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들 ... 열두번째 (트레이시 맥그레이디)
25
6449
Updated at 2013-09-28 18:00:06
열두번째 기술자는 'T-mac' Tracy Mcgrady입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던 코비와 맞짱을 뜨고, 현 리그의 지배자 르브론이 성장할 무렵 크리스마스에도 친절하게 특강을 열어보이기도 했던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이하 티맥)는 토론토를 거처 올랜도에 새 둥지를 트면서 자신의 진가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앤써, 코비, 카터, 폴피, 알렌 그리고 티맥을 합쳐 팬들은 6성슈가라고 불렸는데, 그 당시 최선봉에 섰던 코비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더 낫다는 평가도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물론 당시라면 앤써가 무지하게 빨리 코트를 휘젓고 다닐 무렵이지만, 사람들은 코비vs티맥에 매우 열광하던 때였었죠. 여섯명의 특급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선수는 티맥이었습니다. 특히나 무시무시한 득점력은 조던과 겨루는것을 보고 싶을정도로 뛰어났습니다. 코비의 스타일이 조던을 모티브로 삼았고, 그것을 발전시켜온 형태라면 티맥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그 시절 '조던 한판 붙자'를 외치는 듯한 티맥의 기술은 어떤것들이 있었을까요.
1. 돌파 (T-mac to the rack!!)
티맥의 질풍같은 스피드의 원동력은 퍼스트 스텝에 있습니다. 퍼스트스텝이란 말 그대로 가장 먼저 내딛는 발을 의미하는데, 이것을 강한 하체의 힘과 추진력을 얻으면 수비수들이 쉽게 무너져 버리는 극강의 기술이었습니다. 언젠가 잽스텝을 다룬적이 있었는데, 잽스텝이 정지되어 있는 상태에서 축발을 이용해 반대편 발로 이쪽 저쪽을 내딛으며 여러가지 페이크를 가미하다 순간적으로 돌파가 가능한 형태라면, 퍼스트 스텝은 드리블 진행상황에서 가속을 붙여 수비를 벗겨 내는 기술이라 할수 있습니다.
티맥은 볼핸들이 자유로워서 굳이 퍼스트 스텝이 아니더라도 돌파가 얼마든지 가능한 선수였지만, 상황에 따라 변화를 많이 주던 영리한 선수였습니다. 개인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동료들의 픽을 이용해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니는 플레이도 좋았죠. 어려운 수비수를 만나면 무리하지 않고 픽으로 따돌리는 플레이도 잘했습니다.
티맥의 잽스텝에 의한 돌파는 어땠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죠.
2. 레프트 핸드
오른손잡이들은 왼손을 잘 안쓰지만, 대부분 못쓰는게 일반적입니다. 왼손잡이들 역시 이러한 이론이 적용됩니다. 티맥은 오른손잡이입니다. 새삼스럽긴 하지만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 티맥은 왼손으로 마무리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심지어 부상을 당하면 왼손으로 플레이 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이것은 nba의 모든 선수들이 트레이너와 함께 연습할때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덩크를 왼손으로 마무리 한다면 어떨까요. 가장 확실하게 득점을 해야하고 무조건 집어 넣겠다는 의지로 덩크를 선택한다면 자신있게 사용할수 있는 방향으로 할법도 한데 티맥은 의도적으로 왼손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이건 단순히 티맥의 자신감일까요.
언젠가 왼손잡이 플레이어들의 돌파는 막기가 까다롭다는 글을 쓴적이 있는데 이유는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고 그에 맞는 방향으로 돌파를 시도하게 되니 거기에 맞춰 예측을 했던 수비수들은 상대적으로 왼손잡이 돌파에 당황 할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돌파를 하다 공중에서 손의 위치를 바꿔 마무리를 짓는 티맥의 이런 플레이가 단순 자신감일 뿐일까요? 저는 상대가 막지 못하게 ... 예측하지 못하게 의도적으로 손을 바꾸는거라고 생각합니다.
3. Creativity
티맥이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는 그가 전에 없던 새로운 플레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플레이를 올스타게임같은 이벤트성 경기에서 보였던게 아니라 실제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경기에서 자신있게 보여줬다는 것이죠. 이것이 그저 허세에 지나지 않아 보일수도 있지만, 티맥을 그렇게 치부하기엔 그를 막으려 했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손을 뻗지 못하거나 어떠한 반격을 펼치지 못했다는 겁니다. 너무도 당당하게 ... 진짜 쩔게... 간지나게 그런 플레이를 했던건 그냥 허세로 봐야 하는 걸까요?
근데 티맥은 타짜였죠.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않습니다.
4. 점퍼
고백합니다. 사실 저는 티맥의 슛폼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물론 저처럼 티맥의 슛폼에 열광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테지만, 저는 무엇보다 투박하게 올라가서 릴리즈하는 스냅을 참 좋아했어요. 뭔가 정석도 아니었고, 교과서 다운 맛은 없었지만, 그래서였는지 더 멋있어 보였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듣도 보도 못했던 슛폼이었어요.
티맥의 풀업점퍼는 아주 화려했습니다. 예측 못할 타이밍에 뛰어 올라 던지는것도 그랬지만, 그전에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렉스루나 헤지테이션이 죽였죠. 현재 휴스턴의 에이스인 하든의 스텝백은 같은 동작을 여러번 보여준 뒤 순간적으로 뒤로 빠져서 휙 던져버립니다. 그것처럼 티맥 역시 얄팍한 페이크들을 알게 모르게 써가며 던질듯 말듯 하다 던져버리는게 예술이었습니다. 한참 그가 잘나갈때 저는 티맥의 점퍼들을 보면서 '내가 점퍼 때린다면 때리는거야'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 이유가 느닷없이 튀어올라 슛을 날리는 모습은 여간해서 막을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5. 클러치
아마도 티맥의 빌어먹을 징크스탓에 그가 큰 경기나 위기 상황에서 많이 약했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티맥의 망할놈의 플레이오프 징크스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씌워져 있는것일텐데 티맥은 운이 없었을 뿐 그는 큰 무대에서 약했다거나 클러치 상황에서 쫄보가 아니었습니다. 그 모든 시리즈를 찾아보면 하얗게 불태운건 티맥뿐이었죠.
그의 인생경기이라고 할수 있는 샌안토니오전 '티맥타임'은 nba 기록을 뒤져봐도 오직 그만 가지고 있는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윌트체임벌린의 100득점이나 코비의 81득점이 같은 날 같은 경기에서 펼쳐졌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열에 아홉은 괴물같은 득점쇼보다 티맥의 클러치에 감탄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셨죠? 이정도해야 중국에서 알바뛰는 놈을 다시 nba에서 써줍니다.
이미 한번 nba와 작별을 했던 선수라서 이번 티맥의 은퇴는 크게 놀랍지 않았고, 그를 좋아하던 팬이지만 아주 덤덤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저는 폼 떨어진 티맥이 미운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좋아했지만, 샌안토니오로 복귀한것은 좀 싫었어요. 티맥 만큼 보여줬던 선수들은 말년 관리가 상당히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티맥의 샌안토니오 복귀는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을 보여준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웜업 입은채로 껌만 연신 씹어댈걸 뭐하러 복귀해서 팬들 맘만 아프게 하는지 저는 그게 너무 싫었네요. 이팀 저팀 불려다니며 저니맨이 되는것도 받아들일수 있었지만, 작별 이후 보험용으로 티맥이 산왕에 불려가는 모습은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이 선수를 토론토에서 처음 픽했을 때 길쭉길쭉한 사이즈와 엄청난 운동능력을 보고 수비스페셜리스트로 키우려 했다고 합니다. 위에서 서서히 다시 훑어보니 만약 그렇게 키워졌다면 얼마나 재능이 아까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티맥의 전성기 시절에 저는 꼭 조던의 화력과 맞불을 놓는 티맥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공격에 재능이 뛰어났던 선수였고, 무엇보다 유니크함이 돋보였던 선수였죠. 부상이 뭔지 참 안타깝지만, 그런 시련없이 지금까지도 코비와 함께 자웅을 겨루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다소 아쉬운 퇴장이지만, 그를 원망하진 않습니다. 멋진 모습을 많이 보여줬고, 그만큼 좋은 기억들을 줬으니 그걸로 만족하네요. 오늘 이글을 마지막으로 티맥과 한번 더 이별합니다.
Goodbye T-mac~!
홈지기님도 이건 어떻게 할수없다는 말에 저장 한번 않고 바로 글 올린 제가 너무 짜증나고 싫었어요. 혹시나 한번 보신 글일지 모르지만, 테두리만 비슷하지 아예 갈아 엎었습니다. 그래서 대충 마무리 지은 부분도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재밌게 잘 봐 주셨으면 좋겠네요.
20
Comments
티맥은 선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