장 많다.
이번 시즌 최악의 5일 4경기 일정은?
이번 시즌 모든 5일 4경기 스케쥴의 이동 거리를 분석해 본 결과 보스턴이 가장 멀리 이동해야 하는 일정을 치뤄야 하는 불운을 안게 되었다. 보스턴은 1월 22일 부터 26일까지 포틀랜드- 덴버 - 골든 스테이트 - 유타에 걸쳐 무려 4,844km를 이동해야 한다. 이 중 홈 경기가 하나도 없다니 이게 대체 말이 되는가. 근데 그게 다가 아니다. 이 일정 중 각 백투백의 두 번째 경기들이 펼쳐지는 경기장의 해발 고도를 한 번 생각해보자. 덴버와 유타는 대표적인 고지대에 경기장이 있는 곳이다. 오, 거기다 3번째 덴버 경기 때문에 시간대가 두 번 변경되네?? 셀틱스는 이 때를 위해 네잎클로버를 잔뜩 찾아야 할 것 같다.
크리스마스 직전의 클리퍼스가 5일 동안 치뤄야 할 덴버 - LA - 샌안토니오 - 애틀란타 일정도 한 번 살펴보자. 고지대 덴버전이 끼어 있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시간대 변경이 무려 4번이나 된다. 시간대 변경이 뭐 어때서 그러냐고? 시간대 이동이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휴식 시간이 증발돼 버린다. LA에서 샌안토니오로 이동할 때 무려 2시간이 사라지는데, 샌안토니오에서 애틀란타로 갈 때 1시간이 또 사라져 버린다. 클리퍼스 선수들 숙면취하시길...
이 클리퍼스의 악마같은 스케쥴은 이대로 끝나주지 않는다. 5일 4경기 일정 중 마지막 애틀란타에서의 경기 이후, 클리퍼스는 LA까지 날아와 하루 쉬고 골든 스테이트와의 크리스마스 경기를 치뤄야 한다. 7일 동안 무려 5경기를 치뤄야 하는 죽음의 일정이 클리퍼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팀들이 5일간 4경기를 치르를 때 문제는 단순히 수면 시간이 짧은 것 뿐만 아니라 밤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데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불규칙해 지기 때문에 수면 퀄리티가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다. 하버드 의대 수면 의학과의 찰스 체일러 교수는 NBA 선수들이 불규칙한 일정으로 수면 사이클 또한 함께 불규칙해져 생체리듬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자는 시간 만큼이나 우리 몸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불규칙해 지는 것은 수면 시간이 짧아지는 것 만큼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 찰스 체일러, 하버드 수면 의학과 교수
- 찰스 체일러, 하버드 수면 의학과 교수
살인적인 스케쥴에 대한 팀들의 대처
NBA 스케쥴을 치르는 것은 정말 힘든 여정이지만 Catapult Sports 같은 회사들이 팀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지난 시즌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 마크 큐반이 일부 지분을 인수한 이 회사는 현재 13개 NBA 팀과 협력하고 있으며, 최근 Catapult사는 STATS 사와 제휴를 맺고 SportVU 추적 데이터를 활용해 5년 전만해도 꿈에서나 가능했을 만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퍼스의 부상 방지를 위해 일했던 마이클 레건은 Catapult의 수석 연구원이다. 레건의 팀은 선수들의 피로도가 높아질수록 햄스트링이나 복근 등 연조직에 부상을 당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밝혀내 스퍼스가 NBA 역사상 평균 30분 이상 뛴 선수가 단 한명도 없는 첫번째 팀이 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5일 4경기 일정이 더 많아지면서 레건의 임무가 점점 더 막중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들이 항상 일정한 퍼포먼스를 내도록 하는데 있어 NBA의 스케쥴은 정말 살인적입니다. 실로 엄청난 도전이예요. 스포츠 과학 측면에서 봤을때 NBA는 MLB와 함께 가장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리그입니다.
- 마이클 레건, Catapult사 수석 연구원
레건은 GPS와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선수들의 폭발적인 움직임 데이터를 모니터 해 적절한 휴식을 취하게 함으로써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레건은 선수들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식단까지 짜주고 있어 이런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해진 NBA 팀들로부터 최근 러브콜이 급증했다고 한다.- 마이클 레건, Catapult사 수석 연구원
한 편 이번 시즌 NBA는 5일 4경기 일정의 4번째 경기를 딱 한 번 전국방송으로 중계한다. 그 주인공은 시즌 시작부터 5일 4경기를 치르게 되는 LA 레이커스다. 코비에게 심심한 위로를...바이런 스캇은 과연 이 경기에서 그렉 포포비치로 빙의돼 코비를 쉬게 할까? 레이커스 외에도 5일 4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다른 팀 코치나 스타 선수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죽음의 일정으로 인해 리그 판도는 서서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NBA는 좋다는 건 서로 배우고 따라하는 리그고, 팀들은 점점 선수들의 건강에 대해 점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NBA의 모든 팀들이 서서히 우승팀 스퍼스가 선도하고 있는 '스타들을 쉬게 하는' 트렌드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팀들의 이런 적극적인 대처로 인해 앞으로는 '스케쥴로 인한 피해'라는 표현엔 단순히 팀의 경기력 저하 뿐만 아니라 팬들이 스타 플레이어들을 몇몇 경기에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 또한 포함될 것이다.
본 글은 ESPN Insider Tom Haberstroh의 기사를 번역 및 각색해 매니아의 독자분들이 읽기 편하시도록 재구성한 글입니다. 흐름에 불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과감히 제거하고, 좀 더 설명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은 추가해 부드럽게 읽으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글쓰기 편의를 위해 평어체를 사용 한 점 양해 부탁드리며, 오역이 있거나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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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