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e & Space: 히트의 리딤팀화
59
5380
Updated at 2012-01-01 10:12:37
이번 시즌 마이애미 히트를 몇 가지 주제에 따라 분석해볼까 합니다. 첫 순서는 히트의 새 공격 시스템인 Pace & Space입니다.
Pace & Space는 스포 감독이 이번 트레이닝 캠프 기간 내내 강조한 공격 부문의 슬로건입니다. 공격 페이스를 올리고 스페이싱을 넓게 유지하라는 거죠.
이는 지난 시즌 히트에게 가장 부족했던 것들이자 스포 감독의 한계였습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스포 감독 자신이 껍질을 깰 필요가 있었고, 지금 히트의 경기력 속에는 껍질을 깨기 위한 스포 감독의 고민과 노력이 녹아있습니다.
라일리식 히트 농구와 그 한계
스포 감독은 히트 시스템, 정확히는 라일리 히트 시스템의 산물이자 신봉자입니다. 포틀랜드 대학에서 포인트가드를 봤던 스포 감독은 독일 리그에서 2년을 뛰고 비전이 없는 선수 생활을 일찌감치 접습니다. 그리고 1995년 히트의 비디오 분석 요원으로 NBA에 첫 발을 내딛죠. 그때 스포를 스카우트한 게 막 마이애미에 왔던 라일리였습니다. 그 후 스포는 비디오 분석 및 전력분석 코치, 스카우트 등을 거쳐 감독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즉 그의 대학 시절 디비전 라이벌이었던 레이커스의 마감독이 여러 팀을 거치며 여러 농구를 익혀온 반면 스포 감독은 오직 히트 시스템에서 라일리 히트의 농구만을 연구해왔다는 겁니다. NBA 선수 경력이 전혀 없는 자신을 감독까지 키워준 게 히트 시스템이라는 거죠. 따라서 스포에게 라일리식 히트 시스템은 신앙에 가깝습니다.
그럼 스포가 신봉하는 라일리식 히트 시스템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공격에선 인-앤-아웃 기반의 하프코트 게임, 수비에선 위력적인 슛 블로커를 중심으로 한 헷지 & 리커버리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백코트의 위력적인 패서, 페인트존 득점/슛 블록을 해낼 수 있는 센터와 보디가드/리바운드에 특화된 파워포워드, 하프코트에서 슛을 던질 수 있는 슈터가 필요합니다. 특히 위에 쓴 센터+파워포워드 조합은 레이커스를 시작으로 뉴욕, 히트를 거치면서 라일리가 꾸준히 고집해온 페르소나입니다(레이커스의 카림-램비스/그린, 뉴욕의 유잉/오클리, 히트의 모닝/브라운, 샼/하슬렘).
그런데 지난 시즌부터 히트 로스터는 그런 조합을 갖추기 힘들게 됐습니다. 센터인 조엘은 공격력 제로, 오히려 4번인 보쉬가 빅맨진 주공이지만 골밑 중심 스타일은 아니죠. 오히려 두 윙 플레이어가 골밑을 더 많이 파게 됐습니다. 수비 역시 조엘이 블록에 특화됐다고 해도 그동안 라일리의 팀에 있던 센터들에겐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동안 써오던 4번의 헷지->센터의 커버 블록->미스샷은 리커버리한 4번이 담당의 수비는 더이상 쓸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웨이드와 르브론이라는 극강의 운동능력을 지닌 윙 플레이어들이 전방위 헬프를 가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죠.
이렇게 지난 시즌부터의 로스터는 스포 감독이 지도자 생활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 구성이었고, 이런 구성을 기존 히트 시스템에 끼워맞추려다 보니 많은 면에서 무리가 생기게 됐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 웨이드와 르브론이라는 슈퍼 스윙맨 둘을 데리고도 거북이 농구를 해서 매 포제션을 클러치타임처럼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보쉬의 위치를 어정쩡하게 만들어 소프트함이 부각되게 해버렸다는 겁니다.
스포 감독이 기존 히트 시스템을 계속 고집하는 한 이 두 가지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농구를 배우는 수밖에 없었죠. 파이널 패배 후 6주 동안 히트 사무실에 틀어박혀 시즌 전경기 필름을 모조리 분석한 뒤 그 사실을 깨달은 스포는 수행을 떠납니다.
스포 감독의 여름 방학
맨 처음 스포가 찾은 것은 고향인 오레곤 주립대 풋볼팀 감독 칩 켈리였습니다. 켈리는 빠른 템포를 주도할 때의 이점, 그리고 모든 선수가 참여하는 공격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줬다고 합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스포 감독은 이제는 NCAA의 명감독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플로리다 대학의 빌리 도노번, 듀크의 코치 K, 켄터키의 존 캘리파리, 전 마퀫 감독으로 지금은 인디애나 감독인 탐 크리언 등을 차례로 인터뷰하며 자신의 구상에 대해 토의를 했죠. 이렇게 해서 다듬은 새 구상을 다시 켈리에게 가져가 이야기를 나눈 다음 '보스' 라일리에게 제출합니다.
라일리의 최종 승인까지 얻은 스포는 곧바로 선수들을 데리고 새 농구를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직장폐쇄가 계속됐습니다. 코칭스태프나 프런트가 선수에게 말 한 마디만 걸어도 규정위반이 될 수 있었죠. 선수들을 데리고 실험할 수가 없게 된 스포는 아쉬운 대로 히트 프런트 및 코칭스태프를 데리고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라일리가 오랜만에 감독으로 컴백했고 구단주 아들이자 CEO인 닉 애리슨을 비롯한 프런트/코칭스태프가 코트에서 실제로 시합을 하며 새 농구를 시험했죠.
직장폐쇄가 풀리고 트레이닝 캠프가 시작되자 스포는 여름 내내 노력을 쏟은 결과물을 선수들 앞에 내놓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Pace & Space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Pace & Space는 페이스를 올리고 스페이싱을 넓게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Pace와 Space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Pace
히트는 왜, 어떻게 페이스를 올리고 있을까요?
빠른 공격을 할 때 가장 큰 이점은 상대가 하프코트 수비 진형을 갖추기 전에 슛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겁니다. 히트의 주공인 웨이드와 르브론은 근본적으로 슬래셔이고, 이런 선수들의 돌파를 막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하프코트에서 앞선-골밑 최종수비수까지의 거리와 사람 수를 최대한 길고 두텁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퍼킨스가 있던 시절의 보스턴과 지금의 오클, 작년 파이널의 댈러스가 이런 수비로 히트의 공격을 잘 억제한 바 있죠.
그런데 상대가 미처 백코트하기 전에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면 그런 수비벽을 상대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대팀이 그 하이 페이스에 말려서 득점 쟁탈전으로 말려들기까지 해준다면 바랄 나위가 없죠. 웨이드와 르브론은 그런 농구에선 극강의 경기력을 발휘하니까요.
위와 같은 이유로 히트는 페이스를 올렸고, 특히 첫 두 경기에서 업템포를 하는 히트가 얼마나 무서운지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그렇다면 히트의 하이 페이스 경기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일반적으로 공격권을 얻어서 속공이 가능해지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수비리바운드 획득
2. 루즈볼 다툼을 통해 볼 획득
3. 스틸 성공
4. 점프볼을 통한 볼 획득
5. 블록슛 성공
6. 상대의 바이얼레이션
7. 차징 유도
8. 상대의 득점 성공
이중 6, 7, 8은 인바운드를 해야 하므로 속공 기회 발생 가능성이 낮으며 4는 통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하지만 1, 2, 3의 경우에 빠른 공격이 가능한 경우가 많죠. 히트도 이 세 가지 상황을 통한 업템포 게임을 많이 합니다. 특히 웨이드-르브론에 찰머스까지 더한 백코트의 압박은 무섭습니다. 이들은 지난 네 경기에서 평균 6.25개의 스틸을 해내고 있으며, 백업 포인트가드인 콜의 스틸까지 합하면 7.75에 달합니다. 그리고 그 스틸은 대부분 하이라이트 플레이로 이어지고 있죠.
볼을 스틸하자마자 훨씬 앞에 있던 론도도 파울조차 하지 못하는 질주가 시작됩니다. 이것이 히트 속공입니다.
여기에 히트가 특이한 점은 5와 8 상황에서도 많은 속공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보스턴전에서 웨이드의 슈퍼 블록에 이은 속공이나 샬럿전에서 그날 탑텐 1위를 차지한 보쉬 블록-르브론 슈퍼 세이브-웨이드 덩크 같은 플레이를 통해 빠른 득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 링크와 같이 상대가 골을 성공시킨 경우에도 웨이드-르브론의 운동능력을 이용해 속공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링크의 장면에서는 키드에게 3점을 먹고 난 후 재빨리 인바운드 패스를 받은 르브론이 5초 동안 3번의 드리블을 한 후 코스트 투 코스트 레이업을 던지고 있습니다.
웨이드-르브론이 주도하는 속공 시스템의 특징은 속공을 리드하는 선수를 따로 정해놓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둘다 속공 전개 및 마무리 능력을 다 가지고 있다 보니 볼 잡은 선수가 전개하고 나머지 선수가 무서운 속도로 달리죠. 이것 역시 상대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웨이드-르브론의 운동능력을 이용해 하이템포 게임을 유발하고 있는 히트지만, 다른 선수들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쉬와 루키 콜의 공헌이 인상적입니다.
보쉬가 벌크업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저를 포함한 많은 팬들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제 보쉬가 골밑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쉬의 벌크업은 역설적으로 히트의 업템포에도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벌크업한 보쉬가 센터롤을 수행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센터 보쉬'는 상대 센터보다 매우 빠른 선수이기 때문이죠. 속공 상황에서 보쉬가 달리기 시작하면 상대 센터보다 훨씬 빨리 상대 림에 돌진할 수 있고, 지금까지 나온 보쉬의 하이라이트 덩크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왔습니다.
보스턴전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하이포스트에서 배스를 막고 있던 보쉬가 속공 상황이 발생하자 질주를 시작, 콜의 패스를 받아 속공을 마무리합니다. 배스나 가넷은 보쉬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동부 센터 웨이드의 블록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도 알 수 있죠.
여기에 보쉬가 여름 내내 비밀무기로 연마한 3점슛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세컨브레이크 상황에서 3점을 던지는 보쉬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을 겁니다.
며칠 전 칼럼 번역을 통해 소개드린 바 있는 콜 역시 히트의 업템포에 쏠쏠한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선수에겐 찰머스에게 없는 푸쉬 템포 능력이 있습니다. 속공시 볼 운반 및 패싱이 가능해 르브론이나 웨이드(주로 르브론)가 피니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거죠. 이건 아로요나 비비가 뛰던 지난 시즌의 히트에게선 볼 수 없던 모습입니다.
이러한 히트의 하이 페이스 시스템은 지난 시즌에 비해 히트의 로스터가 두터워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사실 웨이드나 르브론은 지난 시즌 수행했던 전방위 헬프에 올해는 앞선 압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작년에 이런 하이 페이스 공격을 했다면 웨이드도 르브론도 방전되기 쉬웄죠. 하지만 스윙맨 백업이 존스밖에 없던 지난 시즌 이맘때에 비해 지금은 배티에가 있습니다. 또한 작년 이맘때는 없거나 제 컨디션이 아니던 찰머스나 콜의 도움도 받을 수 있죠. 따라서 체력을 세이브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집중해서 효율적인 하이페이스 농구를 하고 있습니다. 4경기를 치른 현재 히트의 경기당 포제션 수, 즉 PACE는 102.0으로, 103.7의 덴버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93.2로 21위였던 작년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죠.
올해 트레이닝 캠프가 짧았던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히트의 속공 시스템은 더욱 정교하고 날카로워질 것입니다.
Space
히트 스페이싱의 열쇠는 르브론입니다. 그동안 주로 탑이나 45도 퍼러미터에서 볼을 잡고 포인트포워드 플레이를 하던 르브론의 공격 시작 위치가 엘보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거기서 포스트업으로 밀고 들어가거나 점퍼를 던지거나 반대 사이드의 커터에게 패스를 찔러넣고 있습니다. 물론 닥돌도 여전하고요.
이렇게 르브론의 공격 시작 위치가 림에 가까워지자 여러 이점이 생겼습니다. 가장 큰 이점이 웨이드와 르브론이 너무 많은 공간을 잡아먹는 문제가 해결됐다는 겁니다. 지난 시즌 양쪽 사이드에 위치한 웨이드와 르브론 모두에게 닥돌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주려 하다 보니 나머지 3명이 자리를 잡지 못해 겉돌았고, 그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본 게 보쉬였습니다. 지난 시즌 보쉬는 '무슨 빅맨이 밖으로만 도냐'는 비난에 시달렸는데, 그것은 웨이드와 르브론에게 공간을 내주느라 어쩔 수 없었던 면이 컸습니다.
하지만 르브론이 포스트로 들어가자 퍼러미터까지 나와있던 상대 수비가 골밑으로 움츠러들었고, 반면 르브론이 퍼러미터에서 필요로 하던 넓은 공간이 사라져 웨이드나 찰머스가 그 공간을 쓸 수 있게 됐죠. 자연스럽게 스페이싱이 자연스러워진 것입니다. 또한 퍼러미터에서 방사선으로 퍼지던 르브론의 패싱루트가 하이포스트나 엘보에서 원형으로 퍼지면서 마치 밀레니엄 킹스의 웨버와 비슷한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크사이드 컷을 이용한 보쉬의 득점도 늘고 있죠. 특히 포스트업 상태에서 르브론의 득점 위협이 높아지면서 더블팀이 계속 오고 있고, 그동안 포스트업 상황에서는 시야가 반감되던 문제를 해결한 르브론의 패싱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컷 공격은 작년 히트의 가장 효율적인 옵션 중 하나였습니다. nba.com에 따르면 지난 시즌 시간 경과에 따른 히트의 컷 빈도수 변화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시즌이 계속되면서 히트의 컷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컷 공격을 통한 히트의 득점률은 포제션당 1.3점으로 리그 4위였으며, 이는 속공을 통한 득점률(1.2점)보다 높았습니다. 이런 추세가 올시즌 스페이싱의 개선을 통해 더 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르브론에게 공격 시작 위치의 변경은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르브론 자신이 밝혔듯 자신은 평생 퍼러미터 가이였으니까요. 하지만 히트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자신이 변해야 함을 깨달은 르브론은 여름에 하킴에게서 포스트업 레슨을 받아 포스트업을 장착하게 됐습니다. 르브론에 따르면 하킴에게 포스트업 스킬 이상의 것을 배웠다는데, 제 생각에 그것은 포스트업을 했을 때 팀 전체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이끌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그렇게 넓힌 공간을 유효적절하게 써줄 수 있는 하슬렘, 베티에, 콜이 가세했습니다. 선발 포인트가드도 지난 시즌 이맘때의 아로요에 비해 찰머스의 3점 능력이 월등하게 좋고요(찰머스의 4경기 평균 3점: 62.5%). 아직 하슬렘과 배티에의 점퍼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지금도 꾸준히 오픈을 얻고 있는 이상 금방 슛감이 돌아올 거고, 그때 히트 스페이싱 공격의 진가가 드러날 걸로 보입니다.
새 시스템의 약점과 대책
이렇게 달라진 새 공격 시스템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먼저 지역방어 대책. 히트의 Pace & Sapce 공격에 휘둘리던 보스턴이 갑자기 가동한 3-2 지역방어에 히트의 공격이 완전히 멎었습니다. 보스턴은 모두 22번의 포제션에서 지역방어를 썼는데, 거기서 히트가 올린 득점은 6점에 불과했습니다. 막판에 콜이 경기를 접수하기 전까지는요. 보스턴의 지역방어 22포제션은 보스턴이 지난 시즌 내내 쓴 것보다 많은 횟수입니다. 지역방어를 안 쓰던 팀이 갑자기 썼으니 히트가 당황했을 만도 합니다.
지역방어는 일단 스페이싱을 고르게 가져가면서 히트의 Space 작전을 봉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르브론의 포스트업도 견제할 수 있죠. 지난 시즌 댈러스가 이런 지역방어로 르브론을 지워버린 적이 있죠. 자리를 잡지 못한 르브론은 10초 가까이 혼자 볼을 끌다 이상한 점퍼를 날리거나 시간 다 돼서 다른 선수에게 슛을 미루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어느 정도 대응책이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보스턴전에서 콜을 이용한 마무리 공격을 보면 하이포스트로 이동한 르브론이 볼을 잡고 수비를 끌어모은 다음 코너나 45도에서 움직이던 콜에게 패스를 넣는, 정석적인 지역방어 공략법을 썼거든요. 약속된 플레이였고, 계획대로 성공했습니다. 아직 많은 경기를 통해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번 시즌 상대팀의 지역방어와 히트의 대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업템포가 되려 상대의 업템포에 밀렸을 경우입니다. 샬럿전과 미네소타전 전반이 그랬는데, 모두 빠르거나 패스 잘하는 포인트가드(어거스틴/워커, 루비오)에게 말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히트의 대응은 보쉬를 센터로 쓰는 하프코트 농구였습니다. 하이페이스 게임을 버리고 템포를 늦춰 보쉬에게 볼을 몰아준 거죠. 그리고 보쉬는 공격 면에서 팀의 기대에 잘 부응했습니다. 샬럿전에서는 4쿼터에만 14점을 넣었고 미네소타전에서도 중요한 슛을 몇 개나 꽂아넣어줬죠. 보쉬에 대한 팀의 기대와 벌크업까지 해가며 새 시즌을 준비한 보쉬의 집념이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사바나의 왕자, 기린이 있기 때문이지.... 응?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것은 주전과 벤치간에 페이스의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로 '르브론과 아이들' 라인업이 가동되는 1,3쿼터 후반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웨이드와 르브론, 여기에 보쉬까지 함께 뛰며 극한까지 올려 놓은 하이 페이스를 벤치에서 나온 배티에나 하슬렘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제때 슛스팟으로 찾아가지 못하거나 어이없는 턴오버를 범하고 있죠. 그렇다고 르브론이 페이스를 죽이자니 자기 리듬이 무너집니다.
이는 앞으로 콜의 활약 여하에 따라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이 템포를 유지하며 경기를 조율하는 임무가 주어진 것이죠. 아직 만족할 만한 결과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겁이 없고 학습이 빠른 선수인 만큼 기대해 봅니다.
히트의 새 공격 컨셉은 리딤팀?
지금까지 히트가 시즌 초반 4경기를 통해 보여준 새 공격 컨셉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히트의 공격은 몇 년 전 우리가 본 어느 팀을 떠올리게 합니다. 리딤팀이죠.
풍부한 뎊스를 앞세운 앞선의 압박과 압도적인 운동능력을 이용한 업템포 공격, 패싱과 피니쉬가 모두 가능한 르브론을 마치 축구의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쓰는 속공 시스템 등은 리딤팀이 주로 쓴 작전이죠.
르브론에게 포스트에서의 피딩을 맡기는 작전과 적극적인 위크사이드 컷, 보쉬의 센터 기용도 리딤팀의 주요 작전이었습니다. 히트는 리딤팀을 따라가는 걸까요?
저는 이런 모습의 열쇠가 스포 감독의 여름 수행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롤을 거슬러 올라가서 스포 감독이 만난 농구 감독들을 떠올려 보기로 하죠.
그 중에 코치 K, 마이크 슈셉스키가 있습니다. 스포가 만난 감독 중 슈셉스키는 웨이드, 르브론, 보쉬를 모두 데리고 실제로 3년 동안 지도를 했으며, 2006년의 실패와 2008년의 성공을 모두 함께 했고, 런던올림픽에서도 이 셋과 함께 할 가능성이 높은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스포 감독에게 가장 현실성 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는 거죠. 그가 스포 감독에게 리딤팀에서의 경험을 일러줬고 스포가 이를 적극 활용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웨이드, 르브론, 보쉬(거기다 배티에까지)도 이미 경험해본 시스템이니 짧은 트레이닝 캠프 기간에도 잘 적응했을 거고요.
아무튼 히트의 새 공격 시스템은 지난 시즌에 비해 더 빨라지고, 날카로워지고, 다양해졌습니다. 시즌이 지나면서 상대 팀들은 히트의 공격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내놓을 거고, 히트는 또 이에 맞대응을 하겠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 쓰기 시작할 때는 2011년이었는데, 쓰다 보니 어느 새 2012년이 됐습니다. 매니아 식구 여러분 모두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하시는 일 모두 잘 되고 항상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47
Comments
와우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