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기록 (3) - 세 번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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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2 15:33:53
‘제발 전화 받아줘, 한번만’
어제부터 문자와 함께 핸드폰은 계속 울고 있다. 번호를 차단했더니 다른 번호로 또 울리기 시작한다.
금요일 밤 11시 건대입구역,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에서 더 이상 네 전화를 무시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지하철이라 집에 들어가는 길에 연락할게.’
‘...’
‘응, 한 시간 안에 내가 연락할거야. 끊을게.’
어제부터 문자와 함께 핸드폰은 계속 울고 있다. 번호를 차단했더니 다른 번호로 또 울리기 시작한다.
금요일 밤 11시 건대입구역,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에서 더 이상 네 전화를 무시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지하철이라 집에 들어가는 길에 연락할게.’
‘...’
‘응, 한 시간 안에 내가 연락할거야. 끊을게.’
친구들과는 평소와 같이 즐거운 술자리였다. 친구들은 적당히 취해보이고, 실없이 즐거운 대화였지만 계속 울리는 전화에 친구들에겐 네 이름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계속 무시할 순 없잖아. 어떡할거야?’
‘모르겠어~ 일단 마시자.’
‘그래서, 계속 무시할 순 없잖아. 어떡할거야?’
‘모르겠어~ 일단 마시자.’
소주 한 잔을 호기롭게 털어넣지만, 술은 쓰지도 달지도 않다. 분위기 맞춰 술을 마셔준 친구들이 안주를 집어먹었다. 잠시 가벼운 침묵이 이어졌다.
‘네 마음은 어떤데?’
‘네 마음은 어떤데?’
2차 성징 전부터 서로 모든걸 보아온 친구들의 장점이자 단점 아니겠는가... 이건 도망칠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선의의 거짓말은 속아 넘어가주지만 비겁한 거짓말은 끝까지 응징한다. 그때 내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 대답을 하긴 한건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여전히 술은 쓰지도 달지도 않았다. 기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분명히 네 이야기를 꺼내면서 알람을 지웠었다. 하지만 계속 울던 핸드폰이 잠시 멈춘 화면엔 ‘부재중 통화 13통’, ‘새로운 문자 2건’이 적혀있다. 고민했다. ‘술을 한 잔 더 마셔볼까?’
우리는 10년을 알았고, 크게 2번을 헤어졌으며, 지난 1년간 연락조차 없었다. 국제전화가 아닌걸 보니 넌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냥 여전히 술은 쓰지도 달지도 않았다. 기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분명히 네 이야기를 꺼내면서 알람을 지웠었다. 하지만 계속 울던 핸드폰이 잠시 멈춘 화면엔 ‘부재중 통화 13통’, ‘새로운 문자 2건’이 적혀있다. 고민했다. ‘술을 한 잔 더 마셔볼까?’
우리는 10년을 알았고, 크게 2번을 헤어졌으며, 지난 1년간 연락조차 없었다. 국제전화가 아닌걸 보니 넌 한국으로 돌아왔다.
너와 통화하기 위해 평소에 오지 않는 지하철역에서 내리고, 10분이면 집 앞까지 가는 버스가 있지만 걸어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통화는 길어질태니까...
난 우리의 관계에 회의적이다. 네가 밉다. 나를 초라하고, 무능력하고, 다른 기회들에 겁먹게 만든 네가 싫다. 수화기 넘어로 들리는 너의 안부인사, 감정, 이해할 수 없는 사과와 보고 싶다는 말에 최대한 쌀쌀맞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지만 알고 있다. 난 널 거부할 수 없다.
난 우리의 관계에 회의적이다. 네가 밉다. 나를 초라하고, 무능력하고, 다른 기회들에 겁먹게 만든 네가 싫다. 수화기 넘어로 들리는 너의 안부인사, 감정, 이해할 수 없는 사과와 보고 싶다는 말에 최대한 쌀쌀맞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지만 알고 있다. 난 널 거부할 수 없다.
어스름이 내린 저녁, 우린 20살 첫 데이트에 함께 걸었던 청계천을 말없이 걸었다. 그렇게 두 블록을 걸었고, 눈치를 보다 힘겹게 입을 열어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는 너를 전집으로 데려갔다.
한 모금 술에도 홍당무가 되는 네가 세 번째 잔을 들이키는걸 보고,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널 다그쳤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거야?’
‘맛있다. 일단 조금 더 마시면 안될까?’
못하는 술을 급하게 마시는 널 보며, 조급함과 안타까움에 내 안의 불안을 쏟아냈다. 그땐 왜 그랬는지, 왜 내게 이러는지, 아직도 네가 밉다는 이야기들...
한 모금 술에도 홍당무가 되는 네가 세 번째 잔을 들이키는걸 보고,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널 다그쳤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거야?’
‘맛있다. 일단 조금 더 마시면 안될까?’
못하는 술을 급하게 마시는 널 보며, 조급함과 안타까움에 내 안의 불안을 쏟아냈다. 그땐 왜 그랬는지, 왜 내게 이러는지, 아직도 네가 밉다는 이야기들...
둘이 마신 막걸리는 다섯 병이 되었다. 인사불성이 되고도 내 다그침과 불평에 ‘보고싶었어.’ 라고 말하는 널 보고나서야 마음은 도망치길 포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함께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함께가 될 수 있었다.
나는 그때도 우리를 되돌아보는 지금도 여전히 찌질하고 비겁하다.
너는 그때도 다시 뜨겁게 사랑하는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고 용감해보인다.
어떻게 넌 그럴 수 있을까?
너는 그때도 다시 뜨겁게 사랑하는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고 용감해보인다.
어떻게 넌 그럴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많이 곱씹게 되는 글쓰기였습니다.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날 꾸짖네요.
다른 이야기와 엮어서 더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결국 미뤄버리고 마무리한 글입니다.
'의지박약 아니야?' 라고 말하던 그녀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네요. 그래도 무언가라도 하며 나아지고 있다고 자위하려 합니다.
글쓰는 자체에는 두가지 애로사항이 꽃폈습니다.
하나는 친구들의 이름을 등장시킬 수 없는 것, 가명을 쓰고 싶지는 않네요.
둘째는 감정을 공유하기 위한 정보를 어느 정도까지 구체화 시켜서 전달하는게 좋은걸까, 입니다. 찰나의 순간이라도 표현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간단해보이는 감정도 너무 방대하네요.
글 잘쓰시는 분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모순되지만 진심으로 기운찬 한 주의 시작 맞으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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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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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저 남자와 글쓴이를 함께 응원하게 되네요.
다음 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