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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을 짓다. - 10.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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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2-26 22:40:24


 


 

 작업에 관해서는 쓸 내용이 사실 없어서 하루 건너 뛰기도 하였고, 너무 피곤하여 귀찮은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혼자 작업하는 일은 무척이나 힘이 듭니다. 무겁거나 힘이 많이 드는 일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결정적으로 혼자 대화없이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야 겨우 일정과 진도를 뺄 수 있다는 압박감과 작업이 잘 되지 않아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서 작업 1주일차만에 "누군가에게 맡길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어 버렸습니다. 친구들이 떠나고 철근 배근을 하고 배관 작업을 하는데 손이 두개뿐이니 무언가를 동시에 할 수 없기에 완결시키지 못한 작업들이 참 많습니다.


 


 요 며칠 시골동네에 느닷없이 나타난 이방 총각은 어르신들 말도 잘 못알아듣고, 서울말을 쓰고 목소리가 크지 않은 탓에 서로 여러번 이야기 해야 의사소통이 되고, 경로당 화장실을 자기네 집 화장실마냥 쓰고, 도로에 주차를 해서 통행도 불편하게 만드는 아주 나쁜 놈일 것같습니다. 그러나 이 동네 어르신들은 왜인지, 하루 하루 날이 갈수록 얼굴이 익어감과 동시에 너무나도 과분한 관심과 애정을 주십니다.




  오셔서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시는 분들. 그냥 지나가며 인사하시는 분들 참 많지만, 내 외로움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작업중이라 눈도 마주쳐드리지 못하는 와중에도 당신의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내시곤 합니다. 그럴때면 저는 간단한 추임새와 대답을 해드리긴 하지만 뒷통수를 보여드리고 있을때도 쉴새없이 이야기를 하십니다. 


 

참 따뜻했다.




 어제는 뒷집 어르신이 직접 양봉하신 꿀과 그 꿀로 내린 차를 받았습니다. 행여 식을까 밥공기에 고이 싸서 가지고 나오셨고, 꺼내다 물이 줄줄 새고 있는 와중에도 직접 손으로 열어 전해주셨습니다. 그 대추 꿀차 한잔이 작업하기 힘들었던 날을 따스한 날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마실을 자주 다니시는 어르신이 마을회관에서 윷놀이 대회 1등을 하셨다며 자랑을 하시고는 기분이 좋으셨는지 오렌지 2개와 아침에 만든 콩시루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그리고 맞은편 젊으신 부부가 직접 집으로 초대하여 커피를 주시고 별거 아닌 주제들로 많은 시간 수다를 떨며 피로를 풀었습니다. 저 멀리 사시는 할아버님이 담배 친구가 되어버린 것은 덤이구요.




참하고 달고 또 따뜻했다.



 하지만 조금 마음아픈 점은 어르신들이 하시는 이야기들중에 대부분이 자식,부인,당신의 어른들 이야기 입니다. 어제 하셨던 이야기를 오늘또, 오전에 하셨던 이야기를 오후에 또 하시는 이유는 바로 그대들이 보고싶고 그립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중에 아들내미 같은 자식이 저로 보여 그리 해주시는 어른들이 안쓰럽고 참 감사드립니다. 이런 동네에 살면 참 좋겠구나, 이곳에서 계속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메라를 와 그냥 들고있노, 내 한장 찍어봐라. 이쁘장 하진 아니하지만서도."



 세월에 담긴 말들과 그윽한 향기가 묻어나는 배경들은 제가 알고 지내던 촌동네를 다시 그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가 그 기분을 알아주듯 흘러 나왔습니다.


 박미경의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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