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스-썬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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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3-01-25 02:43:48
골스가 잘 준비한 경기였고 썬더는 2:2 수비에 문제를 드러낸 한판이었습니다.
커리는 왼손드리블에서 이어지는 점퍼가 누구보다 정확한 선수고 픽앤팝으로 이어지는 바운드패스도 손에 꼽힐 정도로 잘 하는 선수입니다. 드리블모션에서 수비 사이로 참 잘 빼죠. 튀긴 볼이 올라오는 타이밍에 점프해서 슛을 쏘기도 하고 패스를 날리기도 해서 타이밍을 예측하기 힘듭니다.
커리의 릴리스 속도가 평균 정도만 되도 드리블이 높기 때문에 기다렸다 트랩으로 몰고가는 전략이 유효할수 있는데 커리는 트랩에 끌려가는 중간에도 한팔 거리만 생기면 3점을 쏘고 넣을수가 있습니다. 릴리스가 너무 짧고 리듬을 길게 만드는 선수가 아니라 공간이 좁아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첫드리블을 압박하거나 아예 스위치해서 슛만 견제하거나 옵션 자체를 줄여서 자신감을 다운시켜야 되는 선수인데 어정쩡하게 더블팀을 다니다 커리=>정면 하이의 리를 의식한 애매한 더블팀=>둘 사이로 바운드패스=>볼잡고 리 돌진....이런 패턴에 내내 농락을 당했죠. 작년 토니 파커에게 당할때와 같은 원리로 수비가 꼬였고 커리와 파커의 차이만큼 리와 던컨의 움직임만 달랐습니다.
드리블을 시작부터 압박해서 3점 라인 밖에서 리의 스크린이 이뤄지게 했다면 골스는 계속 밖에서 돌면서 특유의 무브먼트를 상실할수 있었으나 썬더의 어정쩡한 더블팀은 물오른 리에게 하이포스트를 너무 쉽게 내줌과 동시에 다른 옵션들을 연쇄적으로 살아나게 했습니다.
더불어 잭과 탐슨,커리가 함께 나왔을때는 웨스트브룩, 세폴로샤가 오프볼 무브를 번번히 놓쳤죠. 웨스트브룩은 애초에 오프볼 수비가 나쁜데다 마크맨이 윅사이드로 나갈때 심심찮게 도박수비를 펼치곤 하는데 계속 돌아다니면서 v컷과 스윙을 반복하는 커리,탐슨에게 도무지 정신을 못차리더군요.
세폴로샤도 일대일에 능한 선수지 이런 형태의 수비가 좋은 선수는 아니고요.
골스가 슛을 재료로 철저하게 모션을 돌리는 팀이기에 구조적인 문제라고까지 얘기하긴 힘들지만 작년 경기들을 생각해봐도 2:2를 그렇게 느슨하게 기다리며 막은것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오프볼 수비에 자신없는 상황이라면 모션이 돌아가기 전에 단초를 차단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더블팀이 시작되는 위치나 강도, 빅맨의 적극성, 돌진하는 리에 대한 대응 등이 전부 좋지 못했죠.
실점을 하더라도 픽앤롤 시작점을 밀어서 리의 반경만 제한시켰다면 아마 지난 경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썬더가 승리했을거란 생각입니다. 웨스트브룩은 하도 시달리다보니 나중엔 패스길을 주지 않기 위해 왼쪽으로 한참 붙었다가 노마크 돌파를 내주는 등 공수에서 완전히 멘붕 상태였죠.
골스는 리가 정면에서 볼을 잡을때 가장 훌륭한 볼흐름이 나오는데 더블팀이 가더라도 양 옆으로 시야가 확보되면서 와이드 오픈은 아니라도 B+의 찬스는 항상 만들수 있는 곳이 정면이죠. 리가 커트해서 볼을 잡은 후의 드리블과 레이업, 픽앤팝 점퍼, 바운드 패스, 오른손 사용, 심지어 죽은볼 슈팅마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첫번째 2:2만 성공하면 수많은 옵션들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골밑에서 이젤리와 반즈의 삽질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6~7어시스트는 찍을수 있는 경기였죠.
커리에게 어정쩡한 더블팀이 가느라 정면 미드레인지가 텅 비었고 거기서 리가 중거리만 쐈다면 팀 전체의 무브먼트가 그 정도로 활발하진 않았을텐데 영리한 리는 볼을 받자마자 가속을 붙여서 흔들린 로테이션을 계속 흔들었고 결국엔 랜드리에게 하이-로우 패스를 전달하면서 쐐기를 박았죠.
오픈될수밖에 없는 곳에 패스를 해도 로테이션이 미리 예상하고 있다면 컨테스트가 되는 상황도 많은데 그런 상황에선 또 오른손 훅 같은 어려운 샷을 넣어주면서 경기내내 적절한 슛셀렉션을 보여줬구요. 진흙탕에서 슬래셔 역할까지 하면서 경기를 주도하는 선수였고 내내 빛났습니다.
골스 입장에선 리와 같은 위치 (정면 하이포스트)에서 약간 등을 지고 볼을 받는 듀란트가 제일 무서운 상대였고 대놓고 슛을 쏴도 대책이 없다시피했는데 웬일인지 막판에 몇개 놓친게 행운이었구요. 듀란트는 작년 컨파 이후로 결정적인 순간엔 코너에서 정면으로 나오면서 스크린을 한번 받아 볼을 잡는데 작년에 여러번 썼듯이 스위치 되면 예전 카셀마냥 대놓고 쏘고 늦으면 한골 적립 수준이죠.
전반에 득점은 많이 했지만 확실한 찬스만 챙기면서 거의 에너지를 쓰지 않는 느낌을 받았는데....경험이 쌓이면서 공격의사를 아끼다 후반에 쏟아붓는 식으로 페이스를 조절하는듯 합니다.
더불어 마틴은 하든과 달리 절대 탑에 설수 없는 선수라 4쿼터가면 윅사이드로 아예 빠져버리는데....큰 경기 가면 피셔의 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능력치를 떠나 롤이....) 그렇다면 오늘처럼 웨스트브룩이 말릴때 탑에 설 선수 하나는 반드시 보강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웨스트브룩은 공수 한쪽 흐름이 나빠지면 경기력 전체가 망가지는 선수인데 템포면에서 별다를게 없는 레지 잭슨에게 2쿼터를 맡기는건 형식적인 교체 이상의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잠깐이나마 슬로템포에서 컨트롤을 할수 있는 선수가 필요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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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