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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장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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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2-21 10:24:02

사실 이건 취미생활이라고 하기엔 좀 뭣하지만, 매년 하는거니까 취미생활 시리즈에 넣어봤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시나요? ^^


저희 집은 합니다.





저 나무에는 슬픈 전설이 있죠. 푸후훗.


때는 저희 아이가 돌이 좀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양재 코스트코를 다녔습니다. 광명에 코스트코가 생기기 전입니다.

그런데 코스트코 양재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꽃하고 나무를 파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고싶다고 하더군요.

눈에 보이는 곳에 들어갔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업고있었습니다.


제 아내는 정말 비싼 물건을 잘 알아봅니다. ^^

저 하얀 트리 앞에 서더군요. 다른 나무(라고하지만 모두 플라스틱이죠.)들은 초록색이었는데, 저 나무(?)만 하얀색이었습니다. 만져보니 신축성이 있었습니다. 약간 고무같은 느낌. 물어보니 가격은 제법 비쌌습니다.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있지만, 그곳의 나무들 중에서는 가장 비싼 편에 속했습니다.

저는 저 나무를 사는게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의 다른 나무를 고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10분 넘게 저 나무 앞에서 서서는 나무를 바라보고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갓 돌 지난 아이를 업고, 그 앞에 그냥 서있는데, 그 나무를 사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새댁이 너무 마음에 들어하는데 비싸게 못받겠다며 가격을 내려서 결재해주셨습니다.

몇 년 뒤에 이마트에서 비슷한 제품을 봤는데, 가격이 저희가 샀던 것에 비해 상당히 비쌌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저 나무(?)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저희 집에 있습니다.

그 10년 사이에 저희는 네 번 이사를 했습니다. 저 나무(?)도 이삿짐 트럭에 네 번 실렸었습니다.

오래되고, 비시즌(^^)에는 창고에 대충 방치해서인지, 사실 뒤틀리면서 가장 큰 가지가 갈라졌습니다.

본드로 붙이고 테잎으로 고정해서 아직 함께하고있습니다.

화분 부분에 곰팡이가 생겨서 그 부분을 분해해서 청소하고 다시 조립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사이에 나무를 살 때 따라왔던 초록색 방울들과 리본들과 장식들은, 아내가 어느새 마련한 빨간색 방울과 장식들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이사하면서 초록색 장식들은 모두 버렸습니다. 짐을 줄여야해서요. ^^


그리고 같이 크리스마스를 맞을 다른 장식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웡카 초컬릿 상자. ^^

어머니께서 호주 여행가셨다가 초컬릿을 사다주셨는데, 이게 웡카 초컬릿이더군요. 그래서 내용물은 먹고, 포장지는 보관하면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사용하고있습니다. ^^ 제 아들이 찰리와 초컬릿 공장을 좋아해서 다행입니다. 저도 아내도 좋아했던 소설입니다.


산타 와인상자.

크리스마스에 친구네가 놀러오면서 와인을 선물했는데, 산타모양의 원통 포장을 해온 것을 보관하고있습니다.


그 외에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천으로 된 나무며, 아들이 만든 점토 나무, 초, 크리스마스 케익 장식중에 제가 볼 때 귀여운 것들은 버리지않고 다 가지고있습니다.




저는 저 나무를 볼 때, 10년 전에 아이를 업고 저 나무를 바라보던 아내를 생각하곤 합니다.

그녀는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요? 전 알지 못합니다. 평생 알지 못할겁니다.

그러나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행복'을 생각했을 수 있을겁니다.

가정의 행복.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집의 한쪽. 반짝이는 불및과 예쁘고 아기자기한 장식들을 보며 같이 미소짓는 가족.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


저는 신년이 되면, 저 나무를 다시 비닐로 쌀겁니다. 장식들은 모두 상자에 들어가서 다음 12월을 기다리겠죠.

저 나무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모르겠지만, 보관이 가능한한 보관하고, 장식이 가능한 한 장식할 겁니다. 그리고 저는 11년 전의 아내, 15년 전의 아내를 다시 기억하겠죠.




모두 가족과 함께 즐거운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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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6-12-21 12:54:32

나무는 갈라지고 다시 수리해야할 지라도

크리스마스 장식은 하나 둘 늘어갈 것이고

어느 날엔가는 나무는 더이상 쓰지 못하게 되었지만
사랑스러운 가족의 온기가 그 자리를 충분히 메우고

나무는 더이상 쓸수 없게 되는 날에도
나무가 있었던 크리스마스가 있었더랬지 
모든 가족이 모여 그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하게 생각하는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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