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 하더웨이, 은퇴 후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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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17:44:01
NBA 팬이라면 누구나 기억에 남는 자신만의 슈퍼스타가 있을 것입니다. 현역 선수일 수도 있고, 흘러간 옛 스타일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름도 잘 모르는 선수일 수도 있겠죠.
제 마음 속의 최고의 슈퍼스타는 언제나 페니 하더웨이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NBA에 입문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페니처럼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보지 못했고, 지금도 젊은 선수 중에 페니와 닮은 선수를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는 흔한 팬 중 한 사람이죠.
흔히 NBA 선수들이 현역으로 뛰고 있을 때는 많은 소식들을 접할 수 있지만 은퇴 후에는 유명한 스타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지내는 지 찾아보지 않는 한 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고, 찾아보더라도 농구계에 몸담고 있지 않은 한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페니 역시 히트에서 마지막으로 은퇴한 이후에는 소식이 그리 많지 않네요.
오늘 문득 페니 생각이 나서 예전에 보았던 영상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매니아에서 소개된 적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잠깐 검색해 본 바로는 매니아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아서 영상과 함께 짤막한 감상을 한 번 올려봅니다. 13분 정도 되는 영상이니 한 번 직접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자막이 없는 게 아쉽지만 대충 보셔도 내용은 어느 정도 들어올 거라 생각합니다.
ESPN 에서 제작된 E:60 페니 하더웨이
페니 하더웨이는 2011년부터 고향인 멤피스에 있는 레스터 중학교의 농구팀을 맡고 있습니다. 전 NBA 슈퍼스타가 작은 도시의 중학교 농구부를 맡고 있는 이유는 친구인 데스먼드 메리웨더 때문인데요.
두 사람의 이야기는 페니가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멤피스의 작은 마을 빌링햄에서 시작됩니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페니와 메리웨더는 가난한 흑인 아이들이 그렇듯 마을에 있는 코트에서 밤새도록 농구를 하며 지냈습니다.
아이재아 토마스를 우상으로 삼았던 메리웨더와 매직 존슨을 우상으로 삼았던 페니는 나란히 중학교, 고등학교 농구 팀에서 플레이를 했지만 둘 중 페니만 NBA의 부름을 받고 93년 드래프트에서 3번 픽으로 뽑혀 화려한 데뷔를 했죠. 페니의 NBA 커리어는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실 테니까 넘어가고, 이야기는 페니가 마이애미 히트를 마지막으로 NBA 에서 은퇴한 이후에 다시 시작됩니다.
고향인 멤피스에서 레스터 중학교 농구팀 감독을 맡고 있던 메리웨더는 2년째 되던 2009년, 몸의 이상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대장암 4기. 그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수 년 남짓이라고 선고받게 됩니다. 그리고 수 차례 수술을 받고 상태가 나빠진 메리웨더는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이틀 간 코마 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게 됩니다. 그런 그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간신히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을 때 종이에 남긴 글귀는 다름아닌 페니 하더웨이의 별명인 '1 cent' 였습니다.
가장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기억해 준 친구를 위해서 페니는 스스로 친구가 가르치던 팀의 코치를 자청하게 됩니다. 수술 후 항암치료 등으로 감독 자리에 서기 힘들어진 메리웨더 대신에 2011년부터 페니가 팀을 가르치게 된 것이죠. 페니가 팀을 이끌고 Lester Middle School Lions 는 West Tennessee state 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4년 올해, 레스터는 다시 한 번 우승을 하면서 3 Peat 을 달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페니는 선수 시절, 한 번도 챔피언쉽 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없는 선수였습니다. 그의 포텐셜 대로 성장했더라면 분명 MVP 도, 우승 타이틀도 차지할 수 있었을 선수였지만 커리어 내내 그를 괴롭혔던 부상은 그를 자유롭게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어린 친구들과 함께한 작은 챔피언 타이틀들은 분명 어떠한 NBA 타이틀 보다도 더 큰 가치로, 더 큰 의미로 다가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페니는 중학생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과 더불어 20 Million 달러를 들여 Penny's Fastbreak Courts Sportsplex 를 건립하고 멤피스 지역 사회를 위해 배구, 농구를 비롯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역의 몇몇 중, 고등학교 팀의 홈코트로도 사용되고 있고, 농구, 배구 코트는 물론 재활 클리닉과 강습교실도 운영되고 있어서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네요.
마치 영화와 같은 센세이셔널한 등장과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최고의 슈퍼스타 자리까지 비상했던 페니 하더웨이. 커리어 내내 그를 괴롭힌 숱한 부상은 그를 슈퍼스타의 자리에서 끌어내렸지만 농구를 향한 그의 열정과 고향에 대한 사랑을 꺾어놓진 못했습니다. 어쩌면 은퇴 후에 그가 보여준 이러한 행보들과 메리웨더와의 우정은 그의 선수 시절의 화려했던 이력보다도 더 영화같은 스토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그가 꿈을 가진 채로 살아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네요.
두서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그의 시그니처 농구화에도 각인되어 있는 문구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Ballin is What I was born to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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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짠하고 멋지네요... 영원한 나의 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