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리버스의 클러치 빅3
https://twitter.com/BleacherReport/status/981400093222948864
오늘 오스틴 리버스가 경기를 사실상 결정짓는 빅3 장면입니다. 전술명칭이라는 것은 다양하게 부여될 수 있겠으나, 저는 ‘아이버슨 웨지롤’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루 윌이 워낙 날라다니다 효스틴에게 찬스가 생긴 거기도 하겠으나, 좀 더 들어가 보면 클리퍼스의 스크린 세팅부터 스퍼즈의 수비 오류까지 전개 과정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일단 스퍼즈의 수비가 어디서 무너진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오스틴 리버스의 마크맨은 밀스였으니 스탯지에는 밀스의 야투허용으로 나오겠네요. 그러나 과연 이 수비의 혼란이 밀스의 책임일까요? 단언컨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장면을 디테일하게 끊어서 보겠습니다. 다만 위 영상이 전술이 시작되는 부분을 생략하고 있어서 움짤로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스틴 리버스의 클러치 빅쓰리 연출장면)
공격전술의 첫 동작은 루 윌의 움직임입니다. 화면 상단에서 아래로 내려오는데, 이 과정에서 디조던의 스크린을 받고 있죠. 디조던은 루윌에 대한 스크린 후 해리스를 위한 스크린을 화면 상단에서 연속동작으로 다시 걸고 있습니다.
동작들을 세부적으로 잘라보겠습니다. 우선, 루 윌의 이 동작은 아이버슨이 잘했다고 해서 ‘아이버슨 컷’이라고 합니다. 여러 팀에서 이 동작을 활용해 다양한 공격 옵션들을 파생 중에 있죠. 대표적인 팀 중 하나는 OKC입니다. 폴 조지(듀란트/올라디포)가 아이버슨 컷을 하며 수비들을 측면으로 견인한 후, 순간 열리는 가운데 공간을 활용해 탑에서 웨스트브룩이 빅맨과 픽앤롤을 하는 방식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Ci_Iibw2Uc
(듀란트가 있던 시절 OKC의 ‘아이버슨 스프레드’ 픽앤롤: 듀란트의 동작이 아이버슨 컷입니다)
OKC가 웨스트브룩의 픽앤롤을 위해 미끼 동작으로 아이버슨 컷을 활용했다면, 클리퍼스의 오늘 전술은 루 윌의 픽앤롤 공간 확보를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컷 동작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루윌(혹은 듀란트)의 마크맨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요컨대 대니 그린이 따라오는 데 타이밍을 빼앗고 루윌이 45도에서 편하게 픽앤롤 포지션을 갖게 만드는 효과를 갖는다고 볼 수 있죠.
한편, 아이버슨 컷 동작에서 픽앤롤 듀오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화면 상단으로 모두 올라가고 있습니다. 루 윌의 픽앤롤을 위해 화면 하단의 공간을 넓게 확보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그런데 클리퍼스 전술의 디테일은 이 이후의 후속 동작에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디조던은 루 윌의 아이버슨 컷을 위한 스크린 후 다시 해리스에게 스크린을 걸고 있죠.
(디조던의 스크린: 사실상 알드와 마누의 충돌)
물론, 디조던 자체의 스크린보다 알드리지와 마누가 충돌한 효과가 컸습니다. 아무튼 이 부분은 별도로 하고, 디조던의 스크린 자체에 주목해 보겠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디조던이 스크린을 걸 때, 해리스는 하단의 루윌과의 픽앤롤 게임을 위해 이동 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 웨지픽앤롤 장면입니다(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69029). 픽앤롤 게임을 위해 스크리너가 되는 선수(해리스)에게 픽앤롤이 이루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먼저 스크린을 걸어 주는 전술로, 픽앤롤 수비에 균열을 내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픽앤롤 진행 각도에 따라 웨지롤(측면 픽앤롤) 혹은 램픽앤롤(정면 픽앤롤)이라 부릅니다.
측면 픽앤롤에서 수비의 핵심은 볼핸들러를 사이드라인으로 몰이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핸들러 수비수는 몸의 각도를 베이스라인 쪽으로 열고, 외곽으로는 핸들러가 갈 수 없도록 닫은 후, 빅맨과 함께 핸들러를 고립시키는 것이죠.
(Ice 혹은 Blue 수비)
따라서 이러한 2대2 수비트랩에 갇히지 않기 위해, 스크리너 수비수에게 픽앤롤이 이루어지기 전에 먼저 스크린을 걸어버림으로써 후속 수비대응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 전술의 핵심입니다. 해리스의 마크맨인 마누는 디조던의 스크린(알드와의 충돌)으로 인해 픽앤롤 수비 대응에서 이탈합니다.
자연스레 픽앤롤 게임에서 공간이 열리게 된 루윌을 밀스가 도움수비로 커버하러 왔죠. 밀스의 마크맨인 오스틴 리버스의 와이드오픈 3점 찬스가 났네요. 상황을 복기 해보면, 이렇습니다.
1) 루윌이 아이버슨 컷을 하고, 해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화면 상단으로 올라가면서 하단의 돌파 공간을 열어준다.
2) 아이버슨 컷 후 디조던은 마누에게 사전 스크린을 건다
3) 마누는 알드리지와 충돌하면서 수비에서 이탈하고, 루윌과 해리스의 픽앤롤이 진행되면서 밀스가 도움수비를 가야 했다.
공격측의 전개는 훌륭했고(다만 디조던의 스크린은 애매), 수비측에서는 마누와 알드리지의 호흡 미스가 결정타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밀스의 도움수비는 오히려 빠르고 적절했으나, 이미 붕괴된 수비라인을 메울 수는 없었네요. 물론 스탯지에는 밀스의 야투허용으로 기록되겠지만요.
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