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메커니즘에 대한 고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2>
[슈팅 메커니즘에 대한 고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지름 45cm의 둥근 원. 링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링이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자그마한 공하나 링 안으로 집어넣는 건 왜 이리 힘이든지. 가끔은 링이 너무 작아 보여 도저히 슛을 성공시킬 수 없을 것만 같을 때가 있다. 혹은 슛 동작 자체가 너무나 어색해 마치 그동안 슛을 어떻게 쏴왔는지조차 전혀 감이 안 올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은 아무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던져도 다 들어가는 날도 있다. 실패할 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날. 그때를 가리켜 우리는 말한다.
‘그 분이 오셨다.’
슛 기복은 대부분의 아마추어 농구인들이 공감하는 문제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밥만 먹고 농구공이랑 사는 선수들도 매 게임 슛감이 다른데 - 하물며 스테판 커리도 3점 2/15를 기록할 때가 있는데! - 그저 많으면 주당 세네번 농구공 잡는 아마추어는 오죽하겠는가. 우리들이 부러워하는 동네 슛쟁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연습 때엔 10연속 3점을 성공시키던 우리 팀 에이스 또한 3살 박이 애기가 토악질을 하듯 공이 텅텅 튕겨나갈 때가 있다.
그러나 그들과 우리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일류 슛쟁이들의 기복과 우리의 기복은 같지 않다. 슈터들은 이미 완성된(=고정된) 슛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지만, 어떠한 외부적,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그 폼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복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요인만 파악하고 제거한다면 계속해서 자신의 메커니즘대로 슈팅을 이어갈 수 있다. 슈터들이 게임 초반에 슛이 안 들어가도 계속해서 슛을 올라가길 종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우리들의 기복은 단순히 슛 메커니즘이 완성되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 쏠 때마다 다른 힘의 흐름을 타고 공이 진행하므로 결정적으로 슛감을 이어갈 수 없다. 이 상황에서 팔꿈치를 모으라거나, 무릎을 더 쓰라는 식의 조언은 매우 단편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언들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선 슈팅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공이 어떠한 흐름을 타고 링으로 향하는지를 이해해야만 한다.
사람의 팔이 태초부터 한 개였다면, 아마도 그것은 몸 정 가운데에 달려있었을 것이다. 직립보행 이전에는 다리와 함께 삼각형의 안정된 스탠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고, 후에는 좌우에 치우치지 않은 밸런스 있는 움직임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팔은 일반적으로 좌우 한 쌍이고, 덕분에 오른손엔 술잔을 왼손은 여친의 허...어깨를. 이 가능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슈팅에 있어서는 양팔이 좌우에 달려있는 것이 썩 효율적인 것 같지는 않다. 오른손잡이라면 오른팔이 달려있는 오른 어깨와 눈 사이에 약 25cm내외의 간격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수없이 봐왔던 링의 정면과 실제 슈팅을 수행하는 발사대 사이에는 꽤 유의미한 오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슈팅 동작을 할 때 기본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불리함이며, 이 간극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결코 좋은 슈팅을 이해할 수 없다.
외계인이 농구를 한다면 아마 투석기같이 슛하지 않을까?
따라서 우리는 태생부터 지닐 수밖에 없는 오른쪽(왼손잡이라면 왼쪽)으로 편향된 힘의 흐름을 적절히 헷지해야 한다. 공을 얼굴부근으로 끌어올렸을 시점을 기준으로, 헷지하는 방식은 크게 네 유형이 있다. 팔꿈치의 방향을 눈에 맞추느냐, 혹은 어깨에 맞추는가의 2가지. 손을 눈에 맞추느냐, 혹은 어깨에 맞추는가의 2가지. 2*2 = 4가지이다. 이 네 가지의 유형이 모두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개개의 유형은 각각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단점만 존재하는 유형도 있다(...) 다음의 네가지 유형을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힘의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1 유형 : 팔꿈치를 어깨 라인에, 손도 어깨 라인에
흔히 ‘어깨포’라고 말하는 유형이다. 몇몇 후보군이 떠오르곤 한다.
이를테면 데릭 피셔라든지, 데릭 피셔라든지...
이 1유형은 막연히 머릿속으로 상상하기에 공을 1자로 날리기에 가장 적합할 것이라 생각된다. 위에서 언급한 팔이 한 개인 사람처럼, 말 그대로 공을 일자로 들어 일자로 뻗으면 일자로 날아가지 않겠는가? 그러나 현실에서는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오른쪽으로 치우친 팔의 왜곡이 없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나, 이 메커니즘을 연습, 그리고 실전에서 사용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우선 오른쪽 어깨선을 따라 공을 수직으로 들어 올린다는 것은 반대로 왼쪽 손에게는 가장 먼 경로를 따라 슈팅이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른쪽에서 얻은 ‘방향에서의 이익’이 왼쪽에서는 손해를 더욱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왼손은 공을 수직으로 들어 올리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말 그대로 거들기만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왼손은 직접적으로 공을 들어 올리지 않고, 단지 따라만 가주는 형식이다. 즉, 실제로 공을 머리로 올릴 때에는 주로 한 쪽 팔(오른팔)의 힘에 의존하게 된다. 슈팅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은 대체로 가드인 경우가 많고, 이들은 대부분 신장도, 손도 작다. 때문에 한 팔로만 공을 올리면 빠질 가능성이 매우, 매우 높다. 왼손이 받쳐주지 않느냐고? 예를 들어 달걀을 손바닥 위에 올려놨다고 하자. 콜럼버스의 것이 아닌 이상 곧 쓰러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한 손으로 달걀의 옆을 받쳐보자. 달걀이 남은 한 손의 방향으로 쓰러지는 것은 막아주겠지만 나머지 방향으로 쓰러지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근본적으로 공이 빠지는 것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오른손 한 손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급박한 경기 상황에서 공이 좌우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어깨포 슈터(슈터들은 보통 어깨포로 던지지 않지만...)들은 말 그대로 어깨에 장전한 뒤 멈췄다 쏘는 경향이 있다. 공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 이를 재조정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것이 슈팅을 일자로 할 수 없는 첫 번째 요인이다.
슈팅이 일자로 되지 않는 두 번째 요인은 역시 팔꿈치와 눈 사이의 간극이다. 어깨에서 공이 나가기 때문에 일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눈이 링을 곧바로 보고 있는 한 이 간극은 해결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공을 어떻게든 링으로 보내기 위해서 1 유형 슈터들은 다음의 세 가지 방식 중 하나, 혹은 여러 개를 이용한다.
1) 눈으로 링을 정조준 하지 않고, 링의 옆쪽 경계면이나, 심지어 백보드 라인을 보고 쏜다.
어깨는 오른쪽에 있으니, 링의 왼쪽 면을 바라보고 쏜다면 결과적으로 팔은 보다 일자에 가깝게 뻗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때도 눈은 옆쪽으로 보면서 손은 정중앙으로 뻗어야 하는 야누스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의 감각, 많은 연습이 필수.
2) 공을 어깨로 장전하지만 슛은 눈과 일치하게 쏜다.
이 경우 공을 일자로 들어 올릴 수 있다는 1유형의 장점은 완전히 사라진다. 어깨까지 일자로 올리더라도 쏘는 과정에서 눈 방향, 즉 어깨 기준으로 왼쪽으로 쏴야하기 때문에 결국 공은 사선으로 날아가게 된다. 눈으로 확 티 날 정도의 사선은 아니지만, 슈팅의 정확성을 저해하기에는 충분하다.
3) 팔을 어깨 기준으로 일자로 뻗되 약지, 새끼 손가락으로 릴리즈한다.
사실 이는 방법론이라기보다는 폐해에 가깝다. 팔은 앞으로 일자로 뻗어야 겠고, 링은 어깨랑 일자가 아니니 릴리즈를 앞쪽으로 하지 못하고 약지, 새끼로 틀어서한다. 링 쪽으로 공이 날아가기야 하겠다마는 손가락 중에서도 가장 짧고 컨트롤이 안 되는 약지, 새끼로 릴리즈한다면, 정확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1유형을 보완하는 세 가지 방식은 썩 효율적이지 않아 보인다. 너와 나 우리 주변에 있는 난다 긴다 하는 슛쟁이들 중에 이런 타입을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 1유형은 팔꿈치, 손의 간극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복이 심하고, 캐치앤 샷 이외의 다양한 슛을 구사하기 어렵다.
2 유형 : 팔꿈치를 눈 라인에, 손도 눈 라인에
국내 엘리트 농구계에서 선호하는 유형이다. 팔꿈치는 안으로 모으고, 공을 오른 무릎, 오른 가슴, 오른 눈을 타고 일자로 슈팅하는 방식이다. 공이 시계와 정확히 일치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그대로 손을 쭉 뻗어주면 되는 편리한(?) 유형이다. 그러나 역시 팔꿈치와 눈의 간극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팔꿈치가 본디 어깨에 붙어있는 게 인지상정인데, 억지로 눈까지 모은 탓에 팔을 펴는 순간 팔꿈치가 밖으로 달아난다. 즉, 공은 오른쪽 방향으로 틀어질 유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단 준비 – 리프팅 – 릴리즈 까지의 동선을 정확히 일자로 맞췄기 때문에 1유형에 비해서는 훨씬 직선에 가깝게 날아가게 된다. 오른쪽으로 달아나는 정도도 1유형에 비하면 미미한 정도에 그친다. 오히려 팔꿈치를 모으는데서 발생하는 부정적 요인은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힘 전달’의 문제이다. 팔꿈치를 안으로 모으면 팔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 긴장하게 되고, 그로 인해 공의 상승 에너지를 상당 부분 까먹게 된다. 이러한 ‘힘 손실’은 비거리의 문제를 낳게 된다.
여전히 공을 오른쪽에 치우치게 들어 올리지만 1유형에 비해 왼쪽으로 공이 이동한 형태이기 때문에 1유형보다 덜 불안정하다. 이 경우 한 손으로 리프팅을 하는 데서 오는 불안정함을 보완하기 위해 왼손을 공의 옆이 아닌 앞 쪽이나 살짝 윗 쪽을 잡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다음 영상의 1분 41초부터 이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나와 있다.
부자연스러운 팔꿈치로 인한 손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최근 pro shot system 등의 유투브 채널에서는 Turn 슈팅을 통해 이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기존에 있는 개념을 용어만 갖다 붙여서 오리지널입네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몸이 링을 향해 정면으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11시 방향으로 틀어지게 되면 팔꿈치를 눈 라인으로 맞추기 훨씬 수월해짐을 확인할 수 있다. 긴장된 오른팔이 보다 이완되며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즉, 팔꿈치가 밖으로 달아나면서 발생하는 ‘방향의 왜곡’이 줄어들고, 긴장된 팔로 인해 잃게 되는 ‘비거리’.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보게 된다.
....여러분 턴 하세요 두 번 하세요.
3 유형 : 팔꿈치를 눈 라인에, 손은 어깨 라인에
이렇게 슈팅을 하는 머저리가 있을까? 그냥 동농러도 아니고 무려 nba리거 중에서 이런 괴랄한 슛폼을 가진 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길기독이라 하노라.. MKG는 정말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믿기 어려운 미친 슛폼의 소유자이다. 긴 말 않겠다.
슛을 하다가 오른쪽을 본게 아니다.
사실 MKG는 팔꿈치가 완전히 왼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에서 3 유형에 꼭 들어맞는 예시는 아니지만, 어차피 3유형은 MKG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무시하도록 하자(.....)
MKG의 슛폼을 가지고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가? 우리는 이러한 망폼을 벤치마크할 필요가 전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도유망한 청년을 차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저런 슛폼으로 던져도, 공이 링까지는 도달하고, 심지어 들어가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극단적으로 왼쪽으로 치우친 팔꿈치, 오른쪽으로 치우친 손이 서로의 반대방향으로 작용하여 상쇄되기 때문이다. 팔을 앞으로 뻗으면서 팔꿈치는 오른쪽으로, 손은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양 방향의 힘은 서로 상쇄된다. 즉, 어떻게든 앞으로는 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 폼을 굳이 따라해 보자면 의외로(?) 공이 앞쪽으로 날아가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폼을 따라할 필요는 1g도 없다. 단지, 이 작지만 새로운 깨달음은 4 유형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재료가 된다.
다음 장에서는 앞의 3 유형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마지막 4 유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4 유형 슈터에 속하는 대표적인 선수로는 스테판 커리가 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MKG의 저 슛폼은 언제봐도 당황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