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의 조건, 페이스와 벤치의 상관관계
17-18 시즌 출전시간 1위는 36.9분 르브론 제임스입니다.
르브론은 13시즌 전 04-05 시즌에도 출전시간 1위를 한적이 있습니다.
당시 평균 42.4분을 기록했고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치죠, 36.9분을 당시로 가져가면 20위안에도 이름을 못내밉니다.
당시 20위는 38.2분의 스티브 프랜시스였죠.
요즘 선수들이 너무 나약한 걸까요?
과학이 발전하고 컨디셔닝이 발전함에도 출전시간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출전시간의 변화가 페이스의 변화와 맞물려 있을거라고 가정하고,
느바에 3점슛이 탄생한 시즌부터 페이스 변화와, 경기당 출전시간 탑10 선수의 평균 혹은 중간값의 추세 변화를 비교해보았습니다.
결과는 한눈에 보기에도 확연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80년대의 게임당 100이 넘어가는 매우 빠른 페이스에서 선수의 출전시간은 38-39분 선이었는데, 경기 페이스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출전시간 탑10선수들의 추세는 증가하였습니다.
페이스가 90초반을 기록하던 90년대 후반에서 00년대 초반에는 경기당 출전시간이 40분을 넘어서는 지경에 이르렀죠.
이는 최근 빨라지는 페이스와 맞물려 다시 뚜렷한 감소를 보입니다.
(Pearson correlation coefficient, -1에서 1의 값을 가지며, 음수이면 음, 양수이면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분야마다 다르긴 한데 일반적으로 절대값 0.3 이내면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고, 그 이상이면 값에 따라 높은 상관관계를 의미합니다.)
Pace vs. Min/G_Avg | Pace vs. Min/G_Med |
-0.5626 | -0.5875 |
수치상으로도 페이스와 평균 출전시간 선수 (탑10)의 기록은 꽤 높은 상관관계를 보임을 알수 있습니다.
이후 궁금해진 것이, 에이스 선수들의 출전시간이 감소함으로 인해 에이스 선수들이 획득하는 Win Share도 마찬가지로 감소할 것인가가 궁금해졌습니다.
Min/G vs. Top10WS_Avg | Min/G vs. Top10WS_Med |
0.3719 | 0.3776 |
Min all vs. Top10WS_Avg | Min all vs. Top10WS_Med |
0.3971 | 0.3838 |
(각 분야 탑 10 선수에 한하여)
시즌별 경기당 또는 총 출전시간과 WS 수치 간의 상관관계를 보았을때, 대략 0.4에 조금 못미치는 다소 약하지만 뚜렷한 positive correlation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두 경우 모두 탑 10 선수의 기록만을 사용한 것이기에, 가끔 존재하는 월등한 퍼포먼스 시즌이나 노예 선수들에 의한 데이터 왜곡이 다분히 포함되기 때문에 양과 음의 추세만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해보이는데, 적어도 위의 결과로, 페이스가 빨라짐에 따라 출전시간이 줄어들고, 이에 따른 선수들이 평균적인 누적 WS 수치또한 줄어들게 된다는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Win Share는 계산법 상, 팀원들의 WS를 모두 합칠 경우 팀의 승수와 비슷하게 나오도록 만들어져있습니다.
이는 팀내 주전, 핵심 선수들의 평균적인 출전시간이 줄어들수록 이들이 얻어내는 WS, 다시 말해 승리 기여도 또는 공헌도가 줄어든다는 말이 됩니다.
또 다르게 말하면 벤치 멤버들의 공헌도와 활약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되죠.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려면 팀의 주전급 선수와 아닌 선수들이 전체 팀의 경기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WS 획득 비율의 변화를 보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는... 어렵지는 않지만 너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요..
또한 감독 교체로 인한 전략 수정, 팀 리셋이나 리툴링 따위로 인한 급격한 멤버 구성변화 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이에 지난 20년동안 가장 이런 변화에 좀 둔감할만한 팀을 고르게되었고,
당연히 그 팀은 샌안토니오였습니다.
그렉포포비치가 부임한 97-98 시즌부터 팀내 출전시간의 비율 변화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선수의 이름과 상관없이 출전시간 탑 17의 선수들입니다, (17명이 안될경우 0으로 채웠습니다)
밑에서부터 출전시간 순서대로인데, 스퍼스의 페이스가 증가하는 시즌과 맞물려서 탑5 혹은 탑6 출전시간 선수들이 전체 경기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또한 미세하게 나마 70%를 넘나들던 탑6 선수들의 누적비율이 00년대 중반부터 이미 줄어들고 있으며 10년대부턴 확연히 60% 정도로 감소하는 것이 보입니다.
실제 출전시간 탑 6-12번째 즉 주전 5명을 제외한 핵심 로테이션 선수들의 출전시간과 샌안의 팀 페이스의 상관관계를 보면 무려 0.8845라는 엄청나게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Pace vs Top6-12 |
0.8845 |
더 나아가, 팀내 WS의 분포를 살펴보면
97-98 시즌 탑5 선수의 WS 비중이 75%를 넘어가던 시절에서 점차 주전급 선수들이 비중이 감소하여 마찬가지로 10년대 초중반 부터는 탑 6-12의 벤치멤버들의 비중이 팀 전체 WS의 40%를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Pace vs Top6-12 |
0.6316 |
이 또한 Pearson coefficient에서 0.63의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종합하여 말하면 페이스가 빨라질 수록 팀내 벤치멤버들의 출전시간이 증가하고,
그 결과 탑 6-12 선수의 승리 기여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현재 느바는 페이스 & 스페이스 메타의 시대이죠
저는 지난 글에서 00년대에 들어서면서 페이스와 3점슛 빈도 (3PA rate)가 리그의 TS%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nbatalk&wr_id=4909408
페이스 & 스페이스의 효율적인 공격을 지향한 팀들이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리그 전체가 빠른 페이스와 더불어 3점 슛으로 넓어진 공간을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팀내 핵심 선수들의 출전시간을 감소시키고, 아이러니하게 이들의 승리 기여도를 떨어뜨립니다.
결론적으로, 빠른 페이스의 현대 농구는 이전의 느린 페이스 시대보다 늘어난 핵심 선수들의 공백시간을 효율적으로 메꾸도록 강제하고있습니다.
그 어느 시대보다 한두 명의 캐리력에 의존하기 어렵고, 두터운 뎁스에서 나오는 벤치 생산력이 강팀의 조건으로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네요.
엇.. 퇴근했는데 수치에 오타가 있는걸 발견..ㅜㅜ 내일 고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