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히트 시즌 초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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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6 13:11:09
이제 다섯 경기 했네요. 빅3 체제를 벗어나 새로운 히트가 된 이번 시즌, 3연승 후 2연패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틀간의 휴식이 주어질 텐데 오늘 샬럿전까지 보고 느낀 점들 몇가지를 써보고자 합니다.
1. 웨이드의 건재함
오늘 3쿼터까지는 슛감이 좋지 않아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웨이드였지만 그때까지도 경기력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공 가지고 수비 끌어들인 후 빼주는 패스가 좋았고 보쉬와의 2:2 플레이도 좋은 모습이었죠. 4쿼터에 터지지 않았더라도 백투백임을 감안하면 스탯 상관없이 나쁜 경기력이라는 생각은 안들었을 듯 합니다.
그리고 4쿼터, 웨이드가 조금씩 공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스티븐슨에게 포스트업을 치다가 오펜스 파울을 범했습니다. 파울 줄 수 있을만한 장면이긴 했는데 히트 팬 입장에서는 스티븐슨의 모션이 좀 커서 플랍처럼 보이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어? 하고 있는데 웨이드가 분노의 스틸에 이은 속공 득점을 성공시켰죠. 앞에 수비가 있어서 빼줄 줄 알았는데 구겨넣는 모습 보면서 '아 웨이드 열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이후로 맹폭을 시작하고 덩달아서 보쉬와 네이피어도 득점을 올리며 경기가 3점차까지 따라붙었습니다.
빅3 시절에는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없었는데, 웨이드가 에이스이던 시절부터 응원하신 분들은 낯익은 광경이라 생각합니다. 큰 점수차로 끌려가는 경기에서 4쿼터 원맨쇼로 모멘텀을 찾아오는 장면. 혼자 날뛰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려 결국 팀원들까지도 함께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장면. 이게 제가 웨이드에게 반했던 바로 그 장면이고 모든 히트 팬들이 원하시는 장면이겠죠.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이런 장면들을 보니까 정말 히트의 심장 웨이드가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일간 4 경기의 일정, 백투백의 두번째 경기인데도 이런 경기력을 보여주는 웨이드가 너무 고맙네요.
스포 감독은 일단 웨이드가 뛸 수 있는 컨디션이면 왠만하면 뛰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대신 출장시간은 확실히 조절해 주면서 가는 것 같습니다. 보쉬도 마찬가지구요. 전반에 많이 안 뛰게 하는 대신 후반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네요. 그리고 이건 좀 더 경기를 지켜봐야 할 부분이기는 한데, 웨이드의 슛레인지가 확실히 길어졌고, 미드레인지 게임을 예전보다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좀 이르고, 10경기 이상 지난 후에 슛 통계를 한 번 분석해봐야할 듯 합니다.
2. 보쉬의 꾸준함
지난 4년간 보쉬는 팀의 궂은 일을 맡아주었죠. 그러면서 스탯이 참 오락가락 했습니다. 스탯에 드러나지 않는 일들을 주로 하기도 했구요. 3옵션이다보니 슛이 잘 들어가는 날 빼면 좋은 스탯을 쌓기 힘들었고, 르브론이나 웨이드가 터지면 보쉬에게까지 공격 기회가 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슛 몇개 쏴보고 좀 안좋다 싶으면 다른 선수들이 더 많이 쏘는 모습도 많았죠. 보쉬가 아니라도 쏠 선수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랬던 것이 올해는 시작부터 확실히 다릅니다. 오늘도 슛감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1옵션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쏘는 모습을 보여줬죠. 그러다 보니 슛감도 다시 살아나고 스탯도 괜찮게 쌓는 모습이었습니다. 4년간 3옵션 롤을 맡아 1옵션을 맡기는 무리다 했던 사람들에게 실력으로 보여주는 보쉬, 그 안의 에이스 본능은 그대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보쉬와 웨이드의 호흡은 참 좋다고 느꼈습니다. 워낙 웨이드가 빅맨을 잘 이용하는 선수이긴 한데, 빅3 시절에도 확실히 르브론과의 플레이보다는 보쉬와 하는 플레이들이 더 어울리고, 익숙한 모습이었죠. 2, 3쿼터에 가드들이 게임 조립? 그게 뭐야 하고 있는 중에도 보쉬와 웨이드의 2:2 플레이는 빛났습니다. 두 선수 모두 서로의 움직임을 잘 알고, 몸이 상대의 움직임을 곧바로 따라가는 모습이었습니다. 4쿼터에 웨이드의 패스를 놓친 보쉬의 플레이는 그래서 더 아쉬웠네요. 보쉬는 어이없어 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웨이드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는데 그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듯 해서 아쉽긴 해도 '그래 너희들이 즐거운 농구 하면 되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르브론이 함께했던 시절은 히트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도 하고 최고의 선수와 함께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행복했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던 것 하나가 바로 웨이드-보쉬의 원투펀치 였습니다. 빅3 결성 당시에 보쉬 계약 소식이 먼저 전해지고 하루 뒤였던가? 르브론의 디시전 쇼가 있었는데 그 하루 동안 웨이드와 보쉬의 2:2 플레이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네요. 정말 그만큼 잘 맞는 조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플레이를 그 시절 전성기의 두 선수로 구성된 모습은 못보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3. 가드진의 기복
찰머스-콜 두 포인트 가드 조합은 꾸준히 히트 팬 분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던 조합이죠. 올시즌 들어서 뭐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초반에 의외로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며 3연승을 이끌었는데 2연패하는 동안에는 최악의 모습이 따로 없습니다. 올해 합류한 네이피어 역시 디테일의 차이는 있지만 찰머스-콜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구요.
일단 지난 시즌까지 르브론이 하던 공격 조립을 웨이드가 전담해서 할 수는 없는 상태이고 웨이드는 이제 오프 볼 무브가 완전히 몸에 익은 모습입니다. 온-볼과 오프-볼 플레이를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체력도 안배하고 플레이도 만들어내는 모습이예요. 그래서 볼 운반과 게임 조립을 가드들이 해야 하는데 스포 감독이 기본적으로 르브론이 하던 플레이를 어느 정도 기본으로 해서 전술을 만들어놓은 듯 합니다. 스크린 받고 돌파해 들어가면서 오픈되는 선수를 찾아 빼주는데 잘 풀릴 때는 노마크 찬스도 잘 만들어지고 스스로 슛을 넣기도 하면서 좋은데 안풀릴 때는 가드들이 그냥 골밑에 기다리는 빅맨한테 가서 꼴아박네요. 초반에는 고만고만한 가드라도 셋이나 있으니까 든든했는데 셋이 동시에 부진하기 시작하니까 답이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 고만고만하기는 한데 찰머스가 이런 식이면 네이피어의 출장시간을 조금 더 늘려봐도 좋을 듯 합니다. 실력은 몰라도 감독이나 형들 말은 얘가 더 잘듣는 것 같아요.
4. 여전히 답없는 골밑, 해밀턴의 발견
스몰라인업 스페이싱 농구를 주주장창 하고 있는 스포감독인지라 올해도 제대로 된 빅맨 없이 시작했기에 예상했던 부분인데.. 여전히 골밑이 강한 팀에게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휴스턴 전에서는 테런스 존스가 빠지면서 하워드 한명에게는 어느 정도 털려도 꾸역꾸역 비슷하게 가긴 했는데 히트의 또다른 약점, 상대의 3점이 함께 터지면서 무너져버렸고, 오늘 경기에서는.. 알젭 한명한테 씹어먹혔죠. 알젭한테 데이고 나니 코디 젤러나 맥시엘을 만나도 제대로 뭐 해보지도 못하고 털렸네요.
그나마 희망할 만한 부분은 아직 부상에서 돌아오지 않은 버드맨과 하슬렘이 있다는 거고, 맥로버츠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되겠네요. 버드맨이 돌아오면 샷블락커가 없어서 겪고 있는 점들이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될 거고, 맥로버츠는 프리시즌을 못 뛰었던 것이 확실히 영향을 주고 있는 듯 합니다. 히트 시스템이 단번에 녹아들기는 쉽지 않거든요. 중간에 나와서 하는 모습이 헷지를 나가면 돌아오질 않습니다. 상대 볼핸들러에게 기습적인 더블팀을 걸어주는데 켐바가 그대로 공 가지고 코너 쪽으로 도는데 그대로 따라가다가 노마크를 내주더군요. 오늘만 한 두세 번 나왔던 장면 같습니다.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보네요. 맥로버츠는 분명 주요 선수로써 뛰어줘야 할 선수니까요.
그리고 저스틴 해밀턴. 드디어 히트에도 7풋 센터가 생겼습니다 이런 몸빵되는 센터를 얼마만에 보는 지 모르겠네요(작년 오든은 논외로 해주세요 ) 사이즈 되고 스킬 되는 센터 상대로 몸빵만 해줘도 좋은데 간간히 3점도 꽂아주는 모습이 정말 좋네요. 프리시즌 봤을 때는 에니스가 좀 더 중용될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버드맨 하슬렘 돌아와서 정상적인 라인업 로테이션이 되더라도 몸빵용으로는 출장시간을 분명 받을 수 있을 듯 합니다.
5. 보강이 필요한 수비 전술
히트는 빅3 이후 무한 헬핑을 바탕으로 한 로테이션 수비를 꾸준히 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파이널에서 샌안에게 완벽하게 파훼당하고 그 중심이었던 르브론이 빠져서 새로운 수비를 들고나오지 싶었는데 지금까지만 봤을 때는 기본적인 틀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현재 빅맨이 없는 스몰 라인업인 히트가 할 수 선택지 중에서는 꽤 높은 순위가 아닐까 싶긴 합니다. 대신 약간 조정을 한 것 같은데, 보쉬의 헷지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공격 롤 때문에 활동량을 조절해 주는 듯 하고, 대신 보쉬의 파트너가 헷지를 나가는 경우가 많네요. 뎅이 수비에서의 르브론의 롤을 어느 정도 커버해 주는 느낌이고 퍼리미터 플레이어들의 수비에서의 활동량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져가는 듯 합니다.
그런데 좀 애매한 게 볼핸들러에게 턴오버를 많이 유발하는 이러한 수비 컨셉의 경우에는 볼핸들러에게서나 패스 플레이 중에 턴오버 유발이 안될 경우에는 힘들어지는 점이 있고 활동량이 떨어지면 쉽게 오픈샷을 내준다는 점이 있죠. 이런 약점은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샬럿이 외곽 슛감이 그리 좋지 못해서 골밑의 알젭에게만 털렸는데 휴스턴과의 경기에서는 하워드와 외곽 플레이어 간의 인앤아웃 몇번에 쉽게 3점 찬스가 나버렸죠. 이런 점은 스포 감독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볼핸들링 되면서 밖으로 빼줄 수 있는 빅맨 만나면 여전히 많이 위험합니다.
일단 지금까지 다섯 경기 본 바로는 생각보다 만족하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두 경기 패하긴 했지만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힘든 일정이라는 점도 감안해야죠. 그 중에 강팀이라고 할 수 있는 휴스턴에게 맥없이 진 게 조금 걸리긴 하네요. 서부 강팀들 상대로 얼마나 해 줄 수 있느냐가 히트의 이번 시즌이 성공한 시즌이 될 지 말 지에 중요할 거라고 봅니다. 좋은 점도 있고,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이번 시즌 히트의 모습은 분명 기대되는 것이 더 많습니다.
이제 이틀간 휴식을 가지고 늑대들을 홈으로 초대하는데 다시 좋은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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