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스 수비가 강력해진 이유에 대한 간략한 설명(아닌 설명)
워리어스 수비력과 관련해 게시판에 궁금증을 담은 많은 글들이 있는데(아울러 듀란트의 수비력 포함), 관련해서 긴 글로 제대로 써볼까 하다가 그냥 제가 생각하는 핵심만 간략히 남겨볼까 합니다.
먼저, 제가 경기를 보며 직관적으로 느낀 바를 짧게 정리하면,
- 기본적인 수비 컨셉은 1) 페인트존으로 볼이 들어오기 전에 푸쉬해 낸다, 2) 강력한 푸쉬를 통해 넓어진 2선 수비공간을 3~4번들의 높은 운동량으로 커버한다, 정도로 보입니다.
- 일단 리스크가 높은 더블팀 형태의 트랩형 수비 빈도가 높아진 느낌이고, 포스트로 볼이 투입되면 가차없이 더블팀에 가해집니다. 보것과 에질리가 있을 때와 달리 볼이 안으로 투입될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니 당연한 과정 중 하나겠죠. 아래 영상은, 어제 올랜도 전에서 듀란트의 더블팀 수비 장면입니다. 예전에 멀티미디어 게시판에 유타 전 그린의 더블팀 도움수비 장면을 영상으로 올렸던 게 있기도 한데, 올시즌 워리어스 수비의 전형적인 장면이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아요(/g2/bbs/board.php?bo_table=multimedia&wr_id=550778&sca=&sfl=wr_name%2C1&stx=%EC%95%84%EB%82%8C&sop=and&scrap_mode=).
위 영상에서, 듀란트가 더블팀을 갈 때 바로 아래 페인트존 인근에서 이궈달라와 클락이 어떤 수비를 하는지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궈달라의 수비 클래스를 볼 수 있는 장면이고, 클락도 코너와 45도 사이에서 포지션을 잘 잡아내고 있죠. 이 둘에 의해 위크사이드 쪽의 패싱레인이 차단되고 있습니다. 멀티미디어 게시판에 올렸던 그린의 수비도 보면 느낄 수 있지만, 그린과 이궈달라는 정말 탁월한 수비수들입니다.
- 보것이 있을 때에는 2대2 픽앤롤 수비에서 보것이 대체로 처진 채로 페인트존을 사수하는 드랍백 형태의 수비가 많았습니다. 유타에서도 고베어가 드랍백 수비를 통해 커다란 효과를 보듯, 탁월한 센터 수비수가 있을 시에 무리한 헤지보다 안쪽을 막으며 롱2를 강제하는 것도 좋은 수비 방법이죠. 하지만 지금은 림프로텍터가 없기에 가드와 빅맨 수비수들의 공격적인 헤지 수비가 많아지지 않았나 합니다. 픽앤롤 수비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관련 통계자료 같은 것이 없고 제가 보면서 직관적으로만 느낀 것이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겠는데,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수비 컨셉 자체가 외곽에서부터 강하게 프레싱하는 모험형 수비로 전환했다는 사실입니다.
- 전체적으로 고위험도의 헬핑 수비, 혹은 2 대 2에서의 헤지 수비가 많을 때 나타나는 두 가지 결과가 있습니다. 첫째, 상대팀의 실책율이 크게 높아집니다. 헬핑수비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더블팀 형태의 트랩 수비이기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죠. 둘째, 상대 3점슛 시도 빈도가 높아집니다. 헬핑디펜스가 강하게 전개될 때 공이 없는 쪽(위크사이드)에는 오픈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수비팀의 과제는 그 오픈 찬스의 슛리듬을 빠른 클로즈아웃으로 흔들 수 있느냐 하는 데 있습니다.
- 제가 올시즌 워리어스 수비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외곽프레싱의 상승을 지목했는데, 이는 이 두 관련 지표에서도 명확히 확인이 가능합니다. 지난 시즌 워리어스는 상대 실책유발율이 리그 22위였으니 낮은 편이었습니다. 올해는 리그 12위네요. 지난 시즌에 비해 리그 전체적으로 실책율이 낮아졌는데(13.2% --> 12.8%), 워리어스는 상대팀으로 하여금 더 높은 실책율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12.6% --> 13%). 좋은 림프로텍터가 있을 때는 굳이 외곽에서 위험도 높은 수비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올시즌 최고의 림프로텍터를 보유한 유타는 상대 실책유발율이 가장 낮은 팀 중 하나입니다.
- 공격적인 수비를 하다 보니, 그만큼 패싱레인을 자르는 수비도 많아졌습니다. 스틸 개수가 게임당 8.4개에서 9.4개로 증가했네요. 리그 전체적으로는 지난 시즌과 변동이 전혀 없으니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드레이먼드 그린의 스틸이 게임당 2개라는 것은 특히 의미심장합니다(리그 선두권). 뒤에서 간략히 덧붙이겠지만, 외곽프레싱이 강해지면 2선의 수비커버 공간이 그만큼 넓어집니다. 여기에 패싱레인 차단, 클로즈 아웃 등 윙맨 혹은 4번 빅맨들이 개입해야 할 범위가 늘어나게 되죠. 요즘 들어 3번과 4번 수비수의 운동능력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그린과 듀란트의 수비가 시너지를 일으키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 관련해서 최근 유타와 클리블랜드 전에서 나온 장면 하나를 아래 첨부합니다. 해당 경기 3쿼터의 장면으로, 조지 힐이 클블의 공격적인 픽앤롤 불리츠 수비로 굉장히 고전하며 한때 10여 점의 런을 당한 경기이기도 하죠. 불리츠 수비는 빅맨과 가드 수비수가 앞으로 튀어 나와 상대 가드를 더블팀 형태를 묶는 수비를 말합니다. 힐을 어빙과 러브가 강하게 푸쉬하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힐과 다른 유타 공격수들의 거리가 크게 괴리되었습니다. 이보다 조금 앞서 유사한 장면에서는 힐이 더블팀을 피해 화면 아래쪽 코너로 패스하다가 리긴스에게 스틸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도 쫓기며 패스가 진행되다가 르브론에게 스틸을 당하죠. 아래 사진처럼 강한 외곽프레싱은 1선 공격수와 2선 간의 거리를 벌려놓게 됩니다. 따라서 2선 수비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적이고 디테일한 수비 센스보다 외곽압박으로 생긴 넓은 공간을 커버할 운동능력과 에너지레벨이 되겠죠. 최근 운동량이 많고 빠른 4번 수비수들, 예컨대, 쿰보, 듀란트, 르브론, 그린이 뜨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앞서 말했듯, 상대팀들의 3점슛 시도 개수 증가입니다. 지난 시즌 워리어스 상대팀의 게임당 3점슛 시도개수는 23.5개(리그 13위), 올시즌은 28.9개(리그 23위). 엄청나게 늘어난 셈인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상대 3점슛률은 놀랄 정도로 떨어뜨렸다는 점입니다(33.2%에서 31.6%)
- 며칠 전 관련해서 수비 문제를 다룬 글이 하나 있습니다(/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65441). 이 글의 논지를 요약하면, ‘스몰라인업 3점 농구를 수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3점슛을 못 던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3점슛을 강제하는 것이다’입니다. 수비 상위권 팀들 중 이러한 컨셉에 부합하는 농구를 하는 대표적인 팀들이 워리어스와 멤피스로, 이 두 팀은 상대팀 3점슛률 자체도 가장 압도적으로 떨어뜨리는 팀들입니다.
- 모션 오펜스의 기본 룰은 5명의 선수가 모두 볼을 만지고, 항상 움직이며, 어떤 스팟에서도 패스와 야투의 2지선다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빅맨들의 공격 기여가 대체로 스크리너나 롤맨으로 제한되는 경향이 있는데, 시간을 조금만 돌려 보면 이런 현상이 모션오펜스의 기본 롤에 크게 부합하는 모습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 밀레니엄 킹스의 화려한 농구는 웨버, 디박 등 패스와 야투가 모두 뛰어난 빅맨들을 축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프린스턴 오펜스의 주요 세팅 중 하나는 로우포스트 셋입니다. 스퍼즈의 모션 오펜스 역시 파커의 사이드 픽앤롤을 빅맨의 포스트 셋과 결합한 모델에 가깝죠. 따라서 패스는 탑이 아니라 사이드에서 포스트로 퍼지며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퍼즈의 모션오펜스 관련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길게 다뤄보고 싶습니다.) 워리어스는 극단적으로 픽앤롤 자체를 최소화해서 패싱게임의 원천을 빅맨의 엘보우/포스트 패싱게임에서 찾기도 합니다. 모션오펜스의 볼 동선은 대체적으로 엘보우/포스트에 위치한 빅맨을 매개로 하고, 가드/윙맨이 베이스라인을 타고 내곽과 외곽을 오가며 패스를 받는 넓은 의미의 인앤아웃의 형태를 취합니다. 외곽에서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하이픽앤롤 기반의 슬래셔형 농구와 모션 오펜스가 갖는 미세한 차이입니다.
- 모션오펜스에 대해 수없이 회자되곤 하지만, 실제로 모션오펜스의 메커니즘에 크게 부합하는 팀은 몇 없어 보입니다. 대부분은 하이픽앤롤 기반의 돌파형 농구인데, 당연히 돌파를 강한 프레싱으로 밖에서부터 밀어내면 베이스라인 쪽 코너가 볼의 동선으로부터 괴리될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리긴스가 스틸을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힐이 더블팀에 갇히며 코너의 동료들로부터 괴리되었기 때문이죠. 하이픽앤롤 기반의 유타는 강한 외곽프레싱에 취약한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고, 클블은 승부처에 외곽 더블팀 수비에 의해 게임 흐름을 가져오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최근의 스몰라인업 수비의 핵심 중 하나는 이렇게 볼핸들러를 밖으로 푸쉬하는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크게 두 가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네요. 하나는 긍정적인 결과로, 상대에게 실책을 강요하고 패스동선을 외곽으로 겉돌게 함으로써 나쁜 슛셀력션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때로 외곽오픈이 나더라도 외곽압박에 슛리듬을 잃은 슈터들이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파이널에서 커탐과 반즈에서부터 프라이, 제이알, 러브까지 슈터들이 모두 슛리듬을 잃었다는 점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두 번째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높은 에너지소비로 인해 갑작스럽게 수비가 붕괴하는 일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측면의 윙맨 수비수들이 도움수비로 커버해야 할 공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외곽으로 빠르게 클로즈아웃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이픽앤롤 대처 시 빅맨들의 헤지가 애매하게 걸리는 것도 위험하고(할 거면 강력히 해야 하고), 2선으로 볼이 배급될 때 지역방어 형태로 공간을 크게 커버할 줄 아는 윙맨이 없으면 바로 수비가 붕괴하게 되어 있죠. 그래서 수비숙련도가 높고, 체력이 뒷받침되는 팀들이 승부처에서 전략적으로 더블팀을 가는 등의 외곽프레싱을 하지 아무 팀이나 혹은 아무 때나 할 수는 없습니다.
- 이러한 공세적 도움수비의 주된 방식에는 여러 패턴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픽앤롤 수비에서의 불리츠 수비입니다. 개인적 관찰로 픽앤롤에 대한 불리츠 수비가 가장 좋은 팀은 클리블랜드입니다. 특히 러브와 트탐의 헤지 타이밍이 기가막히고, 2선에서 르브론이나 리긴스 등이 패싱레인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자를 때가 많죠.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4쿼터에 워리어스의 패스가 계속 차단당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클리브랜드의 전반적인 픽앤롤 수비 수치는 좋지 않은데, 대체로 승부처가 아닐 때는 수비가 애매해질 때가 많다고 보입니다.)
- (추가) 다른 하나의 공세적 도움수비의 방식 중 하나는 샬럿이 인상 깊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측면 윙맨 수비수가 상대의 2 대 2 공격 과정에 페인트존 인근으로 도움수비를 강하게 오는 형식입니다. 일종의 3 대 3 수비형식이고, 길크리스트 등의 좋은 윙맨 수비수가 결합하며 나타나는 파생효과죠. 워리어스의 수비는 이 둘의 일정한 배합처럼 느껴집니다. 각 팀별 성향에 따라 디테일한 차이를 보이고, 강조점이 변경되기는 하나 대체로 슬래셔들의 페인트존 침입을 차단한다는 공통된 목적이 있습니다.
- 한편, 최근 멤피스가 수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 체력이 떨어지며 도움수비의 에너지레벨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휴스턴 전에서 샘 데커가 30점 폭발을 했는데, 아시다시피 데커가 공격 시 볼을 잡는 위치는 코너에서 45도 사이의 측면공간입니다. 하이픽앤롤 팀에게 측면 공격을 쉽게 헌납했다는 것은 패상레인 자체를 전혀 차단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실제로 빅맨들이 하든에게 애매한 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파슨스는 도움수비에서 로테이션이 돌아갈 때 전혀 본인의 위치를 찾아가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위험도가 높은 수비일수록 수비숙련도에 따라 그 결과가 천양지차가 되겠죠. 그런 점에서 보것이 떠난 자리에 듀란트와 그린을 축으로 2선 수비를 새롭게 완성해 내는 스티브 커의 역량은 다시 봐도 놀랍습니다.
(* 추가: 다른 글에서 썼듯, 이러한 외곽압박형 수비에 대한 돌파구는 빅맨의 포스트업 기반 패싱게임에 있지 않나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올시즌 멤피스와 스퍼즈의 농구가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면이 있고, 워리어스가 새로운 수비체계에서 어떻게 진화하느냐, 플옵에서도 수비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 등도 흥미로운 관심사입니다.)
믿고 보는 아낌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