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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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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5-12-15 09:15:03

아래 글을 쓰고 쭉 읽어봤는데요, 쓸데없는 내용이 참 많습니다. ^^


대충 왜 공대에 진학했는지, 어쩌다 문학회에 들어갔는지, 그러다가 글쓰는게 좋아졌고, 그 장점은 뭐다... 이런 글입니다.



글쓰는건 제 취미생활입니다.


사실 글 쓰는걸 좋아하게 된데는, 제 개인적인(당연히!!!) 이유가 있습니다.


스스로 수학을 잘 한다는 착각을 했던 저는, 문과 이과 중 이과를 선택했었고,

담임선생님께서 니 점수에는 여기로 가라... 고 하신 학교 및 학과에 지원하여 합격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생각이 없었는지 정말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결과에 불만족하는건 아닙니다. 다만, 과정에서 너무 수동적이었다는게 불만스럽습니다.

하여간, 공대에 진학한 저는 합격자 명단을 살피며 의외로 여자가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강연수, 김현주, 송윤주 등 여자인 줄 알았던 놈들이 다 우락부락한 남자놈들이란 것에 실망하여, 역시 대학 생활은 동아리지. 라는 생각에 동아리를 찾아보았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선배들이 가르쳐준 노래(민중가요)를 잘 따라불러서 공대 노래패에서 들어오라고 선배들이 꼬셨지만, 전 공대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사실 고3때 조선일보를 탐독하면서 대학생 운동권 계보 및 그들의 사상적 기반, 주장하는 바를 공부한 저는 운동권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조선일보에는 유능한 기자가 많아서 제법 쓸만한 기사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이는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달린거죠. 아, 그리고 제가 입학할 때는 아직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뭔가 오해를 계기로 전 문학회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한 학번 위 누나들이 상담을 받고있었는데요, 시를 보여주더니 감상평을 얘기해보라고 해서 주절주절댔는데, 핵심을 잘 짚었다는 칭찬을 듣고 으쓱해서, 역시 난 문학쪽에도 재능이 있나보구나... 하는 착각을 한게 꽤 결정적인 포인트였습니다. (여러분, 칭찬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그리고 제가 상담받던동안, 뒤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키 큰 형의

"오늘 수업 몇 시에 끝나요? 끝나고 동방으로 와요."

라는 말을 따랐더니, 맥주(!!!)를 사줬다는게 가장 결정적인 포인트였습니다.

공대 노래패 형들은 소주 밖에 안사줬거든요.


사실 예쁜 여자애가 있나 해서 들어간 거였지만, 문학회에 예쁜 여자애들은 없었습니다.

여대 문학회 구경다니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어휴... 여대 누나들은 어찌 그리 이쁜지... 그리고 여성스러운지... 우리 누나들하고는 엄청난 격차가 있더군요. 가슴 떨리게 좋아했던 누나도 있었구요.


아, 제가 글쓰는게 취미라는 글을 쓰고있었죠. 얘기가 이상한데로 빠질뻔 했네요.


하여간 전 문학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문학회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전 문학회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를 썼구요, 형들에게 엄청 깨졌습니다. (저보다 5살 이상 많은 형들.) 너같이 시 못 쓰는 애는 처음 봤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군대에 다녀왔습니다. 군대에서 심심해서 시를 썼습니다. 그리고 동아리에 편지를 썼습니다.

동아리에서는 아무도 답장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쓴 시를 문집에는 실어줬습니다. 그래서 서문연(서울지역 대학생 문학 연합)에서 주최하는 시쓰기 강습에서 제 시가 잘 쓴 시의 예에 포함되기도 했었습니다.


전역을 하고, 잠시 어학연수를 갔습니다. Writing 시간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복학을 했습니다. 밑에 후배들이 많더군요. 전 후배들 보기 부끄럽지 않게 시집을 계속 사서 읽고,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시를 잘 못쓴다는걸(이과 공대 설명충이라서) 스스로 통감하고 소설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썼습니다. 사실 소설을 많이 쓰는건 좀 힘든 일입니다만...


그리고 학교내 문학상을 두 번 받았습니다. 시/소설부문 당선/가작 총 4명이었는데 소설 응모해서 첫 해 가작을 받고, 다음 해에 당선을 받았습니다. 저 말고는 모두 국문과 학생이었습니다.


기고만장한 저는 신춘문예에 소설을 냈지만, 아무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


그리고 공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여태까지의 삶을 살고있습니다. 벌써 10년도 훨씬 지난 얘기입니다.

공대생 치고는, 인문학적인 시간을 많이 보낸 편입니다. 학과 공부보다 시/소설 읽고 쓰는데 더 많은 열정을 바쳤습니다. 학과 공부는 4학년때부터 열심히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학점은 좋지않았고, 취업 면접에서 학점이 왜 이모양이냐는 얘기를 여러번 들었습니다.


쓸데없는 얘기가 무지하게 길었네요. 경고문구라도 넣어드려야하나 고민중입니다. ^^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다.

2. 말을 좀 더 잘 하게 된다.


글쓰기를 하려면 생각을 정리하고, 필요없는 내용을 쳐내야합니다. 처음에는 쉽지않지만, 글을 쓴 다음에 계속해서 다시 읽고 읽고, 서랍속에 넣어뒀다가 며칠 후 다시 읽고 하다보면 빼야할 부분이 보입니다. 물론 지금처럼 가볍게 쓰는 글에는 그런식의 퇴고는 하지 않습니다. ^^


생각을 정리하는데 익숙해지면 말도 잘 하게 됩니다. 문학회 생활의 절반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보다는 주로 말로 싸워서요.


문학회 생활을 하면서 철학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철학/사회학/문화인류학 등 여러 책들을 읽었습니다. 다른 학교 문학회와 교류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러다보니 말빨이 늘더군요.

그리고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는 것도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사실 외모가 좀 평균 이하다보니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했었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여성분들이 외모보다는 성격을 조금 더 보는게 아닌가... 싶어서 연애도 하게됐습니다.


회사에 가서도, 저는 공돌이에 연구원이어서 1년마다 과제 발표를 했었습니다.(옛날 회사에서요) 일단 발표 자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표를 또 잘 해야합니다. 말빨이 중요하죠. 주의할 점은, 자신감 있으면서도 겸손해야한다는 겁니다.


보고서 얼마나 많이 씁니까. 뭐만 했다하면 보고선데, 사실 소설 쓰는 것과 보고서 쓰는 것은 많이 다릅니다만, 그건 적응하기 나름입니다. 어쨌든 중요한건, 핵심이 뭔가, 그걸 어떻게 드러내는가 하는 거니까요.


정말 문학회 생활하면서 책 많이 읽고, 글 많이 썼던 덕을 여러모로 봤습니다.

제가 결혼 한 것도 다 그 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작용이 있다면, 말이 너무 많아졌다. 많아도 너무 많아졌다는 건데요... 모든 작용에 부작용은 있게 마련이니까요. ㅜ.ㅜ





전 글 쓰는게 즐겁습니다.


사실 어디다 써야할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블로그...는 리뷰용으로만 사용하고,

페이스북에는 어머니와 장인어른이 친구여서 글 쓰기가 좀 꺼려지고,

그래서 요즘은 매니아에 주로 씁니다.


댓글은... 많이 달지 않습니다.

어느순간 제가 누구에게 충고할만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들에게 충고하는 것만도 벅찹니다. 그래서 요즘은 응원하는 댓글을 주로 답니다. 이게 더 좋습니다 이런 댓글을 달기는 좀 부끄럽더라구요. 특히 연애 문제라든가, 논쟁이 되는 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처음 썼던 시를 지금와서 읽으면, 참 풋풋합니다. 이제 막 20살인 애가 쓴 글이란게 느껴집니다. 첫 소설은 더욱 그렇습니다. 엄청 부끄럽습니다.

솔직히 상 받았던 소설도 이제와서 읽으면 좀 부끄럽습니다. 그래봤자 20대 중반의 글쓰기입니다.


지금은 소설을 쓰지않지만(꽤나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그냥 가벼운 글을 쓰면서 만족하고있습니다. ^^



맨 처음에 제가 별 생각없이 학교 및 학과를 선택한 것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요, 지나고보면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시간을 잘 허비했습니다. 젊을 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공대 다니고, 문학회 생활 하면서, 소설 써서 작은 상이나마 받아보기도 했고, 제법 큰 회사에 취업 했었고(지금은 아주 작은 회사에 다닙니다. ^^), 결혼도 했고. 이게 다 문학회 생활을 열심히 해서 그런거라고 하면 좀 과한 얘기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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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5-12-15 10:06:06

재밌네요! 뭔가 글쓴님의 대학생활이 상상되네요~ 항상 글잘읽고있습니다

WR
2015-12-15 13:31:55

팽팽 놀았다는 얘가였습니다.

2015-12-15 10:59:51

결론은 글쓰기의 장점은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할 수 있다.' 이군요.

WR
2015-12-15 13:31:23

믿거나 말거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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