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두 기둥 고든 헤이워드와 데릭 페이버스
13-14 시즌 유타 재즈의 팬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57번의 패배도 아니며, 1승 14패로 시작한 시즌 초의 경기력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전술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코빈 감독에 대한 불만도 아니었습니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새로이 등장하는 팀의 코어 플레이어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고든 헤이워드는 자신이 다방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지만 낮은 야투율로 그 장점을 퇴색시켰고, 데릭 페이버스는 블루 워킹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알렉 벅스, 에네스 칸터 역시 코트비전과 수비에서 각각 단점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나마 유일한 위안은 루키 트레이 버크가 몇년동안 리그에서 플레이 해온 것 처럼 자연스럽게 팀에 융화되었던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 버크가 아이버슨이나 크리스 폴처럼 단신 가드로서 팀을 위닝팀으로 변모시킬 레벨의 플레이어가 아니란 것은 많은 분들이 느낌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덕분에 이번 오프시즌, 아마도 저 뿐만이 아닌, 다수의 재즈팬들은 특별한 재능을 더하지 않으면 안된다.이번 드래프트에서 기필코 성공해야 한다. 단테 엑섬이 올스타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프랜차이즈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라는 압박을 느끼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머리그부터 프리시즌, 그리고 정규시즌 초반까지 경기를 지켜보며 들었던 느낌은 제 생각보다는 이 팀이 훨씬 재능이 충만한 팀이며, 여전히 앞으로도 성장 동력을 갖고 있는 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수들은 새 감독의 전술에 맞춰 가며 플레이 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중이며, 각기 그 기량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힘이 부족하지만, 몇 년 후에는 정말 해볼만 해 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몇 년 이란 시간이 뜬구름 같은 것이 아닌, 2~3년 내에는 표면화 될 것으로 기대해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오늘은 이 팀의 연봉,경력,실력 면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두 선수, 고든 헤이워드와 데릭 페이버스에 대한 이야기 부터 시작해 볼까 합니다. 맥시멈 계약으로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헤이워드와, 던컨과 가넷의 조합이라는 거품반 기대반 칭호는 앤써니 데이비스에게 넘겨주고 조용하게 플레이 하고 있는 페이버스는 어떤 모습으로 이번 시즌을 보내고 있을까요?
평소에 고든 헤이워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에이스의 뒤를 받혀주고 다방면에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다만 올시즌의 출발을 보아하니 한팀의 기둥으로서 충분한 역량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간 헤이워드의 수비력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는데 볼수록 괜찮은 수비수로 보이며,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앤써니 등 최고 레벨의 플레이어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고 플레이 하는 모습은 그가 이제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지난 시즌 초반 혼자 오펜스에서 많은 책임들을 어깨에 얹고 플레이 하느라 심각히 난조에 빠졌던 슈팅력을 상당히 끌어올렸습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상당히 끌어올린 야투율이 41.3% 에 불과하였지만, 올해는 48.3%로 상당히 효율성 있게 탈바꿈 했습니다. 게다가 득점의 영양가도 높아서, 클리블랜드와 뉴욕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공이 있을때도 좋은 공격수이지만 공이 없을때도 빈자리를 찾아 움직이고, 효율적으로 코트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해 냅니다. 지난 시즌 헤이워드의 기록이 그리 훌륭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의 최초 명단에 포함된 것이나, 맥시멈의 계약제의를 받은 것 역시 이러한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리바운드 역시 터프 리바운드 상황이 잘 일어나지 않는데, 이 것 역시 헤이워드가 있어야 할 곳에 있기에 이뤄지고 있지 않나싶네요. 물론 페이버스의 상대 빅맨 견제도 이러한 리바운드에 공헌이 되는 점이겠지요.
전에 헤이워드의 맥시멈 계약이 너무나도 비싸게 주고 산 생필품 이란 표현을 봤는데, 이제는 비싸게 주고 산 고급 생필품 같은 느낌으로, 조금은 맥시멈 계약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이 지워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괴물같은 스탯을 찍어대고 고군분투 하는 슈퍼스타 레벨의 플레이어 가운데 몇몇 역시 팀을 위닝팀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니깐요.
이번에 새로이 선임된 스나이더 감독의 전술 성향은 상당히 스페이싱을 강조. 가능한 최대로 많은 선수들이 넓게 펼쳐져서 끊임없이 오픈 찬스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을 볼 때 헤이워드의 전술적 가치는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 시점에서, 헤이워드가 없는 유타 재즈는 변화될 그 색깔을 상상하기가 힘듭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7skO-5VDNVU&feature=player_detailpage
데릭 페이버스는 지난 시즌 활약이 괜찮았습니다. 우선 코트 위에 있을 때와 없을 때 팀의 승패가 확연하게 갈렸으며 허약한 재즈의 수비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카드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지난 시즌에 블루워커로서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감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 양상이 사뭇 다릅니다.
우선적으로 USG%에서 소폭 상승(20.8->22.9) 한 것처럼 공격에서 공을 터치하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탑까지 나와서 공을 받고 다시 패스를 건네 주는 등 볼을 돌리는 과정에서의 개입이 잦아졌으며, 지난 시즌 보다 찬스에서 적극적으로 슈팅하며 필드골 성공률도 크게 상승했습니다(52.2%->58.9%). 에네스 칸터의 출전 시간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코트에 가장 많이 올라와 있는 빅맨인 페이버스의 득점은 팀에게 더 효과적이고 다양한 공격루트를 제공할 것입니다.
뚜렷하게 상승했다고 보긴 힘듭니다만 성공한 대부분의 미들점퍼가 탑아크 주변에서 나온 것을 볼 때, 이는 탑에서 공을 받아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페이버스에게 또하나의 공격옵션이자, 수비수에게는 따라 나와야 하는 부담감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페이버스의 득점력은 사실 지난 시즌에도 괜찮았습니다. 특히 골밑에서의 피니쉬 능력은 워낙에 좋은 선수였기에, 전반적인 공격력이 상승했다기 보다는 지난 시즌에 비해 더욱 괜찮아진 공수 밸런스, 공격에서의 적극성 증가로 해석하면 좋을 듯 합니다. 페이버스의 골밑 득점과 스크린 지원이 없다면 재즈의 공격은 칸터의 빅맨 아이솔레이션 & 가드진의 잘 들어가지 않는 외곽슛 남발로 유기적이지 못하고 지리멸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저는 이번 오프시즌 계속해서 연습을 거듭했던 페이버스의 성실성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드래프트 직전에는 '크루'에 대한 불안감도 없잖아 있던 선수였으나, 현재까지의 모습으로는 문제아 보다는 프로로서 워크에틱이 대단한 성실맨에 가까운 선수입니다. 해를 거듭하면서 자유투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노력의 반증이기도 하고, 예전에 팀에서 뛰었던 루이지애나 테크 출신의 6-9짜리 MVP 파워포워드도 생각나게 하는군요.
한편으로는 공 없이도 자기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는 페이버스를 왜 코치K는 예비명단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는가. 페이버스가 플럼리보다 현 시점에서의 기량이 모자른 것일까? 라는 생각이 아쉽긴 하지만, 그것은 페이버스에게 이유를 물어볼 일은 아닌듯 합니다. 아마도 컨퍼런스 꼴지팀에서 두명을 예비명단에 넣기는 민망했던 것일까요?
http://www.youtube.com/watch?v=mHvCG3WkUUw&feature=player_detailpage
지난 시즌 개막 직후 8연패를 달리던 팀에게 귀중한 첫 승을 안겨준 선수는 마빈 윌리엄스와 리차드 제퍼슨이란 두 베테랑 플레이어였습니다. 올해부터는 헤이워드와 페이버스가 베테랑입니다. 이 두 선수가 가드진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흔들리는 것을 잘 메워주고 있기에 매경기 접전으로 몰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시즌 전 두 선수에게 더 이상 아이가 아님을 깨닫고, 팀의 중심으로서 플레이 해주길 기대해 왔는데 올 시즌 초의 두 선수 모습은 그것을 제 기대치 이상으로 충족시켜 나가고 있네요. 물론 그래도 여기에다가 에이스 같은 것을 끼얹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탤런트 농구보다 전술 수행능력과 팀농구를 중시하는 유타 재즈의 특성과 잘 맞는 두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두 선수가 앞으로 재즈에서 오랫동안 플레이 하면서 재즈가 밑바닥 부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그 길들을 함께하는 프랜차이즈 플레이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대표팀은 아예 컨셉을 작정하고 달리는 컨셉으로 잡아서 그런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