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조던 사건이 리그에 미칠 수 있는 영향
글에 앞서 먼저 쓰다보니 내용이 길어져 매니아진에 올리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글이 쓸데없이 조금 긴데 굵은 글씨 내용만 읽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앞부분의 사적인 내용은 재미도 없는데 길기만 한 것 같아서 빼버렸습니다.)
정말 매니아 서버도 휘청거릴 정도의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네요. 파급력만 따지면 르브론의 디시전 쇼만큼의 FA시장에서의 충격 뉴스인 것 같습니다. 댈러스 팬들에게 오히려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되서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쓸데없는 개인사가 길었는데 본론으로 돌아와서 모라토리움에 대해 잠깐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이미 많은 디조던 관련 글에서 언급되서 반복되는 부분이 많을텐데 혹시 아직 궁금해하실 수 있는 분들을 위해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NBA의 회계연도는 7월 1일로 시작해서 다음 해 6월 30일로 끝나게 됩니다. 보통 신인 드래프트가 6월 말에 있고 6월 30일 전에 플레이어 옵션과 팀 옵션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7월 1일에는 새 연도가 시작되고 FA시장도 열리게 됩니다. 하지만 NBA는 샐캡과 사치세 등 선수 계약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들이 있는데 6월 30일에 한 해가 끝나면 약 열흘 남짓 주어지는 시간 동안 지난 해의 회계를 결산하고 돌아오는 해의 수입을 예상하면서 샐캡과 사치세 금액을 확정짓게 됩니다. 이런 회계 처리 기간을 모라토리움이라고 부르고 이 기간을 거쳐 샐캡과 사치세 금액이 확정하면 팀들은 그때부터 정식 계약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올 해의 경우 7월 8일까지 모라토리움 기간이였고 동부 시간 기준으로 7월 9일 새벽 12시 01분 부터 정식 계약을 맺게 됩니다.
여기서 계약과 관련한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보고 싶은데 NBA는 모라토리움이 끝난 이후엔 실제로 종이에 사인해서 맺는 계약 뿐 아니라 구두계약 등의 모든 계약을 유효한 계약으로 처리합니다. 즉, 종이에 사인을 하지 않아도 선수와 구단측이 얼마에 계약합시다라고 얘기해서 공표하면 그 금액이 바로 샐캡에 반영이 되고 효력도 갖게 됩니다. 원칙적으로 이런 계약은 모라토리움이 끝난 이후에만 가능하고 모라토리움 기간 동안에는 어떠한 구두 또는 정식 계약이 금지가 되어 있습니다. 즉, 모라토리움 기간 동안에 A선수가 B팀과 계약을 맺기로 했습니다라고 전해지는 소식은 정확히 얘기하자면 우리 모라토리움이 끝나면 이 가격에 계약을 맺기로 합시다라고 '합의' 또는 '협상'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결국 이는 구두 계약으로도 보지 않기 때문에 구속력이 전혀 없게 되고 이번 디조던의 사태를 야기한 주된 원인이 됩니다. 댈러스로서는 많이 억울하지만 항의하기도 어려운 것이 우리가 디조던과 모라토리움동안에 얘기한 것은 구두 계약에 해당되고 그러니까 디조던은 그 계약을 이행해야한다라고 주장하면 그 순간 댈러스는 CBA규칙 위반이 되서 계약이 파기될 뿐 아니라 추가적인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결국 법적 책임을 디조던에게 물을 수 없게 되고 그렇게 할 경우 오히려 댈러스가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는 불합리한 형태인 것이죠.
그럼 왜 리그는 이런 헛점을 만들어 놓은 것일까요? 게다가 이번이 처음 일어난 일도 아닌데 말이죠.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많은 관계자들의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리그는 좀 더 선수들과 팀들이 심사숙고할 협상의 여유 시간을 주고 좀 더 계약 구조의 유연성을 주고자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좋은 예가 바로 샌안의 경우인데 샌안은 카와이와 맥스로 재계약하고 그린과도 재계약 했음에도 던컨도 잡고 알드리지와도 맥스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데에는 이런 모라토리움 기간 동안에 합의된 내용이 정식 계약으로서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다른 글로 넘기고 /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29626&page=2
간단히 얘기해보자면 샌안이 알드리지와 계약하려면 스필리터 트레이드, 던컨 재계약 -> 알드리지 계약 -> 카와이, 그린 재계약 순으로 이뤄져야만 가능한 것이지 카와이와 샌안의 구두 계약이 발표되면 알드리지 영입은 바로 불가능해지게 됩니다.
그러면 아예 모라토리움이 끝난 이후 FA계약 시장을 열게 되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대안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는 궁극적으로 선수와 팀에게 모두 손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샌안의 예를 들어보면 알드리지가 샌안에 관심은 있지만 우승권 전력이길 원하고 그러므로 카와이, 던컨, 그린이 재계약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샌안은 알드리지와 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카와이나 그린과 계약을 할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알드리지도 선뜻 계약을 하지 못하게 되고 고민에 들어가겠죠. 만약 그 사이에 다른 팀이 그린과 대형 계약의 오퍼시트를 체결한다면 샌안은 바로 알드리지, 그린 또는 카와이 중 택 일을 해야 하는 선택이 오게 되죠. 만약 여기서 눈물을 머금고 그린을 포기했는데 바로 다른 팀이 카와이와 맥스 딜 오퍼시트를 넣게 되면 또 알드리지와 택일이 되고 만약에 카와이를 포기했는데 알드리지도 안오면 샌안은 모든 선수를 놓치게 되는 형태가 되는 것이죠. 결국 FA 협상과정에서 팀은 선수에게 너가 빨리 계약해야 다른 선수들 계약도 진행할 수 있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을 봅시다라고 얘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선수는 다른 선수들의 계약 진행사항을 고려해볼 여유나 다른 팀과의 오퍼를 들어보고 고민해볼 시간적 여유도 사라지거나 팀을 믿고 갔는데 원했던 다른 계약들이 안 이뤄져 큰 후회를 하게 되는 가능성도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계약서에 여러 조건 조항들을 넣기 시작할텐데 (예를 들어 이 계약은 샌안과 카와이가 재계약을 했을때에만 유효합니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되면 단 한 명의 FA의 계약 결렬로 그 여파가 다른 많은 계약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고 FA시장은 혼돈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하게 됩니다.
이 외에 다른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선수들과 구단주들은 일종에 모라토리움 기간 동안에 합의된 내용을 준수한다라는 불문율을 따르게 된 것이고 99년 맥다이스, 05년 터컬루의 사태가 있었지만 지금까진 전체적으로는 잘 지켜져 왔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때문에 NBA의 많은 관계자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디조던과 클립에 강한 비난을 하면서도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선뜻 강하게 얘기하기 쉽지 않은 지금의 넌센스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결국 다들 디조던과 클립의 행태에 도의적으로는 큰 잘못을 알고 강한 비난을 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법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얘기하는 것일 듯 합니다. 만약에 이런 목소리가 커져서 정말 NBA가 제도를 바꿀 경우에 그 파급효과는 구단주나 선수나 쉽게 상상하기는 힘든 부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익명의 한 리그 관계자는 이번의 디조던 사태는 리그 전체를 엿먹일 수 있는 행동이였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이런 큰 사건을 두고 그냥 넘어갈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보고 개인적으로 래리쿤의 CBAFAQ를 http://www.cbafaq.com/salarycap.htm#Q105 열심히 다시 읽어보았지만 디조던이나 클립에게 그나마 가능한 징계는
- Conduct against the best interests of the NBA or basketball: Fine up to $50,000 and/or suspension.
정도가 그나마 끼여맞출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디조던에게 적용한다면 어쩌면 CBA 자체와 충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금 당장의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지금까지 각 팀들과 선수들이 지켜오던 불문율을 제도에 의한 통제가 아닌 합의를 통해 더욱 강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결국 선수들은 선수 노조를 통해, 구단주들은 구단주 모임을 통해 모라토리움 기간 동안에 합의된 내용이 법적 효력은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고 혹시라도 결정을 번복해야 한다면 12-24시간 이내에서 하도록 한다라고 각 그룹마다 선언을 하고 구성원들의 동의와 합의를 얻는 것이겠죠. 물론 이 또한 법적 효력을 갖기는 힘들테니 또 다시 지금과 같은 돌발행동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최소한 당사자에게 더 많은 도덕적 비판과 함께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을 여지도 있으니 소속 구성원들도 최대한 이를 따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어쨋든 이번 일로 FA가 된 선수들이나 구단 관계자들이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댈러스도 부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 더 성공적인 프렌차이즈가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만큼의 능력도 있는 팀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디조던과 클립에게도 이번 일로 인해서 저주를 퍼붓거나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들의 이번 행동에 대해 어쩌면 정말 많은 NBA팬들이 이미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고 그로 인해서 생길 피해도 클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최소한 디조던이라도 댈러스 선수들과 관계자,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이라도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또 다시 내용이 길어져 매니아진에 올리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몰랐던 내용 정말 잘 정리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