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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기록 (4) - 이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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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3 23:26:39
 우린 두 번의 이별이 없었던 것처럼 온전히 뜨거웠다. 사랑이었다. 그 순간들을 위해, 우리는 십년을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때도 지금도 내게 넌 유일무이한 존재다. 세 번째 시작은 없다고 먹은 마음을 손쉽게 뒤집어 버리고, 지금은 다른 사랑을 단단하게 잠궈버린다.
 그렇게 오래 봐 온 너도 변하지 않을거라 생각한 ‘나’를 스스로 바꾸게 한다. 난 겁쟁이라 눈 질끈 감고 저지를 수 없는 변화는 늘 주저하고 힘들어한다. 그래도 꾸역꾸역 할 수 있는 만큼 바꿨다.

 ‘나랑 쇼핑하는거 괜찮아?’
 ‘자기가 카페를 가자고 하네!’
 ‘맞아, 요즘 자기 연락 많이해. 자기 변하는거 신기해.’
 ‘나는 자기가 공부 안할줄 알았어.’

 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진 않지만, 나에겐 그랬다. 그 누구의 행복도 부럽지 않았다.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도, 너로써 당당하고 온전히 행복했다. 너는 나의 가장 큰 자랑이자 중요한 존재였다.
 그런 너와 함께한 시간들에 아픔을 느끼고, 증오하고, 도망쳐왔다. 사랑하고 행복했던 사실보단 불안했던 순간과 네가 날 무너트린 일들만 떠올라 아팠다.
 어쩌면 내가 아픈건 네가 날 무너트렸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사랑했는데 내가 무너져 내려버렸기 때문은 일지도 모른다.

 ...
 여기까지 적고나니 글이 써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젠 밤새워 이별 노래를 듣고, 감정만 남은 ‘사랑’과 싸웠다.

 ‘익숙하긴 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버텨지긴 하지만 힘든건 여전해. 놓아버린 듯해도 여전히 손 끝에. 지워낸 듯 하지만 여전히 가득해.’ Part 2 - Nell

 ‘넌 절대 결단코, 수 백 날이 지나도 나밖에 모르는 바보는 안 될 거야.’ ‘늦은 봄 눈 같은 나의 고백도 꽃 노래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 이브나 - 가을방학

 ‘사랑, 아직 그 자리에 한번도 이별 못한 이별 속에서 다시 돌아오는 그날, 그때는 우리가 이 세상을 다 가질태니.’ 이별 못한 이별 - 지선

 ‘넌 참 좋은 사람이었어, 미치도록 사랑했어. 추억들이 말라지만 널 보내야 할 것 같아.’ ‘우리 생에 우리 사랑 최고라면 슬플거야. 두 번째로 사랑했던 사람으로 남기로 해.’ 이성적으로 - 윤종신

 ‘우리가 함께 걷던 길에 너무도 다정했던 그대가 아직 그대로 미소 지으며 서 있을 것만 같아요.’ 사랑..다 거짓말 - 린
 
 ‘이 세상의 모든 이별 노래가 당신 얘길거라 생각해본 적.’ love love love - 에픽하이

 모든 노래가 날 두드렸지만, 내 마음이 되진 못했다.

 방에 틀어박혀 있는 고작 하룻밤 사이에... 널 붙잡아보기도 하고, 만나서 못다한 정리를 하기도 하고, 멀리서 행복을 빌어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의 온전한 사랑을 꿈꾸기도 하고, 보란 듯 너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도 했지만 다 실패했다.

 난 이렇게 사랑하는데... 지금 네 행복을 깰 수 있나? 나로써 네가 행복할까? 이걸 사랑이라고 불러도 될까? ‘나’부터 사랑해야 할까? 앞으로 계속 후회하게 될까? 다시 누군가를 더 사랑할 수 있을까? 넌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아직도 ‘사랑’일 수밖에 없는 내 감정은 확인했다. 너에게 무조건 달려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널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기도 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우린 끝났고, 네 옆엔 그 사람이 있다. 네가 날 싫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 무섭다.
 
...

 포기를 모르는 감정과 사실로 무장한 핑계들의 불안정한 싸움을 표현할 자신... 없다.
 이건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 따위가 아니다. 오롯이 나약하고 비겁해서 우유부단한 나의 문제고, 어느 쪽이던 기울어지는 방법이 잘못되면 완전히 망가진다. 난 자기 개발적이진 않지만 자기 파괴적인 행동은 혐오한다. 승화시키지 못하면 스스로를 혐오하게 될 거다.
 어렴풋이 알았지만, 이 글쓰기는 언젠가 날 기울어지게 만들 것이다. 정확하고 솔직하게 바라봐야한다. 기울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그로인한 결과가 나를 지배할 거니까. 시간이 걸려도 똑바로 보고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

 슬픈 영화나, 패배 후 슬퍼하는 스포츠 선수를 보고 엉엉 울 때가 있다. 그런데 내 일로 엉엉 울어본 건 언젠지 기억나지 않는다. 글을 연재하면서 몇 번이나 울고 싶었는데 울지 못했다. 다행이다. 점점 솔직하게 아파오고 있다.

 

 오늘은 어젯밤에 일찍 시작해서 적어낼 수 있었습니다.
 뭘 적을지 결정한게 없었어서 중구난방으로 적은걸 어찌저찌 지우고 이리저리 옮기고...
 마지막 두 문단은 전혀 동떨어진 감상이라 지워버리는게 맞습니다만, 글 쓰는 도중 제 심경이 튀어나온 부분들을 모아서 갈무리한거라 도저히 버릴수가 없었어요.

 혹시 이별에 관한 좋은 노래들이 있다면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도토리로 싸이월드 노래는 300곡 가까이 사고, 찾아듣기도 했는데... 한동안 노래 듣지 않다가 이틀전에 지니뮤직 이용권을 구매했습니다.
 굳이 이별노래가 아니더라도 이 노래가 좋다 싶으면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가요, 힙합, 발라드, 락, 째즈, 연주곡, 인디 등등 가리지 않고 취향에 맞으면 다 잘 듣습니다.

 아마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다음 글은 늦어질 것 같습니다. 늦으면 다음주 정도...
 아무쪼록 이렇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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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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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3 23:48:55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는데, 그 곡에 대해서는 크리스마스 전날쯤 제가 본 글로 올리겠습니다. 이별노래는 아니지만 노래를 만든 사람의 애절한 사연이 있는 곡입니다.

오늘은  대신 이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1854700

WR
2016-12-14 11:25:52
당시에는 아무 느낌 없이 유튜브 파일은 켜보지도 않고 지나쳤는데, 새벽에 핸드폰으로 들었습니다.
저는 한치앞도 모르고 어리석으면서도 참 간사하네요.

아무일도 없을 줄 알았던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늘 감사합니다.
1
2016-12-14 16:04:00

고맙습니다. 23일쯤에 그 노래에 대해 글을 올리겠습니다. 이것도 함께 첨부합니다

/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1852576

1
2016-12-13 23:51:47

https://www.youtube.com/watch?v=1hZa60t8wSE


말이 되니.
WR
Updated at 2016-12-14 11:44:06
사랑을 노력한다는게 말이 되니.
이 감정과 똑같은 고민을 이야기하다  헤어진 남 녀 모두 친한 커플 이야기를 지켜봤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는 노래입니다.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1
2016-12-14 00:53:08

안녕하세요 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날씨가 더욱더 추워져서인지 이렇게 감정이 서려있는 글들이 좋아집니다 어쩌면 내가 아픈건 네가 날 무너트렸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사랑했는데 내가 무너져 내려버렸기 때문은 일지도 모른다. 이부분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노래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로만 선곡해봤습니다
린 - 통화연결음
김진호 - 알고있니
메이트 - 그리워
정준일 - i am here
짙은 - 고래
디어클라우드 - 늦은혼잣말

WR
Updated at 2016-12-14 12:41:28
선곡해주신 노래들이 다 절절해서 넋놓고 들었습니다.  추천 감사드립니다.

 글에서 한 거짓말을 고백해야겠네요. 쓸 감정이나 이야기를 모르겠어서 밤새워 감정에 솔직하려고 노력한 뒤, 처음으로 적은 부분이 바로 뭉게구름님께서 와닿았다고 해주신 두 줄 입니다. 스스로가 숨기고 싶었던 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글쓰는 사람도 아니고 독서량이 많거나 지식인도 아니라 글로 이런 거짓말하는건 어림도 없었나보네요..
  고작 4번째지만 점점 산으로 가고 졸필이 되는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부분부분 조금씩이라도 솔직할 수 있다는것에 만족합니다. 또 제가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게 느껴집니다. 느껴주신 그 부분 때문에 조금 더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16-12-14 13:58:30

메이트 그리워... 기억을 끄집어내네요

1
Updated at 2016-12-14 00:57:49

윤종신 1월부터 6월까지가 제 올타임 베스트중 하나입니다.
https://youtu.be/RdEtiX2SJ4Q

WR
2016-12-14 12:19:14
너무 좋은 노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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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4 01:38:44

https://www.youtube.com/watch?v=MTQD3p2WwIk



WR
2016-12-14 13:10:48
좋은 노래 감사합니다.
목소리는 촉촉한데 마음은 먹먹해지네요.
1
2016-12-14 01:41:39

https://youtu.be/065r5HNTvhk
가장 좋아하는 이별노래.
오늘도 잘 감상하고 갑니다.

WR
2016-12-14 13:15:00

저도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엘범에 좋은 노래가 많죠. 다만 음원 사이트들에서는 전 소속사와의 문제 때문에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없다고 해서 포기했었는데, 이렇게 듣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16-12-14 01:48:13

https://www.youtube.com/watch?v=AfwqilBP-1Q


https://www.youtube.com/watch?v=rCrZQuUcC3M
WR
2016-12-14 13:35:33
3호선 버터플라이의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은 옛날에 실연당한 친구가 들려줘서 알고 있었는데... 까먹고 있다가 다시 들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당시에는 너무 과격하고 못생긴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좋네요.
이별을 걸으며는 따뜻한 이별 노래네요. 일과를 마치고 온탕에 들어간 기분이 드네요.
좋은 노래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16-12-14 03:37:50

솔직하게 아파온다.
가장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세게 때리고 지나가네요.
마지막으로 절절하게 울어본게 언제일까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힘들땐 우는것도 꽤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좋은글 매번 감사드립니다.

WR
2016-12-14 13:56:39
 오늘도 감사합니다.
 진짜 언제일까요? 잘 모르겠네요... 꼬마땐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밤새워 울곤 했습니다. 법적으로 성인이 된 뒤에 그렇게 터져나오는 감정을 막지 않고 울어본게 언젠지... 있긴 한건지 잘 모르겠네요. 다만 늘 조금이라도 흘려보내고 나면 마음이 흘려보낸 만큼은 편해졌던 것 같습니다.
 읽어주시고 표현해주시는 것이 솔직하게 아파오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1
2016-12-14 07:31:25

사랑했다는 말 난 싫은데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네
넌 말이 없었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슬픔이 나를 데려가 데려가
WR
2016-12-14 13:39:21
와... 저 이 앨범 자체를 좋아합니다. 헤어지고 트랙 다 듣기도 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의외의 사실'입니다. 감사합니다.
1
2016-12-14 09:04:15

Tom waits - Martha

이별노래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이별을 겪었을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입니다..

WR
2016-12-14 14:06:55
와... 이 감정 느낌이 더 와닿을 수 있는 영어 실력이 간절하네요.
감사합니다!
1
Updated at 2016-12-14 09:54:10

이 노래는 이별 노래는 아닙니다. 하지만 때론 마음을 정리하는 것 보다 내가 미치도록 하고싶지만 할 수 없는 말들을 노래가사를 빌어 계속 또 계속 외치는게 좋을 때도 있습니다. 그게 내 가장 솔직한 마음이라면요.

https://youtu.be/Yn9IAPgz3KE

Ed Sheeran의 Kiss me입니다.

WR
2016-12-14 14:29:24
이 노래가 어쩌면 가장 고통스럽네요.
감사합니다.
2016-12-15 03:56:22

새벽에 픽님 글 읽다가 문득 오래전 이별한 첫사랑이 생각납니다. 헤어지지만 친구로 지내자는 그 친구 말에 "아니" 라고 했던 부끄럽고 창피한 제가 생각나네요. 용기 있고 멋진 그 친구와는 다르게 전 비겁하게 도망쳐버렸어요. 횡설수설일지 모르겠으나 픽님 글 덕분에 그때의 저를 솔직하게 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글 올려주시길...

WR
2016-12-18 07:07:52
... 저는 지금도 누군가와 사귀다가 친구로 지내자고 하면 '응'이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 흔들릴 수 있고 사람일이 또 모르고, 어느쪽이던 좋은 기회와 관계까 될수도 있겠지만... 음... 모르겠습니다.  제가 더 횡설수설이네요. 다만 사랑한 사이인 만큼, 친구같은 관계로 남고 싶지도 않고... 친구로써 얼굴을 보는게 너무 아프고 슬플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솔직하게 적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만학도를 꿈꾸는 개인 사정으로 답장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아무쪼록 읽어주시고 피드백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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